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9)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39화(39/235)
#039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feat. 도로시)
도로시에게 손톱을 들이댔던 고블린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건지, 주환에게 덤비려고 하지 않았다. 그대로 등을 돌린 채 도망친다.
주환은 허리에 힘을 주어 쭉 늘이며 도끼를 위로 쳐들었다. 어깨 전체를 휘둘러 도끼를 내리친다.
퍽 소리를 내며 고블린 머리가 갈라졌다. 날 굵은 도끼가 깊이 박힌다. 고블린의 붉은 피가 지저분한 것과 섞여 그의 몸으로 튀었다.
한 놈. 주환은 중얼거리며 고블린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살과 근육에 박혔던 도끼가 쑥 빠졌다.
쓰러지는 고블린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대로 달려간다.
주환은, 숲에서 나온 고블린 중에서 울타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향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놈의 목을 겨냥했던 도끼는 고블린의 어깨와 목 사이에 박혔다. 고블린의 특성인 모양이다. 인간보다 목이 짧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고블린 입에서 터져 나왔다.
도끼를 빼내면서 이번에는 다시 머리를 노린다. 둘. 고블린의 머리가 박살 나는 것을 보고, 주환은 몸을 돌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고블린의 눈이 시뻘겋게 되어 있었다. 모든 고블린이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눈에 띄는 놈들은 대부분 그렇다.
“….”
행동도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원래 고블린이라는 게 원래 이런 식으로 앞뒤 안 가리고 어딘가를 향해 덤벼드는 것들인가. 놈들은 주환이 동료를 죽이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면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집이 있는 울타리를 향해 달려갔다.
문득 달려가는 고블린 몇 마리의 앞이 크게 부풀어있는 것이 보였다. 허리에 두른 옷 쪼가리가 불룩 올라가 있었다.
‘이놈들, 리지를 노리는 거구나.’
언젠가 소설 같은 데서 고블린이 여자를 납치해 간다는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분노 때문에 한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머릿속에 있는 퓨즈가 나간 느낌이었다.
근처를 달려가는 고블린의 몸을 잡으며 마력을 보내자, 주환의 손에서 가까운 쪽에서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이전에 늑대를 만났을 때보다도 불이 크다.
꾸에에에, 비명을 지르며 고블린이 바닥을 굴렀다. 불을 끄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다.
주환은 그놈을 놔두고 옆에 있는 고블린을 연이어 잡아챘다. 동시에 마력을 주입해서 불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서너 마리에 불이 붙었다.
쓰러진 놈들에게 시선을 줄 시간도 없다. 주환은 고블린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띄우며 빙글 돌았다. 도끼를 크게 휘두른다. 두 놈이 도끼에 걸리면서 고꾸라졌다.
하지만 고블린의 숫자가 너무 많다.
주환의 등을 노리고 한 놈이 덤벼들었다. 고블린이 주환의 목을 팔로 감아 꽉 죈다. 동시에 귀를 물어뜯었다.
아찔한 통증에 움츠릴 틈도 없다. 주환은 뒤로 팔을 돌려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홱 잡아당겼다.
고블린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귓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불덩어리가 된 놈을 집어던진다.
그놈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놈이 달려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환은 그대로 도끼를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더 이상은 머리나 목처럼 특정한 부위를 노릴 틈도 없다. 주환은 그저 고블린의 몸을 향해 도끼날을 박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퍽퍽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작은 몸이 무너지듯 바닥으로 처박혔다.
“빌어먹을!”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손이 닿지 않는 방향에서 몇 놈이 울타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환은 그쪽을 향해 달려가면서, 닥치는 대로 고블린에게 손을 뻗으며 불길을 일으켰다.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너무 한꺼번에 힘을 쏟아서는 안 돼. 이놈들 외에 다른 무리가 또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아껴야만 해. 감정과 충동에 져서는 안 된다.
‘괜찮아. 지킬 수 있어.’
내 가족이 이놈들에게 험한 일 당하게 놔둘 줄 아느냐.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는다. 손끝 하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게 두지 않아.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운데 부분에는 가로로 길게 대나무를 대어 박아놓았다. 몇몇 고블린이 거기에 발을 디디고 올라서고 있었다.
울타리 윗부분은 모두 창처럼 뾰족하게 잘려 있다. 거기에 몸이 찔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고블린은 꾸역꾸역 그 위로 기어올랐다.
주환은 한달음에 거기까지 달려가, 울타리 위로 넘어가려는 고블린의 발목을 잡았다.
***
요란한 비명소리가 허공으로 퍼진다. 리지는 도로시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남편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정신 차려야 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도로시가 있었다.
쿵, 하고 근처의 대나무 울타리가 흔들렸다.
“히익!”
깜짝 놀라 몸이 튀었다.
주환이 깊이 박아두긴 했지만 대나무는 두꺼운 나무 울타리에 비하면 약하다. 몇 번 저렇게 부딪치면 울타리가 무너질지도 몰라. 겁이 나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높이 솟은 울타리 위로, 고블린의 손과 머리가 불쑥 올라왔다.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리지와 도로시를 향했다. 무섭다. 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이내 놈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끌려나갔다. 주환이 잡아챈 모양이다. 그렇지. 남편이 있었어. 리지는 집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도로시, 집으로 들어가. 어서.”
우는 아이의 등을 민다. 함께 가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고블린은 많고 주환은 한 명뿐이다. 남편의 손이 닿지 않는 고블린이 집으로 들어올지 몰라. 안에서 그녀가 도와야 한다. 리지는 애써 웃는 얼굴로 도로시를 보았다.
“괜찮아, 걱정할 것 없어, 도로시. 아빠가 우리를 지켜주시니까. 하지만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해. 문을 잠그고 지난번처럼 침대 밑으로 들어가 숨어.”
“엄마는?”
“엄마는 여기에서 아빠를 도울 거야. 그러니까.”
그때였다. 도로시의 눈의 동그래졌다.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리지가 뒤를 돌아보자, 고블린 한 마리가 울타리에 매달려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리지는 재빨리 아이의 등을 집 쪽으로 밀어낸 뒤, 혼자 대나무가 흩어져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주환이 울타리를 만들다 남은 대나무가 여러 개 있었다. 그중 가장 짧으면서 끝이 뾰족하게 잘려있는 것을 하나 잡았다.
아직 멍하니 서 있는 도로시를 향해, 리지가 소리쳤다.
“도로시, 어서 들어가. 어서.”
고블린이 울타리 위로 다리를 하나 걸었다. 손이 대나무에 찔렸는지 피가 난다. 하지만 고블린은 멈추지 않았다.
울타리 너머에서는 여전히 고블린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주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 싸우고 있었다.
리지는 입술을 꽉 물었다. 용기를 내야 해. 적어도 들어오는 놈들을 밀어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남편을 도와야 한다.
리지는 대나무를 질질 끌었다. 주환이 여러 개를 한꺼번에 훌쩍 들던 대나무가, 리지에게는 너무 길다.
고블린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넘어오기 직전이다. 발을 빨리해보지만 아직 너무 멀었다.
그때, 고블린의 몸이 불에 타오르면서 홱 밑으로 끌려갔다. 동시에, 고블린이 올라갔던 대나무 몇 개가 밖으로 기울어졌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다. 다행히 부러지거나 완전히 기운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주환은 괜찮은 걸까.’
울타리를 넘으려는 고블린은 이쪽에서, 다시 저쪽에서 불쑥불쑥 나타나고 있다. 그때마다 주환이 달려왔다. 분명 무리하고 있는 거다. 고블린이 너무 많아. 혹시 상처를 입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때, 다시 고블린의 손이 불쑥 울타리를 잡았다.
리지는 대나무를 꽉 잡았다. 땅에 끌리는 대나무를 들고 뛴다.
고블린의 머리가 불쑥 올라왔을 때, 리지는 대나무 창을 들어 놈을 향해 내밀었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허공에 올라간 대나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허공에서 휘청휘청 대나무가 흔들렸다.
리지는 대나무 끄트머리를 울타리에 대고 쭉 위로 올렸다. 울타리에 붙어 서자 고블린과 가까워져, 역겨운 고블린의 숨이 공기를 타고 몸에 닿는 것 같았다. 두려움에 몸이 굳었다.
‘괜찮아. 무섭지 않아.’
리지는 울타리에 대나무를 댄 채 위로 쭉 올렸다. 힘차게 위로 밀어 올린다.
주환이 뾰족하게 잘라놓은 윗부분이 고블린의 손을 찔렀다. 꾸에엑, 고블린이 비명을 질렀다.
‘됐어, 한 번 더.’
리지는 대나무를 밑으로 조금 빼냈다가 다시 쑥 올렸다.
하지만 고블린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몸을 울타리 위에 걸치더니 한 손으로 창을 잡았다.
고블린에게 잡힌 창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겁이 더럭 났다. 안간힘을 하며 창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
도로시는 바닥에 붙잡힌 것처럼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리지 엄마가 집으로 도망치라고 말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사방이 이상한 소리로 가득 차있다. 울타리에서 불쑥불쑥 괴물들의 얼굴이 올라왔다. 무섭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만일 엄마와 아빠가 없어지면? 저 괴물들한테 잡아먹히면 어쩌지?
예전에 아버지가 산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다. 전혀 무섭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엄마…아빠….”
어떻게 하지. 도로시는 어떻게 하면 좋아? 우에…우에…울음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때, 리지 엄마가 대나무를 들고 위로 찌르는데, 그때, 괴물이 덥석 그걸 잡았다.
“히익!”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딸꾹 딸꾹, 이상한 소리 뒤에 딸꾹질이 나왔다. 딸꾹질할 때마다 몸이 펄쩍펄쩍 뛴다.
큰일 났어. 리지 엄마가 창을 빼려고 했지만 괴물이 더 세다. 엄마를 도와야 해. 안 그러면 괴물한테 먹혀 버릴 거야. 다리가 덜덜 떨렸다.
“으, 오즈, 무서워.”
히이, 히이, 울음소리와 딸꾹질이 자꾸만 났다.
그때, 옷 앞이 묵직하게 움직이더니 뽀롱, 토끼 귀가 밖으로 삐져나왔다. 오즈가 꼼지락거리며 주머니에 매달리더니 갑자기 훌쩍 뛰어나갔다.
“오즈!”
오즈가 엄청 빠르다. 토끼가 쥐 같아. 폴짝폴짝 움직이면서 진짜 빠르게 달려갔다.
“어?”
오즈가 엄마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더니 훌쩍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냥 붕 올라갔어. 어, 토끼는 나는 거야? 날개도 없는데?
붕 하늘로 올라간 오즈가 괴물 얼굴에 달라붙었다. 작은 손이 괴물을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을 움직였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오즈가 발로 괴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엄청 빨라!”
도로시는 자기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도 놀란 것 같다. 대나무를 놓칠 뻔했다가 얼른 다시 잡았다.
오즈가 엄청나게 빨리 다다다다, 발로 괴물을 때리는 동안 아빠가 온 것 같다. 커다란 도끼가 붕 날아 고블린 어깨에 박혔다.
오즈가 삐이, 하고 울더니 훌쩍 다시 바닥으로 폴짝 내려왔다.
고블린은 어느새 울타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끝장이야! 오즈, 끝장이야!”
엄청나다. 도로시가 달려가자 오즈가 뽐내는 것처럼 귀를 쫑긋쫑긋하더니 다시 한번 삐이, 울었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얼른 대나무를 잡고 몸을 돌렸다. 울타리를 노려본다. 엄마도 용감해! 엄청나게 떨고 있는데도 용감하잖아!
“도로시도 힘낸다!”
다시 자신에게 달려온 오즈를 품에 안고, 도로시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괴물이 들어오면 도로시가 막을 거야. 도로시는 힘났으니까.
리지 엄마도 대나무를 든 채로 이리저리 울타리를 보고 있었다.
좋아! 우리는 용감해! 도로시는 용감하다!
그때 고블린의 손이 울타리 위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도로시는 얼른 오즈한테 말을 걸었다.
“오즈! 저기야! 저기에 괴물이 있어!”
토끼 귀가 움찔 움찔거렸다. 어쩌면 오즈는 아직 아기라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는 듯이 동그랗고 까만 눈으로 도로시를 올려다보았다.
오즈, 너랑 나는 한 몸, 한마음이야. 그러니까 네가 가는 거야. 가서 물어뜯어! 발로 차! 용감하게 달려가는 거야!
“가라, 오즈!”
도로시가 외치자, 오즈가 귀를 쫑긋하더니 냄새 맡는 것처럼 코도 움찔 움찔거렸다. 바보구나, 오즈.
“얼른 가! 괴물이 온다구.”
다시 한번 말하자, 오즈는 그제야 알아들은 모양이다. 폴짝 도로시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달린다. 엄청 빨라. 순식간에 괴물이 있는 울타리까지 달려갔다.
“날아! 오즈, 날아가!”
도로시가 대장이니까 명령을 내려줘야 한다. 오즈는 부하라서 명령이 없으면 싸울 수 없어.
도로시가 소리치자마자, 오즈가 훌쩍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오즈가 괴물을 물리치기 전에 나쁜 놈의 모습이 없어졌다. 울타리가 크게 흔들리더니 꽤액, 하는 소리를 내며 끌려가 버렸다. 아빠가 먼저 해냈어.
“오즈, 아빠한테 빼앗겼지만 괜찮아. 다음 괴물은 네 거야!”
어느새 무섭던 건 모두 없어져 버렸다. 아빠가 있고, 오즈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제 도로시가 엄마를 지켜줄 거야. 괴물 따위, 도로시한테 걸리면 끝장이라구!
“오즈, 힘내!”
작은 토끼 귀가 움찔움찔 팔랑팔랑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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