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3)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43화(43/235)
#043 삐이!
해가 지고 캄캄해지자 사방의 비명소리가 더욱 뚜렷하게 들린다. 고블린은 야행성에 가까운 건지, 아니면 약에 취해서인지, 밤이 되면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후우.”
자기도 모르게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주환은 마차 앞에 우뚝 선 채 사방을 노려보았다. 마지막 두 마리를 해치운 뒤, 근처에 고블린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쉬운 먹잇감을 찾아 떠난 모양이었다.
주환은 손아귀의 힘을 약간 풀었다. 한동안 쉴 새 없이 도끼를 휘둘러 손이 얼얼하다.
주환에게서 약간 거리를 두고 사방을 경계하던 모험가가 앞으로 몸을 굽혔다. 그 사람도 피곤한 모양이다.
뒤쪽에서 잠시 건물에 기대어 쉬던 모험가가 주환의 곁으로 다가왔다. 툭툭 주환의 어깨를 친다.
“당신 차례예요.”
“….”
주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빠졌다.
모험가 5명과 주환은 짧은 시간이지만 교대로 쉬고 있었다. 언제 고블린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 명씩만 짧게 쉰다. 그렇게만 해도 혼자 계속 싸우는 것보다 훨씬 피로가 덜했다.
마차는 집과 나란히 옆으로 서 있었다.
마차 문을 열자, 리지가 재빨리 주환에게 다가왔다. 소금에 절여놓은 고기와 수통의 물을 내민다.
주환은 마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물만 받았다.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다.
“하나만. 한 입이라도 먹어야 해요.”
리지가 걱정스러운 듯 다시 한번 고기를 내밀었다. 어쩔 수 없이 한 조각을 받아먹으며, 주환은 마차 안쪽에 시선을 주었다.
도로시는 마부석과 가까운 곳에 누워 자고 있었다. 늑대와 토끼 모피를 여러 장 깔고, 뿔토끼와 함께 그 위에서 뒹굴었던 모양이다. 주환의 여벌옷을 이불 삼아 몸에 둘둘 감은 채, 팔과 다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뻗고 있었다.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주환은 리지의 손을 잡았다. 손끝이 차갑다.
“추워?”
주환의 말에 리지가 머리를 저었다.
“아니요. 안 추워요. 괜찮아. 당신은? 괜찮아요?”
“그래.”
리지가 무릎으로 서서 주환을 꼭 끌어안았다. 춥지 않다고는 말했지만 그녀의 몸은 매우 차가웠다.
주환은 마차 안쪽에 있는 원단을 꺼내 망토처럼 그녀의 어깨에 둘렀다. 보나 마나다. 원단이 아깝다고 곱게 접어만 둔 거겠지. 하지만 이런 때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쓸까. 마차 안은 불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춥다.
주환은 리지를 한 번 꼭 끌어안아준 뒤, 다시 마차 문을 닫았다. 잠그지는 않는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스스로 나올 수 있어야 하니까.
마차 문을 안쪽에서는 잠글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차는 밖에서만 잠그고 열 수 있었다.
‘나중에는 이것도 어떻게 해야겠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면 곧바로 안쪽에 잠금장치를 달자.
주환은 가만히 마차 문에 손을 댔다. 이 안에 가족이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음 순간에는 번쩍 눈을 떴다. 좋아, 충전 완료.
주환은 어깨를 움직여 굳은 근육을 풀면서 앞쪽으로 나갔다. 주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음 순번이었던 모험가가 물러나 집으로 가서 쭈그려 앉았다.
마차 뒤에 있는 집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문과 창문에 나무판이 덧대어져 있었다.
지금은 문도, 창문도 열려 있다. 주환과 모험가들이 틈날 때마다 조금씩 뜯어 주변에 모닥불을 밝혀 놓았다.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고블린과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주환은 내심 고블린이 불을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빛은 전혀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을 꼬이게 만든 것 같다. 멀리서 십여 명가량의 남녀가 이쪽을 목표로 달려오고 있었다.
제일 왼쪽에 있던 사람이,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고블린에게 잡혔다. 고블린의 피부색은 어둡다. 그 때문에 마치 투명 인간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자 더욱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한데 뭉쳐서 조심조심 주변을 살피며 달리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제각기 온 힘을 다해 이쪽을 향해서 달려온다. 고블린에게 잡힌 사람을 도우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험가 한 명이 움찔하더니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도우려 했던 모양이다.
“야, 그만둬! 우리가 누구 때문에 ######.”
다른 모험가들이 그 사람을 말렸다. 한 명은 뭔가 욕을 하고 있었다.
주환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용히 마을 사람들의 움직임을 본다. 리지와 도로시를 위험에 빠뜨린 자들이다. 일부러 복수할 생각까지는 안 해도, 저 사람들 중 누구도 도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지금은 힘을 합하고 있지만, 모험가들도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주환은 뒤로 한 발 물러서 마차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은 마차에 있는 가족을 지키는 것뿐이다. 고블린으로부터,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모험가들은 주환이 불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자 눈에 보일 만큼 허리가 낮아졌다. 그들의 태도와 말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험가들은 저희들끼리 어째서 이런 곳에 실력 좋은 마법사가 있는 거냐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왜 귀족이나 왕족 없이 이런 시골 같은 곳에 있느냐는 식의 말을 했던 것 같다. 주환이 잘 모르는 단어를 섞어 말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보면 그런 류의 것이다.
그때, 어쩌면 이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높은 사람들에게 팔아넘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지는 노예 낙인이 그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무늬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혹시 또 모른다. 높은 사람들은 소설에서처럼 의식까지 제어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그런 사람들에게 팔아넘기기 위해서 모험가들이 가족을 인질로 잡을지 모른다.
오만가지 생각에 마음이 회오리친다. 아무래도 거스와 마을 사람들 때문에 의심암귀가 들러붙은 것 같다. 이 세계의 아무도 믿을 수 없어. 그렇게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닥불 앞까지 달려와, 앞줄에 있는 모험가들에게 애원했다.
“사, 살려 주세요.”
“여기에 있게 해줘.”
“저 집에 들어가게 해줘요.”
몇 명이 힐끔 주환을 보았지만, 자신들이 한 짓 때문인지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없었다.
“######.”
“안 돼!”
“네놈들이 있으면 고블린이 오잖아.”
모험가들이 욕을 하며 사람들을 밀어낸다. 그들 안에 여자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까 보았던 촌장 부인과 아들도 그 안에 있었다.
“돈 받았잖아!”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모험가에게 소리쳤다. 마을 사람들이 들고 있던 호미와 낫, 도끼 등을 쳐들며 덤빌 듯 모험가들에게 다가섰다.
그 틈에 남자 몇 명이 집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마차와 가까워진다.
주환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뭐, 뭐야!”
제일 앞에 있던 남자가 말하는 순간, 주먹으로 힘껏 놈의 얼굴을 후려친다.
남자의 얼굴이 홱 옆으로 돌아가고, 그 뒤를 몸이 따랐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남자 뒤에 엉거주춤 선 남자들을 보고, 주환이 입을 열었다.
“싸워. 싸우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다.”
모험가와 마을 사람들이 말다툼을 멈춘 뒤, 모두 주환을 보고 있었다.
모험가 한 명이 히죽 웃었다.
“마법사 말이 맞지. 싸우지 않을 거라면 저리 가. 혼자서 #### 도망쳐라.”
“….”
마을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힐끔힐끔 서로를 바라본다.
그때, 멀리에서 고블린 두 마리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여자를 보고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고블린 눈동자가 모닥불 때문인지 번쩍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집에 가까이 있는 마을 사람들을 밖으로 밀어내 마차에서 멀어지게 한 뒤, 주환은 이쪽으로 가까이 온 고블린을 향해 뛰쳐나가며 도끼를 휘둘렀다.
퍽, 퍽, 고블린의 머리가 연이어 깨졌다. 한 마리는 확인할 필요도 없다. 뇌가 그대로 드러나보였다.
하지만 다른 놈은 쓰러질 때 눈을 뜨고 있었다.
주환은 그대로 한 번 더 도끼를 휘둘러,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의 목을 잘라냈다.
통나무처럼 깨끗하게 나누어진 고블린의 몸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주환은 서둘러 마차 옆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불빛을 받아 왠지 강시처럼 보이는 마을 사람들이 서서히 주환의 근처에서 물러나 반대편으로 모였다.
마차 옆에는 어느새 아무도 없다. 동그랗게 주환이 있는 장소만 비어 있었다. 그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주환은 다시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뒤,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마을 사람들이 한둘, 혹은 서넛씩 이곳을 찾아왔다. 새벽이 올 때쯤에는 살아남은 상당수가 이곳에 모인 것 같다.
처음 주환이 협박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도 제각기 농기구를 들고 고블린과 싸우기 시작했다. 여자들 중에도 쇠꼬챙이나 호미 같은 걸 든 사람이 있었다. 어쩌면 사람 수가 늘면서 조금쯤 용기가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덩달아 여자를 쫓아온 고블린도 늘어났다. 싸움은 조금 더 잦아졌지만 마을 사람들이 합류한 덕분에 주환도, 모험가도, 약간 정도 더 쉴 시간이 생겼다.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 오고 다시 정오가 지날 무렵에는 고블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적어도 찾아오는 놈은 거의 없어졌다. 여자는 대부분 이곳으로 온 것 같으니 아마 마을 전체에 남은 고블린의 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 떠나도 될까.’
새벽이 되어도 먼 하늘에서는 여전히 붉은 기운이 보였다. 울타리는 아직도 타오르고 있을 거다. 하지만 불길이 줄어든 곳이 있을지 모른다.
주환은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력을 이용하면 불길 일부분을 완전히 태울 수 있을지 몰라. 재가 될 만큼 강하게 불을 내면 일부분이나마 지나갈 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마력이 고갈되는 것이 문제지만….’
고블린이 많이 줄어든 지금이라면 남은 마력을 모두 사용해도 괜찮을 거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주환은 그들을 힐끔 본 뒤, 모험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간다. 같이 싸워 고마워.”
“어!”
“가는 건가?”
“조금 더 있는 게.”
모험가가 서로를 바라보며 허둥지둥 말을 걸었다.
“안 돼. 나는 지금 간다.”
주환이 고개를 젓자, 모험가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고블린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인지 말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을에 남아서 일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 약속한 것보다 조금 더, 어쩌면 아주 많이.
주환이 몸을 돌려 마부석 옆에 서는데, 제일 처음 주환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모험가가 가까이 다가왔다. 모험가가 목소리를 줄여 작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면 ##로 가요. 귀족한테 #### 전에 ##에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에 모험가##을 하면 보호####.”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가 섞여 있다. 마부석과 마차 사이에 있는 틈에서 톡톡,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자, 리지가 틈 사이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신이 알아들었다는 뜻인 것 같다.
주환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 세계에도 악수하는 습관은 있는지, 모험가도 마주 손을 잡는다.
“고맙다.”
주환이 말하자, 모험가가 씨익 웃었다.
“내가 고맙수. 당신 덕분에 살았어.”
주환이 말을 묶고 있던 끈을 풀러 마부석에 오르자, 뒤늦게 그걸 알아차린 촌장 부인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이 도둑놈! 그건 우리 거야!”
아이고, 아이고, 울면서 촌장 부인이 마차 뒤쪽에 달라붙더니, 문을 열었다.
주환은 곧바로 마부석에서 뛰어내렸지만, 그가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 마차 안에서 뭔가가 톡 튀어나왔다.
***
지루해. 엄마는 계속해서 바깥만 쳐다보고. 아빠는 절대로 마차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도로시는 착한 아이니까 아빠 말을 들을 거야. 정말 열심히! 하지만 역시 심심하다.
뒹굴뒹굴뒹굴뒹굴, 마차 안을 누워서 굴러다니거나, 오즈와 인형 토토를 결혼시키기도 하고, 아기 오즈와 엄마 도로시 놀이도 했다.
쉬가 마려우면 나무로 된 통에 앉아서 한다. 그런데 엉덩이가 쑥 빠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쉬 할 때마다 엄마가 잡아주었다. 조금 창피해. 도로시는 이제 동생도 있는 언니인데. 아, 근데 오즈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심심해.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지금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아빠는 강하고, 괴물은 이제 오지 않는다. 심심하기만 했다.
도로시는 좁은 마차 안을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때, 바깥에서 뭔가 요란한 여자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문이 활짝 열렸다. 깜짝 놀라서 바라보자, 이상한 얼굴을 한 아줌마가 서 있었다. 얼굴 한쪽이 퉁퉁 커져 있었다.
‘어, 촌장 아줌마다.’
왜 얼굴이 저렇게 되었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아줌마가 도둑놈이라고 엄마와 도로시를 보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어오려고 한다. 사람인데 괴물 같아. 겁이 덜컥 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함께 뒹굴뒹굴 놀던 오즈가 벌떡 일어났다. 오즈 귀가 뽀롱 위로 올라간다.
오즈가 마차 바닥을 도도도도 달리기 시작했다. 오즈는 순식간에 마차 문으로 가까이 가더니 폴짝 뛰어올랐다. 촌장 아줌마 얼굴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리고 발로 타타타타, 촌장 아줌마 얼굴을 차기 시작했다.
“어!”
도로시의 눈이 커다래졌다. 촌장 아줌마 얼굴이 빨갛게 된다. 이빨이 부러졌어? 입에서 피가 난다. 촌장 아줌마가 뒤로 벌렁 자빠져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오즈는 발로 차는 걸 멈추지 않았다.
도로시가 마차 끝으로 달려가자, 아빠가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빠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오즈를 말리지 않았다.
하아, 정말 어쩔 수 없어. 어른들이란!
아빠가 나오지 말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다. 아빠도 바로 앞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도로시는 마차 바닥에 엎드려서 조심조심 땅으로 내려갔다. 물론, 도로시는 용감하니까 뛰어내릴 수 있어. 하지만 엄마가 항상 조심하라고 하니까 조심하는 것뿐이다. 무서워서가 아니야.
바닥에 내려서 촌장 아줌마와 오즈가 있는 곳으로 타닥타닥 뛰어가자, 아빠가 도로시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도로시는 아빠를 무시하고 손을 뻗었다. 오즈를 뒤에서 덥썩 잡는다. 오즈가 갑자기 얌전해졌다.
오즈를 안은 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즈! 그렇게 나쁜 토끼가 될 거야?”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다. 죽어버린 아버지는 매일 때렸지만, 그건 나쁜 거였어. 리지 엄마가 말해줬다. 며칠 전에 아빠도 그랬어. 도로시가 나쁜 행동을 해서 맞은 게 아니야. 사람을 때리는 사람이 나쁜 거라고 엄마랑 아빠가 분명히 말했다.
오즈는 아직 아가라 잘 모르지만, 사람을 때려서는 안 돼. 하아, 도로시는 정말 너무 바쁘다.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도 가르쳐줘야지. 사람 때리면 안 돼.
그렇게 한바탕 오즈한테 설교를 했지만, 오즈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말을 몰라서 그런가.
“잘못했습니다, 해. 나쁜 행동하면 잘못했습니다, 하는 거야.”
도로시는 오즈를 촌장 아줌마한테 내밀었다. 하지만 잘못했습니다를 모르는 것 같다. 오즈는 멀뚱멀뚱 허공만 바라보았다. 토끼라 그런가.
“도로시는 정말 바빠.”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한 뒤, 도로시는 오즈 대신 사과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어. 도로시가 언니니까.
도로시는 촌장 아줌마 얼굴 쪽으로 가까이 가서 섰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내리며 말한다.
“삐이!”
“풋!”
누군가가 웃는다. 고개를 들자, 주위에 있던 몇몇 사람이 웃고 있었다. 왜 웃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아빠도 웃고 있잖아.
“오즈는 토끼라 토끼 말 밖에 몰라. 그러니까 도로시도 토끼 말로 해야 하는 거야.”
도로시가 설명하자, 이번에는 마차 안에서 리지 엄마도 웃기 시작했다.
정말, 어른들이란! 왠지 자신이 바보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도로시는 발로 바닥을 쾅쾅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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