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44화(44/235)
#044 그 도토리는 아직도 혼자 있을까
아이라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하지만 밝은 분위기는 잠깐이었다. 주환이 도로시를 안아 마차에 올리고 문을 닫자, 사방의 공기는 다시 무거워졌다.
뿔토끼라 그런 건지, 아니면 토끼가 본래 발차기를 잘하는 건지, 촌장 부인의 상처는 심한 것이었다. 반쯤은 정신을 잃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하게 흐느껴 울고 있었다. 마차는 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라고 들었으니, 아마도 그 안에 있는 짐이 촌장 집 것이었나 보다. 어지간히 아끼던 것이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데, 촌장 아들이 주저하며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주환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촌장 아들은 주환의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서서 허리를 숙였다.
“마을 사람들과 얘기했습니다. 저, 그, 마차는 마을 공동의 ##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가져가세요. 그 안에 있는 물건도 모두 드리겠습니다.”
촌장 아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촌장 부인이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울기 시작했다. 의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분명히 반쯤은 기절 상태인 줄 알았는데.
주환이 사람들을 둘러보자, 다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마차와 물건을 주겠다는 건 아마 두려움 때문이었을 거다.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보복할까 무서웠던 것이 아닐까.
주환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특별히 보복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차피 마차는 강제로라도 가져갈 생각이었다. 준다면 잘 된 거지.
마부석에 올라타자, 서늘한 공기가 햇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난다. 이상하다 싶어 하늘을 보니 작은 눈송이가 솜털처럼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보는 눈이다.
그러고 보니 겨울인데 그동안 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산길에 쌓인 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눈이 모자라면 겨울가뭄이 생긴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혹시 그렇다면 전쟁에, 약간의 가뭄까지, 이곳은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일 거다.
가족이, 혹은 자신이 굶주리고 괴로우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 주환은 자신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어제, 그리고 오늘 알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도 삶에 찌들어 자신이 살고자 하다 보니 이기적이 되었을 뿐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이 세계에 사는 어떤 사람도, 자신을 위해서라면 태연히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거스와 마을 사람들은 주환에게 이 세상이 그런 곳이라는 걸 여실히 알려주었다.
도로시의 작은 얼굴이 머릿속에서 반짝인다.
‘그 아이가 살아갈 곳인데.’
주환은 어두운 마음이 되어 고삐를 흔들었다. 마차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혹시 남은 고블린이 있을지 몰라, 리지와 도로시는 마차 안에 있다.
하지만 마을 안을 지나가는 동안 몸이 성한 고블린은 보지 못했다. 모두 죽거나 다쳐 있었다. 그리고 가끔 화살을 맞고 쓰러져 신음하는 고블린이 있었다.
주환은 가볍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리지와 도로시를 안에 있게 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부서진 문과 흩어진 물건, 사람이 뜯어지고 남은 흔적들, 험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여자. 마차가 지나가는 길은 돌멩이 하나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 처참하기 그지없다.
서서히 마차를 몰아가던 주환이 말을 멈췄다.
고블린이 사람을 찾다 그랬는지 아니면 도망치던 사람이 엄폐물을 찾느라 그랬는지, 일부가 부서진 헛간 근처에 짚더미가 여러 개 떨어져 있다.
주환은 즉시 말을 멈추고 마차에서 내렸다. 잘 됐다. 차갑고 딱딱한 마차 바닥에 깔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 먹을 게 없었다.
주환은 마차 문을 열고 짚을 안쪽에 넣었다. 리지가 안쪽에서 받아 바닥에 촘촘하게 깐다. 기쁜 것 같다.
‘말은 안 했지만 역시 추웠던 거야.’
굉장히 미안해졌다.
남은 짚단은 마차 위에 올렸다.
마차의 지붕은 둥글지만, 가장자리에 나무로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짐을 올리기 위한 것 같다. 난간 곳곳에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주환은 지붕 위에 짚을 꽁꽁 묶어 맨 뒤, 마차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눈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거스다.
이곳에서 약간 떨어진 건물의 뒤편에서 절뚝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거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고블린이 쓰러져 있다. 거스는 몸을 굽혀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진 화살을 줍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 오두막에 고블린을 유인해서 리지와 도로시를 위험에 빠뜨린 남자.
저 남자는 마을의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자가 단 한 명밖에 없는 산속 오두막으로 고블린을 유인했다. 리지와 도로시를 죽이려고 한 거다. 적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블린도, 사람도.
주환은 훌쩍 마차에서 뛰어내려 마부석 틈을 향해 말했다.
“잠시 기다려 줘.”
아마 굉장히 차갑게 들렸을 거다. 짚을 정리하던 리지가 주환의 목소리에 놀란 모양이다. 마차 안쪽에서 황급히 마부석으로 오는 리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길게 말할 시간이 없다.
주환은 몸을 낮추고 거스가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거스가 있는 곳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문득 거스가 고개를 돌려 주환을 보았다.
그 순간, 주환은 땅을 박차며 몸을 띄웠다. 떠오른 몸을 허공에서 늘이며 어깨 전체를 움직인다. 도끼가 허공을 붕 날았다.
거스가 뒤로 몸을 홱 젖혔다.
도끼는 거스 바로 옆을 스치며 헛되이 공기를 갈랐다.
주환은 곧바로 거스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올백으로 넘겨 묶은 머리가 손에 잡히자 있는 힘껏 당겨 내팽개친다.
나이와 몸의 불편함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만일 거스의 다리가 멀쩡했다면, 혹은 주환만큼 젊었다면, 주환은 거스의 손가락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하지만 거스는 늙고 밤사이 지쳐 있었다. 주환만큼 빠르게 피로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것이 경험과 능력의 차이를 좁혔다.
거스가 바닥에 쓰러지자, 주환은 그의 몸통을 발로 밟고 도끼를 날렸다.
거스가 주환을 보고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듣지 않는다. 아무것도 듣거나 소통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그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려 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만일 주환이 불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이것은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되었을 거다. 어떤 이유가 있어도 이 남자를 용서할 수 없다.
퍽, 소리와 함께 도끼가 거스의 목을 잘랐다. 선홍색 붉은 피가 튄다.
주환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처음 자신을 발견한 거스의 표정을 떠올렸다. 놀란 것 같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긋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거스는 주환이 발견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환이 탄 마차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그러면서도 모르는 척, 일부러 몸을 드러낸 건지도 모른다. 유능한 사냥꾼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
그래도 상관없어. 거스의 의도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이건 주환 자신의 문제다. 거스는 태연하게 리지와 도로시를 죽이려 했다. 용서하지 않는다.
주환은 홱 몸을 돌렸다.
마차로 돌아가자, 마부석의 틈 사이로 리지의 얼굴이 보였다. 계속 그렇게 주환이 오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에요?”
불안한 듯 리지가 물었다.
리지는 거스가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무하고도 친해지지 못했던 이 마을에서, 거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리지와 도로시의 마음 안에 있는 거스는 아마 친절한 사람일 것이다.
주환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미안, 고블린이 있었어.”
“아직도?”
“하지만 죽였다. 괜찮아.”
리지는 안심한 것 같다. 다친 곳은 없는지 물어보더니, 놀랐다며 약하게 웃었다.
주환은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내려다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블린의 피가 붉어서 다행이다.
그 이후로는 거의 아무도 보지 못했다. 거스가 돌아다니며 고블린을 죽였던 건지, 가끔 화살에 맞은 고블린의 시체가 보였다.
잠시 후, 멀리서 울타리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불에 타고 있다. 타오르는 불길과 매캐한 냄새 때문에 말이 불안해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불타는 벽을 따라 한동안 마차를 몰았다. 한참을 가니, 한 곳의 벽이 반쯤 재가 된 것처럼 허물어져 있었다. 원래 무너진 곳에 불이 붙은 것 같다. 하지만 불은 여전했다. 울타리뿐 아니라 땅에서도 불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휘발유도 없는 세상에서, 거스는 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주환은 불에서 떨어진 곳에 마차를 멈춘 뒤, 주변에 있는 긴 나무 막대기를 주워들었다.
마을 벽에 가까이 다가가자, 뜨거운 열기가 확 다가왔다. 불이 닿지도 않았는데 화상을 입을 것 같다.
주환은 옷으로 얼굴과 손을 덮어 가리면서, 몸을 최대한 뒤로 뺀 채 막대기로 남은 벽을 툭툭 건드렸다. 몇 번 치자 벽이 완전히 허물어진다. 그래도 불길은 여전했지만, 열기의 높이가 조금 낮아졌다. 역시 이곳이 다른 곳보다 불이 작다.
“리지, 여기, 마부석에 앉아.”
주환은 리지에게 고삐를 건넸다. 혹시 주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갑자기 고블린이 나타났는데 싸울 수 없는 상태라면 그녀가 마차를 몰아야 한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주환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몸 안에 남아있는 마력의 크기를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스스로도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지금은 좀 약한 것 같다는 느낌만 있었다.
‘불길을 잡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주환은 벽에 최대한 가까이 가서 바닥에 손을 댔다. 마차의 몇 배 정도 되는 길이의 벽을 모두 불태우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생각같아서는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기합이라도 넣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마법이 발현되지는 않는다. 배에 힘을 잔뜩 주어봐야 똥밖에 나올 게 없어.
주환은 불타오르는 벽에 시선을 주고, 제발 이 불까지 모두 태워버려라, 생각했다.
그 순간, 불길이 확 하늘로 솟구치더니 펑, 하며 가운데가 뚫렸다. 마치 폭발하려다 내부에서 불이 없어진 것 같다.
뒤에서 리지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주환도 멍하니 눈앞을 보았다. 화려하게 타오르던 불이 모두 사라졌다. 울타리 나무도 순식간에 재가 된 것 같다. 주환 자신이 원하던 길이보다 훨씬 길게, 시야에 보이는 거의 모든 울타리의 불이 죽어있었다.
마부석 틈 사이로 지켜보던 도로시가 실망한 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 없어졌다. 아빠한테서 큰불 나오는 줄 알았는데.”
“….”
아이는 화려한 걸 좋아하지. 주환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다,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힘을 너무 많이 썼나 보다. 순간적으로 아찔해졌다.
“주환!”
리지가 얼굴색이 변해 달려왔다. 얼른 주환의 옆구리 밑으로 들어와 부축하려고 했지만 체격 차이가 너무 크다.
함께 기우뚱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지면서도 순간적으로 그녀를 당겨 자신의 몸 위에 올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등이 바닥에 박혔다. 먼지가 올라와 코가 간질해졌다.
“하아.”
주환은 배 위에 올라와 있는 리지의 몸을 한 팔로 안고 숨을 삼켰다. 만일 그녀가 자신의 몸 밑에 깔렸으면…. 끔찍한 상상에 얼굴이 파래졌다.
“주환, 주환, 괜찮아? 괜찮아요?”
리지가 그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당황해서 손으로 얼굴과 몸, 머리를 만진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다. 잠시 쉬면 괜찮다. 주환은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하늘을 바라보자 시야가 노랗게 되어 있었다. 아아, 조금 많이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내리던 눈송이는 어느새 멈춰져 있었다.
***
아빠가 쓰러졌다. 불이 없어져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엄마까지 쓰러졌어. 마부석 틈으로 그 모습을 보던 도로시는 벌떡 일어섰다.
“큰일이야, 오즈.”
도로시는 허둥지둥 달려가 두 손으로 마차 문을 밀었다. 조금 무겁다. 하지만 괜찮아. 오즈가 있으니까.
“오즈!”
가라!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오즈가 더 빨랐다. 오즈는 마차 안쪽에서 다다다다 달려오더니 도로시의 머리를 살짝 밟고 마차 문을 발로 때렸다.
탕!
“….”
안 열리잖아.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도로시가 나서야 해. 도로시는 다시 두 손으로 문을 밀었다. 오즈가 다시 한번 도로시 머리 위로 뛰어올라 문을 때렸다.
탕!
“….”
그래도 안 열린다. 어쩌지. 이러다 아빠가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해. 당황해서 문을 탕탕 때리는데 밖에서 덜컥,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리지 엄마가 깜짝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도로시, 괜찮니?”
“….우…으….”
갑자기 울음소리가 나왔다. 아주 잠깐 무서웠다. 혼자 마차 안에 있는 것도, 아빠가 쓰러진 것도 무서웠어.
“우엥.”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자, 엄마가 도로시를 안았다.
“미안, 도로시. 마차가 이동할 때 문이 열리면 안 되니까 잠깐 문을 잠갔어. 혹시 고블린이나 나쁜 사람이 나타나면 얼른 도망가야 하니까. 그때 문이 열려서 네가 떨어지면 안 되잖아. 미안, 많이 무서웠어?”
“안 무서웠어!”
무서웠던 게 아니다. 도로시는 용감하니까 안 무서워. 단지 잠깐 걱정했던 것뿐이다. 엄마 아빠는 도로시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게다가 땅바닥은 춥기 때문에 빨리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걱정했던 것뿐이야.
리지 엄마는 도로시를 안고 허둥지둥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는 아까 누워있었지만 벌써 일어나 앉아 있었다. 얼굴이 파래. 이상하다. 겁이 덜컥 났다.
“아빠, 괜찮아?”
도로시가 아래에서 얼굴을 올려다보자, 아빠가 웃었다.
“괜찮아.”
아빠는 눈을 감았다가 잠시 뒤에 뜨더니 [영차]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가끔 아빠가 혼자만 알아듣는 말을 할 때랑 비슷한 말인 것 같다.
아빠가 조금 느리게 마차로 걸어갔다. 어쩐지 비틀거리는 것 같아. 걱정이다.
보통 때는 아빠가 도로시를 마차에 올려주지만, 오늘은 엄마가 안았다. 아빠가 도로시 허리를 잡으려고 하니까 엄마가 화를 냈어. 쉬어야 한다고.
‘엄마도 화내는구나.’
조금 놀랐다. 그리고…엄마가 맞을까봐 주먹이 꽉 쥐어졌다. 하지만 아빠는 화내지 않았다.
두 번째 엄마가 화내면 예전의 아버지는 정말 미친 것처럼 화를 냈는데.
그런데 아빠는 그냥 웃는다.
‘이상하다.’
마차 안에 눕는 건 아빠가 싫다고 말했기 때문에, 결국 엄마랑 아빠가 모두 앞자리에 앉기로 했다. 그런데 도로시는 마차 안에 들어가래.
“싫어! 도로시 혼자 도토리는 싫어!”
도로시 혼자는 싫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엄마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도로시, 도토리가 아니라 외톨이야.”
“….”
아빠가 웃기 시작했다. 엄마도 웃는다. 조금 이상하지만, 왠지 도로시도 웃음이 나왔다.
마부석에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가기로 했다. 아, 아니다. 엄마 아빠랑 도로시, 그리고 오즈랑 토토. 모두 다섯 명이다.
하지만 역시, 외톨이보다는 도토리가 더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도토리.
혼자 산에 떨어져 있으니까 굉장히 외롭잖아. 예전에 산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도토리처럼 도로시도 외롭다고.
그때의 그 도토리는 아직도 혼자 있을까. 이제 도로시는 엄마 아빠가 생겨서 안 외로운데.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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