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5)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45화(45/235)
#045 산타가 왜 여기에 있어!
말은 자동차와는 다르다. 살아있는 동물이다. 당연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몰랐다. 말은 먹고 싸고 쉬어야 하는 거였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먹고, 걸어가면서 대변을 본다. 둥글둥글하고 커다란 놈으로.
“….”
주환은 눈을 돌렸다. 멀리 산이 보였다. 한국의 산은 삼각형에 가깝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언덕이 연이어 있는 것과 비슷했다. 완만하다.
“아빠, 왜 다른 데 봐?”
“….”
도로시의 눈이 반짝반짝하다. 바로 앞에서 말이 똥 싸며 걷고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주환, 당신은 정말 이상해요.”
리지가 작은 소리로 웃었다. 살아있는 말에 서툰 주환의 모습이 이상한 모양이다.
주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리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산에서 살 때보다 훨씬 생기가 돌았다. 마을을 나온 뒤로, 그녀는 파닥파닥 날갯짓하는 작은 새 같다. 계속해서 똑같은 풍경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매번 새로워하고 감탄했다.
마을이나 산속 오두막도, 지금 지나가는 이 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저 자연이 시야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펼쳐 있을 뿐이다. 한데 뭐가 그리 새롭고 즐거운 걸까?
리지 뿐 아니라 도로시까지 덩달아 들떠 있다.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저기에 새가 있네, 그쪽에는 나무가, 여기에는 눈이 있네, 하며 떠들어댔다.
문득 리지가 그를 보았다. 방긋 웃는다. 차가운 공기속으로 따뜻한 입김을 뿜으며 리지가 말했다.
“너무 즐거워. 나, 이쪽에 팔려올 때를 빼면, 마을에서 나온 거 처음이에요.”
“….”
그렇군. 이 두 사람은 계속 한곳에 매여 살고 있었지. 매일 보던 풍경이라 해도, 지금 두 사람의 눈에 비쳐지고 있는 세상은 난생 처음 보는 소풍길 같은 것이다.
겨우 안정을 찾기 시작한 집을 떠나,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그것을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고마워졌다. 두 사람이 지금의 상황에 뭔가 기쁘고 기대할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주환은 팔을 펼쳐 리지의 어깨를 안았다. 가운데 낀 도로시가 꼼지락거리며 웃는다. 아이 무릎에 앉혀둔 오즈와 인형 토토가 약간 찌그러든 것처럼 보였다.
행복하게 해줄게. 행복해지자. 그런 마음을 담아, 두 사람을 한꺼번에 꼭 안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주환은 자신이 생각보다 동물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을에서는 마차를 오래 움직일 일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주환보다는 오히려 리지가 말을 더 잘 다룬다.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말은 겁이 매우 많다고 하니까.
마차는 리지와 주환이 교대로 몰았지만, 결국 조금씩 리지가 고삐 잡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걸 기뻐하며 몰래 해쭉해쭉 웃는 리지가 귀여웠다.
주환으로서는 그녀가 힘들지 않게 일을 줄여주고 싶은데, 당사자의 마음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 그것이 기쁜 모양이다.
주환은 고삐를 흔드는 리지의 모습을 보다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단어와 상황을 유추하고, 머릿속에서 이 세계의 언어를 끊임없이 돌려본다. 기본적인 문장 구조와 자주 사용하는 단어만 익히면 생활 속에서 못 알아듣는 말은 거의 없어진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 정말 열심히 했어. 머리가 다 타 재가 되어 버릴 정도로 열심이었다. 이렇게 미친듯이 언어 공부를 하게 되다니, 과거의 자신에게 말하면 절대로 믿지 않을 거다. 이제 어떤 나라, 어떤 세계의 언어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천재가 된 것 같아.
한동안 달리던 마차를 리지가 멈췄다.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어.”
“리지, 왜 그래?”
주환의 물음에 리지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울상이 되어 대답했다.
“길을…잃어버린 것 같아요. 도착할 시간이 한참 넘은 것 같은데.”
“엄마! 정말이야? 큰일 났잖아!”
도로시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소리쳤다.
그들은 마을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다는 도시를 향하고 있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마을이라고 들었지만, 정기 마차와 가게도 여럿 있고, 제법 큰 모양이다.
목적지는 거기에 있다는 길드의 지점이었다.
마을에서 모험가가 한 말을 리지가 알려 주었는데, 마법사는 귀족의 눈에 띄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강제로 구속되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그전에 길드에 모험가로 등록하면 귀족도 함부로 손을 못 대니, 당장 등록하는 게 좋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그 길을 알고 있는 리지가 안내를 맡았지만, 이 세계의 길은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다. 가다 보면 끊기거나 나뉘는 경우도 있고, 바큇자국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 중간 어딘가에서 잘못된 길에 접어든 거겠지.
얼굴이 하얗게 된 리지와 도로시의 모습이 재미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아니, 괜찮으니까. 잠시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도 늪에 빠지거나 영원히 못 돌아가는 게 아니야.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리지와 도로시가 입을 모아 말했다.
“너무 해요.”
“아빠, 큰일이란 말이야! 길 잃어버렸는데. 우리 길 잃어버렸어!”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 두 사람에게, 주환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급할 것 없으니까. 천천히 가. 누가 지켜보는 게 아니잖아. 명령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우리 마음, 하고 싶은 대로야.”
여행하는 것처럼 다니면 된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되돌아가고, 어쩌다 마을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밤이 되면 모닥불 앞에서 하룻밤 지내면 되지.
그렇게 말하자, 리지가 약간 놀란 것처럼 눈을 껌벅껌벅했다. 삶에 얽매어 살아온 그녀에게는 주환의 말이 굉장히 의외였던 것 같다.
그날은 그곳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벌써 하늘에는 빨갛게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돌아가면서 길을 살펴도 금방 밤이다. 캄캄한 가운데서 길도 모르는 채 마차를 운행할 수는 없는 일이니, 어딘가 길거리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느긋하게 피곤을 푸는 게 낫겠지 싶었다.
딱히 산이 아니라도 이 세계는 대부분 들판과 황무지,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근처에는 적어도, 조금만 사람 없는 곳으로 나가면 손에 잡히는 게 땔감이었다.
주환은 근처를 돌아다니며 키 작은 나무를 두 그루 베어 왔다. 어린 나무의 몸은 주환의 손아귀에 딱 들어올 만큼 얇다. 그래도 하룻밤 불을 때우기에는 적당할 것이다.
툭툭, 주환은 나무를 잘라 모으고 불을 피웠다. 그의 마법은 이럴 때 편리하다. 힘들게 불씨를 키울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생나무에도 금방 불이 붙는다. 순식간에 타오른 모닥불에서, 희뿌연 연기가 출렁출렁 춤추듯 하늘로 올라갔다.
모닥불 가까이 마차를 세워 두고 돌덩이를 모아 만든 화덕에 솥을 올렸다. 리지가 챙겨온 것이다.
퐁당퐁당 솥 안으로 고기와 소금이 들어가고, 밀가루도 약간 넣었다. 가끔 리지가 커다란 주걱으로 휘휘 저었다. 보글보글 끓으면서 향기가 퍼지자, 가족 모두의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도로시는 모닥불 앞에 찰싹 붙어서 솥만 쳐다보았다. 어지간히 배가 고픈지 침이 입가에 주룩 내려와 있었다.
불을 둘러싸 앉은 채 저녁을 먹은 뒤에는 마차 뒤에 얕은 웅덩이를 팠다. 화장실이다.
주환이야 멀리 가서 아무 데나 볼일을 봐도 상관없지만 리지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밤이 될 때까지 한 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도로시만 몇 번 볼일을 보았을 뿐이다.
그 뒤에도 한동안 리지는 화장실을 참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정말 급해지자, 리지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주환에게 말을 걸었다.
“저, 부탁이니까, 조금만 멀리 가주세요.”
흠, 진작 말했어도 되었을 텐데. 주환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잠시 몸을 피했다. 물론 두 사람이 보이는 거리에서였지만.
그 뒤에는 온 가족이 모닥불 앞에 앉았다.
도로시는 주환의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오즈는 그 위에 엎드려 누웠다. 토끼 인형 토토는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리지 무릎에 올라갔다.
주환과 리지는 나란히 앉아 원단 하나를 같이 어깨에 덮었다. 행복하다. 단지 서로의 몸이 약간 닿아있을 뿐인데 마음속이 따뜻한 걸로 가득 찼다.
문득 리지가 중얼거렸다.
“나, 행복해요.”
캄캄해진 공간 너머 멀리서 밤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늑대가 길게 운다.
왜인지 마지막에 보았던 거스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가 적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짧은 시간이지만 그를 좋아했다. 마음에 있었어.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약간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주환은 머리를 기울였다. 낮은 높이의 리지 머리카락에 가만히 입술을 댄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행복해.”
리지가 가만히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왔다.
점점 빛이 사라지던 거스의 눈동자가, 머릿속에서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
목적했던 마을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정오 무렵이었다.
마부석 가운데에 앉아있던 도로시가 마을의 외벽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벽이다!”
“도로시, 앉아있어야지!”
리지가 당황해서 아이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아이가 흥분할만하다. 이전에 살던 마을의 허술한 나무벽과 달리, 이번 마을은 견고하게 만든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근처에 돌을 조달할 만한 곳이 있는지, 상당히 벽이 높다.
마을 너머 멀리로는 완만하게 올라간 숲이 보였다. 마을의 일부가 숲에 닿아 있는 것 같다.
입구의 커다란 문은, 두꺼운 나무를 잘라 쇠를 댄 것이었다. 별다른 장식은 없지만 튼튼해 보였다.
문에는 문지기가 한 명 서 있었다. 옷차림은 평민과 다를 바 없다. 정규 병사는 아닌 것 같은데,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다.
입구에 사람이 한 명도 서있지 않았던 이전 마을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이렇게 큰 마을을 처음 보는 도로시가 흥분해서 몸을 들썩거렸다.
“저 봐! 벽이 엄청나게 높아. 오즈! 뛰어넘을 수 있겠어? 도로시는 할 수 있어. 도로시는 용감하니까.”
왜인지 도로시는 오즈와 벽을 넘는 걸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서 오즈 몫까지 말하는 거지만.
주환의 가슴 한쪽도 약간 술렁거렸다. 진짜 판타지를 만난 것 같다. 마법사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실감 났다. 맙소사, 나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거잖아, 그런 느낌이다.
마침 모험가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가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목에 걸고 있던 뭔가를 보이자, 문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한무더기가 되어 마을 안으로 걸어갔다.
주환은 마부석 가장자리로 이동하며 리지에게 시선을 주었다. 조금 전까지는 주환이 마차를 몰았다. 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면 리지가 하는 게 더 좋을 거다. 서툴게 마차를 몰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주환이 고삐를 넘기자, 리지가 약간 굳은 얼굴로 받았다. 낯선 곳이라 긴장한 모양이다.
마차가 서서히 문으로 다가간다. 주환은 문지기 앞에 이르자 훌쩍 내렸다. 문지기가 주환과 마차를 주욱 훑어보았다.
“이 마을은 처음인가요?”
“그래요. 처음입니다.”
“혹시 ##을 ##할 만한 건 있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 마부석의 리지를 보자, 작은 소리로 그녀가 설명했다. 신분 증명을 원하는 모양이다.
주환이 당황하여 없다고 고개를 젓자, 문지기는 손등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주환이 손을 내밀자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리지와 도로시의 손도 확인했다.
‘아, 그렇군. 노예 낙인을 확인하는구나.’
노예 낙인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 리지가 말했었지.
이렇게 마을과 도시마다 모두 확인한다면 노예는 어디에도 가지 못할 거다.
자신이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얼마나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었는지 알고, 뒤늦게 가슴이 섬뜩해졌다.
산타 그놈, 정말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워졌다. 리지와 도로시를 만난 건 우연이고, 그냥 적당히 아무 데나 보낸 거 아니야?
문지기가 약간 수상하다는 듯이 주환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를 아직 내지 않았으면 서둘러 내거나 길드에 가입하는 게 좋을 거요. 잘못해서 ###이 왔을 때 걸리면 골치 아파요. 우리 마을은 오가는 상인들이 많아서 ## ###이 가끔 오니까.”
리지가 옆에서 문지기가 한 말을 설명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인두세 얘기였다. 이 마을은 근방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 오가는 사람도, 상인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영주가 보내는 세금 조사관이 자주 오는 것 같다.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주환은 문지기에게 길드가 있는 방향을 물어보고 마차에 올라탔다. 리지가 마차를 몰면서 인두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마을뿐 아니라, 영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16세가 되면 인두세를 매년 내야 한다.
먼저 살고 있었던 마을처럼 외진 곳은 촌장이 미리 걷어 두었다 조사관이 왔을 때 내는 모양이다.
가까운 마을에 다닐 때에는 특별히 증명서를 지닐 필요가 없지만, 먼 곳으로 이동할 때에는 촌장이 써주는 증명서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특별한 양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사는 마을과 발행한 사람, 인두세를 냈는지에 대한 여부, 나이와 외모 같은 걸 적어준다.
하지만 그런 걸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같은 영지 안에서는 세금 조사관에게 잡히더라도 시간이 걸릴 뿐 증명이 가능하고, 잘 잡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문지기의 말은, 주환 얼굴이 조금 낯설어서 그런 것 같아요.”
리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가만히 그의 얼굴을 보았다. 동양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얼굴의 조형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걱정해 준 걸까.
마차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점차 건물이 많아졌다. 이전 마을과는 확실히 다르다. 사람이 제법 많았다.
도로시가 마부석에서 고개를 길게 빼고 바닥을 보았다.
“엄마, 아빠! 바닥에 돌이 있어. 돌바닥이야! 엄청나! 끝장이다!”
마을의 중앙은 자잘한 돌을 깔아 예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이 도로시의 눈에는 굉장히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다. 바닥을 내려다보느라 엉덩이가 반쯤은 허공에 떠 있었다.
아이의 머리는 몸에 비해 크다. 잘못하면 머리 무게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주환은 한 팔을 내밀어 아이의 배와 가슴 중간에 갖다 댔다.
하지만 아이라는 게 정말 가만있지 않는다. 이번에는 머리를 번쩍 들더니 의자 위에 올라가 섰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마부석 위에서 아이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신이 잡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열 번은 떨어졌을 거다. 정말, 앞날이 걱정이다. 눈 떼면 큰일 날 것 같아.
도로시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눈을 크게 뜨더니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킨다.
“아빠! 저기에 빨간 할아버지 있어.”
그래, 그래, 할아버지가 빨갛지. 주환은 아이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빨개진 주정뱅이라도 본 걸까.
아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본 주환의 얼굴이 굳었다. 아이가 말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2층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이었다.
간판에는 “모험가 길드”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의 얼굴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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