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8)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48화(48/235)
#048 부자가 됐어. 맙소사
“3급이야, 3급! 멍하니 있지 말고 등록부터 해!”
길드 마스터가 여전히 바닥에 누운 채로 소리치자, 길드원이 허둥지둥 접수대로 돌아갔다.
길드원이 접수대 밑을 뒤적이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당황한 얼굴에 다시 미소를 띠었다.
“저희 길드는 작은 마을에 있는 지점이다 보니, 등록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 3급입니다. 그 위는 큰 도시나 왕도에 가서 해야 돼요.”
길드원이, 본래는 6급으로 등록한 뒤 서서히 등급을 올려가는 거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치유능력이라면, 지금 당장 2급부터 가능합니다. 두 가지 속성의 마법사는 굉장히 희귀하지요. 물론 아이 말을 듣는 마수도 희귀, 아니 마수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아이도 귀합니다. 마수라는 것들의 기본은 말을 들어먹지 않는 거니까요.”
아이가 마수를 길들였다기보다는 마수가 똑똑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주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길드원이 입술을 끝까지 들어 올려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서 일단 3급으로 등록하시면 저희가 곧바로 본점으로 서류를 올리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큰 도시로 갔을 때 언제든 2급이 될 수 있어요.”
길드원이 뭔가 더 설명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커다란 얼굴이 불쑥 접수대 위로 올라왔다.
“등록부터.”
마스터다. 여전히 아픈 것 같다.
마스터는 접수대에 턱을 대고 길드원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말은 나중에 하고, 등록.”
그러고 보니 오즈에게 물린 부위는 아직 치료하지 않았다. 머리에 불붙은 게 더 큰일이라 거기까지 신경이 돌지 않았어.
마스터는 목뒤에서 피가 흘러 옷이 붉은색으로 젖어 있었다. 어지간히 야무지게 물어뜯긴 것 같다.
슬쩍 주환이 마스터의 목에 손을 대고 마력을 보내자, 도로시가 힐끔 눈치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빠, 오즈 잘못한 거야?”
“….”
글쎄, 이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마스터는 해칠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크니까.
마스터가 입을 작게 하고 웃으며, 주환 대신 대답했다.
“아니, 꼬마야. 이건 마수가 잘한 거다. 그 녀석은 주인을 지켰어. 혼내서는 안 되지. 게다가 네가 그만두라고 말하자마자 곧바로 그만뒀잖니. 그 마수는 뛰어난 놈이다. 그리고 너는 자라나는 새싹 나무야!”
도로시의 얼굴이 환해졌다.
“응! 도로시는 새싹 나무야.”
아니, 새싹 나무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아마…. 지구와 다른 세계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새싹은 새싹이고 나무는 나무지.
하지만 덕분에 도로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얼굴이 밝아졌어.
아무리 주환이 강하고 사람들이 덤비지 않아도, 주변의 분위기는 아이를 불안하게 했던 모양이다.
도로시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죄책감을 느꼈을 거다.
그걸 마스터가 단숨에 날려줬다.
정작 당한 사람이 웃어버리면, 그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용서받는 기분이 되는 거지.
주환은 마스터에게 시선을 주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라고 소리 없이 말하자 마스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길드원이 종이에 기입을 모두 끝낸 모양이다. 종이 한 장을 주환 앞으로 쑥 내밀었다.
“여기에 파티원의 이름을 적으시고, 모두 피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주세요. 6급은 평범한 종이를 사용하지만 3급은 마법이 걸린 걸 쓰지요. 아, 피는 이걸로 찔러서 내시면 됩니다. 가끔 칼로 그어서 피투성이로 만드는 분이 있어서 준비해뒀습니다. 모험가는 아무래도 손이 거친 사람이 많으니까요.”
길드원이 내민 건 나무에 짧은 바늘을 붙여 놓은 것이다.
‘분명히 소독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
주환은 손끝에 불을 조금 내, 바늘을 살짝 그을렸다. 파상풍에 걸릴지도 모르는데, 여기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걸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제일 위에는 3급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으로 파티명과 구성원을 기입하는 란이 있다.
그 아래로는 길드에 가입한 회원이 지켜야 할 규칙이 적혀 있었다. 그리 많지는 않다. 간단한 편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길드원이 손수 적은 것이다. 미리 적어 놓으면 편할 텐데, 아니, 어쩌면 6급 정도는 미리 적어놓는데 3급은 드물어서 미리 기입해 놓은 게 없었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주환이 할 일은 파티명과 구성원을 적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귀퉁이에도 작게 “3”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문자를 모르시면 말씀해 주세요.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 오는 모험가 대부분이 글을 모르니까요. 당연히 저희가 대신 써드리기도 하고, 따로 읽어주고 글 써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돈을 받지만요.”
“서툴지만,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에엑!”
주환의 말에 길드원이 화들짝 놀랐다.
“정말, 여러 가지로 생각과 다른 분이군요.”
“….”
“저희 마스터는 아직도 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툰데요. 물론 공부하고는 있지만요. 하아, 그래서 마스터의 서류작업은 모두 제가 하고 있어요. 정말 미치겠습니다.”
길드원의 말에 마스터가 캇캇 웃었다.
“그래서 네놈은 돈을 더 받아 가잖아. 그 말 많은 입도 그대로 두고.”
“뭐, 그건 그렇지요. 전의 직장에서는 말이 많다고 쫓겨났으니까요.”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주환은 리지와 도로시를 보았다.
“파티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리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방긋 웃었다.
“도로시와 오즈, 어때요?”
아, 그거 괜찮다.
도로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품에 안고 있던 오즈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도로시와 오즈야! 알겠어? 우리는 새싹 나무라 그런 거라구.”
도로시가 하는 말은 종종 앞뒤를 전혀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돼서 결론이 그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주환은 파티와 세 명의 이름을 적고 손가락에 피를 내 종이에 떨어뜨렸다.
마법 종이라 했으니 빛이 날 텐데,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리지가 곁으로 와서 얼굴을 약간 찡그리더니 손가락을 내밀었다.
핀에 찔리는 게 조금 무서운 것 같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더니 간신히 꾹 눌렀다.
피 묻은 토끼가죽과 몸통은 아무렇지도 않게 뚝뚝 자르면서, 이 작은 바늘이 무섭다니. 왠지 우스우면서 귀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로시 차례가 되었는데….
“…으…아…안 돼…도로시는 피 없어…도로시 손가락에는 피 없어요…정말이야…도로시는 피 없어….”
바늘로 찌르는 게 굉장히 무서웠던 것 같다. 애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 있었다.
“도로시, 아주 잠깐이야. 하나도 안 아파.”
바로 전까지 몇 번이나 주저하며 바늘에 손가락을 찌르지 못했던 리지가, 이번에는 도로시를 설득한다.
길드원이 주환에게 눈짓을 했다. 바늘을 들어보이며 아이 손을 가져오는 시늉을 한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주환은 살짝 한숨을 쉬고 도로시 손을 잡았다.
“…우엥…도로시 피 없는데…피 한 개도 없는데…우에에에엥….”
아이가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머리를 세게 흔들며 어떻게든 손을 빼내려고 한다.
주환은 아이 손을 잡아 길드원 쪽으로 약간 내민 채, 리지와 함께 아이를 달랬다.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열심히 이런저런 말을 한다.
그래도 도로시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어지간히 무서운 모양이다.
“됐습니다. 다 끝났어요.”
아이가 계속해서 우는 동안, 길드원이 바늘을 찔러 피를 한 방울 냈다.
도로시는 자신이 찔린지도 몰랐던 것 같다.
계속해서 우엥 우엥 울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손가락을 보았다.
도로시의 피가 종이에 톡 떨어져 번지자, 조금 전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던 종이가 갑자기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에…에…어….”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새 그쳤다.
“…종이가 빛나!”
“전에도 본 적은 있는데, 볼 때마다 신기해요.”
도로시와 리지가 뚫어지게 종이를 쳐다보았다. 마법 종이에 어렸던 빛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후후후. 이건 다른 마법 종이보다도 조금 비싸답니다. 보통은 한 명의 계약만 가능하게 되어 있죠. 이건 세 명이 계약할 수 있는 거예요. 일단 한 번 마법이 발동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위조할 수 없습니다.”
종이 귀퉁이에 적혀 있었던 숫자 3은 계약 가능한 인원수였던 것 같다. 2명짜리, 3명짜리, 그런 식으로 마법 종이를 만들어 둔 모양이다.
“자, 계약은 이걸로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부터 모험가가 됐어요.”
아직 눈물자국이 붙어 있는 도로시가 주섬주섬 앞주머니 속을 뒤지더니 토끼 인형 토토를 꺼냈다.
길드원에게 그걸 내밀면서 훌쩍훌쩍 말한다.
“토토도 파티 해주세요.”
“…그…인형 말이니?”
“토토에요. 도로시랑 오즈랑 토토는 한 몸이야. 항상 같이에요. 안 그러면 도토리 되니까.”
“….”
길드원이 피식 웃더니 종이에 뭔가 적는 시늉을 하고 도로시에게 말했다.
“그래, 등록했다. 토토도 앞으로 같은 파티야.”
도로시가 슬픈 듯이 고개를 떨구었다. 토토를 꽉 끌어안으며 작게 말한다.
“…거짓말. 저 아저씨 거짓말했다. 안 썼는데. 거짓말은 정말 나쁜 거야, 토토.”
도로시의 얼굴이 굉장히 슬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가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길드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주환과 리지를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주환과 리지가 거의 동시에 길드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한바탕 난리였는데, 아이가 얼토당토않은 소리까지 하다니 정말 미안해졌다. 직장인이라는 게 정말 스트레스 많이 쌓이는 거지. 돈 버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주환은 슬픔에 가득한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파티 등록,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길드원이 목걸이 세 개를 접수대 위에 올려놓았다.
앞면에 산타 얼굴이, 뒷면에는 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나무패가 달려 있었다.
아마 이것이 모험가라는 증표인 모양이다.
“이건 항상 걸고 다니세요. 신분증명서를 대신해줍니다.”
“그, 이 할아버지 얼굴은 뭡니까?”
“아, 산타 말입니까? 설마, 산타 모르세요?”
“….”
길드원이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산타는 우리 모험가 길드의 ##신입니다. 모험가 모두의 ##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실제로는 신과 마수의 중간쯤이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설마 산타를 싫어하는 지방에서 오신 건 아니지요? 아, 그러면 간판을 보고 아예 안 들어왔으려나.”
“….”
문맥을 보면, 아무래도 산타가 수호신이라는 말인 것 같다.
설마, 산타는 인간이 아니었나?
허긴, 인간이 한 사람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보낼 수 있을 리 없지.
하지만 동시에 마수 취급도 당하는 것 같고,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주환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매입 창구의 길드원이 가까이 다가왔다.
토끼털 감정이 모두 끝난 모양이다.
매입 길드원이 싱글벙글 웃으며 납작한 네모 접시에 들어있는 돈을 내밀었다.
“토끼털이 모두 7장이더군요. 요즘 상급 시세가 한 장 당 6은화인데, 상태가 매우 좋아서 7은화로 계산했습니다. 에, 그래서 모두 49은화 되겠습니다. 어떻게 지급해 드릴까요? 금화 2개와 은화 9개로 드릴 수도 있고, 모두 은화로 드리거나, 리나와 섞어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옆에서 접수했던 길드원이 끼어들었다.
“길드에 ##를 여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 잔액을 표기한 증서를 가지고 다른 지점으로 가도 돈을 내드리니까요. 직접 돈을 들고 다니는 분도 많지만, 위험하잖아요. 아, 증서를 위조하는 건 중죄이니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은행 역할도 하는 모양이다. 아마 못 알아들은 단어는 계좌를 뜻하는 걸 거다. 주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드원을 보았다.
“다른 지점에도 계좌 내역은 공유됩니까? 만일 그러면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아, 본인인지 확인은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런 걸 물어보시는 분은 처음입니다. 대부분 그냥 증서랑 돈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면 끝이지요. 정말 여러 가지로 예상을 배반하는 분이시군요.”
길드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 정도도 모르고 계좌를 열 수는 없는 일 아닐까.
어쨌듯 설명을 들어 보니,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은행과 비슷한 시스템인 것 같다.
정기적으로 명단이 오가기 때문에, 모험가에 대한 사항과 계좌의 잔액이 전 지점에 시간차를 두고 공유된다고 했다.
본인인지의 확인은, 계좌를 만들 때 마법을 부여해 만든 목걸이로 알 수 있다.
잃어버리면 보통은 다시 계좌를 연 지점까지 와서 새로 목걸이를 만들어야 한다.
가입하는 지점에서는 거의 모든 상황을 상세하게 적어놓는다고, 길드원이 설명했다.
가입하는 모험가의 모습, 무기, 계좌 주인의 생김새 등, 그런 걸 적어두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서류로 대조한다.
“저희 모험가 길드는 역사가 길지요. 이런저런 일에 모두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걱정은 붙들어매셔도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로 사고가 많았다는 이야기겠지. 주환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환은 파티명으로 계좌를 열어 은화 30개는 길드에 넣어두었다.
그 때문에 계좌용 목걸이가 한 개 더 생겼다. 피는 리더 한 사람만 묻히면 된다.
‘다행이다.’
또다시 도로시가 피 때문에 울고불고 한다고 생각하면,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주환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길드원이 피식 웃었다.
“아, 그리고 내일, 아니 모레 다시 와주세요. 원래 처음 등록하면 한 단계 위인 5급 모험가가 한 달 정도 함께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 기간 동안 모험가로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는 거지요. 무기 같은 게 아니라 생활면입니다. 여러분은 곧바로 3급이 됐지만, 어쨌든 모험가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건 좀 익히셔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주환은 대답하고 리지를 보았다.
아까부터 리지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왠지 얼굴색이 하얗고 동작도, 표정도 뻣뻣한 게 꼭 로봇 같았다.
피곤해서 그런 걸까. 조금 걱정이다. 빨리 나가서 숙소를 잡고 쉬게 해야지, 잘못하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려고 몸을 돌리려는 주환에게, 길드원이 동물용의 작은 목걸이를 한 개 내밀었다.
“이건 서비스예요. 조련 중인 마수는 목걸이를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토벌당해도 할 말이 없지요. 꼭 목걸이를 해주세요.”
그 자리에서 오즈에게 목걸이를 채웠다. 토토를 파티로 등록하지 못해서 슬픔에 잠겨있던 도로시가 다시 생생해졌다.
“오즈, 멋지다! 나도 목걸이 하고 싶어. 이런 거 말고 그런 멋진 목걸이!”
도로시는 산타 목걸이보다는 마수용 가죽 목걸이가 더 마음에 든 것 같다.
모레 다시 길드로 오기로 약속한 뒤, 주환은 리지의 어깨를 안고 몸을 돌렸다.
길드 안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모험가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동료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눈 마주치면 안 돼, 그러면 불 날아온다.”
안 그러거든요. 무슨 미친놈도 아니고.
주환은 살짝 한숨을 쉬고, 가족과 함께 길드를 나왔다.
리지는 다시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걱정이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주환이 걸음을 멈추고 리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눈을 천천히 깜박이더니 문득 그녀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주환! 우리 부자가 됐어요.”
“….”
뭐야, 단지 돈이 생겨서 놀랐던 것뿐인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리지,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돈을 벌게 될 거야.”
“…맙소사.”
리지가 눈을 깜박이더니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천천히 얼굴에 표정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양볼이 빨갛게 된 리지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부자가 됐어.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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