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0)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0화(50/235)
#050 여성 모험가
리지는 들고 있던 돈주머니를 품에 꼭 안았다.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 긴 복도를 지나간다. 여주인이 안내해 준 것은, 그 끝에 있는 방이었다.
침대가 두 개 있는 방 중에서는 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곳이라고 했다. 아이가 있기에 좋다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 두 개가 양쪽 벽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낮인데도 방은 조금 어두컴컴했다.
구석 벽에는 작은 나무 선반이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에 개인 짐을 놓는 모양이다.
정면에 나무 덧창이 달린,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창은 작았지만,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위치였다. 한쪽 문이 열린 나무 창 너머로, 멀리 떨어진 종탑이 보였다.
“중요한 물건은 방에 놓지 말아요. 열쇠 같은 건 없으니까. 잘 때는 안쪽에 있는 걸쇠를 걸고 자면 되구요.”
여주인이 입구에 선 채 말했다.
문은 나무 막대를 걸어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걸쇠로 사용하는 나무 막대는 문에 줄로 매달려 있었다.
“식사는 1층에서 해요. 잠시 뒤에 내려오면 됩니다. 고기가 든 스튜와 빵이 주메뉴죠. 그 외에 한 가지 정도 더 나오는데 자주 바뀝니다. 오늘은 청어 구이에요. 맥주도 있어요. 와인은 추가로 돈을 내야 하구요.”
여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리지의 어깨를 툭툭 쳤다.
“힘내요. 우리 남편도 모험가라서 예전에는 집을 자주 비웠죠. 여기라면 여자 혼자라도 좀 덜 위험해요. 내가 있으니까. 하지만 항상 조심하는 게 좋아요. 나쁜 놈은 어디에나 있거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구요.”
여주인은 리지와 도로시가 여관에서 혼자 지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리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가족이 모두 함께 다닐 거….”
문득 정말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들은 바가 없다.
주환을 올려다보자,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여주인을 보았다.
“같은 파티라서 항상 같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혹시 혼자 있게 되면 좀 부탁합니다.”
어느새 유창하게 된 말투로 남편이 말하자, 여주인이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다니려고요? 굉장히 드문데. 근데, 어떻게 하실래요? 한 달 치를 선불로 내시겠어요?”
“그렇게 하지요.”
주환이 여주인에게 대답한다. 리지는 품에 안고 있던 돈주머니를 주환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리지가 당황하자, 주환이 빙그레 웃었다.
“리지.”
직접 돈을 주라는 듯, 주환이 시선으로 힐끔 돈주머니와 여주인을 가리켰다.
‘정말 내가 하는 거야. 앞으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돈은 모두 내가 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묘해졌다. 남이 볼 때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자신이 직접 지불하다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리지는 주머니의 끈을 풀어 은화를 한 개 꺼냈다. 이렇게 큰돈을 한꺼번에 써버리다니,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은화를 든 손가락이 굉장히 무거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주저주저 손을 내민다.
여주인의 앞주머니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리지는 은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이고, 그렇게 아까운가.”
여주인이 큰 소리로 웃으며 방을 나갔다. 여주인의 모습 옆으로 소리 없이 웃고 있는 주환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모습은 그렇게나 이상해 보이는 걸까.
문이 닫히자, 방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언제나 시끄러운 도로시조차 이 방이 낯설어서인지 말이 없다.
주섬주섬, 다시 주머니의 끈을 둘둘 감아 묶은 뒤, 리지는 다시 한번 방을 빙 둘러보았다.
침대가 두 개 놓인 걸로 공간이 꽉 찰 만큼 작은방이다. 침대 사이의 공간은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남아있었다.
‘이런 방이 이틀에 1리나라니.’
새삼스럽게 다시 돈이 아까워졌다. 하지만…. 리지는 침대며, 바닥이며, 방을 찬찬히 다시 보았다. 낡았지만 잘 청소되어 있었다. 이상한 냄새도, 더러운 오물도 없었다.
지난번 이 마을에 들렀을 때, 리지는 팔려가는 신부였다.
그 당시에는 여관에서 자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자는 허름한 숙소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더럽고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하루에 딱 한 끼, 차갑게 식은 스튜를 한 그릇 먹었다. 상인이 먹다 남긴 스튜에 물을 부어 준 것이 그녀의 식사였다.
원래도 괜찮은 음식을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상인의 행동은 리지에게 심한 수치심을 주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비참한 기분이 되어 이 마을을 떠났다.
그때와 비교하면 놀랄 만큼 처지가 달라졌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졌다.
주환이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다음에는 더 좋은 방에 머물자.”
이 방이 초라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리지는 고개를 젓고, 작은 소리로 예전에 이 마을에 왔을 때의 일을 조금 이야기했다.
그때와 처지가 달라서 조금 낯설고 놀란 거라고, 이 방은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주환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그 상인 놈, 만나면 죽여버린다.”
굉장히 화가 난 것 같다. 주환의 팔에 바짝 힘이 실렸다.
잠시 방 이곳저곳을 서성이던 도로시가 타박타박 소리를 내며 창문으로 달려갔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대부분의 건물은 창문을 작게 만든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침대 위에 올라가 작은 창 너머를 보면서, 도로시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기에 뾰족한 게 있어. 이상하게 생겼다.”
도로시가 살던 마을에는 종탑이 없었다. 아이는 아마 종탑을 처음 보는 걸 거다.
“종탑이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종지기가 저기에서 종을 칠거야.”
리지가 말하자,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종이 뭐야?”
그렇구나. 도로시는 종을 본 적도 없으니까, 그게 뭔지도 모른다. 산속 오두막집에서 숨죽이고 살아온 도로시가 종을 알 기회는 없었다.
시간을 알리는 종이 뭔지 설명하는데 댕, 댕, 종탑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도로시가 종탑을 보고 소리쳤다.
“저게 종이야? 종이 움직인다! 막 몸을 흔들어!”
종이 내는 소리가 신기한 것 같다. 도로시가 귀에 손을 대고 종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새로운 걸 보고 신기해하는 아이와 자신의 모습이 겹친다. 마치 자신이 도로시가 된 것 같았다.
이제야 겨우 실감이 됐다.
변했어. 그녀의 삶은 이제 완전히 변했다.
리지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고 있었다.
“리지, 왜 그래?”
주환이 묻는다.
리지는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멘다.
지금까지 그녀는 많은 농가의 여자 중 한 명이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어머니가 해왔던 것처럼 물을 긷고, 밭일을 하고, 가축을 돌보거나 바느질을 했다. 그게 계속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내일, 다시 한 달 뒤까지 이어져갔다.
그러한 삶은 그대로 결혼해도 이어진다. 변하는 건 딸에서 아내가 된다는 점뿐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더해지는 만큼, 더욱 힘든 생활로 변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게 눈앞에 펼쳐졌다. 어머니나 언니 동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여관에 묵는 것도,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돈을 이렇게 많이 갖게 된 것도 처음이다. 애당초 은화를 본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매일 이렇게 새로운 걸 경험하게 될 거다. 처음이 자꾸만 생긴다. 매일 똑같은 집에서 자고 깨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걸 보게 될 거야. 남편과 매일 뭔가를 함께 하게 된다.
그게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 일인지, 주환에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아마 이 사람은 그걸 설명해도 잘 모를 거다.
리지는 두꺼운 남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응?”
주환이 약간 놀란 것처럼 어색하게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주환, 당신이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나를 받아주고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한껏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말하자, 주환이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리지, 나 잘생겼어?”
“…?”
무슨 말인지 몰라 얼굴을 들어 남편을 보았다. 주환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나, 전보다 멋있어졌나?”
“….”
미안하지만 그건 아닌데. 여전히 똑같은 얼굴이다. 약간 무섭게 생긴 얼굴 그대로였다.
자신이 한 말이 스스로 부끄러워진 것 같다. 주환이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미안. 잊어버려.”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남편이 귀엽다. 리지는 후후, 웃으며 다시 남편을 껴안았다.
“멋있어요, 주환. 언제나. 마을에서 가장 멋있었어. 지금 이 마을에서도 가장 멋있어요.”
“….”
남편의 귀에 이어 목까지 붉게 물들었다.
이 남자가 정말 좋다.
리지는 자기도 모르게 킥킥 웃고, 중얼거렸다.
“식사하러 내려가기 전까지 허리에 다는 돈주머니를 만들어야겠어요. 누가 은화를 훔쳐 가면 큰일이니까.”
그래,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 리지는 남편에게서 몸을 떼고 손바닥을 딱 마주친 뒤 가볍게 비볐다.
자, 남편과의 파티 요원으로서 첫 번째 일이다. 돈주머니를 만들자.
***
여관의 식사는 맛있었다.
리지와 도로시는 처음 한 숟갈을 입에 넣은 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먹기만 했다.
입을 열자마자 숟가락이 들어가고, 다시 입이 열리면 성급하게 뒤를 이어 음식이 밀어넣어졌다.
그렇게 열심히 음식을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던 모양이다. 정말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은 마을 구경을 할 예정이었지만, 리지와 도로시가 약간 열을 냈다. 고블린에게 놀라고, 쫓겨나듯 마을을 나오면서 생긴 피로가 이제야 나오는 모양이다. 덜컹거리는 마차에 시달린 탓도 컸을 거다.
치유 마법을 걸어서 열은 내렸지만 그날은 하루 종일 여관에서 뒹굴거리며 지냈다.
열이 없는데도 두 사람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불그스레했다. 리지와 도로시의 얼굴색이 다시 하얗게 될 때까지, 내색은 하지 않았어도 내내 불안했다.
뿔토끼 오즈에게도 매일 해온 것처럼 마력을 부어주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오즈는 상처가 나았는데도 여전히 주환에게 마력을 달라고 조른다.
마력을 주지 않으면 손가락을 잘근잘근 물거나 머리카락을 몽땅 씹어버릴 기세로 달라붙었다. 귀찮아서라도 마력을 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력을 주면 아주 가끔 이마의 피부 안쪽이 은은하게 빛났다.
오즈는 리지와 도로시가 잠이 든 뒤에 마력을 조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직 빛을 본 적이 없다. 나중에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왠지 장난치는 꼬마의 마음이 되어, 그날이 조금 기다려졌다.
*
길드에 가는 날, 주환은 조금 일찍 여관을 나왔다. 약속은 정오 무렵이지만, 약간 일찍 가서 이것저것 구경할 생각이었다.
첫날은 길드원의 수다만 듣다가 피의 난장판으로 끝나버린 느낌이어서, 제대로 길드 사무소 안을 살펴볼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리지와 도로시가 너무 들떴다. 마을 구경도 제대로 못했으니 한 번 휘 둘러보고 길드에 가는 것도 좋겠지.
여관이 있는 골목을 나와 중앙 광장까지 걷는 동안, 리지는 아이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도 허리에 찬 돈주머니는 앞쪽으로 돌려놓은 채 한 손으로 꼭 잡고 있다.
차마 말은 못 했지만 꼭 시골에서 갓 상경한 처녀 같다고 생각했다.
도로시는 오즈와 함께 골목대장처럼 뛰어다녔다. 이전의 마을에서 행상이 왔을 때는 소심하게 주환과 리지 앞에서만 움직이더니, 오즈가 있으면 천하무적이 된 느낌인 모양이다.
아이가 순식간에 눈에서 없어지곤 해서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그래도 잠자코 있을 수 있는 건 오즈를 믿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지만, 오즈가 함께라면 괜찮겠지 싶은 마음이 컸다.
골목의 끄트머리에서 마을 광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광장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상인, 모험가 차림의 사람들, 꽤나 복작거린다. 마을의 규모가 도시에 비하면 훨씬 작기 때문인지 더욱 사람이 많아 보였다.
도로시는 널찍한 광장이 나오자 신이 나서 달려갔다. 리지가 초조해하며 천천히 가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다.
저만치 앞으로 뛰어가 광장으로 나가버렸던 도로시가 다시 되돌아 달려온다. 얼굴색이 하얗다.
그리고 왜인지 오즈가 도로시 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이 머리에 토끼 귀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아빠! 아빠! 여자 세 명이 남자를 두들겨 패!”
응?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리지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도로시가 주환과 리지의 손을 잡아끌었다.
“빨리! 빨리!”
남자가 걱정이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신기한 일이니까 보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엄청 멋져! 막 두들기는 거야! 여잔데!”
아, 남자를 때리는 여자들이 멋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
도로시가 어떻게 자랐는지, 리지에게 약간 들었다. 친아버지가 여자를 때리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도로시에게 여자는 약하기만 한 존재였는지 모르겠다. 그게 뒤바뀌어 남자가 맞는 게 아마 신기했던 거겠지. 입안에 약간 씁쓸한 감각이 남았다.
아이에게 손을 이끌려 광장으로 나가자, 저쪽 구석에서 세 명의 여자가 말 그대로 남자를 두들겨 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는 모두 칼을 들고 있었는데, 한 명은 주먹으로 남자를 때리고, 한 명은 발로 차고 있었다. 남은 한 명은….
“저러다 죽겠는데?”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남은 여자 한 명은 남자를 칼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칼집에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저러다 잘못해서 머리에 맞으면 죽는다.
주변에서 여자들을 뜯어말렸지만,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여자들은 주변 사람들이 남자를 질질 끌어 멀리 떨어뜨려도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도로시에게 이끌려 가던 리지가 아이의 손을 잡아당겼다. 여자들이 때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꼭 끌어안았다.
“저렇게 싸우는 거 보면 안 돼, 도로시.”
“하지만! 엄마! 저 여자들, 모험가래! 남자보다 쎄잖아. 엄청 멋지잖아! 나도 모험가 되고 싶어.”
도로시가 말하다 말고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나, 모험가잖아! 벌써 모험가였어!”
도로시가 리지에게 잡힌 손을 빼내 쳐다보더니 중얼거렸다.
“엄마, 나 엄청나게 강한 거야? 모험가니까? 엄마도 강해? 모험가라서?”
리지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걸 들으면서, 주환은 가만히 여자들과 남자를 보았다. 남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히 피투성이다.
며칠 전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문지기가 여자들을 말리며 맞는 남자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뭔가 설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도 여자들을 체포하려고 하지 않았다. 몇 명이 여자가 어쩌구저쩌구 하며 비난하고 있었지만, 그저 떠들기만 했다. 구속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싸워도, 죽어도, 개개인의 다툼에는 법이 개입하지 않는 걸까. 게다가 여자의 인권은 낮다고 하던데 저 여자들은 좀 다른 걸까. 모험가라서?
주환은 리지에게 모험가가 되고 싶다고 열변을 토하는 도로시를 보았다.
만일 모험가가 되는 길이 여자로서 가장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면….
주환은 도로시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래. 훌륭한 모험가가 됐으면 좋겠다.”
주환의 말에 도로시가 환하게 웃었다.
“그치, 아빠?”
하지만 저렇게 남자를 두들겨 패지는 말고.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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