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2)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2화(52/235)
#052 첫 번째 의뢰
길드원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어도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사람들이 다 듣는데도 큰 소리로 말했다.
“드문 일이지만 [도로시와 오즈]파티는 우리 지점의 최고 등급인 3급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등급이 높더라도 모험가는 처음이니까 [붉은검] 여러분이 잘 도와주셨으면 해요.”
붉은검 파티의 여자들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졌다. 모험가들의 입에서 농담이 흘러나왔다.
“이야, 저급이 고급을 가르치는 거야?”
“약초나 채취하는 실력 없는 여자들로 괜찮은 건가?”
“우리 파티가 지도해 주는 게 어때?”
“우리라면 수수료를 조금 내더라도 해줄 수 있는데.”
그때 누가 킬킬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밤이 되면 모두 함께 자는 건가? 붉은검은 그걸로 유명하잖아?”
붉은검 파티 중에서 주먹을 다친 여자가 번개처럼 뒤로 돌았다. 곧바로 그 말을 한 남자에게 달려간다. 여자가 번쩍 주먹을 들었다.
하지만 여자가 때리기 전에 남자가 먼저 움직였다.
남자는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손으로 여자 머리를 잡았다. 그대로 누른다. 여자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에 얼굴을 박았다.
“어디서 5급 따위가 4급에게 개겨!”
남자가 크게 윽박지르자, 주변 모험가들이 웃는다. 아무도 여자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붉은검 파티의 여자들만 돕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다.
주환은 모험가들의 모습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그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 4급이라고 말했던 남자의 동작, 다른 모험가들의 어깨와 팔의 움직임.
거스가 가르쳤던 것들이 도움이 된다.
남자들 중 몇 명은 동작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달랐다. 그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손과 발의 위치가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위치에 가 있었다. 아마 그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모험가들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 방글방글 웃고 있던 도로시가 놀란 모양이다. 우뚝 선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주환의 옆에 있던 리지의 몸도 얼핏 굳었다. 하지만 리지는 곧바로 도로시에게 달려갔다.
주환이 가만히 사람들을 보는 모습을 보고 뭔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가 울기 전에 서둘러 안고, 허둥지둥 주환의 곁으로 돌아왔다.
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모험가들이 붉은검과 남자 주위를 둘러쌌다.
붉은검 파티의 여자와 남자는 실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탁자에 눌린 여자가 남자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자의 코에서 피가 흘러 순식간에 탁자가 지저분해졌다.
붉은검 여자들은 다른 모험가들에게 막혀 있다. 싸우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못한 채 남자들과 다투고 있었다.
주환은 리지에게서 도로시를 받아안으며 길드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대로 둡니까?”
주환의 질문에, 길드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무실 안에서 싸우면 안 되지요. 하지만 이대로 내쫓으면 정말로 피를 봅니다.”
그런 걸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주환은 다시 붉은검과 모험가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모험가는 저런 것인가. 동료의식 따위는 없고, 여자는 차별하고.
‘여성 모험가라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구나.’
리지와 도로시의 경우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혹시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길드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환의 얼굴을 보았다.
“항상 주위를 잘 둘러보세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길드는 믿어도 되지요. 우리 모험가 길드는 여러분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조심하세요. 사람은 거짓말을 합니다.”
길드원이 다시 모험가에게 시선을 주더니, 손바닥을 짝짝 마주쳐 소리를 냈다.
“싸움은 다른 데서 해주세요. 길드의 물건을 부수면 배상을 받겠습니다. 붉은검 여러분은 이쪽으로 와주시구요.”
붉은검의 여자를 누르고 있던 남자가 씨익 웃으며 손을 뗐다.
길드 안에는 다른 직원도 여러 명 있었지만, 아무도 모험가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각자가 할 일을 할 뿐이다.
리지의 표정이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나갔는데 갑자기 덤프트럭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를 만난 기분이겠지.
주환은 살짝 숨을 쉬며 리지의 어깨를 안았다. 긴장되어 있던 리지의 몸이 아주 조금 풀어진 것 같다.
주환은 길드원에게 다시 시선을 주었다. 마스터는 오지 않았는지 물어보자, 치료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머리는 이제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도 붉은검 여러분이 가르쳐주겠지만, 대가를 받지 않고 일하는 건 안돼요. 물론 동료끼리라면 조금 다르지만, 손익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치유마법은 굉장히 비싼 거니까요.”
붉은검 여성 모험가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면서, 길드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공짜로 지도를 받는 게 아니니 물어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붉은검은 이번 지도를 맡은 대가로 수수료를 면제받고 있으니까요.”
“수수료요?”
주환이 묻자, 길드원이 싱긋 웃었다.
“다른 길드와 달리 모험가 길드는 가입비나 일 년 회원비를 받지 않습니다. 모험가는 이리저리 자꾸만 떠돌아서 그런 걸 받아봤자 관리만 어렵거든요. 대신 길드에서 알선하는 일에 대해서 건당 수수료를 받아요. 30% 지요. 신입의 지도를 맡으면 그 수수료가 한 달 동안 면제됩니다.”
주환은 자신이 모피를 팔 때는 수수료가 없었다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주환이 말하자, 길드원이 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매입할 때는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그래서 모험가분들 중에는 마수를 사냥하는 분들이 꽤 계시죠. 동물과 달리 마수는 어느 숲에서 사냥해도 괜찮거든요. 하지만 그 때문에 곧잘 죽습니다. 마수가 마수라고 불리는 건 인간보다 강하기 때문이니까요. 모험가는 정말 잘 죽어요.”
“….”
길드원이 길게 한숨을 쉰다.
“우리 길드에서 수수료를 면제해가며 신입분들의 교육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죽지 말라구요. 모험가한테는 사방이 위험한 걸로 가득하죠.”
주환은 이 남자의 이름이 뭐든 상관없이 앞으로는 수다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정말 말이 많은 사람이다. 남이 한 마디 하면, 이 사람은 백 마디쯤 하는 것 같다. 물에 빠지면 아마 입만 동동 뜰 거다.
붉은검 파티원들이 가까이 와서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우선 의뢰부터 하나 고르죠. 먹고살아야 하니까.”
주먹을 다쳤던, 그리고 방금 4급 모험가에게 덤볐던 여자다. 다른 여자들보다 성격이 거친 것 같다. 아까 싸움을 걸 때를 생각해보면 아마 맞을 것이다.
“나는 카린이에요. 붉은검의 리더를 하고 있습니다.”
카린이 힐끔 주환과 리지를 보았다. 마지막에는 도로시를 보고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모험가가 무슨 장난인 줄 아나.”
도로시 머리 위에 올라가 있던 오즈가 삐이, 소리를 냈다. 몸에 비해 커다란 발로 탁탁탁, 가볍게 도로시의 머리를 두드린다. 어쩌면 조금 화가 났다는 표시려나. 리지도, 도로시도, 아까보다 조금 더 위축된 것 같다. 두 사람이 몸을 작게 움츠렸다.
주환은 리지와 아이에게 히죽 웃어 보이며, 두 사람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 파티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래 봬도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고 모두 잘 하고 있으니까. 댁들 파티에도 피해는 주지 않아요. 만일 그럴 것 같으면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도망쳐도 됩니다.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무래도 이 여성 파티와는 궁합이 좋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파티와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만일 리지와 도로시에게 험하게 대하는 남자 모험가와 함께가 되면, 그 사람을 죽이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붉은검의 다른 파티원들이 당황해서 중간에 섰다. 오늘은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변명을 했다. 안다. 광장에서 싸우는 걸 봤으니까.
곧이어 어색하게 자기소개가 이루어졌다. 다른 두 명의 이름은 마리와 제시라고 한다. 보아하니 리더인 카린이 주로 다른 모험가들에게 시비를 걸고, 나머지 여성 두 명이 뒤따라 싸우는 것 같다.
주환이 리지의 어깨를 툭툭 쳐서 격려하자, 리지가 침을 꿀꺽 삼키고 허리를 세웠다.
“리지라고 해요. 우리 파티에서는 요리와 회계, 가죽 처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도로시, 머리 위에 있는 마수는 오즈에요.”
목소리가 작다. 아직은 자신을 파티 일원이라고 소개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부끄러워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에 오기 전에 약속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자신이 그런 일을 맡고 있다 말하기로.
잘했어, 그런 마음을 담아 리지의 어깨를 안은 손에 힘을 주자, 안심한 듯 그녀가 작게 숨을 쉬었다.
도로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지와 주환을 번갈아 보았다. 마수 조련사라는 소개를 원하는 것 같다.
주환은 고개를 약간 돌려 도로시의 눈을 피했다.
미안하지만 이름 외에, 도로시의 소개는 없다. 마수 조련사라는 건 그야말로 파티 가입하기 위한 거짓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양심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조련사라고 소개할 수는 없는 거야.
리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약간 돌리고 있었다.
도로시가 주환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더니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붉은검 파티를 향해 작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자기를 소개하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마수 조련사에요. 오즈가 내 마수야!”
“…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오즈가 작게 울음소리를 냈다. 저 녀석, 정말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분위기까지 눈치채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붉은검의 제시라고 했던 여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 마수 조련사구나.”
“응!”
“멋지네.”
“그치? 도로시는 멋져. 오즈는 아직 아가라서 잘 모르는 게 많아요. 도로시가 많이 가르쳐야 해.”
“….”
제시가 도로시와 오즈, 그리고 주환을, 리지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정말…멋지네.”
제시라는 여자가 작게 말하며 웃었다.
***
‘여자는 모두가 불행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제시는 아이의 웃는 얼굴을 가만히 보다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다정한 남자에, 남편의 사랑을 받는 듯 보이는 아내, 그 두 사람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는 여자아이.
심지어 가족 파티다. 가족이 한 파티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거기다 남자는 마법사. 두 가지 특성을 가진 마법사라고 들었다. 세상에는 이런 아이, 이런 운 좋은 여자도 있나 보다.
‘불공평하구나.’
왠지 울고 싶어졌다.
붉은검이라는 파티의 이름은 리더인 카린, 마리, 그리고 자신의 분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항상 약자였던 자신들이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누구라도 상대해서 검을 붉게 물들이며 죽여버리겠다는 분노가 담겨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눈대중과 싸우면서 몸으로 익힌 기술은 세 여자의 실력을 높여주지 못했다. 재능이 없었던 걸 거다. 아주 약간의 재능조차.
아무리 노력해도 최하급인 6급에서 5급으로 올라간 게 한계였다. 심지어 붉은 검은 5급에서도 가장 실력 없는 파티다.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신들의 겉모습을 거칠게 꾸며 얕보이지 않게 해야 했다. 얌전하게 받아들이면 우습게 여겨진다. 일부러 거칠게 반응하고 거친 말투를 쓰고 싸움을 걸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녀들의 파티는 우습다. 사람들이 보고 비웃는.
제시는 남편 옆에 서서 웃고 있는 리지의 모습을 보았다.
부럽구나.
부러워서 약간 미워졌다.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째서 저 여자는 저렇게 행복한 걸까.
희귀한 마수를 머리에 얹은 채 웃고 있는 아이도 약간 얄밉다.
제시 자신의 아버지도, 마리와 카린의 아버지도 저렇지 않았다.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않아.’
오늘은 특히 그렇게 느껴졌다.
“이쪽 벽에 있는 종이 중에서 적당한 의뢰를 발견하면 접수대에 가져가는 거예요.”
마리가 [도로시와 오즈] 파티의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저쪽에 있는 사람이 대독을 해주니까 부탁하면 됩니다.”
마리가 가리킨 구석에는 항상 신세 지고 있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길드에는 대독자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남자, 다른 한 명은 귀족 출신이라는 여성이다. 두 사람이 오전, 오후, 혹은 날을 나누어 길드에 나왔다.
모험가 중 일부는 글을 읽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글자를 모른다.
제시도, 다른 붉은검 파티원도 마찬가지, 글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돈을 약간 주고 대독을 사용했다.
대독자들은 작은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작은동전 한 개를 받는다. 그 시간 동안 여러 개의 의뢰서를 비교해서 가장 조건이 좋은 걸 찾는 거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제시가 막 대독자를 부르려는 순간이었다.
주환이라는 마법사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글을 읽을 수 있으니 직접 고를게요.”
깜짝 놀랐다. 듣기로는 귀족 중에서도 가끔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귀족의 호위를 하러 갔던 모험가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한데 이 남자는 어떻게….
새삼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아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아빠! 아빠는 왜 글을 알아?”
남자가 눈을 부드럽게 눕히며 웃었다.
“글을 알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지거든. 세상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거야. 도로시에게도 나중에 가르쳐줄게.”
“난 싫은데. 도로시는 노는 게 더 좋아.”
“글쎄, 문자를 알면 더 재미있는 걸 하게 될 수도 있어. 나중에 너도, 엄마도 가르쳐줄게.”
남자의 말에 리지라는 여자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도 저런 말을 들었던 걸까.
안 듣는 척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제시는 약간 놀랐다. 남자가 문자를 알고 있는 것도 놀랐지만, 설마 딸과 여자에게 그걸 가르쳐주겠다고 말하다니.
주환이라는 마법사가 벽에 있는 종이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에게 천천히 읽어주었다. 약초 채취, 마수를 잡아달라는 마을의 요청과 호위 의뢰까지….
‘진짜로 읽을 수 있구나.’
그리고 그걸 자신 혼자 훌쩍 보고 치우는 게 아니라, 아내는 물론,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까지 이야기해 준다.
“아빠, 약초를 왜 여기에서 달라고 해?”
아이의 질문에, 남자는 여기가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것과 그 모험가들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사람이다. 어째서 아이의 말에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거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가족을 보면서, 제시는 마음속에 쓴 것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질투라고 부르는 검고 쓴 것이 조금씩 마음속에 차오른다.
문득 옆을 바라보자, 리더 카린과 마리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가 폭풍 속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데, 저 여자와 아이만 안전한 움막 속에 들어가 있다.
‘정말,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제시는 속으로 중얼거리고 고개를 돌렸다.
길드 안으로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가끔 얼굴을 보는 길드 직원이다. 사무실에서 접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외부 일을 보는 남자였다.
직원은 곧바로 접수대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뭔가 속닥거리고 이야기를 한 뒤, 수다스러운 직원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접수대의 수다 직원이 리더 카린을 보고 외쳤다.
“여러분! 이쪽으로 와주세요. 여러분에게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의뢰? 5급의 가장 실력 없는 우리에게?
제시는 힐끔 마법사를 보았다. 치유 마법사라고 했으니 아마 저 남자를 위한 의뢰일 거다. 붉은검은 그냥 덤이겠지.
두 파티가 접수대로 모이자, 수다스러운 접수원이 반짝반짝한 미소를 뿌리며 말했다.
“제법 큰 규모의 상인단이 이동 중이에요. 작거나 중간 규모의 상인들이 모여 있죠. 그중 한 상인이 우리 쪽에 호위를 의뢰했습니다. 여러분은 거기에 가줘야겠어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접수원이 리더 카린을 보았다.
“[도로시와 오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 파티니까, 긴 여행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뭔지 잘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카린이 알았다고 대답하자,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그 호위라는 거, 우리가 참가해도 되는 겁니까? 아이가 있는데.”
접수원이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다며 웃었다.
“괜찮아요. 호위하는 모험가들도 많고, 특별히 위험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이가 있는 것도 미리 양해를 구해놨으니 괜찮습니다.”
“호위하는 사람이 마차를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마차를 가져가도 일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돼요. 게다가 그쪽에서는 호위와 마법사를 동시에 원하고 있죠. [도로시와 오즈]는 마법사라는 의뢰로 가는 겁니다. 호위는 [붉은검] 쪽이에요.”
거봐, 그렇지.
제시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붉은검 따위의 저급 파티에 일부러 상인이 의뢰를 할 리가 없다.
그녀의 파티도 가끔 호위를 하지만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일뿐이었다.
하지만 상인단을 형성해서 갈 정도면 호위로 고용하는 모험가의 등급도 모두 높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다스러운 접수원이 이야기한 호위 금액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도로시와 오즈]가 받는 대금은 더욱 높았다.
‘정말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안 그래도 싫은 세상이 더욱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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