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3)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3화(53/235)
#053 코브라 앞의 하룻병아리
길드 마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건, 어쩌면 이 상인단의 의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붉은검 파티에 의뢰가 들어온 일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막상 들어보면 그에게 돌아온 것은 호위가 아니라 치유 마법사의 일이다.
이렇게 되면 모르는 게 바보겠지.
이건 붉은검에게 들어온 의뢰가 아닐 것이다. 수익이 높은 일이라 영업해온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주환 때문에 급히 알아보고 가져온 의뢰일 거다.
‘하지만 정말 빠르구나.’
그가 도착한 게 십여 일 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일을 물어온 건지. 그리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마스터나 직원들은 어쩌면 상당히 일을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도로시는 다시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감정의 전환이 빠르다. 오즈가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아이 정서발달에 동물이 좋다는 건 아마 진짜일 거다. 도로시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아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주환은 길드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수다쟁이 길드원이 상인단이 있는 위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하루 반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이동 중이라고 한다.
정해진 마을에서 합류하는 것은 아니고, 주환과 붉은검 파티가 그들의 이동경로를 따라잡아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들어봤자, 주환이나 리지는 잘 모르는 곳이다.
수다쟁이가 힐끔 주환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검 파티가 이 근처 지리는 잘 알고 있으니 마음 놓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돼요.”
수다쟁이가 붉은검의 리더를 보았다.
“이번에는 속도가 좀 중요합니다. 상인단을 따라잡은 뒤에야 상관없지만 합류하는 장소가 너무 멀어지면 안 되니까요. 어떻게 할래요?”
리더 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한 마리하고 수레를 빌릴게요.”
수다쟁이가 빙그레 웃는다.
“잘 생각했어요. 여러분이 돈이 없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의뢰비도 넉넉한 편이니까요. 돈도 쓸 땐 써야 하는 겁니다.”
“….”
카린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창피한 것 같다. 저 수다쟁이 길드원은 정말 눈치가 없는 모양이다.
“먹는 것도 이번엔 잘 챙겨 먹도록 해요. 풀죽을 먹더라도 하루 두 끼는 먹어야 합니다. 전처럼 한 끼만 먹고 다니다 괜히 힘이 없어서 비틀거리면 우리 모험가 길드에서도 욕을 먹어요. 특히 제가 욕먹죠. 여러분을 추천한 건 바로 저니까요.”
수다쟁이가 상쾌하게 웃으며 말하자, 카린의 고개가 더욱 밑으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요, 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욕은 항상 먹는 거니까요. 이쪽에서 욕을 안 먹으면 저쪽에서 욕을 먹죠. 길드 직원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괜찮지만, 저는 여러분이 걱정입니다. 이번에는 잘 먹고 다녀요.”
“네.”
붉은검 파티원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대답했다.
눈치는 없어도 좋은 사람이려나. 주환은 힐끔 붉은검 파티를 보았다. 대체 수입이 얼마나 없으면 모험가를 하면서도 하루에 한 끼 밖에 못 먹고 다니는 걸까.
‘나는 저런 처지에 빠져서 가족을 굶기지 않도록 조심하자.’
진짜, 리지와 도로시가 하루 한 끼만 먹고 비틀거리면 울어 버릴 거다. 아, 생각만 해도 너무 비참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실제로 눈물이 조금 스몄다.
하지만 그걸 붉은검 파티는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카린이 눈썹을 치켜들고 주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마 전체에 깊은 주름이 생길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좀 잘나가는 마법사라고 우리가 우스워? 동정하는 거야? 속으로는 비웃으면서?”
아마 카린은 멱살을 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주환의 키가 조금만 작았으면 그랬을 거다.
하지만 작은 사람이 자신보다 큰 거인을 잡는 건 어렵기도 하지만 우스워 보이는 일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억지로 참는 것 같았다. 주먹을 쥔 카린의 손이 허공에서 부르르 떨렸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너무 한심한 상황이라 그냥 나온 거야. 하지만 그것도 카린의 심정을 거스른 모양이다. 눈이 하얗게 될 만큼 쭉 찢어졌다.
주환이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리지가 팔을 펼치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주환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남을 비웃지 않아. 자신의 생각만으로 남을 판단하지 말아요.”
리지의 등이 주환의 배에 닿아 있다. 그녀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물론 옷 때문에 떨림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바로 눈앞에서 떠는 게 보인다.
같은 여자끼리라고 해도 남과 싸우는 건 아마 처음일 거다. 리지는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고분고분하고 가급적 남을 거스르지 않는 여자다. 누군가에게 소리를 높여본 적도 없겠지.
‘그런데 나를 위해서.’
파르르 떨리는 머리카락과 손, 자세히 보면 온몸이 떨리고 있다. 굉장히 긴장한 것 같다. 꼭 갓 태어난 병아리가 코브라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주환을 위해 싸워주려고 한다. 아마 지금이 리지의 삶에서 가장 크게 용기를 낸 순간일 거다.
‘귀여워.’
고맙다. 감격했어. 이번에야말로 눈물이 날 것 같다.
아까보다 더 화가 난 카린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남자 뒤에 숨어서 보호받기만 하는 여자가 뭘 알아! 검 한 번 쥐어보지 않았을 테지!”
“꼬, 꼭 싸울 울 아르아야.”
아, 씹었다.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리지가 혀가 꼬인 모양이다. 리지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싸울 줄은 모르지만 대신 다른 걸로 돕고 있어! 꼭 싸울 줄 알아야 도움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 난처해졌다. 나설 기회를 놓쳤다.
리지는 그를 위해서 싸우고 있지만, 사실 주환은 전혀 화가 나거나 카린의 말에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지구에 있을 때는 가끔 담력 시험하듯이 그에게 덤비는 중고등학생이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모르는 꼴인데, 카린이 덤빌 때의 모습이 꼭 그때 같았다.
카린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한테 진심으로 화내는 어른은 없다. 어쩌면 그녀 말대로 주환은 붉은검을 속으로 우습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환에게는 카린이 아무 데나 시비 걸고 덤비는, 철없는 아이로 보일 뿐이다.
“….”
몇 마디 더 리지와 주고받던 카린이, 성질을 이기지 못한 듯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만.”
말과 함께, 주환의 굵은 팔이 쑥 앞으로 나갔다. 주환은 허공에 치켜든 카린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여자치고는 굵지만, 주환의 손에 잡히자 아이 손목처럼 가느다랗게 보였다.
카린이 손을 빼내려고 힘을 주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리야.’
주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용을 써도 그녀는 주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자라서가 아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이 세계에 온 뒤로 주환의 힘은 더욱 세졌다. 자신의 힘이 강해졌다기보다는 다른 물건이나 사람이 이전보다 더 가볍고 약해진 느낌이었다.
원래도 싸움에는 능숙한 편이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힘이 더 강해진 지금의 주환을 맨몸으로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만해요. 말싸움하는 것까지 내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이 이상은 곤란합니다.”
“…이! 이!”
카린이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옆에 있던 붉은검 파티원들이 그제야 끼어들어 카린을 말리고, 주환과 리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수다쟁이 길드원이 이쪽을 구경하고 있던 모험가들을 향해 일이나 하러 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약간 차가운 얼굴로 카린을 보았다.
“붉은검 여러분은 지도역입니다. 감정대로 행동하지 마세요. 이건 엄연히 일이니까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붉은검의 다른 두 명이 수다쟁이에게 꾸벅꾸벅 허리를 숙였다. 카린은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약간 밑으로 내렸다. 주환과 리지를 향해 조금 삐딱하게 선채 입을 연다.
“…죄송합니다.”
“…저, 나도 소리쳐서 미안해요.”
리지가 작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조금 어색한 가운데 다시 수다쟁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약간 떨어진 곳에 도로시가 서 있다. 주환이 팔을 내밀자, 쪼르르 달려와 안기며 작은 소리로 아이가 물었다.
“화해했어?”
“…그래.”
“착해.”
도로시가 에헤, 하고 웃으며 주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리지의 머리도.
리지가 잔뜩 굳었던 몸을 주환에게 약간 기대며 작게 숨을 쉬었다. 그렇게 긴장할 정도라면 싸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약한 리지와 도로시에게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왠지 낯설어 기분이 이상해졌다.
문득 카린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살짝 잡았던 자국이 붉게 나있다. 그렇게 꽉 잡은 것 같지 않은데, 앞으로는 힘 조절에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
그 뒤에는 길드에서 나와 시장 골목으로 향했다. 붉은검 파티와 함께였다. 어색해서 죽을 것 같다. 모두 그런 모양이다. 뭔가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당장 사야 할 물건들이 많았다.
상인단에서의 근무 조건은 하루 두 끼 제공이었지만, 맛없거나 형편없는 음식인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때로는 약속한 식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아이까지 끼어 있으니….
사야 할 물건은 식품 외에도 이것저것 많다. 여벌 옷과 장갑, 모자, 부츠는 물론이요, 물병과 수건, 로프 등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마차에는 물건이 제법 있었지만, 모험가들이 챙겨야 하는 물건은 또 다르다고 한다.
음울한 분위기가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가운데, 도로시만 행복해졌다. 아이는 시장에 다시 가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번에는 무기 거리로 가죠. 지금 당장 사지 않더라도 자주 가서 눈에 익혀두는 게 중요해요. 막상 필요할 때 급하게 사려고 하면 고르지 못하니까.”
붉은검의 마리가 자신의 검을 들춰 보였다.
“게다가 무기 거리에 가면 손질해 주는 사람도 있거든요. 무기는 시간 날 때마다 자신이 직접 손질해야 하지만, 가끔은 전문적인 관리도 받아야 되죠. 안 그러면 오래 못 쓰고 버리게 됩니다.”
무기 거리도 식품처럼 광장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식품 거리에서는 길거리에 상품을 늘어놓고 파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쪽은 군데군데 드물게 보일 뿐이다.
거리와 가게 곳곳에 모험가로 보이는 손님이 있었다. 침묵이 깔려 있는 건 아닌데 왠지 거리 전체가 조용한 분위기였다.
도로시도 얌전해졌다. 아이라는 건 주변 분위기에 민감하다. 주환은 아이를 안고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피곤했는지, 도로시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리지가 옆에서 걸으며 아이의 엉덩이를 몇 번 쳐주자 금세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고 잠이 들었다.
철을 치는 소리가 가게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다른 방향에서는 쓱싹쓱싹 쇠를 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시선을 돌려보니 가게 사이의 오목한 구석에 나이 든 남자가 앉아 칼을 쓱쓱 갈고 있었다. 아마 그 사람이 무기를 손질해 주는 사람인 모양이다.
남자는 발판을 밟으면 바퀴가 돌아가는 기구에 앉아 있었다. 남자가 발판을 밟을 때마다, 앞에 있는 바퀴와 함께 둥근 숫돌이 빙빙 돌아가며 칼을 갈았다.
가게가 없는지, 아니면 일부러 나와서 일하는 건지, 남자는 추운 바람을 약간의 물건으로 막은 채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붉은검의 마리가 그쪽으로 다가가 칼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걸 부탁해요.”
남자는 일하던 걸 놓고 마리의 칼을 받아들더니 힐끔 다른 사람을 보았다. 카린과 제시의 허리에 있는 검을 보며 남자가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돼. 모험가라면 무기에 돈을 써. 아까워하지 말고.”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마리의 칼을 유심히 살폈다.
“이건….”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원래 싸구려 검이다. 그런 걸 돌아가면서 한 명씩 손질하다니, 정말 언젠가 죽을 거야. 이번에도 손질은 해주지만 조금이라도 괜찮은 검을 사.”
“….”
마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주환과 리지를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 길드에 가입한 신생 파티에요. 리더는 마법사지만 무기도 쓴다고 하니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남자가 주환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어보다 허리에 차고 있는 도끼를 보았다.
“이리 줘보게.”
남자에게 도끼를 내밀자, 유심히 살펴보더니 주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손질이 잘 되어 있군. 하지만 최근에 간 솜씨가 별로 좋지 않아. 초보가 날을 간 것 같군.”
주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산에서 혼자 갈았던 부분을 말하는 거다. 처음 해보는 거지만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가 볼 때는 형편없었던 모양이다.
남자가 도끼를 곰곰이 살펴본 뒤 말을 이었다.
“게다가 오래 못 갈 걸세.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얼마 안 가 부러지고 말 거야. 추측이지만 자네 힘이 이 도끼에 너무 큰 것 같아.”
남자는 간혹 힘이 강한 모험가에게는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서, 몸을 내밀었다. 약간 떨어진 가게를 가리키면서 남자가 말했다.
“저 가게로 가보게. 거기는 특히 힘으로 싸우는 사람에게 적당한 무기가 많지. 평범한 도끼도 저 가게에서 사는 게 좋아. 자네한테 맞을 걸세.”
“처음 오는 사람은 대부분 이 아저씨한테 가게 추천을 받아요. 길드에서도 무기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아저씨에게 보냅니다. 이 아저씨 눈은 믿어도 돼요.”
제시가 웃으며 말을 더했다.
“감사합니다. 저 가게로 가볼게요. 한데, 혹시 이렇게 생긴 작은 칼을 파는 곳은 없을까요?”
주환은 바닥에 반달형으로 생긴 칼을 그렸다. 손잡이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카람빗이라고 부르는 무기인데, 한참 싸움질하던 시기에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작은 칼이고, 손가락에 걸어서 사용하는 거라 여자가 사용하기에도 편할 거다.
주환의 질문에 남자가 힐끔 리지를 보았다.
“그쪽 여자가 쓸 건가 보지?”
“예, 그래요.”
“흠. 나는 그런 무기를 본 적이 없는데, 어디건가?”
“…이곳에서 먼 지역에서 사용하는 거예요. 제가 살던 곳에서 쓰는 무깁니다.”
“그렇군. 아마 이곳 가게에는 없을 걸세. 하지만 주문하면 제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남자가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돈이 좀 들 텐데 그래도 할 텐가?”
“네. 그녀는 무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무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리지가 주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작은 소리로 그녀가 속삭였다.
“주환, 나는 그런 무기 필요 없어요. 정 필요하면 칼을 쓰면 되잖아요.”
자신 때문에 돈을 쓰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주환은 리지의 손을 잡았다.
“리지, 일반 칼이나 무기는 안 돼. 몸의 크기와 능력에 맞는 무기를 써야 하는 거야. 리지처럼 전혀 싸울 줄 모르는 여자는 특히 보통 무기로는 안 돼. 싸우려고 자세도 잡기 전에 당할 거야.”
“하지만 나는 관리 담당인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야. 리지한테 싸우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몸을 지킬 방법은 필요해. 짧은 시간, 정말 아주 짧은 시간만 버티면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 그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거야.”
정말, 딱 그만큼이면 된다. 자신이 돕기 전, 몇십 초. 보이는 거리에서 손이 닿을 때까지의 순간이면 된다. 치유마법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 시간만 버텨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자, 리지는 난처한 듯 기쁜 듯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내렸다.
남자가 주환과 리지의 교환을 보다가 붉은검에게 시선을 주었다.
“처음 너희들에게도 말했지만, 그 검은 여자가 쓰기에는 너무 커. 이 남자의 말이 맞다. 몸의 크기와 능력에 맞는 무기를 쓰는 건 중요하지. 잘 생각해 봐.”
“….”
붉은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환은 리지와 먼저 도끼를 판매한다는 무기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해머와 같은 무기도 팔고 있었다. 뭐, 그 정도로 무거운 건 필요 없다.
도끼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불을 사용하면서 맨손으로 싸우는 게 더 편하다. 아무래도 원래 싸우던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도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을 때 맨손으로 싸울 수는 없겠지.’
주환은 무기의 가격을 들은 뒤, 그냥 일반 도끼를 두 개 샀다. 도끼 한 개에 4리나였다.
하지만 무기는….
멋있어 보이는 커다란 해머가 25리나, 제법 질 좋은 검은 40리나였다. 싸구려 검조차 7리나다. 생각보다 무기가 너무 비쌌다.
다음에 돈이 생기면 몰라도, 우선은 평범한 도끼로도 충분할 거다.
“….”
솔직히, 도끼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냥 몸으로 싸우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에는 붉은검 파티의 조언으로 무기 손질할 때 사용하는 기름과 무기를 두는 상자를 하나 샀다.
*
무기를 제작해 주는 가게는 광장에서 한참 먼 곳에 자리해 있었다.
중년 남자와 아들 겸 견습으로 보이는 소년이 하는 가게였다. 가게에는 무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자신이 직접 제작해서 판다고 했다.
주환이 카람빗의 모양을 설명하자, 가게 주인은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 그런 모양의 칼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제작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글쎄요.”
남자는 한참 고민하더니, 이 물건을 앞으로 똑같이 만들어 팔아도 된다고 하면 시제품으로 한 개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주환은 시제품에 더해 완성품 몇 개를 더 받기로 협상했다. 이 시대에 특허권 같은 개념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아닐 테니, 그 정도로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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