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4)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4화(54/235)
#054 오즈, 왜 도로시 귀를 막는 거야?
이번에 상인단에서 맡은 일은 최소 금액과 일당이 정해져 있었다. 며칠 밖에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이쪽에서 계약을 어긴 게 아니면 최소 금액을 지급한다.
예전에는 이런 식의 계약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붉은검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요즘 전쟁 때문에 영지 상황이 불안해져서 그런 모양이다.
호위 도중에 산적의 습격을 받는 일도 잦고, 국경과 가까운 곳에서는 적국 병사의 약탈도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물건을 모두 강탈당하거나 사람이 죽는 일도 있어서, 근래에 이런 식의 계약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상인단의 일은 국경과 먼 경로를 더듬어가고, 규모도 매우 크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붉은검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주환은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지는 않았다. 치유마법사를 요구하는 이상, 그렇게 안전한 일은 아닐 거다.
주환은 리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무기 제작 가게에서 나온 뒤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 아니, 그전부터였나. 순식간에 없어지는 돈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오늘 쓴 돈을 생각하면 주환도 배가 약간 아파졌다.
모피를 판 뒤 수중에 들고 있던 은화 19장의 상당수가 없어졌다.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기도 했지만, 한꺼번에 구매해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았다.
특히 옷이 비싸다. 털 달린 모자 하나에 10리나인 거야.
정말로 손이 가지 않았지만, 상인단과 이동할 때뿐 아니라 나중에도 모자와 장갑 같은 건 필요하다고 한다. 호위할 때에는 다른 팀과 교대로 불침번도 서야 하고…어쨌든 주환 자신은 몰라도 리지와 도로시에게는 필요했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옷을 만들어야겠어요. 다행히 원단이 있으니까. 옷이 이렇게 비싸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
리지가 중얼거리며 허리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를 꼭 쥐었다.
거기에는 이번 상인단 일로 받은 선금이 들어있다.
주환은 리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잠들어 있는 도로시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댔다.
어딜 가도, 어느 세계에서 살아도 돈이 최고다. 이번에 상인단 일이 조금 위험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돈이었다.
길드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마법사 일로 벌어들이는 하루 일당이 200리나, 16은화가 조금 넘는다. 일정은 열흘 이상이라고 들었다.
거기에다 치유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추가금을 받는 조건이다. 안 할 수가 없지, 이건.
반면에, 붉은검 파티가 받는 일당은 세 명이 합쳐 14리나였다. 그것도 다른 때보다 높은 금액이라고 한다. 식사가 제공되는 것까지 생각하면 정말 좋은 조건이라고.
금액의 선정에는 길드에서의 등급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모험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뢰인은 길드가 정해놓은 등급을 보고 대강을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길드에서도 등급 판정에는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이다.
주환이 곧바로 3등급이 된 건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래는 이번에도 거기에 준하는 보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상인단 호위는 모험가 길드에서 2급 실력이라고 보증을 섰다. 그래서 주환은 2급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다. 안 그랬으면 200리나 라는 높은 금액은 없었다.
“….”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정말 길거리에서 굶어죽을 뻔했어.
‘그 지경이었으면 나는 아마 산적이 됐을 거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건 죄악이다. 그런 일을 옹호할 생각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남을 해쳐도 된다고 말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아마 그는 그렇게 했을 거다. 리지와 도로시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라면 더한 일도 하지 않았을까.
이 세상 사람이 살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더 이상은 그걸 비난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람은 극한 상황에 처하면 결국엔 다 비슷하다. 나만은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주환은 리지의 어깨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붉은검의 파티원들이 뭔가 이야기하더니, 파티 중에서는 가장 싹싹하고 말 잘하는 마리가 주환을 보았다.
“지금 머무는 숙소는 어딘가요?”
“숙소 이름은 모르고, 은퇴한 모험가가 하는 여관입니다.”
“아, 혹시 길드 앞에 있는 꼬마네 집인가요?”
마리가 금방 알아들었다. 그 꼬마, 정말로 매일 길드 앞에 와 있는 모양이다. 주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가 한 달 치를 한꺼번에 먼저 냈는지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요.”
아, 그거 어쩌지. 이런 세계에도 환불 시스템이 있을까. 주환이 고민하는데 마리가 그의 마음을 아는지 피식 웃었다.
“다른 숙소라면 그냥 날리는 돈이죠. 싸워봤자 절대로 내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거기라면 괜찮아요. 모험가 길드에서 대놓고 말은 안 해도 공식 여관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일정이 삼사일 이상이면, 그 기간만큼 연장해 줘요.”
“다행이군요.”
아, 그래서 주차공간의 관리인이 꼬마네 숙소를 권했던 걸까. 은근히 이 동네도 다 연줄 인맥인가 보다. 아니, 도시가 아닌 시골에 가까운 마을이라 당연한 일이려나.
이곳에서 그냥 순수하게 추천하거나 칭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뭐, 음식도 맛있었고, 지금 보면 진짜로 저렴했던 것 같고, 불만은 없지만.
“그쪽은 어디에서 머물고 있습니까?
“….”
주환의 질문에 마리가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한숨을 조금 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 꼬마네 여관에서 한참 더 걸어가면 헛간 같은 건물이 몇 개 모여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자는 곳이죠. 우리는 이 마을에 있을 때는 거기에서 자요.”
마리가 어깨를 움찔하며 조금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저렴하거든요. 여관보다 훨씬.”
마리가 일부러 목소리를 약간 크게 했다. 명랑하게 보이려는 것 같은데 오히려 더 처량하다.
“대강 필요한 물건은 산 것 같고, 내일 해가 뜨기 전에 광장에서 만나죠. 중간에 마을에 들리지 않고 갈 테니, 말먹이는 조금 준비해 주세요. 오늘 산 물병에 맥주나 와인도 좀 준비하시고요. 그건 여관에 말하면 적당히 줄 거예요.”
이 세계는 물이 그다지 좋지 않은지 물 대신 와인이나 맥주를 많이 먹었다. 주환이 볼 때는 끓여먹지 않은 게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알았습니다. 내일 보죠.”
주환이 대답하는데, 마리가 주환과 리지 가까이로 와서 작게 속삭였다.
“오늘 미안해요. 우리 리더가 시비 건 거.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 리더는. 나랑 제시는 정말 죽기 직전에 카린을 만났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린은 계속 우리를 지키려고 무리하고 있죠.”
마리가 쑥 몸을 떼더니 빙그레 웃었다.
“내일 봐요. 늦지 마시구요.”
마리는 몸을 돌려, 약간 떨어져 있는 동료에게 달려갔다. 거리를 두고, 붉은검 여자들이 고개를 약간 끄덕여 인사한다.
주환과 리지가 비슷하게 따라서 인사하자, 붉은검은 몸을 돌렸다.
크고 작은 여자 세 명이 나란히 걸어간다. 끝이 낡아 해진 소매와 망토 끝부분이 왠지 눈에 남았다.
마리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카린에게 달라붙어 팔짱을 꼈다. 리더 카린은 사람들의 시선을 꺼리는 것처럼 뿌리쳤지만, 몇 걸음 걸어간 뒤에는 슬그머니 마리의 손을 잡았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다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주환은 고개를 숙여 리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왠지 그녀는 멀어져 가는 붉은검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리지, 왜 그래?”
“….”
리지가 고개를 올려 가만히 주환을 보더니 방긋 웃었다. 눈물이 약간 스며 있었다.
“저 사람이 말한 숙소, 나도 아는 것 같아요. 아마 내가 전에 팔려갈 때 묵었던 곳 근처, 아니면 그곳일 거예요.”
리지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빈대가 있어요.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간지럽죠. 짚이 약간 있기는 한데 거의 없고,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어서 나쁜 일을 당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머문 날 밤에도 그런 여자가 있었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죠. 모두 그냥 보고 있는 거예요.”
리지가 주환의 몸에 팔을 둘렀다.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이상하다. 지나가던 남자가 힐끔 주환과 리지를 보았다.
“여자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웃어요. 나를 데리고 가던 상인도 그걸 보고 웃으며 즐거워했죠. 누군가가 불을 켜라고 말하며 웃었어요. 잘 안 보인다구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리지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그것보다 더한 일을 당하고 살았을 거예요. 그럴 때 저 여자들을 만났다면, 나는 분명히 질투했을 거야. 저 여자들이 부러워서.”
주환,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며 리지는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붉은검 파티는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버렸는데도, 리지는 계속 그들이 걸어간 곳을 바라보았다.
***
눈을 떠보니 종탑이 보이는 여관방이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더 놀았어야 하는데, 어째서 도로시는 지금 방에 돌아와 있어?
도로시는 벌떡 일어났다. 엄마와 아빠가 다른 침대에 앉아 뽀뽀를 하다 깜짝 놀라 도로시를 보았다.
“너무해! 왜 도로시만 도토리 해!”
시장에서 놀지 못하고 온 것도 울고 싶은데, 엄마 아빠만 뽀뽀하고 도로시는 도토리 하다니, 정말 너무하다.
도로시는 침대 위를 뛰어 훌쩍 날았다. 붕 떠서 옆 침대에 올라가자, 아빠가 웃으면서 도로시를 안았다.
“도로시. 다치면 어쩌려구.”
“하지만 도로시만 도토리잖아. 아빠, 도로시랑도 뽀뽀해!”
입술을 쭉 내밀자, 아빠가 입에, 코에, 이마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배에다 입을 대고 부르르 숨을 불어넣는다. 뜨끈하고 간지러워서 웃음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도로시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흔들며 아빠를 피해 침대 위를 굴렀다. 한참 뒹굴뒹굴 침대 위를 돌아다니는데 리지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왜인지 엄마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져 있었다.
“엄마,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흐에, 에.”
엄마가 바보가 됐다. 말을 못 해. 오즈랑 똑같아졌어.
“아빠, 큰일 났어. 엄마가 바보야.”
“….”
아빠가 웃는다.
엄마는 더 빨개졌다.
“어.”
도로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숫자를 셌다. 아빠가 손가락 모두만큼 숫자를 가르쳐줬다. 이제 열까지 셀 수 있어.
“오즈, 토토, 엄마…하나, 둘, 셋. 셋이다!”
오즈랑 토토랑 엄마랑, 삼총사가 됐다. 아빠가 말해준 삼총사랑 숫자가 똑같아. 셋 다 똑같이 말을 못 해.
“…어.”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도토리만 아니면 괜찮지 않아? 하나만 말 못 하면 큰일이지만 셋이잖아. 엄마도 외롭지 않고 괜찮겠지?
“응! 괜찮아. 엄마, 바보라도 괜찮아. 오즈랑 토토도 말 못 하니까. 게다가 멋지잖아. 삼총사!”
도로시는 벌떡 일어났다. 엄마가 바보가 된 건 멋진 삼총사가 됐으니까 괜찮아졌고, 도로시도 아빠한테 뽀뽀 받았으니까, 아, 엄마 뽀뽀.
도로시는 얼른 리지 엄마한테 달라붙었다.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한다. 좋았어! 이제 됐어. 다 뽀뽀했다.
“이제 도로시는 모자 써야 해!”
아빠랑 엄마가 모자를 사줬다. 털이 복슬복슬한 거다. 꼬리도 달렸어. 오즈는 토끼라 동그란 꼬리지만, 모자는 긴 꼬리다. 훨씬 길고 멋있어.
“오즈보다 멋있어질 거야. 긴 꼬리를 갖게 됐으니까.”
도로시는 침대 밑에 있는 짐 꾸러미를 향해 달려갔다. 그 안 어딘가에 복슬복슬 모자가 있다.
“도로시, 잠깐 기다려 봐. 짐이 많으니까 그렇게 하면 찾을 수 없어.”
리지 엄마가 웃으면서 짐을 풀었다. 바보가 없어진 것 같다. 다행인지, 아니면 삼총사가 아니게 돼서 안 좋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자, 여기 있어.”
“와아.”
엄마가 꺼내준 모자를 들고, 도로시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부드럽다. 손이 꼭 구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오즈가 가까이 와서 코를 쫑긋쫑긋 움직이며 냄새를 맡았다.
“오즈, 알겠어? 이건 도로시 꼬리야.”
긴 꼬리가 정말 멋있다. 도로시는 꼬리를 살살 만져본 뒤에 모자를 머리 위에 올렸다. 손을 놓자 모자가 푹 들어와서 눈을 덮었다. 보이지 않는다.
“엄마! 안 보여!”
“그래, 알아. 도로시가 조금 큰 뒤에도 쓸 수 있게 큰 걸로 골랐어.”
엄마가 모자를 가지고 갔다. 너무해. 새 모자가…. 눈물이 날 것 같다.
“엄마, 도로시 클 때까지 모자 못 써?”
“어머, 도로시. 아니야. 모자를 쓸 수 있게 안쪽에 끈을 달아줄게.”
“언제?”
“오늘 밤에.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니까, 음, 도로시가 아침에 깰 때까지 다 해줄게. 아침에는 쓸 수 있을 거야.”
엄마는 웃었지만, 도로시는 눈물이 났다.
‘새 모잔데.’
집에 오기 전에 쓰고 싶었다. 시장에서도 쓰고 싶었는데 계속 참았어. 도로시는 오즈 언니니까.
“오즈한테는 모자가 없어서 불쌍하니까 계속 참았었는데….”
삐죽삐죽 입술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울음이 나올 것 같다. 아빠가 웃더니 도로시를 번쩍 안았다.
“모자를 기다릴 동안, 아빠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정말?”
“그래.”
“모자가 될 때까지 계속?”
“물론이지.”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는 좋다. 눈물은 아직 조금씩 나왔지만, 울음소리는 쑥 들어갔다.
“이번에는 무슨 얘기를 해줄까?”
“모험 이야기. 도로시는 모험가가 될 거니까 모험 이야기가 좋아! 아빠, 모험 이야기!”
“음, 그럼 이번에는 신드바드가 좋을까.”
엄마가 가위와 천이 든 바구니를 침대 옆에 두었다. 흔들흔들 등잔불이 춤을 추는데, 아빠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어떤 나라에 신드바드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빠, 신드바드는 왜 이름이 그렇게 생겼어?”
“글쎄, 그 나라에서는 신드바드라는 이름이 흔한 거였나 봐.”
“도로시는?”
“그 나라에서 도로시는.”
아빠가 잠시 도로시를 보더니 이마에 있는 머리를 위로 올렸다.
“그 나라에서 도로시는 아주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이름이었어. 훌륭한 모험가한테만 주어지는 이름이지.”
“나처럼?”
“그래, 우리 도로시처럼. 그 나라의 도로시는 굉장히 강하고 멋있으면서 훌륭한 여성이 갖는 이름이야. 나쁜 사람한테도 겁먹지 않고, 무서워도 용기를 낼 수 있지.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거야. 열 번 넘어지면 열한 번 일어나서, 언젠가는 꼭 성공하게 되는 여자가 갖는 이름인 거야. 굉장히 멋진 일이지.”
넘어져도 일어나는 게 멋있는 건가? 도로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빠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걸 거다.
“도로시도 넘어지면 일어나는데. 도로시는 멋져?”
“그래, 굉장히 멋있어.”
옆에서 엄마가 후후 하고 웃었다. 바보병은 다 나은 것 같다. 다시 옛날 엄마로 돌아온 모양이다.
아빠가 다시 신드바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싶은데 이상하게 잠이 온다. 꾸벅꾸벅 졸면서, 그래도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도로시는 몇 번이나 다시 눈을 비볐다. 꼭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신드바드 나라의 도로시가 된 것 같았다.
…신드바드는 깜짝 놀랐어. 섬인 줄 알았는데, 그게 고래였던 거야….
아빠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물이 아주 많은 곳이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강이다.
오늘 시장에서 보았던 청어가 그 강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청어의 등에는 나무가 여러 개 있었다.
아, 이게 고래구나.
도로시가 본 적도 없을 만큼 커다란 청어가 가만히 물을 떠다니면서 등에 있는 소년을 불렀다.
[이봐, 신드바드! 너랑 도로시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아?]응? 언제 나타난 거야? 신드바드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신드바드가 흥,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내가 이기지. 감히 도로시 따위가 나한테 어떻게 이기겠어!]그때, 머리에 수건을 빙글빙글 두르고, 그 위에 오즈를 올린 도로시가 신드바드 앞에 뿅 나타났다.
신드바드는 굉장히 힘이 셌지만, 도로시가 더 용감했다. 도로시는 열 번 넘어지고, 열한 번 째 벌떡 일어나서 신드바드를 밀었다. 신드바드는 균형을 잃고 청어고래 위에서 떨어졌다. 신드바드가 강에 둥둥 떠다니면서 소리쳤다.
[도로시! 잘못했어! 네가 더 강해. 넌 멋진 도로시야!]후후후. 아빠 말대로다. 도로시는 열 번 넘어지고 열한 번째 일어나서 모든 걸 이겨.
그때 아빠 목소리가 언뜻 들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 리지. 도로시는 잠이 들었으니까.]엄마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지금 바늘 들고 있는데.] [조금만, 아까는 도로시 때문에 그만뒀잖아. 리지가 부족해.]거기까지 들렸지만, 그 뒤에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렸다.
도로시는 다시 청어 고래 위에서 신드바드를 만났다. 이번에는 친구가 되어 둘이 신나게 커다란 고래 위에서 뛰어놀았다.
왜인지 오즈가 도로시의 머리 위에서 자신의 긴 귀로 도로시의 귀를 막고 있었다. 이상하다.
오즈, 왜 도로시 귀를 막는 거야?
오즈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귀가 막혀 있어서 전혀 들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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