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8)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8화(58/235)
#058 산타의 계약자
뿔토끼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착각하지만, 이놈들이 어릴 때는 뿔이 없다. 머리의 뼈가 약간 볼록하게 나와 있을 뿐이다. 만지면 느껴지지만 피부 밖으로 나와있는 건 아니었다.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뿔토끼 새끼는 산에서 볼 수 있는 그냥 토끼와 똑같다.
레너드는 표정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힐끔 아이 머리 위를 보았다. 후루룩 스튜를 마신다. 이 스튜는 그가 좋아하는 거지만,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전신의 신경이 모두 뿔토끼에게 향했다.
아무리 봐도 역시 뿔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뿔토끼에는 어째서 뿔이 있는 거지? 분명히 아직 어린 개체인데.
게다가 얌전하다. 아이가 가끔 모자에 올려주는 고기를 낼름 받아먹으면서, 정말 토끼처럼 얌전하게 앉아있었다.
가끔 옆에 있는 여자가 아이와 함께 뿔토끼를 쓰다듬으면 얌전하게 귀를 눕혔다. 기분 좋은 듯 동그란 눈을 감거나 응석하는 것처럼 삐이, 소리를 냈다.
‘마수가….’
저절로 눈이 가늘어졌다. 이것 역시 이상한 일이다. 마수가 힘없는 여자와 아이에게 길들여져 저토록 얌전하게 있다니.
‘특이하군. 정말 특이해.’
마수의 대부분은 서열에 따르는 성질을 가진다. 강한 놈에게 엎드리고, 약한 놈에게는 군림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길드는 놈도 간혹 있는 거다. 어리고 힘없을 때, 조련사가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드물게 복종하는 녀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관계가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수 조련사가 드문 것은, 당연히 마수를 잡아 길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마수는 잡식이다. 짐승도, 사람도 먹는다. 때로 한 종류만 먹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먹는 걸 가리지 않았다.
레너드가 아는 한 뿔토끼 역시 잡식이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달리 의외로 성질이 거칠다. 뿔토끼를 만만하게 보았다 손가락을 물어뜯겨 잘라졌다는 조련사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마수가 그런 성질을 가지다 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다른 인간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조련사가 강할 때는 그래도 괜찮다. 사람들과 약간만 거리를 둬도 통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마수 조련사는 가급적 마을에 가지 않고, 들리더라도 외곽에 머문다.
그렇지만 조련사가 늙거나 병드는 경우, 혹은 마수가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되는 시점이 되면 관계가 역전되는 경우도 있었다.
마수는 서열에 따르는 짐승이다. 자신이 조련사보다 강하다는 걸 깨달으면 그 서열을 뒤집으려고 한다. 그러다 결국엔 기르는 마수에게 죽거나 먹히는 조련사도 있다고 들었다.
마수는 동물과 전혀 다른 존재인 거다. 길들었다고 해서 조련사에게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다.
마수 조련사가 적게 보이는 건 그런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서였다.
“얘야, 그 마수, 내가 만져봐도 될까?”
레너드가 아이에게 묻자, 도로시라는 여자애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묻는 것처럼 머리를 위로 올렸다. 머리가 약간 뒤로 넘어가자, 뿔토끼가 모자에 납작 엎드렸다.
“오즈, 얌전한 토끼가 될 거야?”
“….”
뿔토끼는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데, 아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얌전해야 해. 그래야 도로시 뿔인 거야. 알겠어?”
아이가 레너드를 보았다.
“조금만 만져야 해요. 오즈는 뿔이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라는 건 영 대하기 어렵다.
레너드는 빙그레 웃으며 그러겠다고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앉은 사람들 뒤편으로 나와 아이에게 가까이 간다.
레너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뿔토끼에 시선을 주었다.
얌전하다. 뿔토끼는 아이의 모자에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토끼가 특별한 준비 없이 허공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것처럼, 뿔토끼도 그렇다. 오히려 훨씬 뛰어난 공격자였다. 마수 사냥꾼이었을 때, 가끔 뿔토끼를 사냥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상당히 돈이 되는 일이었지.’
레너드는 히죽 웃으며, 한 손을 허리춤에 슬그머니 갖다 댔다. 언제라도 작은 칼을 뺄 수 있게 준비한 뒤 뿔토끼의 머리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의 우려는 별 의미 없었다. 뿔토끼는 가만히 그의 손을 받아들였다. 뿔이 나와 있는 걸 더듬어 그 형태를 확인해도 가만 있는다.
하지만 손이 그 밑으로 향하자 삐이, 하고 울었다. 아이가 머리를 위로 올려 레너드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이에요. 뿔은 조금만 만지는 거니까.”
“그래, 만지게 해 줘서 고맙다.”
레너드는 즉시 손을 거두었다. 아이는 다시 고기에 손을 대고, 가끔 뿔토끼에게 자신이 먹던 작은 조각을 주었다.
레너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스튜를 한 그릇 더 받았다. 그릇에 입을 대고 후루룩 따뜻한 국물을 마신다. 뜨끈한 국물을 따라 가슴 전체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사람이 알고 있는 마수의 종류는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레너드는 마수 사냥꾼으로 활동하면서 제법 많은 걸 보았지만, 어쩌면 이 뿔토끼는 레너드가 전혀 모르는 신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릴 때 뿔이 나는 경우는, 적어도 레너드가 아는 한 딱 한 가지 경우뿐이었다.
산타의 계약자가 주인일 때다.
‘하지만 누구지?’
마수가 아이에게 붙어 있는 걸 보면 아이가 주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의외로 마법사나 여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
아이에게 말을 걸었을 때부터, 거구의 치유 마법사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치유 마법사는 검은 눈으로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무기를 움직이려는 기색은 없었지만 남자의 시선은 매우 직선적이었다. 조용히 바라만 보는데 등골이 서늘하다. 오래된 사냥꾼의 감각이 속삭였다. 저놈은 위험하다고.
왠지 마법사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그 부위의 피부가 따끔따끔해졌다. 마치 마법사의 시야에 닿는 부위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불꽃이 닿는 것 같다.
이상한 마수에, 검은 눈을 가진 마법사.
마법사의 외모가 드물기는 해도 가끔 그런 사람은 볼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다른 나라의 용병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치유 마법사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저런 마수와 함께 있다면 단순한 마법사는 아니겠지.’
문득 다른 나라에 나타났다는 용사가 떠올랐다. 비슷한 인종이라고 들었다. 이 마법사가 용사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아니라도, 저 남자가 산타의 계약자인 건 틀림없을 것이다.
잠시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앉아있던 레너드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인단 행렬에는 모험가 길드의 연락원이 몇 명 있다.
거대한 상인단이 만들어지고 길드의 모험가가 많이 참여하게 되면, 모험가 길드에서는 연락원을 파견한다. 호위의 증원이나 기타 다른 일을 최대한 빨리 연락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것이다. 이번의 치유 마법사도 그 연락원을 통해 불렀다.
레너드는 자신의 마차에 들러 간단한 편지를 썼다. 봉투에 넣은 뒤, 접합 부위에 밀랍을 녹인다. 거기에 상회의 인장을 눌러 봉인한 뒤, 길드의 연락원을 불렀다.
“이걸 베른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에게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연락원이 떠난 뒤, 레너드는 다시 한번 치유 마법사와 마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식사가 거의 끝난 모양이다. 아이가 뭔가 이야기하자, 마법사와 그 아내가 웃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금세 퍼지겠지.’
마수가 드물다고는 해도 레너드처럼 그 생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제법 있다. 저들의 이상성은 금방 널리 퍼질 것이다.
하지만 레너드의 참견은 여기까지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깊이 발을 디디면 길드의 경계를 받는다.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두고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후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산타의 계약자와 인연이 생기다니, 의외의 수확이었다.
레너드는 식사 때문에 약간 무거워진 내장을 의식하고 잠시 마차 주변을 걸었다.
눈치가 이상한 사람은 없는지, 다른 상인 마차에 갑자기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눈으로 그런 일들을 가만히 확인했다.
멀리, 길드의 연락원이 말을 타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베른의 길드 마스터에게 보낸 말은 단 한 줄이었다.
[루돌프.]그렇게만 말해도 알아들을 거다.
“….”
산타의 계약자만이 만들어낸다는 마수 루돌프. 과연 그게 어떤 모습일는지, 굉장히 기대가 됐다.
***
첫날은 여행길처럼 조용하고 여유롭게 지나갔다.
붉은검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불침번을 서는 것으로 정해졌다.
주환의 파티는 치유 마법사로 참가한 거라 불침번을 서지 않는다. 다만 마력을 항상 쓸 수 있도록 컨디션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들었다.
그렇게 조심하지 않아도, 치유 마법을 사용하는 건 쉽다. 느낌으로는 불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어쩌면 적성이 치유 마법 쪽에 더 잘 맞는 건가 싶다.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던 리지도 밤이 될 무렵에는 마음이 놓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은 어떤 건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노을이 질 무렵이 되자 행렬이 멈췄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차 주위에는 여기저기 모닥불이 켜졌다.
추위를 막는 것뿐 아니라, 늑대를 경계하기 위해서도 모닥불은 가급적 여러 군데 피운다. 캄캄한 새벽이 되면 늑대에게 물려가 사람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들었다. 참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조금 이상한 점은, 불 마법사가 있는데도 모두가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피웠다는 것이다.
“불 마법사는 모닥불 피우는 데 도움을 주지 않습니까? 간단한 일이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을 텐데.”
주환이 붉은검의 제시에게 묻자, 그녀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모든 모험가는 대가를 받고 일을 해요. 마법사는 특히 그런 경향이 크지요. 마력은 체력과 같은 거라서 사용하면 다시 원상태가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몸이 재산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모험가 뿐 아니라 마법사도 마찬가지예요.”
바람이 한 줄기 불자 제시가 몸을 움츠렸다.
“대가 없이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요.”
제시가 힐끔 불 마법사를 보았다. 왜인지 그녀의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 증오와 두려움이 한데 섞인 것 같은 눈빛이었다.
저녁으로는 낮에 나온 것과 똑같은 음식에 청어가 더해졌다. 왜인지 모르지만 근처에 바다가 없는 데도 청어가 흔한 것 같다. 모험가 마을에서도 청어는 다른 음식보다 비싸지 않았다.
다만 마을에서 보았던 청어는 소금에 절인 것이었는데, 여기에 나온 건 말린 청어였다. 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 말렸다.
‘음, 근데 이건 그냥 과메기 아닌가.’
기름기 있어 보이는 모습이 딱 과메기다.
인기는 없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청어에 손을 대지 않았다. 리지와 도로시도 청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고기와 스튜만 먹는다. 어쩌면 냄새나 비릿한 맛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환은 다른 사람이 청어 먹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막대기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뒤 입에 넣었다.
글쎄, 양념이 있으면 더 맛있겠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다. 쫄깃쫄깃해서 마음에 들었다.
리지에게 한 번 권해봤지만 싫다고 고개를 흔든다. 도로시도 코를 손으로 막으며 싫어했다.
‘이상하네, 맛있는데.’
주환은 몇 개 더 먹었다. 너무 기름져서 많이 먹기는 부담스러웠지만 스튜와 함께 먹으니 딱 좋다. 얼큰한 소주만 있으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식사가 끝나자 모험가들이 각자 잠자리를 꾸몄다. 한데 모여서 자지 않는 모양이다.
주환도 주변의 나무를 긁어모아 마차 옆에 모닥불을 피웠다.
그때, 붉은검의 마리가 머뭇거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저, 혹시, 우리 파티가 이 근처에서 자도 될까요?”
붉은검의 다른 두 명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수레에서 짐을 꺼내고 있었다. 잘 때 사용할 물건인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주환의 대답에 마리가 눈에 띄게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자, 몇 명이 붉은검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밤의 습격.’
주환은 쓰게 웃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붉은검은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내내 다른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을까.
붉은검 파티는 텐트라고 부르기는 조금 어설픈 걸 가지고 있었다. 나무 막대기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두꺼운 천을 씌운다.
높이도 낮고 공간도 작아서 세 명이 모두 들어가 누울 수는 없어 보였다.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면 간신히 세 세 명이 잘 수 있으려나.
주환은 잠시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카린도 텐트로 들어가지 않고 맞은편에 앉았다. 어딘가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침묵이 흐르고, 카린이 불쑥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
아마 옆에서 자라고 허락한 일에 대한 걸 거다. 하지만 그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환은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별말씀을.”
“….”
카린은 잠시 앉아있다 자신의 텐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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