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9)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59화(59/235)
#059 산타 등급 탄생
사람이 살다 보면 참 별일을 다 겪는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모험가가 되어, 약초 캐기부터 시작한 그의 인생에는 별의별 것이 다 들어가 있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일은, 자신이 베른 모험가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의 길드 마스터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길드 마스터가 등급이 높은 건 아니다. 자신처럼 평범하게 구르던 평범한 모험가가 마스터가 되는 일도 종종 있다.
특히 여기처럼 큰 도시에서 먼 지방의 길드에는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그렇다 해도, 길드 마스터는 특별한 지위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길드 마스터가 된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기적의 마스터가, 또다시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났다.
“루돌프?”
마스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을 잘 못 읽기는 하지만 루돌프라는 글자는 읽을 수 있다.
“갑자기 전설의 마수는 왜요?”
한밤중이 되어도 집에 가지 못한 채 서류 작업을 하던 수다쟁이가 물었다. 코는 종이에 박고 손은 열심히 움직이는데도 말할 틈이 있나 보다.
“그렇지? 루돌프는 거의 전설이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십니까. 놀지 말고 일을 좀 해주세요. 쉽잖아요. 제가 미리 다 작업해놓은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되는데.”
“음, 하지만 말이야, 지금 사인하고 있을 틈이 없네. 우리 지점에 루돌프가 있는 것 같아.”
마스터의 말에 수다쟁이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마스터, 저는 마스터를 나름대로 존경하고 있어요. 길거리에 나앉아 굶어죽게 된 저를 구해준 데에 대해 감사도 하고 있구요. 하지만 마스터의 그 널널한 업무 태도에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서류작업이 싫은 건 알지만, 그래도 사인만 하는 거잖아요. 사인만. 제발 부탁이니까 사인 좀 해주세요. 안 그러면 이 서류를 본점에 올릴 수가 없다구요.”
숨도 쉬지 않고 말한다. 매번 보는 거지만, 매번 놀랍다.
“아니, 물론 서류 작업하는 건 싫은 게 맞는데 말이야, 루돌프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그 뿔토끼 말일세. 그게 루돌프일지 모른다는 편지를 받았어.”
얼굴을 종이에 박고 있던 수다쟁이가 고개를 들었다.
“예?”
입을 조금 벌리고 있는 게 바보 같다.
“내가 왜, 얘기했잖아. 마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다구. 모험가 할 때의 인연으로 아는 사람한테 봐달라고 했더니 답변을 루돌프라고 보냈더라구.”
“왜 그렇게 판단했답니까?”
“그야 모르지. 그냥 루돌프라고만 보냈으니까.”
“그 사람, 확실하게 길드 마스터의 지인이 맞군요.”
수다쟁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앞뒤 모두 자르고 이상한 몸통만 보내는 게 딱 마스터예요.”
수다쟁이 얼굴이 약간 심각해졌다.
“그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는 겁니까? 루돌프를 발견했다는 말은 매년 꼭 한 번 이상은 듣는 거라서요. 저로서는 무턱대고 믿기는 좀 어렵네요. 머리에 뿔난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짐승을 때려 혹 만드는 놈도 있고, 뭐, 다양하니까요. 심지어는.”
수다쟁이는 그렇게 말하다가, 아, 소리를 내고 중얼거렸다.
“마스터가 보증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려나요.”
수다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구석으로 향했다. 오래된 가입 서류가 쌓인 선반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어디더라, 내가 분명히 봤는데.”
수다쟁이가 중얼거리면서 서류가 담긴 박스를 선반에서 내리고, 다시 올리고, 또 새로운 걸 내려서 뒤적거렸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어디에 무슨 서류가 들어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선반은, 수다쟁이가 온 뒤로 제대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종류별, 시간 별로 쌓아 놓고 있다.
마스터가 보기에는 이제 완벽한 것 같은데, 수다쟁이 말에 의하면 그 쌓아놓은 것들이 다시 제대로 되려면 아직도 한참 먼 모양이다.
괜찮은 직원이 한 명 들어오니, 이렇게 몸이 편하면서 동시에 마음이 불편해질 수가 없다. 이제 좀 적당히 놔뒀으면 좋겠는데, 수다쟁이는 일에 너무 열심이다.
한참 동안 서류 박스를 뒤적이던 수다쟁이가 낡은 종이를 손에 쥐고 마스터에게 다가왔다.
“마스터, 이 사람을 한 번 불러와도 될까요? 아니면 치유 마법사를 이 사람한테 보내던가.”
“그건 누군데?”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류에 의하면 이 사람은 루돌프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요. 전 마스터의 메모가 적혀있었죠. 정리하다 특이해서 기억해두고 있었어요.”
수다쟁이가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그 마법사나 애나 루돌프에 대해서 알 것 같지는 않고, 뭐, 마수도 잘 모르는 것 같았으니까요. 좀 배워두는 게 좋겠죠. 진짜 루돌프가 아니라 마수일 뿐이라고 해도요. 어쨌든 그 파티는 굉장히 귀하니까요.”
“좋아, 그 사람을 부르는 건 길드 돈으로 하지.”
“감사합니다. 근데 이 사람, 아직 살아있나 모르겠네요.”
수다쟁이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제부터 저는 본점에 올릴 보고서를 써야겠습니다. 보나 마나 마스터가 쓰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서툴러도 자꾸만 써야 글이 늘어요, 마스터.”
곧바로 일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수다쟁이가 하던 서류를 옆으로 밀어놓고 새로운 종이를 꺼냈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 골치 아프겠어요. 두 가지 속성을 가진 치유 마법사인 것만으로도 귀족들이 눈독 들일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거기에 루돌프라고 하면 이젠 왕족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난리겠죠.”
어느새 수다쟁이 얼굴에 미소가 떠 있었다. 저놈 하는 생각은 금방 알겠다.
“그 보좌관이 혼날 거 생각하니 기쁜가 봐.”
“….”
마스터의 말에 수다쟁이의 입술 끝이 내려왔다. 하지만 잠시 뒤에 보면 또다시 웃고 있었다. 정말 속 좁은 놈이다.
‘혼담이 있었던 여자를 좋아했었나?’
여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말만 통하고 자기 얘기만 들어주면 여자든 남자든 아무 상관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의외로 연애도, 결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아!”
수다쟁이가 문득 소리를 냈다.
“마스터, 우리 지점에서 S급이 생기는군요. 루돌프라고 하면 산타의 계약자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산타급이 탄생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보는 거구만.”
“S급은 그냥 장식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나도 마찬가지야. 살아있을 때 두 눈으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산타 목걸이도 신청해둬야겠구만.”
“어쨌든 S급 얘기는 최대한 비밀로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가급적 늦게 알려지도록 해야죠.”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누가 계약자인 거지?
아이? 아니면 마법사?
“우선 그것부터 알아봐야겠네.”
마스터는 중얼거리고, 어깨를 움츠렸다. 산타 급이 생기는 건 좋은데,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벌써부터 괴롭다.
***
상인단 행렬은 큰일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치유 마법사라고 불려 왔는데 그냥 놀고만 있다.
어쩌다 누군가가 사소한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도 일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건당으로 돈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뭐, 그 정도야 그냥 놔두면 낫는 정도니까 굳이 마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 일하지 않고 돈 받는 날만 흘러가니 마음이 조금 괴로웠다. 지구에서 직장 노예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일하지 않고 돈을 벌면 기쁜 게 아니라 초조해진다.
‘어쩔 수 없지.’
주환은 낮에는 마차에 들어가 잠을 잤다. 리지가 대신 마차를 몰았다. 남들이 볼 때는 치유마법사가 파티원에게만 일을 시키고 노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자다가 일어나면 도로시와 놀고, 마부석에 셋이 나란히 앉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웃는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그리고 밤이 되면 깨어나 밀러 상회가 있는 주변을 돌아다녔다.
도적단이 눈을 붙였다는 건 그저 항상 있는 소문이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부를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거다. 아마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을 거다.
누군가가 상인단을 노리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알아보는 게 좋겠지. 다른 마차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도 최소한 주변 정도는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이 안에는 리지와 도로시가 있으니까.
주환은 손끝에서 작은 불꽃을 내 발밑을 비추며 어둠 속을 걸었다. 크고 작은 나무를 몇 그루 지나친다. 아무도 없었다. 늑대 울음소리가 가까이 들렸지만, 덮쳐오지는 않는다.
오늘로 삼일 째지만 마차 근처를 따라다니는 놈은 보이지 않았다.
치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안 되니 마력을 보존하라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그런 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치유 마법의 수준은 굉장히 낮다. 불붙은 머리의 상처를 회복시키는 정도면 충분하고, 그런 거라면 백 명쯤 치료한 뒤에 잠깐 눈 붙이고 깨어나면 회복될 거다. 따로 자신이 뭔가 해도 전혀 문제없었다.
‘이제 돌아가자.’
너무 멀리 가서는 안 된다. 주환은 몸을 돌렸다. 멀리서 상인단 행렬이 피운 모닥불이 보였다. 자신의 마차가 있는 모닥불을 목표로 부지런히 걷는다.
리지와 도로시가 있는 마차는 항상 안에서 잠그고, 오즈도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가 탐색하는 범위는 모닥불의 불빛이 보이는 곳까지만.
인생사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거다.
모닥불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출렁출렁 움직이는 횃불을 보았다. 마차에서는 다소 떨어진 거리였다.
“….”
주환은 손끝의 불을 없애고 걸음을 멈췄다.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읍, 읍, 누군가가 내는 작은 소리가 어둠을 타고 들려왔다.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버둥대지 마! 네가 반항하면 다른 두 명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들어본 목소리다. 아마 불 마법사일 거다.
그 뒤에는 누군가가 질질 끌려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여자의 숨 막히는 흐느낌 소리도.
“….”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금방 알았다. 오늘은 카린과 제시가 불침번을 서는 날이다. 리지와 도로시는 마차를 잠그고 잠이 들었을 거다. 남은 건 마리 한 명이었다.
붉은검에게서 숱하게 들은 말은 남에게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연히 다른 사람의 시비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그녀들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이런 걸 그냥 넘어갈 만큼, 그는 냉정하지 못하다.
‘게다가 그녀는 우리 파티의 지도역이니까.’
그 정도면 끼어들 이유는 충분하다. 주환은 식사할 때마다 놈이 리지를 보던 눈빛을 떠올렸다.
‘그래, 끼어들 이유는 충분하지.’
주환은 조용히 땅을 밟으며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걸었다. 거스에게서 배운 사냥꾼의 기술은 이런 데서 도움이 된다. 주환의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소리가 가까워졌다. 걸음을 멈춘 것 같다. 남자가 들고 있던 횃불을 바닥에 얕게 꽂은 뒤 돌을 모았다. 지지대를 만드는 모양이다.
그동안 마리는 도망도 치지 못한 채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작은 울음소리가 어둠 속으로 흘러 다녔다.
불 마법사는 주환이 바로 뒤에 도착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횃불을 꽂느라 정신이 없다.
갑자기 나타난 주환을 보고 마리가 놀란 것 같다. 눈이 약간 커졌다.
깜짝 놀라는 불 마법사를 쳐다보지 않고, 주환은 마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 손을 내밀어 팔을 잡아 일으킨다. 마리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제자리에 섰다.
“뭐야, 이 새X! 내가 먼저야. 너도 하고 싶으면 순서를 기다리라구.”
주환은 몸을 돌려 홱 주먹을 치켜들었다. 더러운 놈! 하지만 허공으로 올라간 팔은 그대로 멈췄다. 마리가 거기에 매달려 작은 소리로 울면서 말했다.
“그, 그만해요. 그러면 안 돼.”
“….”
힐끔 마리를 보자,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채 입술을 떨며 말했다.
“싸, 싸, 싸우지 말아요. 그러면 안.”
그때 누군가가 마차 쪽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에 누구야!”
카린의 목소리다. 그녀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도 이쪽에 쏠린 것 같다. 몇 사람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쳇! 별 거지 같은 게 끼어들어서.”
불 마법사는 사람이 가까이 오자 횃불을 들고 가버렸다. 멀어지는 불 마법사를 보고 누군가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카린이 달려와 마리를 부둥켜안았다. 마리는 괜찮다고 말하며 주환을 보았다.
“주환 씨가 도와줬어, 카린…감사합니다.”
“…그, 감사합니다.”
카린도 여러 번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다. 왜 때리려는 걸 말린 거야.
“그 사람은 4급 마법사에요. 당신이 등급은 더 높지만, 그건 치유 마법사라서니까요. 그 불 마법사는 당신과 달리 전투 능력이 있는 4급인 거예요. 당신이 도끼를 잘 쓰는지, 잘 싸우는지는 잘 모르지만, 4급하고 싸우면 져버릴 거예요. 5급인 우리가 덤비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죽어버릴 만큼 강하다구요, 그 사람은.”
마리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주환을 보고 말했다.
그래서 찍소리도 못하고 당하려고 했던 건가. 다른 두 명의 목숨을 인질 삼았기 때문에 도망칠 생각도 못 하고?
“길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까?”
주환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카린이었다.
“길드에서도 여러모로 신경은 써줘요. 모든 사람이 그 마법사 같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남자는 당신처럼 이런 걸 혐오하는 경우도 있고, 가급적 그런 사람과 일할 수 있게 신경 써 주죠.”
카린이 마리를 안고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불 마법사 같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걸 일일이 길드에서 간섭하고 제재할 수는 없는 거예요. 한 명만 그런 게 아니니까. 게다가 기본적으로 모험가는 실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거친 직업이니까요.”
주환은 두 사람 뒤를 조용히 따라 걸었다.
카린과 마리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잠시 망설이다가 마리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그 마법사와는 너무 부딪치지 않는 게 좋아요. 이곳에 있는 모험가들은 그들과 싸우지 않으려고 하죠.”
“….”
카린과 마리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소식을 들었는지 제시가 달려왔다.
주환은 세 명이 모여 울고 있는 걸 보고 몸을 돌렸다. 오늘 일은 확실히 조금 서툴렀는지도 모른다. 원한이 남았다. 마음이 좁은 사람일수록 작은 일도 크게 원한을 품는 법이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져도 나는 아마 같은 일을 했을 거야.’
마리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 놈이 이곳에 있는 한 리지의 몸도 안전하지 못할 거다. 가끔 리지를 보는 놈의 눈빛을 보면 틀림없다. 지금은 마리가 있으니 더 쉬운 쪽으로 신경이 가 있을 뿐, 며칠 내로 손을 대려 했을 게 분명하다. 주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
처음에 얕보이면 다른 놈들도 덤빈다. 조폭과 싸우던 길거리 시절과 똑같아.
걸음이 빨라졌다.
안전한 걸 알고 있는데도, 자신의 마차에 가까워지고, 문이 안쪽에서 잠긴 걸 확인한 뒤에야 마음이 놓였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깼는지 리지가 곧바로 문을 열었다.
“주환, 괜찮아요?”
“그래.”
괜찮아. 이번에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산타가 빌어먹을 놈인 건 맞지만, 그래도 그가 행복을 빌면서 이곳으로 보내줬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을 거다. 리지도, 도로시도, 그리고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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