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70)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70화(70/235)
#070 작은 위화감
보좌관은 허둥지둥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 벌써 떠난 건 아니겠지.’
주환이라는 남자를 추적하는 건 조금 애를 먹었다. 길드에서는 전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고, 신고가 들어왔던 마을에서는 주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들이 아는 건 그저 노예 마차에 있던 남자를 병사가 주고 갔다는 사실뿐이었다.
겨울의 죄인 마차에서는 죽는 이가 많이 생긴다. 한 여름도 마찬가지지만 겨울이 특히 심하다.
그래서 대체할 수 있도록 사형수나 중죄인도 함께 추가로 집어넣는데, 그래도 종종 사람이 모자랄 때가 있었다. 중간에 죽기도 많이 죽지만, 병사들이 돈을 받고 죄인을 마을에 넘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병사들은 문제가 안 생길 것 같은 사람을 납치하는 경우가 있다. 들키면 중벌을 받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런 일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돈을 위해 목숨과 인생을 거는 놈이 있다.
주환도 그런 식으로 잡아넣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 병사들을 심문했지만, 아니었다.
출신 지역이나 신분을 알면 그래도 이것저것 일이 조금 쉬워질 텐데,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다.
결국 주환을 찾기 위해서는 길드 쪽의 인맥과 흔적을 더듬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길드 쪽 사람들은 입이 단단하다. 석고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폼으로 변경백작의 보좌관 노릇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있는 인맥 없는 인맥을 모두 긁어모아, 영혼까지 팔아가면서 겨우 밀러 상회에 고용되어 모더니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그 고생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 사람한테 연락한 뒤에는 저 사람을 윽박지른다. 거기에다 변경백작의 불같은 성격까지 받아내야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길드 사무소로 들어갔을 때, 치유 마법사의 모습은 없었다.
‘벌써 떠났나.’
마음이 조급해졌다. 보좌관은 사람들을 해치고 길드 안을 살피다 문득 접수대 안쪽을 보았다.
“!”
한눈에 알아봤다. 상상했던 것과 똑같은 남자가 안쪽에 있었다.
사람의 말이라는 건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
초절정 미녀라고 해서 가보면 돌멩이에 화장한 것 같고, 못생겼지만 성격은 좋다는 말을 듣고 가보면 성격까지 최악인 경우가 태반이다.
성격은 나쁘지만 일은 잘한다고 해서 믿고 맡기면, 그야말로 길거리 부랑아한테 시켜도 더 나을 것 같은 결과물만 가져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주환이라는 치유 마법사는 말로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 아니, 조금은 더 험악한 사람이려나. 인상이 거의 도적단 두목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눈매가 무섭고 날카롭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 험악할 뿐이다. 매우.
보좌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조금 떨었다. 주환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서늘하다.
‘저 사람, 진짜로 무섭게 생겼구나.’
얼굴만 무서운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분위기에 날이 서 있다고 해야 할까. 그냥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인데 주변 공기가 모두 빳빳해져 있는 느낌이었다.
‘저 얼굴, 저 분위기로 치유 마법사라니.’
불 마법사라고 하면 그래도 좀 어울릴 것 같다. 어쩌다 무섭고 몸 좋은 불 마법사도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저 얼굴 저 분위기로 치유마법은, 사기 아닌가. 물론 치유 마법사가 모두 천사처럼 생길 필요는 없지만.
보좌관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여기에서 말을 잘 해서 변경백작의 밑에서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나라, 이 영지는 그야말로 폭풍 앞에 서 있는 배와 같았다. 치유 마법에 불 마법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보좌관은 숨을 가다듬고 걸음을 옮겼다. 안쪽으로 쓱쓱 들어가 주환의 앞에 선다.
“안녕하십니까, 마법사 주환. 나는 베른 변경백작을 모시고 있는 보좌관 카일입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좋은 제안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카일은 남녀 모두에게 평판 좋은 미소를 지으며 주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생각보다 훨씬 신사적인 접촉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귀족은 더 험악한 방법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안이라니, 그저 평범한 헤드헌팅 같다.
주환은 찬찬히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변경백작을 모시고 있다는 카일은 뭐랄까, 인상이 매끄러운 사람이었다.
나이는 30 후반에서 40 정도 되려나. 얼굴이 잘 생기거나 가벼워 보이는 유형은 아니다. 약간 까다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한 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다. 머리카락 한 올도 그냥 흐른 것 같지 않다. 일부러 그렇게 해놓은 것 같다. 중세 그림에서 지금 막 빠져나온 것 같은 모습의 남자였다.
밀러 상회의 주인 레너드도 상당히 멋있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 사람은 황야의 무법자 같은 느낌이었다.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
보좌관 카일이 힐끔 길드 직원을 쳐다보고, 다시 주환에게 시선을 주었다. 히죽 웃는다.
“길드의 첫 번째 일은 만족스러워셨습니까? 길드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버는지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게 굉장히 커 보일 테지요. 하지만 사실 그건 정당한 금액이 아니에요. 당신은 더 많이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괜찮다면 이곳이 아닌 곳에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주환이 대답하기 전에 길드 직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건 곤란합니다. 보좌관님. 우리 길드에서는 소속되어 있는 회원분들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시면 여기에서 부탁합니다.”
카일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건 말이 이상하군요. 마치 내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아니지만, 보좌관님이 데려가서 죽은 사람이 이미 있지 않나요?”
“…그건 모험가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고블린 토벌을 나가서도 죽는 사람이 생기는데.”
주환을 놔두고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했다. 아마 카일이 상급 모험가를 빼내 갔다가 전쟁터에서 죽은 모양이다.
둘 다 말을 잘한다. 친한 친구처럼 싱글싱글 웃으면서, 서로를 사기꾼이라든가 쥐꼬리만한 돈으로 사람 부려먹는 귀신이라는 의미를 돌려서 말하고 있었다.
가끔 모르는 단어가 섞여 있어서, 맥락을 보며 대강 뜻을 짐작해 기억했다. 리지가 문자를 배우겠다고 했으니 더욱 열심히 익혀두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남편 대단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강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겠다. 확실히, 모험가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귀족이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스스로 따라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
“….”
보좌관과 길드 직원 두 사람 모두 말을 잘해서 말싸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냥 두면 밤까지도 계속될 것 같다.
문득 옆을 보니 리지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환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주환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리지에게 변경백작의 보좌관은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신분인 거다.
‘길드 직원이 나보다 먼저 나서서 상대한 것도 그래서인가.’
이곳의 보통 사람은 보좌관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쩔쩔매다 끌려갈 테니, 그래서 일부러 처음부터 주환 대신 나선 거였을까.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움직이자, 두 사람의 말싸움이 갑자기 끝을 맺었다. 주환은 카일을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카일 보좌관님이라고 하셨지요?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을 두고 전쟁터에 나갈 생각은 없어요. 죄송합니다.”
주환의 말이 조금 놀라웠던 것 같다. 카일도, 길드 직원도, 약간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역시, 보통 사람은 주환처럼 명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거다.
카일이 조금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기다려 보세요.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 능력을 썩혀서는 안돼요. 이 나라, 이 땅이 짓밟히면 누가 가장 먼저 고통에 빠질까요? 당신의 아내, 당신의 딸입니다. 남의 일이 아닌 거예요. 이 땅, 이 나라를 지키는 게 당신의 가족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이건 협박이다. 만일 리지와 도로시가 모험가 길드에 파티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의 말이 옳다. 이 땅을 떠나지 못하는 리지와 도로시는 반드시 비참한 상황에 빠지게 될 거다.
게다가 카일의 말속에는 ‘네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네 가족이 무사하지 못할 거다’라는 뜻도 은근히 들어있는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역시 두 사람을 파티로 등록한 건 옳은 일이었구나.’
주환은 깊이 안심했다. 그리고 약간 실망했다. 귀족 측인데도 의외로 강압적이지 않다 싶었는데, 모험가 길드에 가입했기 때문이었던 거다. 만일 그와 가족이 아무 데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면 분명 이렇게 온건한 접근은 하지 않았다.
주환은 거구의 몸을 우두커니 세운 채 카일을 보았다. 옆에는 리지와 도로시가 서 있다.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말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이 땅이 남의 침략을 받으면 분명 여기에 사는 사람은 힘들고 괴로운 처지에 빠지겠지요.”
그렇다는 듯이 카일이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몇 개 차이 나는 카일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약간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 길드에 소속된 사람은 몇 군데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지는 않지만, 같은 모험가 길드가 있는 곳으로는 갈 수 있다고요. 나와 내 가족은 언제든지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어요.”
“뭐!”
카일이 당황한 얼굴로 힐끔 길드 직원을 노려보았다. 길드에서 가족을 가입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시 주환을 본 그의 얼굴은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 가족의 마음은 어떻게 됩니까? 분명히 당신 아내와 아이에게는 소중한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테지요. 부모, 형제, 고향, 그런 사람들은 모두 버리라고 할 겁니까?”
주환은 히죽 웃었다. 아직 산속 오두막에서 살 때, 리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혹시 가족을 만나고 싶은지. 그때 리지는….
“내 아내에게 다른 가족은 없습니다. 그녀를 다 떨어진 낡은 토끼 가죽 한 장에 팔아버린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불행을 바라지는 않아도, 행복을 기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닙니다. 우리 아이에게는 그런 사람조차 없습니다.”
리지와 도로시에게는 그가 전부다. 주환에게 두 사람이 전부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 산타가 그래서 이 두 사람을 내게 인도한 건가.’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다. 얼마나 완벽한가.
주환은 짧게 인사를 마치고 도로시를 안았다. 리지와 함께 그대로 길드를 나온다.
“기, 기다려요!”
카일이 뭔가 말하며 주환을 따라나오려고 했지만, 몇몇 길드 직원이 일부러 앞길을 방해했던 모양이다. 뻔한 술수를 쓴다면서 큰 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길드에서 일하는 사람도 힘들 것 같다.
붉은검 파티가 당황한 얼굴로 그의 뒤를 쫓아왔다.
“정말 괜찮나요? 물론 모험가 길드가 있으니 겉으로는 별일 없을 테지만, 저 사람은 변경백작의 부하에요. 보좌관이면 변경백작을 바로 옆에서 모시는 사람 아닌가요? 그런 사람에게 안 한다고 잘라 말해도 돼요?”
밖으로 나온 붉은검의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여러 해 모험가를 한 붉은검에게도 이 땅의 권력자는 거슬러서는 안 될 사람인 모양이다.
“어설프게 대답하다가는 말꼬리를 잡힙니다. 그 사람, 말 잘하는 거 봤잖아요.”
주환이 말하자, 마리가 잠시 주저하면서 물었다.
“주환 씨의 실력이라면 대우는 좋을 텐데, 차라리 귀족 밑에서 일하는 게 낫지 않아요?”
“전쟁에 나가면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없어요.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을 헤어져 있어야 할 겁니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압니까.”
그게 가장 무섭다. 바로 옆에 있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멀리 떨어져 있다니, 상상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아까 길드 직원과 보좌관이 말하는 걸 듣고 알았다. 마법사가 귀하다고는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그저 소모품이다. 목숨 걸고 구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마법사의 목숨을 걸어서 전쟁을 이기게 하는 존재인 거다. 한 마디로 비싼 무기 대신이었다.
변경백작은 마법사라고 하니, 더욱더 그럴 거다. 실제로 자신을 위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력을 짜내 쓰다가, 약하고 쓸모 없어지면 버리는 것 같다.
그런 사람 밑에 갔다가는, 리지와 도로시를 멀리에 두고 결국엔 전쟁터에서 죽고 말 거다. 그런 인생 살려고 이 세계로 온 게 아니야. 전쟁 때문에 비참한 사람들이 생기는 건 안됐지만, 이 세계의 일은 이 세계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지. 다른 세계의 그를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인지, 도로시가 주환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분위기가 이상하니 아이도 뭔가 느낀 모양이다. 괜찮다는 의미로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고, 주환은 리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리지,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걸 사러 가자.”
붉은검과 정오 무렵에는 떠나기로 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서둘러야 한다.
리지는 걱정이 되는지 자꾸만 길드 입구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는 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물건들을 사러 돌아다녔다. 모험가 마을보다 골목에 늘어선 가게들이 훨씬 많았다.
물건도 여러 종류다. 리지는 이곳저곳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뒤에 가장 저렴한 곳에서 가족의 튜닉과 셔츠, 신발 등을 여러 벌 골랐다.
한쪽 구석에 끈이 달려있는 여성용 속옷이 있기에 사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리지가 그건 비싼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천쪼가리가 뭐 그리 비쌀까 생각하는데, 가게 주인이 오더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눈이 높으시군요, 손님. 그건 굉장히 고급 물건이죠. 한 개에 10리나입니다.”
주환이 깜짝 놀라자, 구석에 있는 다른 물건을 보여주면서 그건 7리나 짜리라고 한다.
“여자들이 좋아해요. 예쁘고 부드럽잖아요. 고급 리넨입니다.”
“….”
“굉장히 좋은 물건이에요. 두 장 사시면 1리나 깎아서 13리나에 드리죠.”
“….”
“부인이 굉장히 좋아할 겁니다. 물론 손님도 분명히 즐거워요.”
“….”
그런 교환을 하고 있는 동안, 주환은 리지에게 버려진 것 같다. 리지가 새빨간 얼굴을 한 채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언제 늘어난 건지, 가게 입구에 구경꾼도 몇 명 있었다. 남자가 여자 속옷을 보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던 모양이다.
주환 자신도 낯설다. 결코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리지가 돈을 아끼기 위해 자신의 속옷을 사지 않는 건가 싶어서 걱정이 되었을 뿐이다. 결국, 주환은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 뒤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구입하러 돌아다녔다.
상업의 도시라더니, 골목에는 이국적인 물건이 눈에 많이 보였다. 가끔은 동양의 물건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동양 물건만 파는 가게는 별로 없었지만, 일반적인 가게에서 잡동사니처럼 한쪽에 몇 개씩 섞여 있는 곳이 가끔 있다.
가게 한 곳에서는 동양의 두루마리와 비녀를 발견했다. 두루마리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다.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끈적한 먼지가 붙어 닦이지도 않았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게 이상했는지, 리지가 가격을 물어보았다.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렴했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주환이 진짜 관심을 가졌던 건 두루마리가 아니라 비녀다. 검은빛이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건데, 비슷한 모양으로 여러 개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게 뭔가요?”
주환이 묻자, 가게 주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혹시 마음에 들면 작은 동전 한 개에 몽땅 가져가슈.”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그것도 함께 구입했다.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리지의 머리가 다시 길어지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게다가 비녀는 급할 때 무기로 쓸 수도 있다. 일석 이조다.
가게에서 나온 뒤 비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리지가 조금 부끄러워했다. 기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한 적이 없다. 기념일 같은 건 거의 챙겨 본 적이 없지만, 리지가 기뻐한다면 앞으로 여러 개의 기념일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도로시도 비녀 하고 싶어.”
도로시가 불쑥 말했다. 어려도 여자라는 걸까. 어쩌면 이제 슬슬 리지를 따라 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는 건지도 모른다.
머리가 길면 그러자고 말하자, 아이가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길드를 나온 뒤부터 왠지 도로시의 행동이 이상하다. 다른 때와 달리 돌아다니지 않고 계속 주환의 목을 붙든 채 안겨 있었다.
침울하거나 우울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잘 웃고, 여기저기 눈을 빛내며 구경한다. 다만, 그의 품에 안겨 있을 뿐이다.
아침부터 계속,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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