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73)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73화(73/235)
#073 빈대를 피하면 쥐가 나왔다
대부분의 땅이 아스팔트와 사람 사는 곳인 지구와 달리, 이 세계는 산과 숲과 들판에 사람 사는 곳이 끼어 있는 형식이다.
마차가 지나는 길은 숲이 아니어도 대부분 크고 작은 나무를 끼고 있고, 드문드문 황무지처럼 황량한 땅이나 들판이 나왔다.
그런 형편이다 보니, 어쩌다 마을을 만나면 주환의 마음에도 조금 반가워진다. 리지와 도로시는 마을이 보일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모든 마을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붉은검의 안내로, 하나나 둘 정도의 마을에 잠시 들러 촌장에게 인사를 했다. 다음에 혼자 올 때 들려도 괜찮은 마을을 소개해 주는 것이다. 바가지를 안 씌운다던가, 씌워도 약간만, 혹은 잠자리나 식사가 괜찮은 곳이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마을이 보였다. 저 마을이 오늘 밤 머물 곳이다.
여느 마을과 비슷해 보였다. 있으나 마나한 울타리가 둘러져 있고, 마을 주변은 대부분 밭이었다.
이 마을도, 낮에는 계속 울타리의 정문을 열어두는 모양이다. 반쯤 열려 있었다.
남자 몇 명이 문을 닫기 위해 나왔다 주환과 붉은검 파티를 발견했다. 마차가 들어갈 수 있게, 남자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지금의 마부 당번은 주환이다. 주환은 그쪽으로 마차를 몰아가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괜찮은 건지. 빈대가 또 있으면 곤란한데.”
“빈대가 많은 건 어쩔 수 없어요. 대부분 그런 걸요.”
리지가 킥킥 웃었다.
그녀는 괜찮은 걸까. 주환은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벅벅 긁었다. 다른 건 참아도 빈대는 못 참을 것 같다. 그렇다고 또 마차에서 자면 돈을 그냥 버리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노숙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휴식시간에 붉은검에게 물어봤었다.
하지만 붉은검 파티의 여자들은, 모험가를 하려면 마을도 자꾸 거쳐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야 나중에 속지 않는다나.
잘 속이지 않는 숙소를 가르쳐 주기는 했지만, 그들도 경험이 없어 보이거나 어리숙한 사람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겉을 꾸며봐도, 경험이 없는 건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마리의 말이다.
그리고 이번 마을은 괜찮다고 한다. 붉은검이 가끔 묵어가는 곳이라고 했다. 빈대가 없도록 다른 마을보다는 자주 짚을 갈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약간 믿기 어려웠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지난번과 거의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촌장과 마을 남자들이 나와 주환과 붉은검을 맞았다. 사람 얼굴만 다르다.
리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특별히 말로 한 건 아니지만, 시선이 얽히는 순간 그렇게 느껴졌다.
리지가 목을 움츠리며 살짝 웃고, 주환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부부의 이심전심이 이런 건가 싶어서 약간 감동했다.
방값은 빈집과 헛간을 빌리는데 각각 1작은 동전이었다. 조금 비싼 대신 말먹이로 건초를 주기 때문에, 결국에는 굉장히 저렴한 값이 되었다.
도시의 여관에서 제공하는 말먹이는 생각보다 비쌌다. 1리나에 작은 동전 하나를 더 받았다.
그걸 생각하면 정말 헐값이다. 아마 농가라는 것 자체가 건초를 생산하는 곳인 데다, 여관보다 조금은 질 낮은 먹이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농가에서는 건초가 흔하니 말먹이를 그냥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카린이 수통을 요구하자, 촌장이 수통은 더 늦은 밤, 잠이 들 무렵에 주겠다고 대답했다.
카린이 주환과 리지를 보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짐을 풀고.”
“미안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헛간에서 자죠.”
“어, 그래도 되겠어요?”
“괜찮습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니까요.”
주환의 말에 카린과 제시, 마리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웃는다.
“빈대가 굉장히 싫었나 봐요. 이번에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뭐, 주환 씨 말대로 이것도 다 경험이지요.”
카린이 웃으며 그러자고 말했다. 붉은검은 수레에서 낡은 모포를 꺼내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집이 헛간보다 짚이 적기 때문에 춥다고 한다.
리지가 약간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살짝 주환을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약간 찌푸렸다.
“왜, 리지?”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
리지의 반응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큰일은 아닌 모양이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 것 같고. 단순히 뭔가 말하려다 만 느낌이었다.
주환과 리지는 촌장의 안내를 받아 헛간으로 향했다. 촌장이 도로시와 모자에 있는 오즈를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허허, 웃었다.
“이건 뿔토끼 아니냐. 나도 아주 어릴 때 한 번 본 일이 있단다. 너처럼 어린아이가 마수를 머리에 얹고 다니다니 드물구나.”
“오즈에요! 아빠가 다친 걸 주워왔어요.”
“호오, 그랬구나. 사이가 좋은 모양이네.”
“응! 오즈랑 도로시는 제일 친해요. 오즈는 내 동생이에요.”
촌장이 허허 웃는다. 귀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 세계에 와서, 아이를 귀여워하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다.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헛간은 깨끗한 편이었다. 한쪽에 건초가 잔뜩 쌓인 공간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염소 한 마리와 닭 몇 마리가 돌아다녔다.
“적당히 쓰시면 됩니다. 어질러져도 우리가 치워놓을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촌장은 그렇게 말하고 기름 냄새가 많이 나는 등잔을 헛간 기둥의 선반에 넣었다. 나무로 만든 벽에는 등잔이 들어갈 만큼의 작은 공간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불을 써도 괜찮습니까?”
건초가 있는 곳이라 불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됐지만, 촌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등잔 그릇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이 주위는 건초랑도 떨어져 있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촌장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도로시는 벌써 건초 더미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가 있었다.
헛간은 생각보다 추웠다. 집도 상당히 추웠는데, 헛간은 그야말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벽이 있는데 어디로 바람이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벽 옆에 가만히 있으면 벽을 통과해 찬 공기가 들어왔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선택을 잘못했나.’
하지만 리지와 도로시는 즐거운 모습이다. 둘 다 건초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마차에서 먹을 걸 가져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촌장이 다시 왔다.
“별 건 아니지만 아이가 있으니까요. 몸이 조금 따뜻해질 겁니다.”
촌장이 내민 건 야채를 넣고 끓인 국물이었다. 감사하다고 말하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도로시를 힐끔 보았다.
“제 손녀딸이 얼마 전에 죽었죠. 서너 살 넘기면 그래도 많이들 살아남는데, 우리 녀석은 운이 나빴어요.”
어쩌면 촌장의 손녀와 조금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애 표정이 많이 밝습니다. 저렇게 잘 웃는 애는 드물게 보네요.”
촌장은 그렇게 말하며 헛간을 나갔다. 따뜻한 물을 넣는 수통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헛간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식사도 끝나고 따뜻한 국물도 먹었겠다, 이제는 잘 시간이다.
주환이 건초 더미 위로 올라가자 발이 푹푹 빠졌다. 조금 당황해서 허우적거리자, 리지와 도로시가 깔깔 웃는다. 셋이 나란히 누워 수통을 발밑의 건초 더미에 약간 묻어둔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깊은 밤이 되자, 뭔가가 발밑을 기어 다녔다. 후다닥후다닥, 빠르기도 엄청 빠르다.
누워있는 건초 저 밑바닥에서도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다. 푹신한 건초가 있어서 직접적으로 만져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푸라기가 조금씩 움직였다. 꿈틀꿈틀. 굉장히 소름 끼쳤다.
깜짝 놀라 일어나자, 리지가 조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쥐예요. 헛간에는 쥐가 있죠. 어쩐지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몰랐어요?”
“….”
이 세계의 사람은 쥐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쥐가 얼마나 많은 병균을 옮기는데 그런 것들하고 함께 잔다고….
결국 주환은 잠이 든 도로시를 안고, 리지와 함께 헛간을 나왔다. 어젯밤과 똑같이 마차에서 그 밤을 지냈다.
새벽이 되어 마차에서 나온 주환을 보고, 붉은검의 여자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
다음에는 그냥 노숙을 하거나, 마을에 들어오더라도 마차에서 자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마을에서는 그냥 말먹이나 사서 먹이자.
***
도적이 되기 전에는 평범한 농민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인두세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마을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때 함께 마을에서 나온 사람이 바로 곁에 있는 여섯 명이다.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인두세 때문에 마을을 나왔다.
한 명은 촌장에게 부인을 빼앗기는 바람에 덤볐다가, 오히려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대로 마을에 머물렀다면 촌장이 마을 공동 회의에서 뭔 죄를 붙여서라도 죄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도적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민 출신의 그들은 그 도적단에 맞지 않았다. 사람들을 습격해서 죽이고, 여자를 욕보이고, 아이까지 죽이는 놈들이었다.
결국 한밤중에 죽을 둥 살 둥 도망쳤는데, 어디를 가도 비슷했다. 도저히 다른 도적단에 적응할 수 없었던 일곱 사람은 자신들끼리 도적단을 창설했다. 도적단 이름은 농민도적이다. 그가 두목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도적질을 하지 못했다. 도적질을 하려고 생각하면, 어떤 행인은 여자들만 있고, 어떤 행인은 아이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마을에 두고 온 새끼와 부모, 마누라를 생각하면 도저히 습격할 수 없었다.
또 어떤 행인은 너무 강해 보이거나 칼 든 모험가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로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아이고 여자고, 이젠 다 모르겠다. 자신이 굶어죽겠는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이번에도 약탈하지 못하면 그냥 다 함께 죽자.”
“굳이 죽으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굶어죽을 거야.”
“정말이야. 이젠 정말로 사람을 죽이든 어쩌든 해야 해. 안 그러면 우린 정말 죽고 만다구.”
“이번엔 말리지 마.”
“너나 말리지 마라.”
농민도적단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한 뒤, 길을 노려보았다.
이곳은 숲은 아니지만 나무가 많은 곳이다. 마차든 수레든, 누가 오더라도 이 길을 지나는 수밖에 없었다.
나무도 크고 굵은 게 많고, 길에서 볼 때는 여러 나무가 겹쳐 있어서 몸을 숨기기에도 좋았다. 웬만해서는 들키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긴장 때문에 목이 바싹바싹 탔다.
그때,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눈길을 좁히고 쳐다보니, 멀리서 수레와 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저건 좀 위험한데.”
“그러게. 두 대나 오잖아. 잘못하면 크게 다치지 않을까?”
“…어쩌지.”
“그러면 우리가 그냥 앞을 막는 건 어때?”
“그럴까?”
함정 얘기다.
마차나 수레가 오면 멈춰 서도록, 길을 가로질러서 얕게 파 놓았다.
뒤늦게 그냥 나무를 조금 베어서 두는 게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다 판 뒤였다.
어쨌든 그렇게 해두면, 마차가 지나가다가 기우뚱하면서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대가 한꺼번에 오면 뒤쪽에 있는 마차가 앞의 수레를 박아버릴 것이다. 부딪치지 않더라도, 말을 조정하는 게 서툰 사람이라면 마차가 옆으로 넘어가 버린다.
수레에는 여자들만 있는 것 같고, 뒤쪽 마차에는 아이가 가운데에 있었다.
“….”
아이가 다치는 건 싫다. 마을에 두고 온 자식이 눈앞에서 다치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마을에서 함께 살 때는 그렇게 다정한 아버지도 아니었지만, 멀리 떨어져 보니 이제야 그립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두목은 자신이다. 결단은 그가 내려야 한다.
“좋아, 나가자.”
“그럽시다, 두목.”
“서둘러. 벌써 다 왔다.”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일곱 명은 후다닥 앞으로 달려나갔다.
도적단에서 나올 때 훔쳐 온 칼과 곡괭이를 앞으로 내밀면서, 일곱 명이 일제히 소리쳤다.
“멈춰라!”
“우리는 도적이다.”
“반항하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
“으하하하. 죽이지 않을 테니 얌전히 물건을 내놔!”
앞서 달리던 수레의 말이 크게 울면서 급하게 멈췄다. 거의 동시에 뒤쪽 마차도 멈춘다. 다행히 두 대 모두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사람이 떨어지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사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 죽이거나 많이 다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쪽은 무기를 들고 있는 거다. 분명히 누군가가 다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목은 자신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는 걸 보았다. 너무 긴장해서 입 밖으로 뭔가가 나올 것 같다.
두목은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오늘은 물러설 수 없다. 반드시 뭔가 빼앗을 테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그때 수레를 운전하던 여자가 소리쳤다.
“이 개새X들이!”
수레에 타고 있던 여자들이 인상을 구기면서 욕을 한다. 그리고 무기를 빼들며 수레에서 뛰어내렸다.
전혀 겁먹는 분위기가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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