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Married Man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89)
이세계서 유부남된 썰-89화(89/235)
#089 산적
잭의 스승 그웬은 마을에서 제공한 집에 누워 있었다. 침대에 짚은 깔려있지 않았다. 그저 판판한 나무판자 위에 모피만 한 장 깔았을 뿐이다. 벼룩 때문에 짚을 치운 게 아닐까 싶다.
잭이 혼자 이것저것 했는지, 침대 주위에는 피로 물든 옷가지며 천, 물이 든 나무통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스승님! 치유사가 왔어요. 주환 씨는 엄청난 치유 마법사예요. 스승님을 고쳐줄 거예요.”
잭이 허겁지겁 그웬의 곁으로 가 귀에다 대고 말했다. 어지간히 겁이 나 있었는지, 잭의 손이 덜덜 떨린다.
리지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로시를 데리고 집 한구석에 조용히 섰다.
주환은 그웬에게 가까이 다가가 천으로 둘둘 감아놓은 왼쪽 어깨를 확인했다. 오르토스의 발톱에 찢겼는지 깊게 팬 자국이 어깨에 길게 나 있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움직이지도 못했을 텐데, 용케 마을까지 스스로 걸어왔구나 싶다. 어쩌면 이 사람도 마력 소유라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주환이 그웬의 어깨에 손을 대자, 후끈한 열기가 손바닥 전체를 통해 전해졌다. 몸이 불덩어리 같다.
마력 소유자의 경우에는 치료도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 잘못하면 주환의 마력과 상대의 것이 충돌해 오히려 상처가 심해질 수도 있다. 상인단에서 일했을 때 알게 된 것이다.
주환은 그웬의 표정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손끝으로 가느다란 실 같은 마력이 조금씩 그웬의 상처로 스며들었다.
예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마력의 흐름을 이제는 조금 알 수 있게 되었다. 연습의 성과다.
하지만 여전히 미세한 작업은 서투르다. 차라리 힘에 신경 쓰지 않고 치고받으며 싸우는 것은 쉬운데, 작고 섬세하게 마력을 다루어야 하는 작업은 어렵게 느껴졌다. 아마 주환의 힘이 너무 커서 그런 걸 거다. 느낌으로는 호수의 물을 작은 컵에 붓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
옆에서 잭이 침 삼키는 소리가 꿀꺽 꿀꺽 들렸다.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환은 초조해하지 않고 천천히, 끈질기게 미세한 마력을 그웬의 몸에 흘려 넣었다.
그웬의 몸은 여전히 불덩어리 같지만, 조금씩 열기가 가라앉는 것이 손바닥으로 느껴진다.
‘됐다. 효과가 나오고 있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눈으로 성과가 보이면 안심이 된다.
“엇! 스승님의 상처가 막히고 있어요.”
잭이 얼굴을 와락 그웬의 상처에 갖다 대며 소리쳤다. 그렇게 바짝 붙지 않아도 충분히 보인다. 잭의 행동이 도로시와 겹쳐 보여서, 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흘렸다.
‘역시, 나이를 알고 나니까 어린 행동이 보이는구나.’
조금씩 그웬의 숨소리가 차분해졌다. 숨 쉴 때마다 뿜어지던 뜨거운 숨도 이제는 열기가 조금 식었다. 보통 사람보다 약간 뜨거운 정도다.
상처가 거의 막힌 것을 보고, 주환은 그웬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잭이 입술을 떨며 그웬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옆으로 몸을 돌렸다. 주환을 향해, 넙죽 바닥에 엎드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앞으로 어떤 처지가 되든, 무슨 일이 생기든, 제 목숨은 선생님 것입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잭, 그렇게 생각할 것 없어. 이건 공정한 거래니까. 너의 스승님이 나를 돕고, 내가 네 스승님을 도왔다. 남는 은혜 같은 건 하나도 없이 같은 무게의 일이 왔다 갔다 한 것뿐이야.”
주환의 말에 잭이 고개를 저었다.
“나, 머리도 나쁘고 바보 같은 놈이지만 어떤 것이 은혜인지는 알아요.”
“….”
주환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잭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잭이 그웬의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 뒤, 눈물 젖은 얼굴로 히죽 웃고 있었다.
주환은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잭에게 말을 걸었다. 스승이 다쳐서 울고불고 하는 애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물어볼 데가 없다.
“근데, 잭, 오르토스 사체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니?”
의뢰는 주환 단독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오르토스도 주환 혼자였다면 죽일 수 없었다. 오르토스의 토벌에 대해서는 그웬과 함께 보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웬이 정신을 잃었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환의 난감한 표정을 보고 잭이 하하, 웃었다.
“저대로 그냥 싸가면 돼요. 오르토스는 가죽이 너무 질겨서 그냥은 처리 못한다고 들었어요. 길드에 가져가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예요.”
그런가. 힐끔 리지를 쳐다보자,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가죽 처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자꾸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하니까. 그저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리지는 그걸 모른다.
주환은 다시 한번 그웬의 상태를 살폈다. 어느새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대로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 같다.
“네 스승님이 깨어나더라도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시라고 전해라. 며칠은 천천히 쉬어야 돼.”
“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던 잭이 아, 하는 표정이 되었다.
“스승님이 쓰러지기 전에 전하라고 한 말이 있는데 깜빡했어요. 그걸 말하려고 아까 가던 길이었는데.”
“….”
“적의 약탈병이 남아있을지 모른대요. 오르토스가 갑자기 마을을 습격하게 된 이유가 어쩌면 약탈병에 있는 마법사를 잡아먹고 맛을 들인 건지도 모른다고 하셨거든요.”
마수가 마력 소유자를 잡아먹은 이후로 인간을 먹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약탈병이 마을에 온 시기와 마수가 습격한 때를 가늠해보면 약간의 시간이 빈다.
그웬은 그 기간 동안, 오르토스가 약탈병의 잔당을 잡아먹느라 마을에는 눈독을 들이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은 약탈병의 잔당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마을에 내려온 거라고….
마수는 영역 동물이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사냥을 했다. 어쩌면 약탈병은 온힘을 다해 오르토스의 영역에서 벗어난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조심하시래요. 만일 잔당이 있다면 도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여자와 아이가 있는 마차는 습격당하기 쉽거든요.”
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투조차도 리지 앞이라 어른스러운 척했던 걸까. 그웬을 치료할 무렵부터 무너진 잭의 말은 어느새 평범한 소년처럼 되어 있었다.
“그래, 고맙다. 네 스승님한테는 여러모로 감사할 일만 생기는구나.”
주환은 잭에게, 오르토스의 사체는 자신이 일단 길드로 가져갈 테니 나중에 오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렸다.
‘약탈병이라.’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을 할지 몰라 추측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눈에 뻔히 보이는 게 보이지 않는 거다.
리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환을 올려보았다. 약탈병이라는 말에 조금 놀란 것 같다. 눈동자에 겁이 약간 비쳐 있었다.
‘아, 그런가.’
변방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약탈병은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인지 모른다. 주환은 리지의 어깨를 안고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아, 리지.”
주환의 마음속에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주환은 예전, 고블린의 습격이 있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교활함은 고블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상대하기가 훨씬 어렵다.
주환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며 리지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도로시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불쑥 물었다.
“엄마, 약탈병이 뭐야?”
리지가 설명하는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가자, 유니콘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름한 집과 나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유니콘이 서 있다. 마치 서정적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시궁창이다. 조금 씁쓸해졌다.
마을 사람들이 멀찍이 선 채 유니콘을 쳐다보고 있다. 왠지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가까이 다가갔다가 혼쭐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훔칠 수 있다면 훔치고 싶었던 걸까.
주환을 보자 기쁜지, 유니콘이 갈기를 살살 흔들며 다가왔다. 그 행동이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해온 애완동물 같았다.
“너, 왜 이렇게 나를 따르는 거야?”
이상해서 한 마디 하자, 또다시 원망스러운 듯 그를 쳐다보았다.
‘이상해.’
이런 유니콘은 정말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묘하게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갈기를 만져주자, 유니콘이 쌍까풀진 눈을 가늘게 뜬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오즈도, 이 유니콘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일반적인 마수가 그렇지는 않을 텐데, 어쩌면 이 녀석도 루돌프라는 걸까.
‘하지만 루돌프는 한 사람에 한 마리라고 들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주환이 문득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이름도 지어줘야겠네.”
주환의 말에 유니콘이 갈기를 흔들며 머리를 디밀었다. 희고 긴 뿔을 주환의 뺨에 비비며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주환의 귓가에 입김을 불며 히잉 히잉, 이상한 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말이 하는 소리를 인간이 알아들을 리 없다. 미안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주환이 쓴웃음을 짓는데, 리지의 손을 잡고 있던 도로시가 팔을 올리더니 마구 흔들었다. 그의 주의를 끄는 거다. 주환이 바라보자, 눈을 반짝이면서 도로시가 소리쳤다.
“아빠, 도로시가 이름 지어도 돼요? 이번에는 도로시가 만들고 싶어, 이름. 이제 도로시가 제일 큰 언니니까.”
언니가 된 거와 이름 짓는 데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도로시는 판다처럼 부어오른 눈으로 진지하게 주환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엄청난 이름을 생각한 것 같다.
“그래, 그럼 도로시가 예쁜 이름을 지어줄래?”
주환의 말에 도로시가 환하게 웃으며 유니콘을 보았다.
“오르토! 네 이름은 이제 오르토야. 오르토, 좋지?”
“…도로시, 오르토스에서 스 자만 뺀 거니?”
리지가 묻자, 도로시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있다 진지한 얼굴로 리지를 쳐다보았다.
“아냐, 엄마. 오즈랑 토토 이름에서 만든 거야.”
아니, 그건 나중에 갖다 붙였다는 게 다 티가 나거든.
유니콘이 화가 난 것 같다. 발굽으로 땅을 가볍게 긁으며 푸드득거렸다. 오르토라는 이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도로시 안에서 오르토라는 이름은 확정된 것 같다. 오르토, 그렇게 부르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오르토라고 불렀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뭐, 어쩔 수 없지. 인생도, 마생도, 뜻대로 되는 것이 더 적은 게 세상의 법칙이다.
“오르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주환이 말하자, 리지가 킥킥거리고 웃었다.
도로시는 의기양양이다. 자신이 지은 이름이 이상하다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히이이잉, 거세게 항의하는 목소리로 유니콘이 울었다.
*
오르토스의 사체는 몸을 잘 오므려 밧줄로 꽁꽁 묶은 뒤, 마차 지붕에 올렸다.
덜컹거릴 때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원래 있던 건초를 충전재처럼 사용했다.
오르토스의 몸에 가깝게 둔 건초는 아마 냄새와 피가 배어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피와 내장은 최대한 제거하고, 몸속에 짚을 넣어 흡수하도록 조치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오르토스의 사체 때문에 마차가 조금 높아졌다. 무게 때문에 옆으로 기우뚱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차 자체가 워낙 커서 무게 균형이 이상하게 쏠리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다.
마차가 무거워져서 말 한 마리로 제대로 끌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유니콘은 상당히 힘이 센 모양이다. 힘든 기색도 없이 가볍게 마차를 끌었다. 보통 말이었다면 한 마리로는 턱도 없었을 것이다.
“자, 가자, 오르토.”
주환이 말하자, 유니콘이 굉장히 싫은 듯 고개를 외면한 채 또각또각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오르토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주환은 작게 웃었다.
* * * * * * * * * *
가난한 땅에서는 빼앗기는 자도, 빼앗는 자도 모두 헐벗고 배고프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상대를 가려야 하는 산적들은 더욱더 배고팠다.
남작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먹을 게 없어서 물로 배를 채우는 게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물이 들어가자, 배에서 꾸르르르륵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며칠째 설사를 했기 때문일 거다.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나날이 기괴해져간다.
‘빌어먹을.’
바지에 설사가 약간 묻은 것 같다. 남작은 주위에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황급히 살폈다. 다행히 부하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모두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피곤한 얼굴이었다.
“….”
퀴퀴한 냄새가 몸 전체에서 풍긴다. 몇 달간 옷 한 벌로 생활한데다 며칠 동안 이어진 설사 때문에, 몸에서 나는 냄새는 이미 똥통을 방불케 했다. 거기에 한 방울 더한다고 해서 크게 차이는 없다. 단순히 부끄러움과 자괴감 때문에 주위를 살핀 것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남작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타이론과 시모니 왕국은 오랫동안 적대 관계였다. 계속 전쟁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휴전도 하고, 때로는 교역과 외교활동도 해왔다. 열두 달, 수십 년 내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국경에서의 자잘한 전투와 약탈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 휴전해놓고 국경 주위의 전투 때문에 다툰 뒤에 다시 전쟁을 한다. 그리고 양쪽 모두 전쟁할 처지가 되지 못하면 다시 휴전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일의 반복이다.
소문에 따르면, 비밀리에 도적을 가장하여 적국 깊숙이 침투해 약탈하는 군대도 있다고 한다. 적국인 시모니뿐만이 아니다. 모국인 타이론은 다른 나라, 심지어 우호관계에 있는 곳에까지 왕의 명령으로 도적질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려운 걸 거다.
작년 가을, 남작도 이 나라의 국경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을 여럿 약탈했다. 농사지을 남자의 수가 적어지고, 남작령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적국의 약탈에 나선 것이다.
그래봐야 아주 큰 수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는 겨울을 넘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먹을 게 없을 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놈들에게서 빼앗아 오는 건, 타이론이나 시모니나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쪽이 빼앗으면, 다음에는 저쪽이 빼앗으러 온다.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거다.
하지만 그는 약탈이 끝난 후, 영지로 돌아가지 못했다. 약탈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시모니 왕국의 병사들을 만났다.
아마 이곳을 다스리는 변경백의 병사였을 것이다. 약탈당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달려온 거겠지. 많은 수는 아니었어도, 그의 병사들보다는 숫자가 많았다.
결국 놈들을 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우회해서 영지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적병과 싸우는 게 나았을 거라고, 나중에 후회했다.
남작과 부하들은 숲에서 머리 둘 달린 마수를 만났다.
“….”
그 당시를 떠올리자, 온몸이 오싹해졌다.
머리 둘 달린 괴물, 오르토스는 그의 아들을 자신의 눈앞에서 잡아먹었다. 불 마법사로,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들의 공격은 하나도 효과가 없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다.
결국 아들은 어이없을 만큼 쉽게 놈에게 물려 죽었다. 우적우적, 놈이 아들의 뼈를 씹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그 이후로, 남작의 병사는 계속 줄어들었다. 마수한테 쫓기는 것뿐만이 아니다. 밤이 되면, 소리도 없이 다가온 늑대에게 병사가 한두 명씩 희생되었다.
필사적으로 오르토스의 영역에서 도망쳤지만, 이백 명에 가까웠던 병사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지금은 삼십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변경백의 병사들은 처음에는 계속해서 그들을 추적했다. 하지만 남작이 숲으로 들어간 뒤에는 쫓아오지 않았다. 아마 오르토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자신이 이렇게 굶주리며 도적질이나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변경백의 병사들은 짐작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심한 일이다. 모르는 숲과 산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
남작이 생각에 잠겨있는데, 부관이 허둥지둥 멀리에서 달려왔다. 마차와 사람들이 지나가는 고갯길을 감시하고 있던 부하다.
“남작님, 남작님!”
부관은 급하게 뛰어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면서 억지로 입을 열었다.
“마차가…마차가…한 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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