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
1화. 회귀
‘인생 좆같다.’
비웃음을 지으며, 퇴출명령서를 내미는 형을 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표정을 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네?”
“…내가 왜 쫓겨나는 거지?”
백우진은 나오려는 욕을 꾹 참고 이유를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여섯째 형 백호중의 비웃음이 진해졌다. 그는 백우진을 놀리듯이 들고 있는 퇴출명령서를 흔들었다.
“왜긴 왜겠어. 네가 이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니까. 그렇지.”
백호중은 백우진을 더 화나게 하려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잖아. 우리 가문이 너 같은 머저리를 계속 놔둘 정도로 다정하고 따뜻한 집이 아니라는 거.”
백호중이 퇴출명령서를 던졌다. 날아간 명령서가 백우진의 발밑에 떨어졌다.
“신검백가의 막내가 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인 게 알려지면 우리가 얼마나 쪽팔리겠어. 냄새나기 전에 버려야지.”
“으득….”
백우진이 부러질 정도로 이를 깨물고, 피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그거 알아 네 퇴출에 반대한 사람이 딱 3명뿐이라는 거?”
“아버지는….”
“멍청한 질문을 하네. 아버지 허락 없이 이 명령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후….”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올리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정 떨어지는 곳이다.
오직 재능과 무력만이 전부인 차갑고 냉정한 가문. 아주 좆같은 가문!
“그러니까 재능 없으면 남들 똥이나 닦으며 살지. 뭘 하겠다고 수련을 해. 네가 24살에 달성한 1등급 능력자. 내가 몇 살에 이룬지 알아? 14살이야. 14살!”
백우진이 광소를 터트리는 백호중을 노려보았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재수 없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자신에겐 재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했다고 자신 할 수 있지만, 달콤한 보상 따윈 돌아오지 않았다.
“궁금증이 풀렸을 테니, 이제 시작하자.”
백호중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무슨 소리지?”
“네가 이 가문에서 받은 것들은 내놓고 가야지. 설마 그냥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한 거냐?”
백호중이 한 걸음 다가오며 손가락 두 개를 들어올렸다.
“검을 휘두르는 오른손의 근맥을 자르고, 네 심장 주변을 돌고 있는 오러를 지우는 게 명령이니까. 날 원망하지 말도록.”
“그게 무슨 개소리야!”
백우진이 떨어진 명령서를 주워들었다.
“아….”
백호중의 말 그대로였다. 명령서엔 자신의 오른팔의 근맥을 끊고, 심장의 오러를 터트리라고 되어 있었다.
“이런 미친놈들이!”
달아나려고 뒤를 돌았지만,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백호중의 검대가 자신의 뒤를 잡고 있었다.
“집 떠나는 동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가혹해서 미안한데. 크흐흐.”
하는 말과 다르게 백호중의 입가엔 즐거워 죽겠다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망할 신검백가….”
**
“지금 나가면 되겠군.”
백우진은 왼손으로 수련검을 챙겨서 자신의 단칸방을 나왔다.
열쇠를 쥐고 있는 그의 오른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신검백가에서 쫓겨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오른팔의 근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회복 능력자에게 평생 검을 잡을 수 없다는 통보도 받았다.
하지만 백우진은 검을 포기하지 않았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왼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이다.
자신의 손으로 신검백가를 쓰러뜨리겠다는 다짐.
그 다짐 하나로 백우진은 검을 놓지 않았다.
“오늘은 하늘이 별로네.”
오랜만에 얻은 휴일이라, 낮부터 수련을 하러 나왔는데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두웠다.
날씨가 방해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내릴 때였다.
빠지지직!
하늘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지지지직!
고개를 들어 올리니, 하늘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는 게 보였다.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균열 현상이었다.
“규, 균열이다!”
“왜 갑자기!”
“모두 도망쳐!”
금이 간 하늘이 찢어지며 몬스터들이 떨어져 내렸다.
상대하기 쉬운 고블린부터 오우거나, 트롤처럼 강력한 몬스터도 끼어 있었다.
“이쪽으로!”
백우진은 바로 옆에 있던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달렸다.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쿵!
균열에서 나타난 오우거 한 마리가 백우진 앞에 떨어진 것이다.
“크르르….”
오우거의 붉은 눈알이 번들거렸다. 백우진과 아이들을 사냥감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치던지, 이곳에서 오우거에게 뒤지던지.
“젠장!”
선택은 빨랐다.
아니, 처음부터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아이들을 두고 도망친다면 자신은 평생 검을 잡을 자격이 없었다.
“뛰어!”
백우진은 아이들을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밀어버리고 수련검을 뽑았다.
‘접근해야 해.’
오우거는 덩치가 큰 몬스터였기 때문에 자신의 발아래를 정확히 공격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었다.
백우진은 몰아치는 공포심을 이겨내고 오우거의 다리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후우웅.
오우거의 몽둥이가 백우진의 머리통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크윽!”
백우진은 몸을 던져 간신히 몽둥이를 피해냈다.
콰앙!
백우진 대신 몽둥이를 맞은 아스팔트가 터져버렸다.
‘시간을 끌어야해.’
백우진은 오우거의 다리 사이로 이동하며 이를 악물었다.
능력자 협회가 근처에 있다. 시간을 끈다면 대기 중인 능력자들이 올 것이다.
쿵! 쿵! 쿠웅!
오우거는 백우진을 터트려 버릴 생각으로 몽둥이를 연속으로 내리쳤다.
“허억….”
백우진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몸을 던졌다.
없던 재능이 생겨난 건지, 기적이 발생한 건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오우거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크아아아!”
분노에 휩싸인 오우거가 뒤로 몸을 빼면서, 몽둥이를 가로로 휘둘렀다.
“아….”
백우진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이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콰지직!
열차가 충돌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백우진의 몸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커허헉!”
백우진의 입에서 살벌할 정도의 피가 터져 나왔다. 그의 양팔과 상체가 흐느적거렸다.
전신의 뼈가 모조리 부러진 것이다.
“제, 젠장….”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부러진 뼈들이 장기를 찔러 숨도 쉴 수 없었다.
쿠구구.
오우거가 백우진을 마무리하기 위해 발을 들어올렸다.
“아….”
오우거의 발 사이로 몬스터들을 베어버리는 백가의 검사들이 보였다.
검사들은 허무하게 쓰러진 자신과 달리, 몬스터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른 시간은 내가 훨씬 많았는데, 대체 왜…’
억울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었다면 자신도 저곳에 서 있었어야 했다.
무슨 이유로 저들은 저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은 이곳에 쓰러져 죽어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좆같은 재능…’
백우진은 검사들의 빛나는 검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띵!
숨이 끊어진 그의 머리 위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대상 적합성 확인 완료.] [만검(萬劍)의 길을 걷는 자를 실행합니다.] [마검 흑암(黑暗)과 백우진을 연결합니다.] [타이틀 마검의 주인을 획득하셨습니다.]**
꿈을 꾼 것처럼 머리 멍했다.
“아….”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24년간 생활했던 수련생 숙소였다.
“팔이….”
백우진은 몸을 일으키다가 찌부러졌던 양팔에 감각이 돌아온 것을 느꼈다.
감각만 돌아 온 게 아니었다.
근맥이 잘렸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펄럭!
급하게 이불을 들췄다.
전신을 살펴봤지만, 단 하나의 상처도 없었다.
“아….”
백우진은 넋이 나간 눈빛으로 자신의 양팔을 바라보았다.
삑삑삑!
멍하니 있다가, 알람 소리에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2020년 7월 5일 4시.]“음?”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에 눈을 비빈 후 다시 스마트 폰을 보았다.
[2020년 7월 5일 4시 1분]“시, 십년 전?”
따가울 정도로 눈을 비볐지만, 날짜의 변화는 없었다.
2020년은 백우진이 15살일 때로 자그마치 10년 전이다. 벽에 걸린 달력 역시 2020년 7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세워져 있는 전신 거울로 달려갔다. 거울 속에는 마지막에 봤던 얼굴보다 훨씬 어린 백우진이 비춰지고 있었다.
“내가 미친 건가?”
백우진은 솜털도 벗지 못한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젖살도 빠지지 않았고, 16살에 생겼던 눈 밑의 상처도, 18살에 생긴 뺨의 흉터도 사라져 있었다.
외모가 망가지기 전 얼굴만 잘났다고 듣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단순히 키만 봐도 20cm이상 줄어있었다.
짝!
백우진은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돌연 뺨을 때렸다. 힘을 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뺨이 뻘겋게 부풀어 올랐다.
“으윽….”
통증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 정신 나간 상황이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자신의 뺨을 치다니, 정신이 나간 거냐?
부어오른 볼을 감싸고 있을 때 생전 처음 듣는 굵직한 목소리가 백우진의 고막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