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불의 용과 얼음의 새 (3)
“아악! 얼음이 팔까지 올라왔어!”
“끄으으윽….”
“제기랄!”
아카데미의 마법 클래스 담당 교사인 김연수는 얼어가는 자신의 제자들을 보며 손을 떨었다.
“김연수! 뭐 하는 거야! 지진은 멈췄으니, 아무 마법이라도 좀 써봐! 저대로 죽일 수는 없잖아!”
“아, 알겠어요!”
동료 교사의 호통에 김연수가 자신의 뺨을 치고서 바닥에 파이어 필드를 발동시켰다.
화상을 입더라도 일단은 목숨부터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
김연수의 얼굴이 얼음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파이어 필드와 파이어 링을 동시에 깔았지만, 바닥의 눈과 얼음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괴이할 정도로 투명한 눈과 얼음은 김연수가 피워낸 불조차 얼리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꺄악! 다, 다리가!”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으으….”
김연수가 이를 딱딱 부딪쳤다.
학생들의 부르짖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절망스러웠다.
“제발, 누가 좀! 도와….”
비명을 지르던 김연수는 뒤에서 느껴진 따스한 기운에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그가 있었다.
홍색의 불꽃을 피워내는 백우진이.
그의 불꽃은 작디작았지만, 누구도 없애지 못했던 얼음을 녹여내고 있었다.
괴조의 날개를 녹일 것처럼 백우진의 불꽃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나타났다.
천공까지 솟아오른 불의 문을 뚫어낸 화염의 용이.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한 번도 들은 적 없었지만, 저 용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어, 얼음이….”
“노, 녹고 있어요! 다리가 녹았어!”
“얼음이 사라진다!”
화룡은 그 존재만으로 파도처럼 몰아치던 얼음과 눈을 지우고 있었다.
“모두 녹여버려.”
백우진의 말 한마디에 화룡이 불을 내뿜었다.
그 불은 얼음들을 녹이는 것으로 모자라 사람들에게 붙기 시작했다.
“부, 불이!”
“끄아아악!”
“으허헉!”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얼어 죽는 줄 알았는데, 불에 타 죽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난로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따스한 느낌만 들었다.
화아아아!
이그니스의 불꽃은 수면에 퍼지는 물결처럼 펼쳐지며 연무장 전체를 데워 사람들의 몸에 붙은 얼음들을 녹여버렸다.
“아….”
김연수가 넋이 나간 눈으로 백우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고 화룡의 등에 올라타 괴조가 있는 하늘로 날아갔다.
* * *
“쯧.”
백우진이 혀를 찼다.
-힘드냐?
“아직은 괜찮아.”
백우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어스 리노로 지진을 막으며, 이그니스로 사람들을 구해냈다.
상급과 최상급을 동시에 다루는 데다가 사람들을 구하느라 불을 조절했기 때문에 더 많은 정신력을 소모했다.
아무리 정신력이 높다고 해도 피곤하지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이그니스. 밥값은 했으니, 이제 과잣값 해야지!”
[캬오오오오!]이그니스가 천공을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
누가 들으면 멋지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외침의 의미는 초콜릿 과자랑 순살 치킨을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끝나면 실컷 먹게 해주마.”
백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그니스의 속도가 빨랐기에 순식간에 글래시아 앞에 설 수 있었다.
“이놈이었군.”
글래시아의 깃털은 얼음 조각을 칼날처럼 세공한 것 같았고, 부리는 얼어붙은 폭포처럼 굽이치고 있었다.
눈은 사파이어를 박아놓은 듯 새파랗게 빛났다.
[카아아아아!]글래시아가 두 번째 포효를 터트렸다.
자신의 앞에 선 이그니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첫 번째와 다르게 불만스러운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후우우욱!
글래시아의 날개에서 더 커진 얼음과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흥!]이그니스는 별 감흥이 없는지 콧김만 내뿜었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
밑에 불을 켜놓고 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꺼지게 될 거다. 이놈을 빨리 처리해야 했다.
후드드득.
글래시아의 얼음 깃털이 장창처럼 세워지며 이그니스에게 쇄도했다.
화아아악!
이그니스는 홍염의 폭풍을 만들어내 자신에게 날아오는 얼음 깃털을 모조리 녹여버렸다.
하지만 글래시아의 깃털은 인사와도 같은 수준이었다.
고오오오!
무시무시한 냉기가 글래시아의 날카로운 부리에 모여들고 있었다.
-아이스 브레스다!
“브레스는 용이 사용하는 거 아니었어?”
-저놈도 쓸 수 있다. 저거 제대로 막지 못하면 이 지역 전체가 얼어붙을 거다.
“이그니스!”
백우진의 부름에 이그니스의 입에 열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빠지지직!
화염의 용과 얼음의 새가 자신의 기운을 모아 동시에 내뿜었다.
콰아아아앙!
홍염의 폭풍과 아이스 브레스가 정면에서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과 빛을 만들어냈다.
구름이 지워지고, 기상이 급변했다.
쿠구구구.
불과 얼음의 기운은 호각이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겁화.”
백우진의 읊조림에 이그니스의 눈이 진하게 타올랐다.
이그니스의 가운데 뿔이 번쩍이며 홍염의 색이 새빨갛게 변했다.
화아아악!
피처럼 진해진 불꽃이 살아있는 것처럼 용솟음치며 얼음의 숨결을 씹어먹고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 글래시아가 당황하며 브레스에 모든 힘을 집중했지만 소용없었다.겁화(劫火)란 세계를 멸망시킬 때 나타나는 거대한 불꽃이다.
이그니스의 불꽃이 진정한 겁화는 아니겠지만, 그 의미를 조금 나눠 받은 것만으로 얼음의 숨결 따위는 가볍게 뚫어낼 수 있었다.
뿌드드득.
겁화는 아이스 브레스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고, 글래시아의 몸에 닿기 시작했다. [꺄아아아!]
글래시아가 포효가 아닌 고통과 공포에 잡아먹힌 비명을 쏟아냈다.
깃털과 몸이 녹아내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끝내.”
[카오오오!]백우진의 명령에 이그니스의 화력이 더 강해져, 글래시아의 몸 전체를 겁화로 뒤덮었다.
[카아아악!]글래시아가 자신의 몸에 얼음을 씌우고 날개를 버둥거렸지만, 겁화의 불꽃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깃털이 떨어지고, 거대한 몸체가 태양 아래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끄으으으….]글래시아가 할 수 있는 건 빨리 이 지독한 고통을 없애 달라고 비는 일뿐이었다.
콰아아아아!
이그니스는 마지막 숨결을 내뱉어 글래시아라는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떨어지던 눈덩이와 얼음들도 완전히 사라졌다.
-무슨 화력이 저따윈지 모르겠군.
흑암에게서 질려버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백우진이 이그니스를 데리고 겁화를 수련할 때 매번 봤지만, 저 열기는 적응이 되질 않았다.
정말이지 사기 그 자체였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그래. 머리가 깨질 거 같아. 후욱….
백우진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그니스 아래로 내려가!”
이그니스가 땅으로 하강했다.
“허억….”
백우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겁화의 사용으로 몸에 쌓아놓은 정령의 기운과 정신력을 극심하게 소모했다.
남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콰아아앙!
백우진과 이그니스는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섰다.
“아….”
“오, 오셨어!”
“저, 정말 그 괴조를 녹여버리다니!”
아카데미의 교사와 학생들은 화룡을 타고 땅에 내려선 백우진을 보고 경이로운 눈빛을 보냈다.
용을 데리고 하늘의 괴물을 죽이고 내려온 모습은 멋지다는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다 빠졌군.”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백우진은 신경을 쓰지 않고, 연무장을 둘러보았다.
글래시아의 얼음이 녹은 덕분에 학생과 교사들이 한쪽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이제 땅 밑에 있는 놈을 꺼내도 될 것 같았다.
“어스 리노! 놈을 꺼내!”
[크르릉!]어스 리노가 콧김을 크게 내뿜고 땅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연무장 전체가 들썩들썩하더니, 땅이 갈라지며 무언가가 솟구쳤다.
두께와 길이가 지하철 그 자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지렁이가 땅 위로 튀어 올랐다.
-자이언트 어스 웜이었군.
“저놈은 이름만 들어도 알겠네.”
-대지 속성을 가진 상급 소환수로 강대한 대지의 기운을 사용한다. 자신의 기운을 작은 분신에 담아 도망치는 능력도 있어서 제거하기 힘들지.
자이언트 어스 웜은 땅속에서 공격을 하는 데다가 도망치는 특성이 있어서 잡기 어려운 소환수다.
-네게 양팔이 잘려 힘도 많이 잃었을 놈이 최상급인 글래시아에 상급인 자이언트 어스 웜을 동시에 소환하다니, 아무래도 그놈은 금술을 사용한 모양이다.
“금술이라고?”
-아마 자신의 수명이나 영혼, 소중한 존재나 부하를 이용해서 저 소환수들을 소환했겠지.
“여전히 미친놈이군.”
백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이그니스의 불꽃이 재점화 되어 자이언트 어스 웜에게 뿌려졌다.
[꾸아아아아!]자이언트 어스 웜이 발광을 부리며 땅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스 리노가 힘을 발휘해서 땅 위에 묶어두었다.
[꾸에에엑!]자이언트 어스 웜은 돼지 멱을 따는 비명을 내지르다가 홍염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스 웜이 분신에 힘을 보내서 도망칠 거다. 놓치면 안 돼!
“싫어.”
-뭐?
백우진이 검의 손잡이를 잡으며 차갑게 웃었다.
“놔줄 거야.”
* * *
“끄으윽! 백우진! 백우지인!”
신창훈은 땅을 내리치며 절규를 내질렀다.
자이언트 어스 웜으로 지진을 일으킨 뒤 글래시아로 악설을 내리는 작전은 완벽했다.
백우진도 당황하여 움직이지 못했고, 수백 명의 인질도 잡았기 때문에 놈을 농락하며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백우진은 생각도 하지 않던 비밀 병기를 두 개나 숨기고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과 어스 리노.
자신이 알던 정령들과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정령들이었다.
거기다 그 두 소환수를 동시에 다루는 정신력이라니, 백우진에게 구역질이 나왔다.
“제기랄!”
신창훈이 부러져라 이를 갈았다.
검술만으로 자신의 소환수들을 죽일 정도로 강한 놈이 저런 정령들을 소환하다니, 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조건 죽여야 할 놈이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신창훈이 이를 악물며 얼음 깃털을 꽉 쥐었다.
이 얼음 깃털이 있으면 글래시아를 부활시킬 수 있고, 어스 웜의 분신도 몰래 빠져나왔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우진이 저런 정령을 소환한다는 정보가 없어서 이렇게 된 거니, 다음에 확실한 정보를 모아서 놈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왔군.”
자이언트 어스 웜의 분신이 돌아온 게 느껴졌다.
신창훈이 결계를 풀고 밖으로 나갔다.
“어억!”
신창훈의 눈알 전체에 경악이 번들거렸다.
자이언트 어스 웜의 머리 위에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서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길!”
“봤으면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백우진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웃었다.
그는 일부러 어스 웜의 분신을 놓아주고 은신을 사용한 뒤 어스 웜의 기운을 쫓아 신창훈을 추적한 것이다.
“어, 어스 웜! 막아! 놈을 막으라고!”
신창훈이 땅에 숨어버린 어스 웜을 꺼내고, 양팔의 살을 뜯어서 땅에 뿌렸다.
그의 팔 조각이 떨어진 땅에서 아이스 골렘과 스톤 골렘이 일어났다.
[꾸어어!]작아졌어도 인간보다는 훨씬 큰 자이언트 어스 웜과 아이스 골렘, 스톤 골렘이 백우진의 시야를 막아서고 공격을 시작했다.
“저 괴물 새끼!”
신창훈이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저놈이 어떻게 이곳에 찾아왔는지 고민하기보단 도망쳐야 했다.
빨리 도망치지 않는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죽을 거다.
“메프스!”
신창훈의 부름에 그의 가장 믿음직한 박쥐 소환수 메프스가 나타났다.
“첫 번째 눈을 켜!”
“카악!”
메프스의 네 개의 눈 중 첫 번째 눈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후우….”
신창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할 때 검은빛이 번쩍이며 메프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메, 메프스!”
신창훈의 눈에서 혼이 빠져나갔다.
골렘들의 벽은 아직 건재하건만 메프스만 죽다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쿠구구구구.
골렘으로 만든 벽이 무너지며 차갑게 미소 짓는 백우진의 얼굴이 드러났다.
“두 번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