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불의 용과 얼음의 새 (4)
-네놈은 정말 미친놈이다.
흑암이 말한 대상은 신창훈이 아니라 백우진이었다.
자이언트 어스 웜을 일부러 놓아준 뒤 적의 위치를 찾겠다는 발상은 일반적인 사람이 할 만한 게 아니다.
땅으로 이동하는 자이언트 어스 웜을 따라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이었고, 만약 어스 웜을 놓치게 된다면 적의 주력 소환수를 그대로 살려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백우진은 자이언트 어스 웜을 추적한다는 발상을 해낸 뒤 아무렇지도 않게 신창훈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녀석이었다.
‘별로 어렵지 않았어.’
백우진은 튀어나온 자이언트 어스 웜의 머리를 즈려밟았다.
사대 속성 중 화 속성 감응력이 가장 높지만, 다른 속성 감응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대지의 기운을 가진 채 땅으로 움직이는 자이언트 어스 웜을 추적하는 건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끄어억!”
백우진을 본 신창훈의 표정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나, 나와!”
그는 땅에 박힌 어스 웜을 꺼낸 뒤 골렘들을 소환해서 도망치려 했다.
“또 시작이군.”
백우진이 흑암을 잡고 오러를 밀어 넣었다.
-깜빡이 좀 켜고 시작하라고!
‘시간이 없잖아!’
-망할 녀석!
흑암의 검날에서 기형적인 문자가 나타나며 암울한 빛을 만들어냈다.
‘절대 놓칠 수 없지.’
백우진은 흑암의 힘을 발동시키며 골렘 너머에 있는 소환수의 기운을 느꼈다.
신창훈의 소환수가 힘을 발동하는 게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기술의 발동이 끝났으니까.
[흑암의 두 번째 검 찬살의 암인(暗刃)이 발동됩니다.]그림자 속에서 시꺼먼 칼날이 솟구쳐 신창훈의 박쥐를 반으로 가르고, 골렘들의 핵을 동시에 꿰뚫어버렸다.
쿠구구구.
골렘들이 무너지며 경악에 휩싸인 신창훈의 얼굴이 드러났다.
“으허헉!”
“두 번은 없어.”
백우진이 골렘들의 잔해를 넘어 신창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신창훈이 뒷걸음질 치며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버둥거렸다.
“차라리 잘 됐어. 어르신 앞에서 네놈을 죽이는 것보단 여기가 낫겠지.”
윤우민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가 했을 마음고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악마보다 더한 인간은 이곳에서 고통스럽게 죽이는 게 맞다.
“크아아아!”
신창훈이 살기로 눈동자를 번들이며 자신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그의 몸이 흙과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뒤져! 제발 뒤지라고!”
신창훈이 괴물처럼 변해버린 몸을 이용해서 냉기와 돌무더기를 날리고, 주먹을 뻗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헛짓이다.”
백우진에게 냉기는 아예 통하지도 않았고, 돌덩이와 주먹은 검집으로 쳐내버렸다.
“으아아!”
신창훈이 피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소환하려 할 때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았다.
그의 검에는 이그니스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겁화가 솟아나 있었다.
촤아악!
겁화검형의 첫 번째 작화련이 작렬해 얼음으로 된 신창훈의 오른팔을 다시 한 번 베어버렸다.
“끄아아악!”
신창훈이 비명을 질렀지만, 백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화아악!
두 번째 검 화경삼성에서 아홉 번째 검 겁화천하까지 아홉 개의 검형을 사용해서 신창훈의 전신을 무참하게 베어버렸다.
“끄으윽…. 끄헉!”
백우진이 일부러 목과 심장을 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신창훈은 겁화에 타오르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아악! 주, 죽여! 날 죽이라고!”
“싫은데?”
“끄읍! 크어허헉!”
신창훈은 눈에 핏줄을 세운 채로 난리를 치고 몸을 재생시켜도 불은 절대 꺼지지 않았다.
“화력이 약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겁화검형은 고통을 받을수록 화력이 강해지는 화 속성의 검술이다.
백우진은 이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공격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겁화검형의 화력이 최저인 상태였다.
-화력은 낮지만, 고통은 그대로지.
‘맞아. 그래서 이놈은 그 고통을 제대로 느끼는 중이고.’
불에 타오르는 고통은 그 어떤 통증보다 심하지만 낮은 화력 덕분에 신창훈은 계속해서 지옥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네 잘못을 느끼며 죽어라.”
백우진의 눈이 칼날처럼 시리게 번쩍였다.
* * *
“끝났군.”
신창훈은 죽기 직전까지 불지옥을 느끼다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로 변했다.
“후욱….”
백우진이 거친 숨을 내뱉고 주저앉았다.
“머리가 깨질 거 같아.”
-그럴 수밖에 없지. 이 괴물 놈아.
플레임 드래곤과 어스 리노를 동시에 다뤄놓고, 이 장소에선 암인과 겁화검형을 사용했다.
백우진의 괴이한 정신력과 넘치는 마나도 한참 전에 한계에 도달했을 거다.
“그래도 어르신이 알려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윤우민은 정신력을 단련하며 정령과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의 교육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근데 너 이그니스랑 어스 리노 숨기겠다고 했잖아. 괜찮냐?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상황에선.”
정령의 힘을 숨기느라 사람들을 희생시켰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었다.
-처음으로 네 놈이 멋있어 보이는군.
“미안하지만 난 항상 멋졌어.”
-아니, 네놈은 항상 미쳐있었다.
“아이고….”
백우진은 대답을 하다말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러워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나 기절 좀 해야 할 거 같으니까. 잘 지켜라.”
-…미친 자식아. 혹시 모르니, 문주영이 오면 기절해라.
“그걸 조절할 수 있으면, 기절이 아니지.”
백우진이 웃으며 눈을 감았다.
-이 자식아! 적이 오면….
“헉!”
백우진이 감은 눈을 번쩍 떴다.
물론 흑암의 외침 때문은 아니었다.
등골을 싸늘하게 적시는 한기 때문이었다.
-또 뭐하냐?
“뭔가가 있어.”
백우진은 신창훈이 도망치려 했던 장소로 천천히 기어갔다.
눈에 4개 달린 기이하게 생긴 박쥐의 사체를 들추자, 투명한 보석이 나타났다.
“이거….”
-글래시아의 깃털 같군.
자세히 보자 보석이 아니라, 아까 싸웠던 글래시아의 깃털과 비슷한 형태였다.
다만 이 깃털 안에서 어마어마한 한기가 흐르고 있었다.
-음….
흑암이 자신의 아우라로 깃털을 감싸서 감정을 시작했다.
[글래시아의 영체 깃털] 등급 : 레전더리사용 가능 조건 : 상급 이상의 수 속성 감응력 보유.
상급 정령 글래시아의 힘이 깃들어 있는 깃털이다. 수 속성 감응력과 기운을 불어넣으면 깃털에서 새로운 글래시아가 깨어나게 된다.
깨어난 글래시아의 능력과 성향은 깃털 주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와….”
백우진은 나타난 아이템 정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고, 흑암은 부들부들 떨었다.
-저, 정령이 또? 이번엔 얼음? 이런 망할!
* * *
화질이 좋지 않은 동영상이 재생된다.
높은 하늘 위, 글래시아가 눈과 얼음을 떨어뜨려 사람들을 얼리고 있었다.
누구도 손을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때 거대한 화룡이 등장해 글래시아가 있는 천공으로 올라갔다.
화룡은 얼음을 숨결을 뚫어버리고, 글래시아를 통째로 녹여버렸다.
전신에 전율이 일어나는 장면이었지만, 영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땅으로 내려간 화룡은 집채만 한 코뿔소와 함께 아카데미의 연무장에 숨어 있던 자이언트 어스 웜을 지져버리고 사라졌다.
영상이 끝나고, 방송국 스튜디오로 보이는 곳에 여성 아나운서와 깔끔한 전투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박신혜 정령사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나운서가 30대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아….”
박신혜라고 불린 여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바로 세 속성의 정령을 귀신처럼 다뤄 세간에 최고의 정령사라고 알려진 능력자였다.
백우진도 윤우민만 아니었다면 박신혜를 최고의 정령사라라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너무 스케일이 커서 말이 안 나오네요.”
박신혜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얼음의 새는 글래시아라는 최상급 얼음의 정령이고, 화룡은 플레임 드래곤이라고 하는 최상급 불의 정령이에요. 뿔이 3개라 좀 다르긴 한 것 같지만.”
“최상급이요? 그런 등급이 있었나요?”
“상급과 같은 등급이지만 화력이 강해 최상급이라구 부르죠. 흔하게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박신혜가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그럼 백우진 검사님은 최상급 정령인 플레임 드래곤에 땅의 상급 어스 리노, 바람의 중급 진까지 소환하는 겁니까?”
“그렇죠. 정말 믿기 힘들지만….”
박신혜가 식은땀을 흘렸다.
삼대 속성을 다루는 것도 모자라, 최상급, 상급, 중급의 소환수라니 솔직히 영상이 없었다면 믿지 못했을 거다.
“사실, 이 영상이 다가 아닙니다. 백우진 검사님은 글래시아와 싸우기 전에 글래시아의 얼음에 얼어가던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강사들을 구해냈습니다.”
“전 그게 가장 놀라워요. 플레임 드래곤의 강력한 화력으로 사람을 구하려면 보통의 정신력과 컨트롤로는 불가능해요. 백우진 검사님은 저 소환수들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어요.”
박신혜는 백우진이 사람들을 구해내는 장면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강한 소환수를 힘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몰라도 소름이 돋게 만드는 정령술이었다.
“백우진 검사님은 저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일의 주동자인 제논의 광현대주 신창훈을 추적해 제거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저 자이언트 어스 웜을 처리한 시점에서 주저앉았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박신혜가 감탄이 담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보다도 강할 거 같네요.”
“에이, 농담도. 아무리 그래도 경험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저는 상대도 안 될 거예요.”
“겸손이 너무 심하세요.”
아나운서는 웃으며 넘겼지만, 박신혜는 진심이었다.
정령사의 능력은 정령의 힘과 정령을 다루는 컨트롤과 정신력에 달려있다.
백우진은 정령이 강하기도 했지만, 컨트롤 자체도 뛰어났다.
검술도 수준급이면서 저런 정령술이라니, 솔직히 사기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백우진 검사님은 불, 바람, 대지 삼대 속성을 다루시잖아요. 갑자기 물의 정령도 뿅 하고 소환하는 건 아닐까요?”
아나운서가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아뇨.”
박신혜가 고개를 저었다.
세 가지 속성을 다루는 사람은 아주 드물게 존재하지만, 사대 속성을 다루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럴 일은 없죠.”
* * *
백우진은 사망자가 아무도 없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기절했다가 자신의 방에서 깨어났다.
-좀 건강해졌다 생각했더니, 다시 기절 시작이냐?
“이번엔 어쩔 수 없었잖아.”
백우진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온종일 술을 마시고 일어난 느낌이야.”
-미성년자 놈이.
“알맹이는 아저씨거든.”
백우진은 흑암에게 가볍게 대꾸를 해주고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또 댓글이랑 영상 보려는 거냐?
“아니.”
백우진이 켠 건 뉴스도 영상도 아니고, 부재중 전화 목록이었다.
“역시 전화를 주셨군.”
몇 건의 부재중 전화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전화를 걸었다.
[우진아!]스피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백우진이 전화를 건 사람은 윤우민이었다.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괜찮으냐!]“건강합니다. 정신력을 너무 써서 잠깐 기절한 거예요.”
[하아, 다행이구나.]백우진은 윤우민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 어린 걱정에 코끝이 찡해졌다.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해야 했던 일인데, 결국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줬다. 어떻게 해야 할지….]“아닙니다. 저도 관계됐던 일이니까요. 거기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기절하기 전에 사상자를 파악했을 때 약간의 부상자는 있었지만,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 녀석은….]“확실히 죽었습니다.”
[그렇구나…. 정말 고맙다.]윤우민의 목소리엔 안도감이 담겨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엔 아주 조금의 안쓰러움이 흐르고 있었다.
‘역시 정이 많은 분이야. 내가 끝내길 잘했어.’
-저런 사람 밑에서 어떻게 그런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컸는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이다.’
백우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르신이 정령술을 알려주신 덕분에 사람들을 지키고, 끝까지 싸울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윤우민은 정령과 싸우는 전투 방법을 거리낌 없이 알려주고, 정신력과 기운의 배분도 몸에 새겨주었다.
그 덕분에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아니다. 네가 잘 따라온 덕이지. 정말 고생 많았다. 이, 이제 쉬거라.]윤우민은 민망했던지 말을 더듬었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이번엔 내가 술을 준비하마. 10년을 준비해 두었던 게 있으니….]윤우민은 항상 맛있는 술을 사 오라 했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술을 내어준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꼭 가겠습니다.”
[그래.]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이제 편하게 주무실 수 있겠지.”
-평생 응어리졌던 후회가 해결됐잖아. 거기다 제자로 여기는 네가 해냈으니, 조금은 편해졌을 거다.
“그러면 좋겠네.”
백우진은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방긋 웃었다.
“그럼 나도 시작해야지.”
-시작? 뭘?
“입 벌려봐.”
-몇 년짼데 아직도 입이라고!
“됐고. 빨리 꺼내 봐.”
백우진은 흑암의 호통을 무시하고 인벤토리에서 2개의 물건을 꺼냈다.
글래시아의 깃털과 유니타스에서 받았던 수 속성 정령석이었다.
까득.
백우진은 말릴 새도 없이 수 속성 정령석을 씹어 삼켰다.
-진짜 행동력 하나는….
“차갑지 않은 얼음을 삼키는 느낌이야.”
수 속성 정령석을 먹자, 한여름에 시원한 바다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청량한 기운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백우진은 윤우민에게 배웠던 대로 자신의 몸에 존재하는 수 속성 기운을 이용해서 정령석의 힘을 끌어당겼다.
이미 수 속성 감응력이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정령석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바로 할 거냐?
“그래. 정령석의 잔재가 남아 있을 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백우진은 정령석의 잔재와 수 속성 감응력을 가득 모은 양손으로 글래시아의 깃털을 잡았다.
빠직!
수 속성의 기운을 집중하자, 글래시아의 깃털에서 얇은 김이 흐르며 실금이 생겨났다.
뿌드드득!
실금이 점점 커지며 큼지막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캬앙!
얼음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거대한 냉기가 방 전체를 뒤덮었다.
[짹!]새하얀 김이 퍼져나가며 깃털이 있던 곳에 작디작은 글래시아가 나타났다.
“어…?”
백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래시아의 크기가 작은 건 당연했지만, 녀석의 외형이 이전에 본 녀석과 너무 달랐다.
-얜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