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동해의 섬 (2)
“경쟁?”
백우진은 임무서에 적혀 있는 경쟁이라는 글씨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섬의 공략엔 저희만이 아니라 대연문과 루카스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문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엔 이번 임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섬의 공략도 중요하지만, 도련님이 하셔야 할 진짜 임무는 섬을 공략하면서 대연문이나 루카스보다 월등히 앞선 활약을 하는 겁니다.”
“그래. 그렇게 쓰여 있네.”
백우진은 임무서의 내용을 훑어보며 웃었다.
누가 이 임무를 내렸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4대 길드 중 3개가 참여하는 건가? 패력적가는?”
“적가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나마 친분이 있는 적가는 오지 않고, 서로 좋은 관계가 아닌 루카스와 대연문이 온다고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마음 편하게 후려치고 다녀도 되겠네. 대연문하고 루카스에선 누가 온다고 했지?”
“루카스에선 녹색탑의 마법사들이 움직이고, 대연문에선 뇌견이 온다고 합니다.”
녹색탑엔 벼락 마법의 능력자들이 있고, 대연문의 뇌견은 뇌 속성의 오러를 사용하는 창의 고수다.
둘 다 수 속성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엔 일가견이 있는 능력자들이다.
“다른 길드에서도 자존심이 걸려있으니, 대충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그래서 섬의 공략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월등한 활약을 하라는 임무는 쉽지 않을 겁니다.”
문주영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백우진은 강하지만 지금까지 수 속성의 몬스터를 상대한 적이 없었고, 상대는 수 속성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임무 받겠다고 전해.”
백우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문주영에게 임무서를 돌려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몬스터의 수준이 높아서 의검대를 데려가기 힘들 겁니다.”
“그렇다고 물릴 수는 없잖아. 이거 아버지가 직접 내린 거야.”
백천화는 내년에 있을 임무를 위해 여러 가지를 경험하라고 했었다. 이번 임무도 그 경험 중 하나일 거다.
“그렇긴 하지만….”
“괜찮으니, 날 믿어.”
“음….”
단호하면서도 자신감이 스며든 백우진의 말에 문주영의 얼굴에 감탄이 들어섰다.
‘또 변하신 거 같군.’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처럼 백우진의 무력과 성정은 볼 때마다 성장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고개를 숙인 후 임무서를 가지고 돌아갔다.
-너 수 속성 몬스터 상대해 본 적 없잖아.
‘그랬나?’
-수 속성 몬스터는 물 근처에서 능력치가 상승한다. 너랑 경쟁할 놈들이 풍계 마법사와 뇌 속성의 오러를 쓰는 놈이라면 활약하기 힘들 거다. 천적이나 다름이 없으니.
‘괜찮아. 그 섬 쉽게 공략 못 해.’
-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그래. 일단 섬 자체에 문제가 있고. 제일 큰 문제는….’
백우진이 손가락을 뱀의 머리처럼 까딱였다.
‘거기에 뱀의 왕이 나온다는 거지.’
* * *
대연문의 특수 연공실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금발의 남자가 대자로 누워있었다.
깔끔한 수련복을 보면 그가 훈련 후 휴식을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칵.
연공실의 문이 열리고 돼지 가면을 쓴 독돈이 들어왔다.
“뇌견 사형.”
“음?”
독돈의 부름에 누워있던 뇌견이 한쪽 눈을 떴다.
“네가 날 다 찾아오다니, 무슨 바람이 분 거냐?”
뇌견은 크게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사형에게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임무?”
“동해에 나타난 섬의 공략입니다.”
“그걸 왜 네가 전하는 거지?”
뇌견의 반쯤 감긴 눈에 빛이 번쩍였다.
독돈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까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직접 와서 임무를 전하다니,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저도 그곳에 데려가 주십시오.”
“뭐?”
“그 임무에 저도 가고 싶습니다.”
“흐음….”
뇌견이 독돈을 올려보며 턱을 긁적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냥 네가 가라. 움직이기 귀찮아.”
“제가 맡고 싶다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거절? 설마….”
“사부님이 직접 내리신 임무입니다.”
“아아….”
뇌견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사부가 직접 내린 명령이라면 거부권은 없었다. 무조건 가야 했다.
“그 섬에서 누구보다 많은 몬스터를 죽이고 오라 하셨습니다.”
“아, 귀찮게!”
뇌견을 짜증을 부리다가 독돈을 보았다.
“근데 넌 왜 가려는 거냐? 너도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거로 아는데?”
“빚을 갚아야 하는 놈이 있습니다.”
“빚? 누구에게? 아니다. 됐어.”
뇌견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데려가 줄 테니, 네가 싸워라. 시간은 언제지?”
“내일 오전 8시에 공략 시작입니다.”
“그럼 8시에 출발하면 되겠네.”
“…준비한 뒤 찾아오겠습니다.”
뇌견이 8시에 출발하겠다는 미친 소리를 했지만, 독돈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은 원래 약속이라는 걸 지켜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8시도 지켜지지 않을 거다.
“그러든가.”
뇌견은 누운 채로 손만 흔들었다.
독돈은 고개를 숙인 뒤 연공실을 나갔다.
문을 닫은 독돈에게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백우진….”
* * *
백우진은 문주영과 함께 속초에 도착했다.
바다 앞엔 협회와 여러 길드의 능력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들은 섬의 공략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거나 도망치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이곳에서 대기를 하는 중이었다.
“저게 섬인가?”
눈에 오러를 집중하자,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생소한 섬이 보였다.
“그렇습니다.”
“아주 바글바글하네.”
안개 때문에 섬 내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섬 주변에서 움직이는 몬스터들의 숫자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저거 만타룬인가? 오랜만에 보는군.
흑암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가오리를 보고 흥미로운 목소리를 냈다.
‘베스크랑 샤카리스도 있어.’
그 외에도 머리가 상어인 괴인과 물고기 주제에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내부의 상황과 숫자가 제대로 파악되진 않았지만, 이미 400은 넘었다고 합니다.”
“혹시 보스급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은 없었어?”
“그런 정보는 없었습니다.”
“그렇군.”
백우진이 작게 웃었다.
지금은 누구도 그놈의 정보를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누구보다도 앞서 있었다.
-네가 말한 뱀의 왕이라는 거 씨 서펜트냐?
‘글쎄다.’
-능글맞은 놈! 한 번에 말해주는 게 없다니까.
흑암이 뭐라고 하든 백우진은 옅은 미소만 지었다.
“루카스는 왔는데, 대연문은 아직 안 온 건가?”
녹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과 섬으로 이동을 준비하는 협회 직원은 보여도 대연문의 능력자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예정 출발 시각이 20분이 지난 후에도 대연문은 도착하지 않았다.
“저, 검사님.”
안색이 퍼렇게 변한 협회의 담당관이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대연문에서 20분 정도 더 늦는다고 합니다.”
“이유가 뭐라던가요?”
“이, 이유를 말하지 않고 통보만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담당관님이 죄송할 건 없죠. 알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인 담당관은 루카스의 마법사들에게 가서도 고개를 숙였다.
“뇌견이 지독한 게으름뱅이에 자기만 아는 놈이라던데 사실인가 보네.”
“예전 균열 대기를 할 때 균열이 열리고 나서 도착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친놈일세.”
백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균열 대기는 아무리 못해도 균열이 열리기 3시간 전에는 대기를 해야 한다.
균열이 열릴 때 도착을 하다니, 보통 정신이 나간 놈이 아니었다.
-그냥 약속도 아니고, 이런 중요한 시간도 맞추지 못하는 놈들은 뒤통수를 깨부숴야지.
‘그러게.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 * *
담당관이 말했던 20분에서 20분이 더 지나, 원래 출발시간에서 1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대연문의 무인들이 도착했다.
“이렇게 늦을 줄 알았으면, 그냥 놓고 갔어야 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몰상식한 놈들입니다.”
문주영이 핏대를 올리며 뇌견을 노려보았다.
-저기 창 들고 있는 개 같은 놈이 뇌견이냐?
‘그래.’
-생긴 것부터 열 받게 생겼네. 어쭈? 하품해?
흑암의 말대로 뇌견은 사과는커녕 맨 뒤에 서서 대놓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뇌견의 연배와 무력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협회 직원이나 루카스의 마법사들도 인상을 찡그렸지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짜 미친놈일세.”
백우진은 차갑게 웃고서 대연문의 무인들 쪽으로 걸어갔다.
“백우진?”
“무, 무슨 일로….”
그는 당황한 대연문의 무인들을 지나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뇌견의 앞에 섰다.
“왜 늦었습니까?”
백우진의 직선적인 말에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아, 가득이나 짜증 나는데. 넌 뭐냐?”
뇌견은 짜증이 담겨 있는 눈으로 백우진을 훑어보았다.
“신검백가의 백우진입니다.”
“백우진. 그래. 네가 백우진이었군. 왜 늦었냐고? 늦잠 자느라 늦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뇌견은 백우진을 놀리듯이 킥킥거렸다.
그는 역겨울 정도로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역시 짐승 새끼였군.”
백우진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예의를 차렸건만 역시나 쓰레기 그 자체였다.
“네놈이 감히!”
“감히는 너희들 수준이고.”
독돈의 말에 백우진이 코웃음을 쳤다.
늦게 쳐온 주제에 하는 말과 행동은 상전이 다름없어서 짜증이 확 올라왔다.
“네가 미쳤….”
“그만.”
독돈이 앞으로 나서려 할 때 뇌견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
“이름이 날린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
“네가 시간 약속도 모르는 짐승 새끼라는 건 잘 보이는데? 괜히 별명에 짐승이 붙은 게 아닌 모양이야.”
백우진이 뇌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비웃었다.
도착해서 최소한의 사과라도 했다면 이렇게 나서지 않았을 거다.
이놈에겐 존댓말도 선배의 대우도 아까웠다.
“허….”
뇌견의 반쯤 뜬 눈에 붉은빛의 살기가 번들거렸다.
“명성에 먹혀 버린 놈이로군.”
뇌견의 눈빛이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겨지며 패악적인 기세가 흘러나왔다.
“으윽….”
“끄윽!”
뇌견은 옆에 있는 대연문의 무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저릿거리는 기세를 마구잡이로 뿜어냈다.
“개 아니랄까 봐. 개짓거리하고 있네.”
독돈 조차 식은땀을 흘렸지만,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불러와 그의 뇌기를 가볍게 흩어버렸다.
“무슨!”
뇌견은 정신이 확 깨는 충격을 느꼈다.
뇌 속성의 오러는 자신보다 강자라고 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기세와 힘을 가지고 있건만 백우진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이 어린놈이 나보다 아래가 아니라고?’
어이가 없었다.
백우진이 몇 가지 큰 사건을 해결한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과 맞먹을 수준이라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왜 여기서 해보자고?”
백우진이 서늘하게 웃으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잘한다! 오랜만에 시원시원하네.
흑암이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주제를 알게 해주마!”
뇌견이 등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단창을 빼 들었다.
“그만들 하시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녹색 로브를 입은 중년인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녹색탑에서 나온 마법사들의 리더 박성우였다.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 싸움은 끝난 뒤에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박성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는 거냐?”
“도망?”
백우진이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짐승이랑 비슷한 수준이 되기 싫거든. 이번 일이 끝난 뒤에 덤벼.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너 모가지 조심해라.”
“넌 뒤통수 조심해. 깨버릴라니까.”
백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동 마법이 완성된 곳으로 움직였다.
“야.”
뇌견은 백우진의 등을 노려보다가 독돈을 불렀다.
“아, 예.”
독돈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노린다는 놈. 저놈 맞지?”
“…그렇습니다.”
“그럼 미안하게 됐어.”
뇌견이 흉신악살 같은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저놈 내 꺼다.”
* * *
“도련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문주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
“괜찮아. 생각 없는 짐승 따윈 무섭지 않으니까.”
-네 성격 점점 마음에 들게 변하네.
흑암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네가 예전에 말했잖아. 강해질수록 자유로워질 거라고. 이제야 그게 뭔지 알 거 같아.’
예전의 4등급이나 5등급 수준이었다면 뇌견이 하루를 지각해도 뭐라고 할 수 없었을 거다.
강해진 무력과 자신감,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뇌견에게 따질 수 있었다.
-더 강해져서 네 아버지에게도 시비를 걸어봐라. 난 네가 가주전만 가면 답답해.
‘그래. 무조건 해야지.’
백우진은 다짐하듯 주먹을 꽉 쥐었다.
“모두 마법진 위로 모여 주십시오!”
담당관의 말에 백우진과 문주영, 루카스, 대연문의 능력자들이 대형 마법진의 위에 올라갔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안개가 진해서 내부의 상황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섬의 기후는 여름 이상의 열대 기후라 습하고 더울 겁니다. 독충이나, 독을 가진 식물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주십시오. 그리고 몬스터들의 종류는….”
대연문은 듣지 못했기 때문에 담당관은 이미 했던 설명들을 간단하게 다시 읊었다.
“전송되면 몬스터들이 앞에 있을 겁니다. 주의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안개 때문에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으니, 항상 주의를….”
“알겠으니, 빨리 전송이나 해.”
뇌견이 창을 꼬나 쥐고 으르렁거렸다.
그의 말은 담당관을 향했지만, 시선은 백우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그럼 가겠습니다. 전송 시작해!”
담당관의 신호에 협회의 마법사들이 영창을 시작했다.
바닥의 마법진이 번쩍이며, 진 위에 있던 모두가 섬의 끝자락으로 전송되었다.
“어? 뭐, 뭐야!”
“여기가 우리가 봤던 섬이라고?”
섬에 도착한 능력자들의 목소리가 당황으로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섬의 상황이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흠….”
모두가 마른 침을 삼키고 표정을 굳히고 있을 때 백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네가 말했던 문제라는 거냐?
‘그래. 예상대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