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동해의 섬 (3)
섬 전체에서 물을 끓일 때 올라오는 수증기처럼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놀라운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멈춰선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안개를 흡입하자마자 코가 따갑고 손끝이 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사가 잘못됐어! 독충이 있는 게 아니라, 섬 전체가 독지였다는 건가?”
루카스의 박성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공중정찰을 했기 때문에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독을 단순한 안개로 파악한 모양이다.
“이 독은 뭐지?”
“저림 증상과 호흡기에 장애를 주는 수 속성의 독입니다. 약한 독은 아니지만, 오러를 유지하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뇌견의 물음에 독돈이 안개를 흡입하며 대답했다.
“널 데려오길 잘했군.”
뇌견이 독돈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모두 오러를 운용해라. 섬의 공략이 끝날 때까지 절대 풀지 말도록.”
“예!”
뇌견의 지시에 모든 대연문의 무인들이 바로 오러를 운용했다.
“시프트를 발동해라.”
박성우가 지시를 내리며 시프트 마법은 사용했다.
그의 전신에 바람이 일면서 수증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은 마나로 독의 영향을 최소로 할 수 있는 효율 좋은 방법이었다.
“도련님. 저희도 오러를 운용….”
“이거나 껴.”
“이게 뭡니까?”
문주영은 백우진이 던진 검은색 목걸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독 목걸이.”
“예에?”
백우진의 대답에 문주영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 일을 어떻게 알고 독에 저항력이 있는 피독 목걸이를 챙겨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피독 목걸이를….”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당연히 가져와야지.”
“아….”
문주영은 할 말을 잊었다.
혹시 몰라서 해독제는 가져왔지만, 피독 아이템을 가져올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백우진의 준비성에 감탄만 나왔다.
그만이 아니라, 루카스의 마법사들이나, 대연문의 무인들도 백우진이 직접 피독 아이템을 챙겼다는 것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제가 챙겼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도련님은….”
“난 더 좋은 거 있어.”
백우진은 검은색 망토를 흔들었다.
물론 그는 천독불침이라는 사기 능력이 있으므로 이 망토는 아무 효과도 없는 일반 망토였다.
-저 목걸이를 챙겨온 이유가 있었군.
백우진은 이번 임무를 맡자마자 중급 창고에서 피독 목걸이를 대여해 왔다.
-근데 생각보다 약한 독인데 저 목걸이까지 필요했냐?
‘이 독은 섬의 중앙으로 갈수록 강해져. 난 상관없지만, 싸우면서 가야 하니, 문주영은 힘들 거야.’
지금의 독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독의 강도가 강해질 거다.
전투도 해야 하고, 보스와도 싸워야 하니, 저 목걸이는 문주영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럼 가자.”
백우진은 앞으로 나서며 바람의 중급 정령 진을 소환했다.
[크르르!]진이 거친 바람을 일으켜 숲의 입구를 막고 있는 독 안개를 지워버렸다.
“난 중앙으로 갈 테니, 당신들은 알아서 하도록.”
백우진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중앙의 숲으로 향했다. 그의 걸음은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 거침없었다.
“끼아악!”
“카악!”
손에 칼과 방패를 착용하고 있는 배스크가 수풀 속에서 달려들었지만, 진의 바람의 칼날에 몸통이 양분되어버렸다.
“허어….”
박성우는 숨죽인 채 백우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우진이 뇌견과 말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 힘과 명성을 얻어 자만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백우진은 그의 호위도 챙기지 않았던 피독 아이템을 준비했고, 바람의 정령으로 시야와 적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기감을 펼쳐서 전체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힘에 빠진 천둥벌거숭이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련한 실력자였다.
“협검이라는 별명이 허명이 아니었어.”
박성우는 루카스 소속이지만 녹색탑에 속해 있으므로 백우진에게 딱히 악감정이 없었다.
백우진 때문에 루카스의 명예가 많이 추락했지만, 그건 적색탑과 청색탑의 헛짓거리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모여라.”
박성우는 마법사들을 주위로 모았다.
“우리는 왼쪽으로 돌아간다. 몬스터의 움직임에 주의하고, 언제든지 마법을 쓸 수 있도록 대비해.”
“예!”
박성우는 가운데에 뇌 속성을 쓰는 마법사를 배치한 뒤 경계 마법을 사용하며 섬의 왼쪽으로 움직였다.
백우진과 루카스가 떠났건만 대연문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붙였나?”
“확실히 붙였습니다.”
뇌견의 부름에 독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초를 떠나기 전에 백우진의 등에 천리추종이라는 물질을 뿌려놓았다.
천리추종은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추적할 때 사용하는 독으로, 사용한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내뿜는다.
“바로 쫓으시겠습니까?”
“아니, 즐기게 놔둬. 어차피 천리추종이 있으면 어디서든 쫓을 수 있으니까.”
뇌견이 창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비틀어 올렸다.
“그런 놈은 그냥 죽여선 안 돼. 최악의 상황에서 찢어 죽여야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겠지.”
“사형. 저도 놈에게 원한이 있습니다. 제 독을 놈에게 쓰고 싶습니다.”
뇌견은 독돈의 말을 듣다 말고, 창을 쏘아냈다.
빠지지직!
뇌기가 줄줄 흘러내리는 창은 빛살처럼 튀어 나가 다가오던 배스크 다섯 마리를 풍선처럼 터트려버렸다.
“마음대로 해.”
뇌견이 창을 불러들이며 귀신처럼 웃었다.
“그놈이 이걸 맞고도 살아있다면 말이야.”
* * *
“후욱….”
박성우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만이 아니라, 루카스의 마법사들 모두가 지친 것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놈들 정상이 아니야.”
박성우가 방금 썬더 볼트에 타죽은 상어 머리의 몬스터 샤크리스의 시체들을 보며 쓴맛을 다셨다.
“외부에 있던 놈들하고 완전히 달라.”
샤크리스는 5등급 수 속성 몬스터라 강하긴 하지만 썬더 볼트나 클라우드 라이트닝 마법을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바다에 있던 샤크리스는 썬더 볼트 한 방으로 숨을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섬 내부에 있는 샤크리스는 그와 전혀 다른 몬스터였다.
강하고 민첩했으며 뇌 속성의 마법에도 쉽게 죽지 않는 맷집을 가지고 있었다.
“조장님.”
박성우 옆으로 직속 후배인 성현진이 다가왔다.
“지금 상황이 꼭 보스가 있는 던전을 공략할 때 같지 않습니까?”
“뭐?”
“선배님도 느끼셨겠지만, 안으로 갈수록 몬스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던전에서 보스에 가까이 갈수록 몬스터가 강해지는 게 똑같잖아요.”
“음….”
“거기다 독 역시 안으로 갈수록 독해집니다. 시프트로 걸러내고 있는데도 독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박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성현진의 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말이 맞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 새로운 일이 벌어져도 이상한 곳이 아니니까.”
섬에 보스가 나타난 적은 있지만, 보스가 몬스터들을 강화한 적은 없었다. 분명 이상한 일이지만, 그 일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하아, 아직도 많군.”
박성우가 안쪽을 보며 탐색 마법을 사용했다. 많은 몬스터를 잡았음에도 내부는 몬스터들로 우글대고 있었다.
‘백우진….’
박성우는 안쪽을 보자, 백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걸음이 생각났다.
그는 처음부터 섬의 중앙을 향했다. 두 명이라 강화된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힘에 부칠 텐데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다.
“아니지. 남 걱정할 때가 아니야.”
박성우가 고개를 흔들며 일어났다.
“모두 마음 단단히 먹고 따라와라. 저 안에 어떤 괴물이 있을지 모르니.”
“예!”
박성우는 오랜만에 리더 배지의 무게를 느끼며 모두의 앞에 섰다.
* * *
퍼어억!
묵직한 암인검의 검격이 샤크리스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깨부쉈다.
“간단하네.”
박성우의 생각과 달리 백우진은 가볍게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들어갈수록 독이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문제가 있으시다면 제 목걸이를….”
“헛짓하지 말고 끼고 있어. 난 괜찮으니까.”
백우진이 손을 저었다.
자신에게 이런 독 따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섬에 퍼지는 독 수 속성이냐?
‘맞아.’
-아주 지랄 났군.
백우진은 수 속성 저항력이 굉장히 높은 데다가, 천독불침이라는 사기 능력이 있다.
이 정도 독이라면 저 녀석은 여기서 목욕을 하고 잠을 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독은 문제없지만, 아까 그 미친개가 너 찾아와서 싸움 거는 거 아니냐?
‘무조건 오겠지. 내게 추적할 수 있는 약도 발랐으니까.’
백우진이 차갑게 웃었다.
그는 독돈이 자신에게 추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뿌렸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놈들 시비를 걸면 무조건 죽어.’
-돼지는 그렇다 쳐도 미친개는 대연문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거 아니냐?
‘상관없어. 내가 죽인 게 아니게 될 테니까.’
그는 뇌견이 섬 안에서 시비를 걸어왔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도련님. 독도 독이지만 안으로 갈수록 몬스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보스가 있고, 놈이 몬스터들을 강화하는 거 같습니다.”
“그럼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백우진이 차분하게 대답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지금 거의 섬의 중앙에 도착했어. 곧 끝날 거야.”
“그건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저 녀석 덕분에.”
백우진이 공중에 떠 있는 진을 가리켰다.
그는 진을 단순히 시야 확보와 적 제거에만 사용하지 않고, 지리를 파악하는 데도 이용하고 있었다.
“정령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요.”
보통 사람들은 특화된 부분이 한두 개씩 있지만, 백우진은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는 되는 것 같았다. 무엇하나 못하는 게 없었다.
“다시 출발하자.”
백우진과 문주영은 샤크리스의 마석을 챙긴 뒤 앞으로 나아갔다.
“캬아악!”
“키악!”
고여 있는 물에 숨어 있던 샤크리스가 3마리가 이빨을 세우며 튀어나왔다.
촤아악!
백우진은 강의 기운을 가득 담아서 검을 뽑아냈다.
암인검은 샤크리스의 단단한 이빨들을 모조리 깨부수며 놈들의 목을 일자로 베어버렸다.
“도착했다.”
백우진의 시선은 죽은 샤크리스에 가 있지 않았다. 놈들의 시체 뒤에 있는 큼지막한 호수에 시선을 주었다.
-저 호수가 네가 말했던 뱀의 왕이 나오는 곳이냐?
‘보스가 나오는 곳은 맞지만 호수가 아니야.’
-뭐?
‘저곳은 바다하고 연결되어 있어.’
얼핏 보면 호수처럼 보이지만, 저 물은 바닷물이고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저, 저거 호수입니까?”
“아니, 바닷물인 거 같아. 뭐가 나올지 모르니 주의해.”
백우진은 진을 이용해서 호수 주변에 퍼진 독 안개를 멀리 퍼뜨리고 호수로 다가갔다.
-드디어 네놈이 말한 뱀의 왕이라는 걸 보겠군. 잡을 자신은 있냐?
‘그게 없었으면 여기 안 왔지.’
백우진은 호수 앞에 있는 바위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부그그그.
30분 정도 지났을 때 물이 끓어오르며 호수 전체를 요동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솟구쳤다.
-엥? 저거야? 저 녀석은 뱀이 아니잖아.
‘저놈이 아니야.’
백우진이 나타난 몬스터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거대한 파도를 만들며 나타난 건 거대한 가오리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만타룬이었다.
“캬아아아!”
만타룬은 백우진을 발견하고 양쪽 지느러미를 세워서 그에게 돌진하려 하려 했다.
“너에겐 관심 없어.”
백우진이 땅을 박차고 만타룬에게 뛰어들었다. 암인검의 검집에서 검은 광채가 번쩍였다.
퍼어어엉!
흑왕탄의 압도적인 위력에 지붕만 한 만타룬의 왼쪽 지느러미가 터져버렸다.
“끼아아악!”
만타룬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추락했다.
백우진이 떨어진 만타룬의 숨통을 끊으려 할 때였다.
그는 뒤쪽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알아차렸냐?
‘그래.’
* * *
“지금이다.”
뇌견은 백우진이 만타룬의 지느러미를 터트리고, 숨통을 끊으려 할 때 창을 휘어잡았다.
미리 천천히 끌어올렸던 뇌 속성의 오러를 가득 담아서 뇌성창의 절기 투형뢰를 쏘아냈다.
‘끝났어.’
뇌견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피어났다.
창을 던진 자신에게 감탄할 정도로 힘, 속도, 오러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백우진이 아니라, 백성현이 와도 피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콰아아앙!
투형뢰가 백우진에게 작렬하며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끝났군요.”
독돈이 입을 이죽거리며 뇌견에게 다가왔다.
“만약 놈이 살아있다면 제 독을….”
“닥쳐!”
“어?”
독돈은 뇌견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고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새끼가 어떻게!”
뇌견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시선은 폭발의 연기 속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그림자를 향해 있었다.
“아….”
연기가 걷히고 백우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상처를 입기는커녕 옷조차 찢기지 않았다.
“내가 뒤통수 조심하라 했을 텐데.”
백우진의 안광이 서슬 퍼렇게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