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두 번째 만남
[각성의 구슬] 사용자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고유한 잠재력을 이끌어낸다.등급 : 레전더리.
사용 가능 조건 : 6등급 이상의 마나 능력자.
간단하다 못해 가볍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설명이라, 각성의 구슬이 어떤 물건인지는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구슬을 사용하면 내 잠재력을 이끌어 내준다는 건가?’
-다른 의미가 있나 살펴봤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군. 네 말대로 잠재력을 뽑아내는 게 전부인 모양이다.
흑암이 아이템 정보창을 골똘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네겐 잠재력이라는 게 없는데…
‘뭐?’
-네가 가장 잘 알겠지만, 넌 원래 재능이 없는 놈이다.
‘당연히 알고 있지.’
-회귀를 했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네 강함은 시스템의 힘과 노력이 더해진 덕분에 얻은 것들이다. 즉, 여전히 네 몸속엔 특별한 잠재력이나 재능이 없다.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흑암의 말대로라면 자신에게 이 구슬은 전혀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예전에 네가 먹었던 정령석이나, 마나 영약들도 거의 흡수가 끝났지.
‘그럼 이걸 사용해도 전혀 변화가 없다는 거야?’
-레전더리 아이템이니 그렇지는 않겠지. 다른 방식으로 힘을 줄 거 같은데,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군.
흑암은 각성의 구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대답했다.
‘그건 돌아가서 이 구슬을 써보면 알게 되겠지.’
백우진은 흑암의 인벤토리에 각성의 구슬을 집어넣었다.
“이제….”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백우진이 문주영을 부르려고 할 때 박성우가 다가왔다.
“말씀하세요.”
박성우는 처음 봤을 때부터 예의를 차렸기 때문에 백우진 역시 존댓말을 사용했다.
“여기서 있던 일이 외부에 밝혀져도 상관없으신 겁니까?”
“예?”
“대연문주의 제자 2명이 죽었습니다. 검사님과 뇌견이 항구에서 말싸움을 한 걸 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씨 서펜트 킹이 있다고 해도 분명 시비가 걸릴 겁니다.”
“음….”
백우진이 박성우의 눈을 살폈다.
협박을 하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그의 눈이 너무 맑았다.
“사실만을 말할 거니 상관없습니다.”
“사실이요?”
“대연문의 두 머저리가 절 기습했다가 얻어맞고, 저 괴물에게 죽었다는 사실을요.”
“그렇다고 해도 대연문은 검사님에게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하지만….”
박성우가 살짝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말을 이었다.
“저희 둘이 같은 말을 한다면 그들도 나서지 못하겠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루카스와 신검백가가 비슷한 증언을 한다면 대연문은 움직이지 못한다.
“제게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는 겁니까?”
“아뇨. 저도 대연문에 시달리기 싫을 뿐입니다. 말이 다르면 귀찮아질 테니까요.”
박성우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루카스는 절 싫어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절 귀찮게 하려면 다른 증언을 하는 게 나을 텐데요.”
“전 검사님에게 별 감정 없습니다.”
“예?”
백우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먼저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는 적색탑의 쓰레기 짓들을 만천하에 공개해서 루카스의 이미지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박성우가 저런 반응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루카스는 네 개의 마탑이 합쳐진 길드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 안에도 나름의 파벌이 있죠. 저희 녹색탑은 적색탑과 그리 친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외부에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박성우가 ‘다 정치죠.’라고 말하며 작게 웃었다.
“어쨌든 저는 루카스의 이미지가 추락한 이유를 검사님이 아니라, 적색탑의 몇몇 대가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별 감정이 없죠.”
“그랬군요.”
적색탑과 녹색탑이 그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다니, 운이 잘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에게선 별 다른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군. 뭔가 감동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흑암의 말대로 박성우는 특별한 의도 없이 서로의 편의를 위해서 말을 맞추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우진도, 흑암도 박성우가 다가온 진짜 이유는 모르고 있었다.
‘이 자는 다르군.’
박성우는 녹색탑의 중간 간부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겪었지만 백우진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
사람은 위험한 순간에 자신의 몸부터 챙기는 게 대부분이다.
그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백우진은 달랐다.
그는 호위를 보호하고 자신이 독을 맞았다.
아무리 좋은 피독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그런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성우가 백우진에게 호의를 가지게 된 건 바로 그 모습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검사님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닙니다.”
박성우는 씨 서펜트 킹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 이곳에서 봤던대로 뇌견과 독돈을 비롯한 대연문의 무인들이 검사님을 기습했다가 역으로 당하고, 씨 서펜트 킹의 독에 몰살당했다고 증언하겠습니다.”
박성우는 백우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흐음….”
-저게 네 편이 되겠다는 거랑 뭐가 다르지? 이제 시스템이 사람 감정도 조절 하는 거냐?
백우진은 박성우의 등을 보고 있었고, 흑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수많은 인원이 상주하는 거대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2개의 속보가 동시에 올라왔다.
첫 번째는 뇌견과 독돈이 씨 서펜트 킹에게 죽었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백우진이 씨 서펜트 킹을 홀로 죽였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발을 동동 구를 무렵 씨 서펜트 킹의 사진이 담긴 기사와 방송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협검이 또 사고 쳤다!
-저게 용이지 뱀이냐? 조금만 더 컸으면 승천했겠네.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시체를 보니까 일 검으로 목을 벴네. 저게 인간의 검술인가 싶다.
-누가 한국 능력자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신검백가를 보게 하라.
-ㅋㅋㅋ 위엣 놈 미쳤냐?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진짜…
사람들이 신나게 기사를 읽고, 뉴스를 보고 있을 때 두 번째 기사들이 올라왔다.
이번엔 백우진과 대연문의 무인들의 사건이 담겨있는 내용의 기사였다.
-대연문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쯧쯧. 맨날 바른 이미지만 챙기더니, 실제론 뒤통수칠 준비만 했나보네.
-백우진이나 루카스가 거짓말 했을 수도 있잖아요.
-머리에 똥 발랐음? 루카스랑 백가가 견원지간인거 다 아는데 루카스가 백우진 편을 들어줬겠냐.
-입만 터는 대연문이랑 다르게, 협검은 항상 직접 움직였음. 최근 일만해도 미노타우르스에 협회 아카데미도 있었지.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정말…
댓글들은 백우진에 대한 칭찬과 대연문의 욕으로 가득했다.
백우진이 해왔던 협행들 덕분에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
“이제야 효과가 나타나네.”
백우진은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기사 댓글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이미지 관리를 했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대로 되고 있어.”
사람들은 그가 냉정하고 차가운 백가 출신이라는 것보다 협검 백우진 그 자체에만 주목하고 있었다.
-능글맞은 놈.
“전략적이라고 말해주쇼.”
-얌생이 같은 놈.
“딱히 거짓말친 것도 없는데 왜 뿔난 거야?”
-난 네가 고생하는 걸 미치도록 보고 싶다. 제발 고난 좀 겪었으면 좋겠다고!
흑암의 아우라가 요동쳤다.
백우진은 미래의 정보, 강해진 무력, 시스템의 가호를 등에 업고 모든 일들을 일사천리로 풀어가고 있었다.
직접 나서서 저 얄미운 놈을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미친 듯이 밀려왔다.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흑암이 난동을 부려도 백우진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언젠가는…
“예예.”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흘려 넘기며 콜라를 까고, 여러 맛의 아이스크림을 뜯어서 그릇에 담아놓았다.
“짹!”
잠시 뒤 허공에서 눈이 떨어지며 설빙이 나타났다.
“네 힘 잘 썼다. 이거 먹….”
백우진이 설빙에게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밀어줄 때 알림음이 울렸다.
[성공적으로 백빙을 다뤄냈습니다.] [수속성 감응력이 상승합니다.] [수속성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글래시아의 능력이 성장합니다.] [백빙이 강화됩니다.]홀로그램 창이 나타나더니, 설빙의 몸이 은색으로 번쩍였다.
은빛이 커지는 만큼 설빙의 몸은 커지고, 깃털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차이는 녀석의 몸에 흐르던 수속성의 기운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짹!”
설빙은 자신의 몸을 보고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더니, 컵에 부리를 박고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강해지건 말건 밥부터 먹고 보자는 뜻 같았다.
-여기서 또 성장을 시켜준다고? 갓 태어난 놈이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말이 되냐?
“이렇게 크다보면 나중엔 정말 바다를 얼릴 수도 있겠는데.”
관일극으로 설빙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니라, 설빙의 본체가 힘을 쓰면 정말 바다를 얼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빙의 성장은 빨랐다.
화르륵!
백우진이 신기한 눈으로 설빙을 보고 있을 때 홍색 불꽃이 홀로 일어나더니 이그니스가 나타났다.
“크릉!”
이그니스는 설빙이 먹고 있는 차가운 음식들을 손짓하며 콧김을 내뿜었다.
“너도 달라고? 넌 한 게 없는….”
“크랑!”
이그니스는 빨리 달라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어휴….”
백우진은 한숨을 내쉬고 과자들을 꺼내서 이그니스 앞에 까주었다.
“카오!”
이그니스는 애교를 부리듯 백우진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고서 과자를 삼키기 시작했다.
쩝쩝
설빙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쩝쩝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컸다.
“음….”
백우진은 라이벌처럼 음식을 흡입하는 두 정령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혹시 말이야. 왕의 그릇인 정령이 더 생기진 않겠지?”
-양심 좀 가져라.
“이 녀석들처럼 우연히 생길 수 있잖아.”
-이제 그럴 일은 없다. 아무리 시스템이라도 그 정도로 미쳐있지는 않겠지.
흑암은 말하지 못한 마지막 말을 홀로 중얼 거렸다.
-아마, 아니, 제발…
**
백우진은 정령들의 음식을 챙겨준 뒤 검각에 있는 개인 연실로 들어갔다.
-아주 행복하겠구나. 네가 원했던 게 이뤄졌으니.
“아직 멀었지.”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하던 좋고 선한 이미지는 만들었지만 아직 못한 게 많아.”
-못한 게 뭔데?
“일단 백소희, 백선아도 줘 패야하고. 그 뒤에 있는 누군가도 후려 패야 하니까.”
-…다 팬다는 소리뿐이로군.
“그러니까….”
백우진이 흑암에게 손을 들어올렸다.
-뭐냐?
“입 벌려서 각성의 구슬 꺼내 줘.”
-이 미친 자식아! 입이 아니라 인벤토리라고!
“별로 상관없잖아.”
-나도 원하는 게 생겼다. 네놈의 뒤통수를 원 없이 후려치고 싶다!
“흑갱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끄으윽…
“빨리 주셔.”
흑암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면서도 인벤토리를 열어서 구슬을 넘겨주었다.
-근데 그 구슬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냐?
“아니.”
-그럼 어쩌려고.
“대충은 알거 같아서.”
백우진은 각성의 구슬의 설명을 불러왔다.
“여기 설명에 마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잖아. 구슬을 가지고 오러 연공을 하면 될 거 같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구슬을 양손에 쥐었다.
심호흡을 한 뒤 눈을 감고 카인의 오러 연공법의 운용했다.
매일 하는 연공과 똑같았지만, 오러가 몸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단전에 들어왔을 때 구슬에 있던 기운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구슬에서 빛이 나면서 기운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해.
‘알겠어.’
백우진은 집중력을 최고조로 올리며 연공을 계속했다.
구슬 속에 있던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감각이 생생했다.
그 기운은 뜨거우면서도, 차갑고, 묵직하면서도 가벼워 뭔지 모를 불안정함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연공을 반복하자, 구슬 속 기운이 전신에 퍼지며 안정적으로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백우진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도 잊고 완벽하게 연공에 빠져들었다.
**
‘음?’
끝없이 연공을 운용하던 도중 싸늘한 감각을 느끼고 눈을 떴다.
“어?”
백우진이 넋이 나간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가 눈을 뜬 곳은 연공실이 아니라, 전생에 홀로 수련을 하던 소연무장이었다.
소연무장엔 그가 사용했던 목제 수련검들이 수없이 박혀 있었다.
수련검들은 정상이 하나도 없었다. 부러지거나, 금이 가서 제대로 쓸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뭐, 뭐야 여긴!”
사방을 둘러봐도 끝없는 연무장과 수련검만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각성의 구슬 때문인가?”
자신에겐 잠재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건…헉!”
백우진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하고 암울한 기운에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훤칠한 키, 바위처럼 단련된 근육, 꽉 조여진 기도는 그가 완벽한 무인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얼굴이 있어야 할 곳이 검은 연기로 일렁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너는….”
백우진은 앞의 존재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의 몸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정면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흑암?”
연기가 출렁이며 하나의 표정을 만들어 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표정이 웃음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