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두 번째 만남 (2)
“크하하하!”
흑암이 거침없이 광소를 터트렸다.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웃음이었다.
“널 매일 보지만, 이렇게 만나니 미치도록 반갑구나.”
“이거 꿈이야? 어떻게 네가….”
“꿈이 아니다.”
“그럼 여긴 뭐고, 넌 왜 있는 거지?”
“여긴 네 정신세계다.”
흑암이 손가락을 들어 동그란 원을 그렸다.
“예전에 마족이 네 정신세계를 침입하려던 거 기억나나?”
“당연히.”
“그 정신의 벽을 넘은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아….”
백우진이 다시 한 번 연무장을 둘러보았다.
초라하면서도 기괴한 모습이지만, 확실히 자신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생에서 평생을 보낸 공간이 바로 이 연무장이었고, 평생 손에 쥐었던 검이 저 수련 검이었으니까.
“너랑 내가 왜 여기 있는 건데?”
“그건 정확하게 알고 있다.”
흑암이 양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활짝 핀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너를 후려 패라는 뜻이겠지. 뒤통수는 잘 닦아 놨냐? 이 망할 얌생이 자식아!”
흑암은 당장 달려들 것처럼 발을 살짝 벌렸다.
“잠깐만!”
백우진이 황급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침착하라는 듯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내 말 좀 들어봐. 이렇게 무대포로 움직이는 건 현대인의 감성에 맞지 않아.”
“닥쳐. 난 무식한 원시인이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헉!”
흑암의 몸에서 타오르는 투지와 분노에 백우진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여태까지 쌓아둔 것들을 모두 풀려는 듯 격렬한 감정이었다.
“놀릴 땐 아주 신났지? 고생할 일이 없다고? 쳐 맞는 게 얼마나 고생인지 한 번 보자.”
“으윽….”
백우진은 한겨울 바다에 빠진 것처럼 등골이 오싹한 감각을 맛봤다.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흑암의 기도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너무 거대해서 감각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걱정마라. 바로 머리를 깨지는 않을 테니까.”
“조, 좋은 표현이 있잖아. 사이좋게 대련을 해서 돈독한 우정을 쌓는….”
“닥쳐. 지금 내가 하는 건 순수한 폭력이니까.”
흑암이 어깨에 검을 걸치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한 명의 인간이건만 정면에서 탱크가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꽤나 강해졌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경계를 벗어난 강자 앞에서 자신은 하룻강아지일 뿐이었다.
“제기랄!”
백우진은 흑암을 설득하는 걸 포기하고, 기울어져서 박힌 수련검을 뽑아들었다.
“좋은 자세다. 그럼 첫 번째 폭력, 아니 교육을…엉?”
흑암에게서 당황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게 뭐야!”
흑암은 연무장의 중앙에서 멈춰 섰다. 스스로 멈춘 게 아니라, 어떤 벽에 막힌 것처럼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왜 벽이!”
흑암이 오러를 두른 주먹으로 투명한 벽을 후려쳤지만 벽엔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뭐지?”
백우진이 흑암이 멈춰선 벽으로 다가갔다.
흑암과 다르게 그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벽을 지나갈 수가 있었다. 그에겐 벽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벽 너만 막는 거 같은데.”
“허!”
흑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다. 망할 시스템이 먹이를 그냥 줄 리 없지.”
흑암의 전신에서 거대하면서도 파멸적인 아우라가 일어났다.
“아….”
백우진의 전신이 식은땀에 푹 젖었다. 태어난 이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순수한 파괴의 기운이었다.
“거기서 비켜라.”
흑암의 오러가 하늘까지 치솟았다.
촛불에서 타오른 검은 연기가 천장까지 솟아오른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쿠구구구.
흑암은 백우진이 뒤로 물러났을 때 그 압도적인 화력의 검을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폭음이 연무장 전체를 흔들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연무장 전체가 요동쳤다.
“망할!”
어마어마한 위력의 기술이었지만, 흑암은 투명한 벽을 깨지 못했다.
투명한 벽은 흑암의 힘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 백우진이 있는 쪽으론 폭발의 여파조차 미치지 못했다.
“으아아아악! 시스템 이 망할 놈아! 당장 나와! 맞짱 뜨자!”
흑암은 가루가 된 검을 던져버리고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아….”
백우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야. 흑암.”
“뭐, 뭐냐!”
“왜 앞에 있는데 치지를 못하니?”
백우진이 방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자식!”
“운수가 좋다고 생각했냐? 이게 현실이야.”
“끄으윽!”
흑암이 거품을 물면서 다시 주변에 있던 검을 주워서 벽을 내리쳤지만 역시나 요지부동이었다.
띵!
백우진이 흑암의 발버둥을 보며 폭소하고 있을 때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각성의 구슬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당신에게 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흑암과의 대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켜보세요.
조건 : 흑암의 인정을 받기.
퀘스트 수락 혜택 : 퀘스트 진행 기간 동안 모든 능력치 상승량이 대폭 상향됩니다.
보상 : 3000포인트, 특수 타이틀.
“흐음….”
백우진은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턱을 긁적였다.
“우진아.”
흑암이 다급한 목소리로 백우진을 불렀다.
평소에 백우진 혹은 얌생이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친근하게 성을 떼고 있었다.
“퀘스트 당연히 받을 거지?”
“흐음….”
백우진은 입맛만 다셨다.
“잘 생각해라. 너 그 퀘스트 거부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각성의 구슬을 땅에 버리는 꼴이야!”
흑암이 백우진을 설득하려 할 때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각성의 구슬의 효과로 퀘스트를 거부해도 2000포인트가 지급 됩니다.]“흐음!”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1000포인트에 특수 타이틀이다! 보상 차이가 엄청나! 너 손해 보는 거 싫어하잖아! 절대 거부하면 안 된다!”
흑암은 백우진을 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목소리에 다급함이 흘러넘쳤다.
“그런가?”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시스템의 가호 덕분에 지금 상황의 주도권은 흑암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었다.
“살살해주마. 내 인정을 받아서 초고속으로 퀘스트를 깰 수 있을 거다.”
“정말?”
“그래. 약속하마.”
“그럼 인정 조건은 뭔데.”
“끙….”
백우진의 물음에 흑암이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저 놈의 눈치는…’
퀘스트 완료의 조건은 자신의 인정이었다.
즉, 마음만 먹으면 백우진을 평생 후려 팰 수도 있었는데, 저 녀석은 눈치를 채고 인정의 조건을 먼저 말하라 하고 있었다.
“흐음, 내 팔 하나를 베는 건….”
“거절이요.”
“타박상을 입히는 건….”
“기각.”
백우진은 흑암과의 실력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흑암이 마음을 먹는다면 현재 자신의 실력으로 그를 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백우진은 자신의 위치가 유리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하아….”
흑암은 어깨를 부르르 떨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옷자락.”
“음?”
“내 옷자락을 조금이라도 벤다면 인정해주마.”
백우진이 흑암의 옷을 살폈다.
그의 옷은 한복처럼 너풀거리고 있어서 베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보였다.
그래도 힘들겠지만, 그 중에선 가장 나은 조건인 것 같았다.
“받아들인다.”
백우진이 퀘스트를 수락하자, 흑암을 막던 벽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네 얌생이 머리로도 생각을 못한 게 있었군.”
흑암이 웃었다. 그는 걷지 못했던 한 걸음을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뭔데?”
“힘 조절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알고 있어.”
“뭐?”
“힘 조절은 딱히 필요 없어.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야지.”
백우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바닥에 있는 검을 뽑았다.
“허!”
흑암이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아까와 다르게 그의 입모양은 흡족한 호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가끔 마음에 드는 말을 해서 미워할 수가 없는 놈이라니까. 하지만….”
흑암이 검을 뽑으며 빙그레 웃었다.
“후회하게 될 거다.”
흑암의 어깨 위로 검은 아우라가 아지랑이처럼 타올랐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숨구멍이 턱 막히는 압도적인 기파였다.
“힘 조절은 해주마. 네가 이 세계에서 1년 동안 수련해서 닿을 정도로.”
흑암의 말은 귀에 남았지만, 그의 몸은 사라졌다.
“크윽!”
백우진은 뒤에서 이는 바람을 느끼고 급히 몸을 돌렸다.
콰앙!
어느새 뒤로 이동한 흑암이 검을 내려쳤다. 백우진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간신히 공격을 막아냈다.
“이런….”
둘 다 강렬한 오러를 운용하고 있건만 백우진의 오러가 흑암의 오러에 잘리며 그의 검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반응은 좋았다만, 막는 게 전부가 아니야. 최대한 빨리 상대의 능력을 파악해야 한다.”
백우진은 부러진 검날 사이로 흑암의 망치 같은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퍼억!
검의 손잡이를 세워 흑암의 주먹을 막아냈다.
“어?”
하지만 흑암의 주먹엔 별다른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페이크!’
흑암의 공격이 허초임을 느끼고 대비를 하려 할 때 백우진은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뻐억!
그는 몸의 균형을 잃어버리고 연무장 바닥에 머리를 쳐 박았다.
“끄으으윽!”
정신세계인지 뭔지 하더만 고통은 현실보다 훨씬 더 심했다. 머리가 가루가 된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으으.”
백우진이 뒤통수를 매만지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크하하하하!”
흑암은 여태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연기가 없었다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을 거다.
“악당 놈을 후려치니까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구나!”
“누가 들으면 내가 정말 악당인 줄 알겠네.”
백우진이 일어나며 옆에 있던 다른 수련검을 뽑아들었다.
“네 놈은 악당이 맞지. 어때? 이제 후회가 좀 되냐?”
“아니. 딱 좋아. 나 보다 한참 강한 놈하고 싸우고 싶었거든.”
백우진이 씩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직 멀었어.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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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뒤지겠네!”
백우진이 주저앉아서 자신의 뒤통수를 미친 듯이 주물렀다.
“너무 뒤통수만 노리잖아!”
“네 말대로 거기가 타격감이 제일이거든. 중독될 정도다.”
흑암이 자신의 손바닥을 비비며 빙긋 웃었다.
“으….”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에 온 이후 시간을 잊고 흑암과 셀 수 없이 많은 대련을 했다.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우고 매일 수련을 해왔지만, 흑암의 옷을 찢지 못했다.
끝없는 대련과 수련으로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에도 흑암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이제 후회가 좀 되냐?”
흑암은 방금 백우진의 머리를 친 손바닥을 신나게 비비고 있었다.
“으….”
그 미소를 보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전혀.”
백우진이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하지만, 꾹 참고 검을 뽑아들었다.
“그래도 방금은 나쁘지 않았다. 거의 옷을 찢을 뻔했잖아.”
흑암은 자신의 소매를 가리켰다.
‘거의 도달해가는군.’
지금까지 백우진과 정신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원래는 1년 정도를 수련시키려 했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를 생각해보면 못해도 9개월 안에 자신의 옷을 찢을 수 있을 거다.
“시끄러!”
백우진이 기합을 지르며 거의 완성에 이른 무명 보법의 일 초식을 사용했다.
그의 몸이 바람과 같이 흘러 흑암의 앞에 이르렀다.
콰아앙!
흑왕탄의 파괴적인 힘이 터져 나왔지만 흑암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막아냈다.
퍼어어엉!
백우진은 막힐 것을 예상한 것처럼 무령참과 비뢰섬, 관일극에 낙성위화를 연속으로 사용했다.
그의 연계 검로는 하나의 검술처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7등급을 넘어선 검사들도 막기 힘든 공격이건만 흑암은 다채로운 검격을 선보이며 여유롭게 수비를 해냈다.
“검의 위력도, 검술의 속성도, 쌓은 격도 훌륭하다. 하지만 과해.”
흑암이 백우진의 검을 밀어내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은 여태까지 미래의 정보와 아이템, 사기적인 능력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음….”
“이제 네 정보가 많이 풀렸으니, 앞으로 네 앞에 나타날 적들은 너보다 강하거나 오히려 네 약점을 노리려는 자들이겠지.”
흑암은 백우진과 대련을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들과 싸우기 위해선 네가 가진 힘을 세밀하고 낭비 없이 사용해서 적의 약점과 불리한 속성을 찾아내야 한다. 넌 아직도 오러의 낭비가 많아. 그래서 나와 대련을 할 때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거다.”
“휴우….”
백우진이 뒤로 물러서며 가볍게 숨을 골랐다.
“충고는 고마운데, 이번엔 다를 거야. 오늘부로 여기서 나갈 거거든.”
“그 말 3개월 전에도 했었지. 데자뷴가?”
“보면 알 거야.”
백우진이 임시로 만든 검집에 수련검을 꽂아 넣고 자세를 잡았다.
그의 몸에서 명장이 두드린 칼날처럼 얇고도 예리한 오러가 흘러나왔다.
“제법이군.”
흑암이 미소를 지었다.
허세만 가득한 줄 알았건만, 확실히 잘 단련된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다. 인정해줄 만한 실력이었다.
콰아앙!
백우진이 거칠게 땅을 박차고 흑암에게 쇄도했다.
“쯧쯧.”
흑암이 혀를 찼다. 방금 설명을 해줬건만 여전히 오러의 소모가 많은 방식이었다. 녀석은 잘 단련된 오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넌 아무래도 여기서 6개월은 더…어?”
눈앞에 있던 백우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