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두 번째 만남 (3)
‘이 정도 속도였나?’
흑암이 백우진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웃었다.
숨기고 있던 힘과 기술을 모두 발휘한 건지 백우진의 보법 속도는 한 단계 빨라졌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던 말은 완전히 허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빠르긴 하군.”
흑암은 백우진의 오러가 느껴지는 곳으로 몸을 돌리며 검을 세웠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어?”
흑암의 입에서 진정으로 놀란 감탄이 터져 나왔다.
백우진의 움직임이 다시 한 번 진일보하며 시야를 벗어난 것이다. 이전과는 수준을 달리하는 속도였다.
‘말도 안 돼!’
아무리 힘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지금 속도는 상정 범위를 벗어났다.
더군다나 백우진이 가진 오러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설마… 그걸 개방해낸 건가?’
흑암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검선지체.
백우진은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검선지체의 특성을 발휘한 것이다.
찌지직!
흑암의 생각이 끝나기 전에 백우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흑암의 사각에서 나타나서 최속의 흑왕탄을 내질렀다.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 흑왕탄은 이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야 말로 빛살이 되어 뻗어나갔다.
사각에서 거기다 흑암의 시선을 뺏은 상태에서 사용한 흑왕탄이었지만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뿌드드득!
찰나의 순간에 흑암이 검을 세워 흑왕탄을 막아낸 것이다.
“큭!”
확실한 수비를 했건만, 흑암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런…’
그는 백우진과 대련을 하면서 사용할 무력 수준을 6등급 후반으로 잡고, 바꾸지 않기로 맹세했다.
기본 실력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나기 때문에 6등급 후반정도라면 백우진이 무슨 짓을 해도 어렵지 않게 이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그 맹세가 깨졌다.
백우진의 강맹한 공격에 자신도 모르게 정해놓은 수준의 무력을 벗어난 것이다.
“너 보법과 검술의 수준을 일부러 숨기고 있었군. 거기다….”
흑암이 백우진의 검을 밀어내며 말을 이었다.
“검선지체의 특성을 발휘한 거냐?”
“잘 아네.”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흑암은 하루에 두 번 하는 대련을 제외하고는 무얼 하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백우진은 그 기회를 이용해서 2달 전부터 검술과 보법 그리고 검선지체의 특성 ‘검운’의 개방을 숨겨왔다.
뿌드득!
첫 대결 때와 달리 백우진의 검은 흑암의 검과 정면에서 맞서고 있음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흑암이 사용하는 예검의 날카로움을 쇄검으로 상쇄시킨 덕분이다.
기술과 특성만 발전시키지 않고, 검술의 속성까지 연구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능력을 숨겨왔다니, 네놈은 역시 얌생이 그 자체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정해놓았던 힘보다 더 많이 쓰고 있는 거 같은데? 나한테 쫄았나보지?”
“으윽….”
흑암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 자식 정말 눈치 하나는…’
치부를 들킨 느낌이라 말할 수 없이 창피했다. 만약 얼굴이 보였다면 새빨갛게 물들었을 거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더 재밌어졌으니까!”
백우진의 검이 급변했다.
하늘의 선회하는 매처럼 곡선으로 움직이며 다섯 개의 비뢰섬을 동시에 뿌려냈다.
단순히 빠르게 쏘아낸 게 전부가 아니었다.
비뢰섬의 방향은 흑암이 피하거나 막기 힘든 급소를 향하고 있었고, 뇌견의 창 이상으로 뇌기가 줄기줄기 흐르고 있었다.
위력과 속도, 방향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쿠구구구.
비뢰섬을 사용하고 나서도 백우진의 검은 쉬지 않았다. 앞으로 달려가며 무령참을 준비했다.
검술에 대한 이해, 상대의 분석, 검술의 위력 모두가 이전과는 천지차이로 달랐다.
“이 망할 자식!”
흑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백우진은 자신에게 오러의 양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새로운 특성과 검술의 완성도를 숨겨왔다.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아직 멀었어.”
백우진은 검을 휘돌리며 다섯 개의 검로를 끊임없이 연계했다.
흑암은 아직 질수 없다는 듯 완벽한 수비를 해내며 백우진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화르르륵!
백우진의 수련검에 새빨간 불꽃이 실렸다. 이그니스의 힘을 빌린 최후의 관일극이었다.
“결국 그걸로 나오는군.”
흑암은 저것만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검에 오러를 몇 겹으로 둘러쌌다.
콰아아앙!
두 검이 정면에서 맞붙자, 용솟음 치는 화염 폭풍이 터지며 백우진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밀려나 땅에 쳐 박혔다.
“끄으윽….”
백우진이 손잡이만 남은 검을 놓고 뒤로 자빠졌다.
“제기랄!”
숨겨두었던 연계 검술에 새로운 특성 검운까지 썼건만 흑암의 방어를 뚫어내지 못했다. 속이 쓰렸다.
“나쁘지 않았다.”
흑암이 천천히 걸어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실제로는 꽤나 놀란 상태였다.
백우진은 낭비없이 오러를 뽑아내고 있었고, 힘과 기술들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홀로 검운까지 개방시켰다.
녀석을 가르친 스승으로서 만족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검운의 힘은 증폭이었나?”
“바로 알아차리네. 맞아.”
백우진이 긍정하며 눈을 깜빡였다.
‘검운’은 오러가 흐르는 세맥과 단전을 활성화 시켜서 순간적으로 힘과 속도, 검술의 담긴 속성을 극대화 하는 특성이다.
물론 오러와 정신력, 체력을 빠르게 소모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지만, 힘의 증폭은 그 어떤 기술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본 실력이 강해질수록 증폭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최고의 전투 특성이었다.
“뛰어난 능력이었다. 네게 처음으로 식겁했으니까.”
“그러면 뭐해. 못 이겼는데.”
백우진이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내가 미리 정해놓은 힘보다 많은 양을 썼음에도 별말하지 않는 거냐?”
“네가 그 이상의 무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뒤통수 정도는 후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건방진 놈.”
흑암이 웃었다. 그의 웃음엔 만족스러움과 대견함이 담겨있었다.
자신이 힘을 더 개방한 걸 이용해서 압박을 해도 되건만 백우진은 순수한 실력으로 이 퀘스트를 깨려하고 있었다.
좋게 볼 수밖에 없는 녀석이었다.
“네가 이겼으니 걱정하지마라.”
“뭐?”
흑암이 오른쪽 소매를 들어올렸다. 그의 소매는 겁화의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네 승리다. 백우진.”
흑암이 들고 있던 검을 뒤로 던졌다.
“네 마지막 관일극이 내 검의 오러를 뚫어냈다. 훌륭한 검기였다.”
백우진을 일 년 동안 묶어 둘 생각을 했건만, 녀석은 그 반인 6개월 만에 자신의 인정을 받아냈다.
녀석은 대단하다는 말로 부족한 천재이자, 괴물이었다.
“아….”
백우진은 꿈을 꾸는 표정으로 흑암의 소매를 바라보다가 만세를 불렀다.
“끝났다!”
“그렇게 좋냐?”
“그럼 싫겠어? 너한테 맞으면서 6개월을 보냈는데? 현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지도 모르고.”
흑암에게 맞는 건 둘째 치고, 이곳에서 6개월이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밖의 시간이 이곳보다 느릴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얼마나 느릴지가 문제였다.
“그리 오래지나진 않았을 거다. 길어봐야 한 달 정도?”
“그거밖에 안 지났다고?”
“그래서 말인데….”
흑암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내 세 번째 검을 배워서 가라.”
**
“드디어 왔군.”
백우진이 눈을 뜨며 미소를 지었다. 정신세계가 아니라, 각성의 구슬을 사용했던 연공실이 보였기 때문이다.
“각성의 구슬은 없어졌네.”
자그마치 7개월 만에 현실에 돌아왔건만 백우진의 반응은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애늙은이 같은 놈. 7달 만에 현실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고작 그거냐?
“난 원래 아재라니까.”
-너 잘났다…
백우진은 7개월 동안 검만 있는 세계에서 얻어터지다가 현실에 와놓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지 저 정신력만큼은 인정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우….”
백우진은 허공에 떠 있는 흑암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는 거냐?
“7개월 동안 못생긴 아저씨만 봤더니, 검 모습이 어색하네.”
-모, 못생긴 아저씨?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너 실루엣만 봐도 못생김이 티가 났어. 시스템이 너와 날 차별하는 이유를 알겠다니까.”
-오자마자 시작이냐!
흑암이 백우진을 베어버리려는 듯 스스로를 휘둘렀지만,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제 무서울 게 없지. 넌 다시 허수아비가 됐으니까.”
-끄으윽, 네 놈을 더 조져놨어야 했는데!
흑암은 거품을 문 것처럼 숨이 막힌 목소리를 냈다.
“그건 그렇고 보상은 대체 언제 주는 거지?”
정신세계에서 흑암의 인정을 받고, 한 달간 새로운 기술을 익혔음에도 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나올 때가….”
띵!
백우진이 불평을 하려 할 때 알림음이 울렸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특수 타이틀 ‘스승의 인정’이 지급 됩니다.] [타이틀 ‘스승의 인정’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 [타이틀 ‘스승의 인정’의 특수효과로 섬야, 암인, 흑살의 위력과 발동속도가 상승합니다.] [타이틀 ‘스승의 인정’의 특수효과로 섬야, 암인, 흑살의 오러 소모량이 감소합니다.]“오, 대박….”
띵!
백우진이 감탄을 내뱉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알림음이 터졌다.
[정신세계에서의 수련에 따라 당신의 성장을 계산합니다.] [수련의 정도에 따라서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카인의 오러연공법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 [초집중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 [흑왕탄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 [비뢰섬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백우진은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창이 나오자마자,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열기는 그의 전신을 휘돌며 근육을 데우고, 단전을 넓히고, 정신을 일깨웠다.
전신에 힘이 넘쳐흘러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희열이 느껴졌다.
-지랄 났다. 지랄 났어!
상태창을 보고 흑암이 소리를 질렀다.
-퀘스트 보상만 주면 됐잖아! 능력치는 왜 퍼주는 거야!
“정신세계에서 수련을 한 보상이라잖아. 퀘스트랑 상관없는 거지.”
-거기다 검로의 단계들은 왜 오르는 건데!
“내가 전부 열심히 수련한 덕분이지.”
백우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변화한 능력치를 보기 위해서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백우진.
나이 : 17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12개.
등급 : 5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연공법(4단계), 라사둠의 오러(염익), 초집중(3단계), 흑왕탄(3단계), 무령참(2단계), 비뢰섬(3단계),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1단계), 관일극(2단계), 낙성위화(2단계), 천독불침. 검선지체(1단계)
신체 : 59/100 (중급) (+22)
검술 : 60/100 (중급) (+59)
마나 : 58/100 (중급) (+37)
오성 : 57/100 (중급) (+7)
체력 : 58/100 (중급) (+28)
정신력 : 71/100 (상급) (+43)
포인트 : 4600 포인트
모든 능력치가 2에서 3이상 상승했는데도 잔여 포인트가 4600이나 남아 있었다.
-개똥같은 시스템! 망할 시스템!
“4600이라, 개꿀이네.”
흑암이 억눌린 신음 소리를 내뱉었고, 백우진이 활짝 핀 미소를 지었다.
“너한테 6개월 동안 뒤통수를 얻어맞은 보람이 있어.”
-하아…
“기분 좋은 날에 한숨 쉬지 마. 복달아난다.”
-정신세계에서 네놈을 후드려 패서 한 달은 즐겁게 보낼 줄 알았는데, 현실에 돌아오자마자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와.
“난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는데.”
백우진은 실실 웃으며 일어났다. 그는 옷에 쌓인 먼지를 털고 연공실을 나섰다.
“도련님!”
연공실 앞에서 호위를 서던 문주영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았다.
“드디어 나오셨군요! 어…?”
그는 백우진을 보자마자 등줄기를 관통하는 전율을 느꼈다.
문을 열고 나타난 백우진의 존재감과 기세가 이전과 너무도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이었건만, 백우진은 사람자체가 달라진 것처럼 격이 다른 기세와 존재감을 피워내고 있었다.
“대, 대성을 축하드립니다.”
문주영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이정도로 변했다면 백우진이 뭔가를 크게 이뤘을 거란 생각이었다.
-쇼를 하네.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대성은 뭔 놈의 대성이야. 별로 달라진 거 없어.”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문주영을 일으켜세웠다.
“내가 연공실에 얼마나 있었지?”
“따, 딱 2주입니다.”
2주. 백우진은 고작 2주 만에 다른 경지에 올랐다. 직접 보았건만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14일이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암의 말대로 현실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서 정신세계의 한 달이 현실의 이틀정도인 모양이다.
-정신세계는 네 머릿속에 존재하는 장소니까 현실과 시간 흐름이 다른 건 당연한 거다. 다만 한 달에 이틀이라니, 사기 그 자체야. 시스템이 널 챙기긴 하는 거 같군.
‘너보다 잘 생겼으니까.’
-뒤통수가 아니라, 저 놈의 주둥아리를 후려쳤어야 했는데!
‘네네. 다음 기회를 이용해 주세요.’
-끄응…
흑암은 분노에 잠겨서 자신의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더 팼어야 했어! 시스템아!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꿈 깨셔.’
백우진은 손가락으로 흑암을 튕겨내고 문주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2주 동안 별일은 없었지?”
“있었습니다.”
“응?”
문주영의 얼굴에 진지함이 들어섰다.
“이틀 전부터 중요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