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흑전호포
문주영은 세 명의 여자를 데리고 검각으로 돌아왔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홍아라였고, 가운데 있는 사람은 서인아였다.
오른쪽에 전투복을 입은 여성은 지하에서 함께 싸웠던 아케인 수호자 중 한 명으로 서인아의 호위로 보였다.
서인아와 그녀의 호위가 바로 백우진을 찾아왔다는 중요한 손님이었다.
“저 때문에 연공을 빨리 끝내신 건가요? 정말 죄송해요!”
서인아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수련을 끝나고 나온 거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백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 일을 다하고 나왔으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응?”
서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백우진을 올려보고서 고개를 갸웃 거렸다.
“혹시 키가 커지셨나요?”
“아마 조금 컸을 겁니다.”
키가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지만, 검선지체를 얻으며 눈높이가 높아진 건 확실했다.
“조금이 아니라 엄청 커 보여요.”
서인아는 백우진의 키를 가늠하듯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제가 보기에도 몸이 커지신 거 같습니다.”
홍아라가 서인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2주동안 키가 크진 않았을 텐데.’
-네가 네 기운을 갈무리하지 못해서 그렇다.
‘기운?’
-넌 정신세계와 퀘스트를 통해서 얻은 기운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 기운이 흘러나와서 저들에게 네 존재감이 크게 보이는 거다.
‘기세와 존재감 때문에 키가 크게 보인다는 거였군.’
-그래. 문주영이 널 보고 대성했다고 울부짖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이제 알겠네.’
갑자기 상승된 기운이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저들이 자신을 크게 보고 있었던 거였다.
‘후우…’
백우진은 심호흡을 하며 밖으로 퍼지는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당겼다.
“인아씨?”
단전에 기운을 모은 뒤 멀뚱히 서서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서인아를 불렀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 내 정신 좀 봐!”
서인아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
“검사님이 검대를 만드셨다고 들었거든요.”
“운 좋게 좋은 검사들을 얻었죠. 의검대라고 합니다.
“그 의검대에 줄 선물을 가져왔어요.”
서인아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17자루의 검을 꺼냈다.
“신제품 아우텀이에요. 의지라는 뜻의 검이죠. 특히 여기 가져온 검들은 할아버지가 한 번씩 봐주신 것들이라 웬만한 명검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저도 손 봤구요.”
“검을 만질 줄도 아십니까?”
“무려 천하장인인 할아버지에게 배웠으니까요.”
서인아가 소매를 걷으며 자신감 있게 웃었다.
촤앙!
백우진이 아우텀을 뽑았다.
“음….”
좌우의 무게 중심과 검날의 예기를 보니, 서인아가 말했던 대로 유니크와 맞먹을 정도의 검이었다.
“저는 의뢰의 보수를 전부 받았습니다. 이런 귀한 물건을 받을 수는 없어요.”
백우진이 검을 집어넣고 서인아에게 돌려주었다.
의뢰 보수도 1.5배로 받았고, 탄타로스의 심장도 얻었기 때문에 이 검들은 과분한 선물이었다.
“제가 드리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주시는 물건이에요.”
서인아가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전 못 봤지만, 검사님이 죽인 거대한 골렘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였다고 하더군요. 잘못했으면 그곳에 있던 모두가 죽었을 거라고.”
서공명을 비롯한 아케인 길드원들은 탄타로스의 잔해를 살피며 그 괴물이 예상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였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때문에 아케인의 수호자들은 백우진의 실력과 빠른 분석에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상인이라더니 빚이나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건가? 아니면 네게 하는 투자인가?
‘둘 다 일수도 있지.’
서공명은 이전에 주었던 보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 검들을 보낸 모양이다.
“어찌됐든 이거 안 받아주시면 저 못 돌아가요. 아빠가 무조건 주고 오라고 하셨어요.”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다시 검을 받아들었다. 저렇게 까지 말하는데 받지 않으면 그것 또한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감사하죠.”
서인아의 입가에 사심 없는 미소가 그려졌다.
“아라야. 검대원들을 데려와.”
“예!”
홍아라는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활짝 웃으면서 의검대 검사들을 불러왔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홍남기를 필두로 의검대 18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놈들도 너 못지않게 수련만 했나 본데?
‘그래. 또 변했네.’
고작 2주 만에 보는 거지만, 검대원들의 실력은 확연하게 변해있었다.
잠자고 먹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련으로 보냈다는 뜻이었다.
이들이라면 먼저 검을 주어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검을 선물해주려 했지만, 너희의 수준과 노력이 마음에 들었고, 좋은 기회가 생긴 김에 지금 검을 내리기로 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갑자기 검을?”
“여기 계신 아케인의 명장께서 너희들의 검을 손보고, 가져와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도록.”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검대의 검사들은 서인아를 향해 하늘이 찢어질 정도의 함성을 내질렀다.
“아, 아니에요! 전부 백우진 검사님이 도와주셔서….”
서인아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한 명씩 앞으로 나오도록.”
백우진은 홍아라를 제외한 17명 모두에게 아우텀을 건네주었다.
검사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검을 받아들었다.
“나오지도 않은 아케인의 신제품을 얻다니!”
“크으, 의검대에 들어오길 잘했어!”
홍남기가 반짝이는 눈으로 검을 바라보았고, 김우혁은 검을 뽑았다 넣었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감정 표현이 적은 박혜리도 새 검을 얻은 기쁨에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검사들은 새 검을 얻은 기쁨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모두 검을 뽑아라.”
백우진인 암인검을 뽑아 하늘을 찔렀다.
챠앙!
18명이 동시에 검을 뽑았건만, 소리는 한 번만 들려왔다.
“검의 이름은 아우텀. 의지의 검이다. 의검대의 이름에, 자신이 맹세했던 목표에 부끄럽지 않은 검사가 되기를 바란다.”
“맹세합니다!”
“우와아아아!”
검사들은 하늘을 향해 검을 내지르고 함성을 내질렀다.
**
대연문주의 거처인 황룡전에 3명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산만한 덩치를 가진 흑우와 무서우리만큼 인상이 험한 황호,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눈을 하고 있는 염사였다.
“사부님께 인사 올립니다.”
세 사람은 누런 금빛 왕좌에 앉아 있는 중년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80살을 넘어서도 40대의 청수한 외모를 유지하는 이 중년인이 바로 대연문주 전수환이었다.
그의 외모와 풍기는 기세는 무인이라기보다는 세속 벗어난 신선 같았다.
“고개를 들어라.”
전수환의 목소리는 고승의 목소리처럼 고요했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를 아느냐?”
“백우진 때문입니다.”
흑우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옆에 있던 황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염사는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백우진이라는 이름에 몸을 흠칫 떨었다.
“그래. 너희들이 그를 직접 봤기 때문에 불렀다.”
대연문주가 자신의 세 제자를 내려다보았다.
흑우와 황호는 백우진에게 자존심이 긁혔고, 염사는 거의 폐인이 돼서 방에만 쳐 박혀 있었다.
대체 그가 어떤 인간인지 직접 본 제자들의 말로 듣고 싶었다.
“백우진이 아니라, 백소희가 나와도 밀리지 않으라고 뇌견을 보냈건만, 시체조차 구하지 못했다. 함께 간 독돈도 마찬가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화산 같은 분노가 잠겨 있었다.
“백우진이 어떤 인간인지 직접 본 너희의 입으로 말해보아라.”
“무력만 강한 게 아니라, 상황을 계산하며 행동하는 놈이라 상대하기 힘듭니다. 단순하게 움직이는 거 같아도 다 생각이 있었습니다.”
흑우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너는.”
“잘난 척하고 싶어서 미쳐있는 놈입니다. 나설 곳과 나서지 않을 곳을 가리지 못하는 미친놈이죠. 별 거 아닙니다.”
황호가 이를 갈았다. 제주도에서 백우진이 보인 표정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염사.”
대연문주의 시선이 염사에게 향했다.
“처, 처음엔 제 뒤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뒤에 있었죠. 저보다 확실히 약했으니까요. 하, 하지만 어느새 제 옆에 붙더니, 아차 하는 순간 제 앞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염사의 눈동자가 지진 난 것처럼 떨렸다.
“그 놈은 처, 천재 같이 흔한 존재가 아닙니다. 괴물 중에 괴물입니다. 죽일 거라면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합니다.”
염사의 울분이 담겨 있는 말에 흑우와 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백우진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알겠다. 돌아가라.”
대연문주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갔다.
“흐음….”
대연문주가 손가락으로 상을 툭툭 두드렸다.
“백우진.”
대연문은 백우진이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2명의 영주를 잃고도 오히려 욕을 얻어먹고 있었다.
돈과 인맥을 발라서 쌓아 놓은 이미지 역시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절대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죽여야한다라….”
대연문주의 눈빛에 붉은 기운이 번들거렸다.
“그 녀석을 써야겠군.”
**
백우진은 서인아와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
“모두 좋아하네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검사님이 해주신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서인아가 손사래를 쳤다.
“아까 말이에요.”
“네?”
“절 아케인의 명장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말이 처음이라 정말 기뻤어요.”
서인아의 입가에 기쁨과 씁쓸함이 뒤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전 아케인 안에서는 아가씨라고 불리고, 밖에서는 아케인의 외동딸이라고 불리거든요. 그런데 검사님이 장인이라고, 그것도 명장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부끄럽기도 했지만….”
서인아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인아의 다음 말을 기다려주었다.
-뭐하냐? 이럴 때 어깨를 딱 감싸 쥐고, 끌어당겨야지!
흑암이 답답하다는 듯 백우진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눈에 선하다. 너 전생에서도 여자 친구 없었지?
‘시끄러워.’
“저기….”
백우진이 흑암을 밀어낼 때 서인아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호, 혹시 제 부탁 아니, 의뢰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이건 아까 드린 검이나, 아케인하고는 상관이 없지만요.”
“말씀해보세요.”
임무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간은 남았고, 달라진 힘을 시험해볼 기회도 필요했기 때문에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기로 했다.
“검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어떤 물건을 만든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특별한 걸 만든다고 하셨죠.”
“그 물건의 마지막 재료를 구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서인아가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제가 만들려고 하는 건 옷이에요.”
“옷이요?”
“아버지도 만드시지 못했고, 저희 할아버지가 딱 한 번 만드신 특별한 옷이죠.”
서인아는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죽였다.
“혹시 흑전호포라는 옷에 대해 아시나요?”
“흑전호포?”
“어떤 몬스터의 가죽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엮어서 만드는 특별한 옷이에요.”
“처음 듣네요.”
“딱 한 번만 만들어졌고, 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럴만하죠.”
서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전호포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딱 한 번 만들었고, 그걸 넘겨준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 옷의 능력은 상상이상이에요. 의복인 주제에 강철 갑옷이나, 9등급 전투복보다도 뛰어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고, 주인의 마나와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주는데다가, 속성 저항력까지 있어요. 거기다….”
서인아는 꿈을 꾸듯 몽롱한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옷 자체가 정말 멋있어요. 검게 물든 옷은 그 어떤 의복과도 비교할 수 없죠.”
“인아씨의 꿈이 그 옷을 만드는 거였군요.”
“맞아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 품에서 옛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흑전호포를 만들고 싶었죠.”
서인아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몬스터의 가죽을 구할 수가 없어서 거의 포기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어요.”
“기회라고 하신다면….”
“일주일 전에 제 3 리젠 구역의 몬스터가 라이콘으로 바뀌었어요.”
라이콘은 사자의 얼굴에 인간의 몸을 가지고 대형 무기를 사용하는 6등급 몬스터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라이콘이 나올 때 처음 나오는 보스 몬스터가 만티코어라고.”
“만티코어!”
만티코어는 사자의 얼굴에, 박쥐의 날개, 전갈의 꼬리를 가진 보스 몬스터로 미노타우르스 이상의 힘과 능력을 가진 희귀한 보스 몬스터였다.
“흑천호포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만티코어의 가죽이고. 인아씨의 의뢰가 그 만티코어를 사냥하는 거군요.”
“맞아요. 저와 함께 만티코어를 잡아주세요.”
서인아가 부탁한 의뢰가 바로 보스 몬스터 만티코어 사냥이었다.
“잠깐만. 잡으라는 게 아니라 함께요?”
“보스가 죽고 나서 그 신체가 사라지기 전에 특별한 부위의 가죽을 손상 없이 벗겨야 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인아씨가 그걸 할 수 있는 건가요?”
“네. 전 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께 배웠거든요,”
서인아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만티코어라…’
-가도 괜찮을 거 같다. 지금의 너라면 혼자서도 잡을 수 있으니까. 흑전호포라는 것도 궁금하잖아.
‘강해진 힘을 시험하기에도 딱 좋을 거 같아. 거기다…’
-그래. 내겐 그 보스가 나오는 게 보이잖아.
흑암은 리젠 구역에 나오는 보스 몬스터의 등장시간과 위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임무는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을 거다.
거기다 6등급 몬스터들과 만티코어라면 현재의 능력을 시험하고 적응하기에 딱 좋은 상대였다.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백우진은 손을 모아서 떠는 서인아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서인아가 의자에서 일어나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은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
“가장 중요한 의뢰보수는요….”
서인아의 말을 들은 백우진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