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흑전호포 (2)
“흐, 흑전호포가 보수라고요?”
백우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서인아가 의뢰의 보수로 흑천호포를 주겠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물건을 준다니, 얘도 정상은 아니로군.
흑암 역시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서인아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진심이십니까?”
“당연히 진심이죠.”
서인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긋 웃는 웃음은 순수 그 자체였다.
“흑천호포가 꿈이라고 하셨잖아요.”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죠. 가지는 게 아니라.”
“아….”
“전 장인이에요. 흑천호포를 만들어도 쓸 일이 없어요.”
“하지만 그걸 팔기만 해도….”
“좀 민망하긴 한데, 저희 집이 돈이 좀 많잖아요. 딱히 돈은 필요 없어요.”
서인아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웃었다.
“좀이 아니라, 굉장히 많죠.”
백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재력 하나 만큼은 정상을 달리는 아케인의 외동딸에게 돈 이야기를 한 게 민망했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장인은 그 물건을 어울리는 사람에게 주는 걸로 할 일을 끝내는 거라고.”
“그러셨죠.”
예전 장인의 섬에 있을 때 김장훈이 해주었던 말이 기억났다.
그는 검은 장식 될 때가 아니라, 무인의 손에 들릴 때 진정 행복을 느낀다는 말을 했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흑전호포는 검사님에게 정말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너무 과한 거 같습니다.”
흑전호포는 서인아가 몇 년에 걸쳐 재료들을 모아놓은 꿈의 결정체였다. 그걸 너무 쉽게 받는 거 같아서 망설여졌다.
“검사님은 제 의뢰를 받겠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의뢰의 보상은 의뢰주가 정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전 결정했어요. 의뢰의 보수는 흑전호포에요.”
서인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찬 게 아주 마음에 드는 여자로군. 난 찬성이니, 잘 꼬셔봐라.
‘조용히 좀 해봐.’
백우진은 흑암을 밀어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길드 마스터께 허락 받으신 겁니까?”
“아뇨.”
서인아는 당당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받아야죠. 걱정 마세요. 검사님이 가신다고 했으니, 분명 무조건 허락해주실 거예요.”
“허….”
백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쩍 벌렸다.
-행동력도 너랑 비슷해. 아주 좋아.
흑암은 동네 아저씨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
리젠 구역 입구로 백우진과 문주영이 나타났다.
서인아는 돌아간 당일, 서공명의 허락을 받았다면서 일주일 후 리젠 구역 입구에서 보자고 전화를 했었다.
“검사님! 여기에요!”
입구 앞에서 대기하던 서인아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옆엔 네 명의 호위가 서 있었다. 넷 모두 지하에서 봤었던 수호자들이었다.
“준비는 잘 하셨습니까?”
“가죽 벗기는 연습도 다시 했고, 어제 잠도 푹 잤어요. 딱 좋은 상태에요.”
서인아가 양 주먹을 들어 올리며 웃음을 피워냈다.
“이분들은 인아씨의 호위 분들인가요?”
“네. 서로 아시죠? 인사들 나누세요.”
서인아가 뒤에 있는 네 사람을 앞으로 불렀다.
“협검을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박주희라고 합니다.”
“수속성 마법사 전성훈입니다.”
“강철민이라고 합니다.”
“소상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명의 호위들은 백우진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백우진은 한 명씩 악수를 하며 호위들의 이름을 익혔다.
‘전부 6등급이네.’
-그 중에서도 저 박주희라는 여자가 가장 강하다.
‘그래. 딱 보여.’
호위는 무인 3명에 마법사 한 명이었고, 전부 6등급 능력자였다. 서인아의 보호는 저들만으로 충분할 거 같았다.
‘하긴 나라도 저랬겠지.’
아무리 자신을 믿는다고 해도 서공명이 외동딸을 그냥 보낼 리가 없었다. 저 호위들을 믿고, 그녀를 보내 준 모양이다.
“저희는 검사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박주희와 세 명의 호위들은 백우진의 명령을 따르겠다는 듯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확실해. 더 강해졌어.’
박주희가 백우진의 정지된 눈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아케인 지하에서 백우진과 함께 전투를 했었다.
거대 화염 골렘을 홀로 처리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때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흠흠.”
문주영은 박주희의 말을 듣고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젠 외부의 인물들에게도 인정을 받으시는군.’
아케인의 무인들이 백우진을 인정하고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을 보자, 자신이 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네 분은 인아씨를 보호해 주세요.”
“그럼 검사님과 문호위님이 앞을 뚫으시는 겁니까?”
“아뇨.”
백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녹색의 바람과 함께 바람의 중급정령 진이 나타났다.
[크르릉!]진은 갈기를 세우며 부드러운 바람을 일으켰다.
“3구역 입구까지는 이 녀석 하나로 가겠습니다.”
“저게 바람의 중급 정령 진….”
진을 처음 본 검사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미 만티코어가 나타났을 수도 있으니 바로 움직이죠.”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가장 앞에 서서 리젠 구역으로 들어갔다.
백우진이 진을 이용해서 다가오는 몬스터를 미리미리 처리했기 때문에 서인아는 리젠 구역에 들어 간지 30분이 넘어서도 몬스터를 구경하지 못했다.
-백우진.
리젠 구역으로 들어간 지 40분정도 지났을 때 흑암이 백우진을 불렀다.
‘보이는 거야?’
-그래.
백우진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을 나타났다.
[보스 등장까지 남은 시간 35:01:11] 나타난 창을 보고 백우진이 웃었다.여긴 1구역이지만, 이게 보인다는 건 3구역에서 저 정보가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이번 임무도 어렵지 않겠군.’
**
대연문주의 거처인 황룡전에 작은 체구의 남자가 들어섰다.
“암묘(暗猫).”
대연문주의 부름에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암묘는 대연문주가 직접 키운 제자였지만, 12지의 칭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연문주가 암묘에 대해 가지는 신뢰는 누구보다도 높았다.
그가 대연문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더러운 뒷일들을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이었다.
“백우진에 대한 파악은 끝냈나?”
“예.”
암묘의 입에서 쇠를 긁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이 리젠 구역으로 갔다고 하더구나. 그것도 아케인의 금지옥엽과 함께.”
대연문주가 손가락으로 상을 툭툭 치며 웃었다.
“드라마를 만들어서 백우진의 명성을 떨어뜨리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암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연문주는 백우진을 죽이는 걸로 그치지 말고, 그 시체를 이용해서 최악을 상황을 연출하라는 뜻이었다.
“독돈이 죽고, 루카스의 마법사들이 당한 걸 생각해보면 녀석에게 독과 속성 저항력이 있는 건 뻔하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강한 것도 분명하지.”
대연문주는 고개를 돌려 하얀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죽이지 못할 거 같으면 임무라도 방해하거나 서인아를 죽여라. 놈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대연문주의 입가에 그 외모와 정반대인 사이한 웃음이 지어졌다.
“예.”
암묘는 아무 감정 없다는 듯 단답을 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검날의 끝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
백우진 일행은 이틀 만에 3구역 입구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훨씬 빨리 도착 할 수 있었지만, 서인아의 체력을 생각해서 일부러 천천히 이동했다.
“3구역부터는 5등급, 6등급 몬스터가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움직여야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보스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으니, 더 천천히 이동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3구역 입구까지 오면서 백우진은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는 더욱 큰 신뢰를 가지고 백우진을 믿고 있었다.
“인아씨는 호위 분들을 믿고, 가운데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알겠어요.”
서인아가 긴장한 듯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보스 시간이 보이면 바로 말해줘.’
-당연한 소리는 할 필요 없다.
‘믿음직스럽네.’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3구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음…’
3구역은 루카스의 탑주들이 직접 결계를 친 곳이기 때문인지 조금이지만 속이 답답해진 느낌이 들었다.
백우진은 기감을 넓게 펼쳐서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느껴보았다.
‘확실히 다르군.’
-바로 찾아온다.
몬스터들은 백우진이 만들어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고 달려오고 있었다.
“크아아아!”
우렁찬 울음과 함께 첫 번째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2.5m가 넘는 키, 사자의 머리에 어깨엔 사람의 몸통만한 대검을 걸치고 있는 라이쿤이었다.
“라이쿤이다!”
“위치를 지켜!”
지금까지 봤던 몬스터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세를 풍겨냈기 때문에 서인아와 호위들의 얼굴에 긴장이 흘렀다.
“꽤나 크네.”
반면 백우진은 밥이라도 먹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라이쿤에게 다가갔다.
-전혀 긴장하지 않는군.
‘너라는 괴물하고 7개월을 보냈는데, 긴장이 되겠냐?’
백우진은 흑암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괴물 그 자체인 흑암에 비하면 라이쿤은 길고양이와 다를 게 없었다.
-하긴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아, 갑자기 뒤통수가 아려오네.’
백우진은 흑암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며 검을 잡았다.
“크허헝!”
라이쿤이 울음을 터트리며, 돌진해왔다. 검을 세우고 달려오는 모습은 거대한 철추가 날아오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검사님!”
백우진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서인아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괜찮습니다. 믿으십시오.”
그녀의 옆에 있던 문주영이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은 신을 믿는 신도의 그것이었다.
“카아아!”
달려온 라이쿤이 검을 내리쳤지만 백우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후우웅!
라이쿤의 검이 코앞에 온 순간 백우진이 움직였다.
촤아악!
어느새 뽑인 암인검이 라이쿤을 스쳐지나갔다.
“크르륵….”
대검이 반으로 부러지고, 라이쿤의 몸체가 절반으로 잘렸다.
백우진의 발검술은 또 다른 경지에 올라, 6등급 몬스터 라이쿤을 고블린처럼 베어버렸다.
“저, 저게….”
박주희가 눈을 부릅떴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검을 뽑는 걸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그의 검은 어느새 라이쿤을 베고 지나갔다. 원인 없이 결과만 나타난 모습 같았다.
‘저 정도일 줄이야.’
백우진이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발전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만이 아니라, 다른 호위들도 백우진의 발검술에 놀라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흠….”
백우진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암인검을 바라보았다.
‘조금 과했지?’
-오러를 넘치게 사용했지만 네가 그걸 알고 있다면 상관없다.
백우진은 이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금세 단점을 고칠 수 있다.
‘보이는 건 없어?’
-아직 없다.
“출발하죠.”
“아, 네. 알겠습니다!”
서인아와 호위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라이쿤이 한두 마리씩 계속 나타났지만, 호위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앞에 있던 백우진이 모든 몬스터를 일검에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저기 조장님.”
소상원이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박주희를 불렀다.
“제가 보는 게 현실 맞나요? 생각보다 너무 강해졌는데요.”
백우진의 오러는 하나의 선을 그린 것처럼 깔끔했다. 수호자들의 대장이자 7등급인 배운성의 오러를 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나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
박주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양의 오러를 모으는 건 젊은 나이에도 가능하다.
영약이나, 특별한 아이템을 사용하면 오러의 양을 미친 듯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정교한 오러를 저 나이에 익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흡….”
문주영은 웃음을 참기 위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케인의 검사들이 백우진을 칭찬하고, 경악하는 모습은 그의 기분을 하늘 끝까지 상승시켰다.
“흐….”
서인아 역시 호위들이 백우진을 칭찬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개체는 적군.”
백우진은 남들이 뭘 하든 신경을 쓰지 않고 나타나는 몬스터와 오러의 흐름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좀 더 깔끔한 오러의 개방을 연습하고 싶었는데 몬스터가 적은 게 못내 안타까웠다.
촤아악!
백우진은 가로 베기를 사용해서 달려오는 라이쿤을 그의 도끼와 함께 양분해버렸다.
“흠!”
처음으로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엔 딱 좋았지? 이제야 감이 잡히네.’
백우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지만, 흑암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흑암?’
-으음…
흑암의 신음이 들려왔다.
‘왜?’
-처음 보는 게 나타났다.
흑암은 백우진에게 고개를 돌려 자신이 발견한 것을 보여주었다.
[보스 등장까지 남은 시간 92:01:11]‘황금색?’
흑암이 열어준 정보창은 이전에 봤던 정보창과 다르게 진한 황금빛의 띄고 있었다.
‘설마 유니크 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