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흑전호포 (3)
예전 첫 임무 때도 그렇고 이번에 1구역과 2구역을 지나면서 봤던 보스 등장 시간 창은 모두 투명했다.
저렇게 황금색을 띄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네 말대로 특별한 보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겠지.
‘음…’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회귀를 한 자신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긴장감이 몰려들었다.
‘만티코어가 아니라 아예 다른 놈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건가?’
-황금색은 유니크의 색이니, 일반적인 만티코어보다 강한 놈이 나타나는 게 당연한 거지.
‘지금의 내가 검술로 7등급 이상의 보스를 이길 수 있나?’
-보스마다 다를 거다. 다만 나를 이용하거나 정령을 소환하면 뭔들 못 잡겠냐.
‘일단 주변 지형 좀 파악해 놔야겠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말해 뭐해.
백우진은 일행들을 이끌고 보스가 나타나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형을 눈에 익혔다. 그는 적당한 자리를 잡고 모두에게 휴식을 지시했다.
“아직 만티코어가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네요.”
서인아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시간을 정하죠.”
백우진이 모두와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요?”
“만티코어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이런 위험한 구역에서 계속 시간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면 일단 돌아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요.”
일주일이라면 적당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은 허공에 뜬 보스 등장 시간을 보며 흥분과 긴장감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뭐가 나오려나.’
**
암묘는 서인아의 흔적들을 따라 백우진 일행을 따라잡았다.
물론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기술과 특성, 아이템을 사용했고, 시야가 희미할 정도의 먼 장소에서 그를 관찰했다.
‘저건 괴물이로군.’
암묘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백우진이 라이쿤을 잡는 순간을 이용해서 조금 접근하려 했지만, 그 미약한 감각을 느낀 건지 그는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각이 귀신을 뛰어넘어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발견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여태 수많은 강자들을 암살했지만, 저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인간은 처음이었다.
‘암살은 거의 불가능하군.’
암묘는 손을 깨물어 피를 낸 뒤 손등에 괴이한 문자를 적었다.
스르륵.
그의 손등에 그려진 살과 피가 동시에 떨어져 나와서 주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이걸 이런 곳에서 쓰다니…’
원래는 밀실에 있는 암살대상을 관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사령술의 일종이지만, 이런 개방된 곳에서 쓰게 될 줄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임무를 방해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게 낫겠어.’
대연문주의 말대로 암살보다는 임무를 방해하면서 틈을 노리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끝까지 기다려주마.’
암묘의 눈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
‘10분 정도 남았네.’
황금색 시계는 돌고 돌아 어느새 10분도 남지 않았다.
“흠….”
백우진은 무언가를 찾듯 주변을 돌아보고 피식 웃었다.
-이젠 느껴지지 않는다. 물러간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백우진은 이틀 전에 아주 잠깐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몬스터가 아닌 사람의 시선이었다. 쫓으려 했지만 바로 사라졌고, 그 이후엔 나타나지 않았다.
-대연문에서 왔을까?
‘제논이나 루카스 일수도 있어. 아니면 제4의 세력일 수도 있고.’
-넌 참 적이 많아.
‘난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러나 모르겠다니까.’
-착하기는 개뿔! 일부러 적을 만드는 놈이!
흑암이 호통을 쳤지만, 백우진은 웃고만 있었다.
-여유가 넘치는군.
‘뭐가 와도 상관없거든.’
암살자인지, 정보를 모으는 놈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자신을 노리고 왔을 거다.
다만 그 놈이 아는 자신의 정보는 흑암과의 수련을 시작하기 전이다.
지금의 자신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지 못하니, 자신감이 넘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서인아와 호위들에게도 상황을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기습을 당할 염려도 없었다.
“검사님. 죄송해요.”
서인아가 어두운 얼굴로 다가왔다.
“네?”
“제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오자고 해서 이렇게 대기만 하잖아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서인아는 수척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제 1리젠 구역에 왔을 때처럼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닙니다.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백우진은 문제없다고 손을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다.
이곳에서 5등급, 6등급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더 정밀하고 깔끔한 오러의 운용을 익혔다.
만약 보스에게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많은 것을 배웠으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5분 후에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좋겠지만….”
서인아는 그럴 수는 없죠라고 중얼거렸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기다려 봐요. 아직 3일이나 남았잖아요.”
“아….”
서인아의 눈동자가 흐를 것처럼 글썽거렸다.
백우진은 대부분의 몬스터를 홀로 처리했고, 아무 실수 없이 여러 지시를 내려왔다.
가장 피곤하고 힘들 텐데, 자신을 위로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검사님 덕분에 힘이 나네요.”
“그럼 다행이네요. 흑전호포 만드셔야 하잖아요.”
“그래야죠. 꼭!”
서인아와 대화를 하면서도 백우진은 보스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었다.
[보스 등장까지 남은 시간 00:00:03] 3초 남아 있던 시간이 0으로 돌아가며 이곳에서 150m가량 떨어진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모두 뒤로!”
백우진은 서인아를 끌어당겨 자신의 뒤에 둔 후에 모두를 불렀다.
문주영과 서인아의 호위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약속한 것처럼 백우진의 뒤로 이동해 서인아를 둘러쌌다.
뿌드드득!
하늘의 금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더니, 큼지막한 균열이 만들어졌다.
“쿠와아아아아!”
균열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의 표호가 들려왔다.
콰아아!
등장만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나무와 수풀이 뽑힐 것처럼 흔들렸다.
“저, 저게 만티코어?”
서인아의 중얼거림처럼 나타난 몬스터는 사자의 몸과 머리에 박쥐의 날개를 가진 만티코어와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 가지가 달랐다.
만티코어의 가죽은 새까만 밤하늘처럼 어두웠고, 몸집이 1.5배는 커서 건물이 움직이는 것 같았으며, 전갈의 꼬리는 2개나 달려 있었다.
-저 놈이 나오다니…
‘저게 뭔데?’
-만티코어 렉스다.
‘렉스?’
-가진 힘과 덩치가 만티코어의 2배에 가깝고, 저 검은 가죽은 오러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너희 식으로 7등급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 당연히 미노타우르스보다 강하다.
‘그렇군.’
7등급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 미노타우르스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었건만 백우진의 입가의 미소는 풀리지 않았다.
-어쭈? 웃어?
‘재밌을 거 같아.’
백우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저런 괴물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먼 거리라 포효는 듣지 않았지만, 만티코어 렉스의 기세와 크기만으로 심신이 위축 된 상태였다.
“전부 여기 계세요.”
“예?”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 안 됩니다! 도련님! 저건 위험합니다!”
항상 백우진을 믿는 문주영이 말릴 정도로 만티코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맞습니다. 일단은 물러나는 게….”
“저 놈 날 수 있으니, 도망치는 게 더 위험할 겁니다. 거기다 그저께 말했듯이 저희를 지켜본 누군가가 습격할 수도 있습니다.”
백우진의 단호한 말에 모두의 표정이 멍하게 변했다.
“아….”
서인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공포로 인해 입을 열수가 없었다.
“여러분들은 여기서 인아씨를 보호해주세요. 문호위까지 포함한 다섯 명이 제 위치를 지키면 누구도 오지 못할 겁니다. 만티코어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거, 검사님!”
“괜찮아요.”
백우진은 싱긋 웃어서 모두를 안심시키고 만티코어를 향해 달렸다.
‘심장이 뛰네.’
-엉?
‘미노타우르스와 싸울 때처럼 기분이 좋아져.’
백우진은 무명보법을 밟아서 세상을 굽어보는 만티코어 렉스 앞에 섰다.
“크르르….”
만티코어 렉스의 마름모 꼴 눈에 살기가 일렁였다. 겁에 질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온 인간에게 짜증을 느꼈다.
촤아악!
만티코어 렉스의 전갈 꼬리가 백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인간 따위는 꼬리 하나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정도로는 안 될 텐데.”
쩌어엉!
암인검과 만티코어 렉스의 꼬리가 부딪치며 거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크르르!”
만티코어의 눈동자가 2배로 커졌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부수려고 했는데 단단하네.”
백우진 역시 만티코어 꼬리의 단단함과 강렬한 힘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멍청한 놈. 그렇게 해선 이전과 똑같아.
‘미안. 너무 흥분했어.’
백우진이 작게 웃으며 자신의 오러를 전력으로 개방했다.
콰아아아!
오러를 개방한 것만으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들썩였다.
고오오오.
백우진의 몸에서 뿜어지는 오러는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낭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오러의 운용이었다.
“크르르….”
만티코어 렉스의 눈동자의 살기가 진해졌다. 이제야 백우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크아아아아!”
만티코어 렉스는 다시 한 번 표호를 내지르고 땅으로 내려섰다.
“크르르르.”
만티코어는 백우진의 주변을 돌며 일정한 리듬감이 있는 울음소리를 냈다. 음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시작됐다.
‘그래.’
만티코어는 울음소리를 조율해서 적의 감각과 힘을 떨어뜨린다. 만티코어 렉스 역시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건 알고 있었지.’
백우진은 이미 흑암에게 청각을 막는 방법을 배워 놨다. 만티코어가 무슨 소리를 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후우우욱.
만티코어의 입에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죽이는 맹독 가스였다.
“크르르.”
만티코어의 입에서 차가운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절망의 노래와 함께 사용하는 맹독은 강철 갑옷을 입은 수십의 인간들도 죽였던 연계 능력이다.
건방진 인간 하나 따위는 당연히 녹아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크르륵!”
만티코어 렉스는 백우진을 비웃고 멀리 있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날개를 폈다.
빠지지직!
그 순간 맹독 가스 속에서 뇌기가 줄기줄기 흘러넘치는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촤아아악!
비뢰섬의 검기는 네 개 씩 흩어져 만티코어 렉스의 양쪽 날개를 무참하게 찢어발겼다.
“크어어어어!”
포효만 내지르던 만티코어 렉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고통에 잠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딜 가려고.”
백우진이 맹독 가스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
이런 맹독 가스는 전혀 몰랐던 능력이지만, 천독불침이 있는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콰아아아!
만티코어 렉스가 고통을 참아내며 두 개의 꼬리로 백우진의 목과 심장을 노렸다.
쩡! 쩌정!
백우진은 검을 사선으로 휘둘러 두 개의 꼬리를 동시에 튕겨냈다.
“여전히 단단하네.”
전력의 오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만티코어의 꼬리는 잘리지 않았다.
“크으으으….”
다만 충격이 컸는지, 만티코어 렉스의 표정이 무참하게 굳어졌다.
-날개는 저 놈이 방심해서 자를 수 있었을 거다. 꼬리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질기디 질긴 놈이다. 잡으려면 꽤나 힘이 들 거다.
‘집중해야겠네.’
백우진이 앞으로 내달리며 흑왕탄을 내질렀다.
“크아아아!”
만티코어는 오러처럼 검은 기운으로 둘러싸인 앞발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흑왕탄과 만티코어의 내려치기는 거의 비슷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티코어의 거대한 몸체가 뒤로 밀려났고, 백우진의 발은 땅에 박혀버렸다.
“이래야 재밌지.”
백우진이 다리를 뽑아 만티코어 렉스에게 달려들려 할 때였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미세한 예기를 느낄 수 있었다.
캬앙!
날아온 물건은 얇디얇은 바늘들이었다.
-그 놈이다!
‘역시 아직 있었군.’
여태까지 나서지 않다가 만티코어를 상대할 때 방해를 하다니, 더럽게 재수 없는 놈이었다.
-보법이 빨라. 너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것만이 아니야. 저 놈 만티코어의 뒤쪽에 있어.’
암살자는 뒤나 옆이 아니라, 만티코어의 뒤에서 바늘을 날려 왔다.
만티코어를 방패삼아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영리하면서도 침착한 것을 보니, 암살자가 확실했다.
“크아아!”
만티코어 렉스는 뒤에 누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백우진만을 노리며 미쳐 날뛰었다.
콰아앙!
바위 같은 앞다리와 2개의 꼬리로 동시에 공격을 하면서 독을 뿜어냈다.
“쯧!”
백우진은 혀를 차면서 흑왕탄을 날리고, 관일극을 찔러 넣어서 만티코어 렉스의 흉악한 공격들을 막아냈다.
슈아앙!
만티코어의 공격을 막는 순간 다시 한 번 침과 바늘이 날아왔다. 침과 바늘엔 음울한 보라색 기운이 실려 있었다.
콰아앙!
백우진은 강검을 사용해서 만티코어를 날려버리고 뒤로 물러나서 바늘을 피해냈다.
-귀찮은 놈이군. 이그니스나 설빙을 사용해서 죽여라.
‘싫어.’
백우진은 고개를 젓고, 흑암에게 손을 가져갔다.
“차라리 잘 됐어. 어느 정도 위력인지 시험해보고 싶었으니까.”
-그걸 쓰려고?
“그래. 두 놈을 한 번에 끝낼 거야.”
백우진이 흑암을 잡았다.
쿠구구구,
흑암의 검날이 길어졌다.
단순히 검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었다.
흑암을 덮은 불길한 오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뻗어 나온 검은빛의 오러는 천공을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흑암의 세 번째 검 패도의 흑살(黑殺)이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