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흑전호포 (4)
‘아무래도 포기해야겠군.’
암묘는 희미하게 보이는 백우진과 그 일행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밤과 새벽을 틈타서 조금 더 접근하려 했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선을 넘은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한 발만 더 걸어도 저 괴물이 자신을 알아차릴 거라고.
‘저게 17살이라고? 인생을 두 번 사는 놈인가?’
수많은 인간들을 봐왔지만, 저 나이에 저런 능력과 성격을 가진 놈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서인아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6등급인 호위들은 절대로 그녀의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보만이라도 모아야…헉!’
암묘가 백우진을 관찰만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균열이 열리면서 이름 모를 괴물이 튀어나왔다.
7등급 이상으로 보이는 보스급 몬스터였기 때문에 백우진과 서인아가 도망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호위들에게 서인아를 맡기고 홀로 보스 몬스터와 무지막지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서인아 주변엔 여전히 호위가 있어서 노리기 애매했지만, 백우진은 암습할 수 있었다.
암묘는 백우진과 직접 싸울 필요 없이 저 대형 몬스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전력으로 신법을 밟아서 백우진의 뒤가 아닌, 만티코어의 뒤로 이동했다.
‘딱 되겠어.’
앞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방패로 이용해서 암습을 하고, 통하지 않으면 바로 물러날 계획이었다.
사아악.
암묘는 자신이 사용하는 암기 중 가장 은밀한 묵침(默針)을 날렸다.
묵침은 소리도, 기세도, 바람도 없이 날아가는 암기였기 때문에 한 발은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헉!’
하지만 백우진은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묵침을 가볍게 튕겨냈다.
‘저 미친놈!’
백우진의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감각에 암묘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제기랄…’
암묘가 이를 갈며 묵침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평소라면 여기서 물러나야했다. 하지만 백우진의 감각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에게 조금의 피해라도 입히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암묘는 묵침에 사령의 기운과 자신의 오러를 담아서 최고의 타이밍에 날렸다.
자신에게 최고의 타이밍이었으니, 백우진에겐 최악이 타이밍이 되어야 하건만 그는 가뿐하게 묵침을 피해냈다.
“젠장!”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암묘의 입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독과 마법이 통하지 않는데 저런 감각을 가지고 있고, 무력마저 자신을 넘는 놈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말 모든 수법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여기선 물러가야겠어.’
암묘는 백우진이 정령을 사용하기 전에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알아낸 건 있군. 백우진의 무력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잘못…’
도망치려는 암묘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넋이 나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이 지는 하늘이 검은 선에 의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저건 선이 아니었다.
백우진의 검에서 나온 검기가 하늘까지 쏟아 오른 것이다.
화아아아.
천공을 가른 검기가 대지를 베어내기 위해 낙하했다.
백우진의 검기는 만티코어 렉스를 두 조각으로 썰어버리고, 도망치려던 암묘의 어깨마저 통째를 찢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앙!
바닥으로 떨어진 검기는 대지마저 절반으로 쪼개고, 3구역을 막는 첫 번째 결계마저 갈라버렸다.
흑암의 세 번째 검 흑살은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패도의 검이었다.
“끄아아악!”
암묘는 걸레가 된 오른팔을 버리고 그대로 도망쳤다. 몬스터고 뭐고 다 필요 없이 앞만 보고 튀어나갔다.
“끄으으윽! 망할!”
그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첫 습격이 실패했을 때 물러나지 않은 것을 미친 듯이 후회했다.
“저, 저건 악마다! 악마의 힘이야!”
방금 백우진이 사용한 검기는 그 누구에게도 본 적이 없었다. 거리도 상식을 벗어났지만, 위력과 예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끄윽!”
암묘는 미친 듯이 도망치면서 아공간 주머니를 입에 물고 그 안에서 황금색 스크롤 하나를 꺼냈다.
가봤던 곳 어디라도 이동할 수 있는 유니크 스크롤이었다.
“끄그극!”
암묘가 입과 왼손으로 스크롤을 찢으려 할 때였다.
촤악!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암묘의 하나 남은 왼손과 스크롤이 땅으로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암묘는 스크롤을 놓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이제야 만나는군.”
울부짖는 암묘의 앞으로 백우진의 싸늘한 눈이 나타났다.
**
백우진은 오러를 집어넣어 암살자의 움직임을 묶어두었다.
‘머리 아프네. 속도 울렁거리고. 오러도 거의 다 썼어.’
-현실에서 흑살을 사용한 건 처음이니, 그럴만하지. 그래도 수련시킨 보람이 있었다. 나쁘지 않았어.
흑암의 목소리엔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일단 저 암살자 놈의 턱관절을 빼라.
‘별로 안 아플 텐데.’
-아프라고 하는 게 아니다. 암살자들은 어금니에 구멍을 내서 그 안에 독을 넣어둔다. 관절을 빼놓으면 그 독을 씹지 못해.
‘알겠어.’
백우진은 암살자의 턱 관절을 빼고 입을 열어보았다. 흑암의 말대로 어금니의 구멍에 검은 캡슐로 된 무언가가 있었다.
‘진짜 있네.’
-이게 경험이라는 거다. 애송아.
흑암은 갑자기 노인이 된 것처럼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뚜둑.
백우진은 암살자 입속의 독을 빼버리고, 피가 터지는 양팔을 지혈해주었다.
“이름은?”
“끄윽….”
암묘는 대답하지 않았다.
팔이 잘리는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질렀고, 독을 빼앗겼지만 입을 열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아직 건재했다.
“빨리 말하는 게 좋을 텐데?”
“개소리 말고 죽여라.”
“기세는 좋다만 얼마나 갈까?”
백우진은 손가락에 오러를 집중했다. 그 손가락으로 암살자의 몸 몇 군데를 두드렸다.
“무슨 개짓을…끄아아악!”
암묘의 입에서 성대가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고통을 느껴왔지만, 지금의 고통과는 절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수만 마리의 불개미가 피부와 속살을 미친 듯이 씹고 뜯는 느낌이었다.
“흐으읍! 흐윽!”
고통이 너무 심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지막이다. 이름은?”
백우진은 무심한 눈길로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끄윽….”
암묘는 이 극심한 고통이상으로 백우진의 잔잔한 눈동자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바, 박성진이다.”
암묘는 20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소속은?”
“대연문….”
“역시.”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예상했던 길드 중 하나인 대연문이었다.
“네 칭호는 뭐지?”
“…암묘다.”
“어두운 고양이? 그래. 그렇게 되는 거였군.”
왜 십이지의 이름이 아니라, 암묘라고 불리는 건지 바로 이해가 갔다.
이 암살자는 대연문의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 하느라 십이지의 이름이 아닌 묘라는 이름을 받은 거다.
“이번 지시는 대연문주가 직접내린 건가?”
암묘는 눈을 감고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네, 네 놈이 내 증언을 이용해도 아무 소용없다. 대연문에서 난 없는 존재다. 그 무엇도 얻지 못할 거다.”
“알고 있다.”
암묘의 말대로 암살자들은 신분이라고 할 게 없다. 이 녀석을 살려서 데려간다고 해도 대연문에 피해를 입히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
백우진은 암묘의 숨통을 끊고, 그가 가진 스크롤을 챙긴 후 만티코어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오, 오셨다!”
“도련님!”
“검사님!”
서인아와 문주영, 4명의 호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웃기게도 6명의 표정은 판에 찍은 것처럼 똑같았다.
모두의 눈동자에선 혼이 빠져 있었고, 턱을 추를 단 것처럼 내려가 있었다.
그들은 만티코어 렉스가 나타났을 때보다 백우진이 사용한 파멸적인 검기에 더 큰 경악을 한 상태였다.
“괜찮으세요?”
서인아가 백우진의 옷에 묻은 피를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제 피가 아닙니다.”
“아, 그러면….”
“저희를 노리던 놈을 처리했습니다.”
“허억!”
박주희가 자지러지게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저 거대한 만티코어를 단 한 번의 검기로 베어버리고, 자신은 느끼지도 못했던 습격자까지 처리하고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검사는 믿기 힘들 정도의 무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재료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네! 그래야죠!”
서인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서 날이 곡선으로 세워진 단도를 꺼내들었다.
단도의 날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죄송한데 여기에 오러를 좀 넣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소도에 오러를 주입하자, 소도에 새겨진 문자들이 검은빛으로 번쩍였다.
“고마워요.”
서인아는 감사 인사를 하고서 바로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진지함을 담아냈다.
“허….”
“와….”
서인아의 기술을 본 모두가 감탄을 내뱉었다.
그녀는 암인검으로도 베지 못했던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을 손쉽게 베어내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의 손 기술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서인아는 만티코어의 사자 가죽, 박쥐 날개, 전갈 꼬리를 전부 베어내서 자신이 원했던 모든 재료를 챙겼다.
“이제 다 됐어요.”
여유를 가진 서인아가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극도로 집중했기 때문에 그녀의 이마는 땀으로 가득했다.
“그 칼은 뭐죠?”
백우진이 놀란 눈으로 서인아의 소도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오러를 빌렸다고 해도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과 꼬리를 자르는 건 말이 되질 않는 일이었다.
“네틱스라는 칼이에요. 살아 있는 몬스터에겐 아무 효과도 없지만 죽은 몬스터는 뭐든 벨 수 있어요.”
“엄청나네요.”
백우진이 놀란 눈으로 네틱스를 바라보았다.
-저것도 거의 레전더리급 칼이겠군. 역시 부잣집 딸이야.
‘그러네.’
-잘 해봐라. 내가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돈이 제일이다.
‘좀 닥쳐.’
백우진이 흑암이 다가오는 걸 밀어낼 때 만티코어 렉스의 시체가 사라졌고, 그 아래 검은색 벨트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검사님.”
서인아는 벨트를 주워서 바로 백우진에게 넘겨주었다.
“임무시에 나오는 아이템은 원래 의뢰주가….”
“또 그러실 줄 알았어. 안 돼요!”
서인아가 고개와 손을 흔들었다.
“이건 당연히 검사님 물건이에요. 그렇죠?”
“그럼 그걸 누가 가지겠습니까.”
“당연하죠.”
네 명의 호위들은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백우진은 허리띠를 받았다.
-어차피 받을 거 뭘 그리 겸손을 떠냐? 이 얌생아.
‘이게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거야. 억지로 받지 않고, 부드럽게 넘겨받는.’
-웃기고 자빠졌네!
‘자빠지든 말든, 빨리 감정이나 해줘.’
-쯧.
흑암은 혀를 차면서도 허리띠를 감정해주었다.
[만티코어 렉스의 사자 허리띠] 만티코어 렉스가 가진 사자의 힘을 이어받은 허리띠로 근력과 방어력의 상승에 탁월한 능력이 있으며, 리듬을 이용한 공격에 저항력을 가진다.등급 : 유니크.
착용가능 조건 : 없음
신체 +15
체력 +15
오러 저항력 +15
속성 저항력 +15
-휴우…
‘웬일이야? 유니크가 떴는데 난리를 치지 않다니.’
-레전더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제발 부탁이니 흑전호폰가 뭔가도 유니크가 되기를!
흑암은 이제 백우진의 운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제발 레전더리만이라도 뜨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검사님.”
“네.”
서인아가 만티코어의 가죽을 품에 안고 백우진을 불렀다. 호위들은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검사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실 일이 있어요.”
“그게 뭐죠?”
“이 가죽에 검사님의 기운을 넣어주시는 거예요.”
“기운이요?”
“네!”
서인아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흑전호포에는 주인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어요. 검사님의 기운이 들어가면 그 효과가 더 강해지죠.”
“알겠습니다. 아!”
가죽에 오러를 넣으려던 백우진이 손을 멈췄다.
“제 오러말고 다른 기운도 될까요?”
“다른 기운이라고 하시면….”
“정령들이요.”
“당연히 되죠!”
“그럼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세요.”
백우진은 서인아를 호위들의 시야가 벗어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왜 여기로….”
“비밀이 있는데 지켜주실 수 있나요?”
“무, 물론이죠!”
서인아의 뺨에 홍조가 올라왔다. 백우진의 비밀은 돈 주고도 사고 싶은데 그냥 알려준다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 믿겠습니다.”
백우진은 손을 내밀어 작은 이그니스와 어스리노, 진을 소환했다.
“와아….”
서인아가 경이로운 얼굴로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가 더 있습니다.”
백우진은 마지막 소환수 설빙을 불러냈다.
“짹!”
“이, 이 아이는….”
“얼음 정령입니다.”
“그, 그럼 검사님은 사대 정령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아….”
서인아가 넋이 나간 얼굴로 설빙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란 상태라 한동안 얼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대,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네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사대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말은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앞의 남자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한 사람이었다.
“이 비밀 혹시 저만 아는 건가요?”
서인아는 백우진의 비밀을 자신만이 안다는 것에 묘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뇨. 많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서인아의 텐션이 급속도로 내려갔다.
“이 녀석들의 기운을 모두 넣어도 되겠죠?”
“물론이죠. 만티코어의 가죽의 내구성은 무엇보다도 뛰어나니, 충분히 될 거예요.”
“그럼 시작하죠.”
백우진은 서인아가 내려놓은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처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라사둠의 오러였다. 만티코어의 가죽이 더 짙은 검은빛을 띄었다.
“너희들도 넣어.”
백우진의 지시에 네 정령들이 자신의 기운을 가죽에 주입했다. 가죽은 4가지 색으로 번쩍인 뒤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이제 마지막.’
-엉?
‘네 힘도 넣자.’
백우진은 흑암을 잡아서 그의 기운까지 가죽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가죽에서 예상하지 못한 빛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