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흑전호포 (5)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은 새빨간 붉은빛을 뿜어냈다.
“빨간색?”
“와!”
-이 도둑놈의 자식아! 난 내 힘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고!
놀라는 백우진과 서인아와 다르게 흑암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더러운 놈! 예정대로 1년 동안 네놈의 뒤통수를 후렸어야 했는데!
‘좀 조용히 해봐.’
백우진이 달라붙는 흑암을 밀어냈다.
흑암의 힘이 들어가서 붉은 빛을 내뿜는 건지 정령의 기운이 섞여서 변한 건지는 모르지만, 가죽에서는 피처럼 짙은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왜 붉은색이지? 설마…’
빛이 사그라지며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은 원래의 새까만 색으로 돌아왔다.
‘어디.’
백우진은 가죽에 다시 손을 얹어 안에 담긴 기운들을 느껴보았다.
‘어? 힘이…’
-서, 섞였다. 네가 넣은 모든 기운들이 뭉쳤어!
흑암의 말대로 라사둠의 오러, 흑암의 기운, 사대 정령의 기운이 조화롭게 섞여 새로운 힘을 만들어 냈다.
합쳐진 여섯 개의 기운은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가죽 전체를 휘돌고 있었다.
-이런 개 똥 같은 일을 벌이다니! 망할 시스템!
‘그럼 아까 붉은빛이 터진 건 설마…
-아니야! 아닐 거야! 제발 유니크…
흑암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뒷말을 흐렸다.
-시스템아 제발! 이건 아니잖아!
흑암은 1초 전까지 욕을 하던 시스템에게 기도를 하며 가죽을 감정했다.
-끄헉!
흑암이 뒤로 넘어가며 아이템의 정보가 나타났다.
만티코어 렉스 본체의 가죽이다. 6등급 오러로 베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6등급 이하의 마법은 무시한다. 여섯 종류의 마나가 조화롭게 섞여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냈다. 아이템 제작 시 특별한 능력 개방.
등급 : 레전더리.
착용가능 조건 : 없음.
-끄르르륵!
뒤로 자빠진 흑암의 입에서 거품을 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백우진 역시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쳤다.
‘재료가 레전더리라고?’
솔직히 흑암의 기운을 빌렸을 때 유니크 재료 정도는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전더리라니,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제기랄! 난 내 힘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고! 이건 사기야!
흑암은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보며 비명을 질렀다.
-망할…
혹시나 해서 다시 가죽을 봤지만 여전히 레전더리 등급이었다.
레전더리 재료를 제대로 다뤄서 완성을 하면 아무리 못해도 최상급의 레전더리, 자칫 잘못하면 그 이상의 아이템이 나온다.
유일하게 기대할만 한 건 제작자인 서인아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 전체에 번져 있는 백우진에 대한 호감을 보면 그런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 년 내내 밤을 새서라도 백우진의 옷을 만들어줄 여자였다.
-이럴 땐 검인 게 원망스럽다. 미친 듯이 기절하고 싶어.
흑암은 벌써부터 백우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됐습니다.”
백우진은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을 서인아에게 돌려주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서인아는 기대되는 표정 반, 긴장 되는 표정 반으로 만티코어 렉스의 가죽을 받아들었다.
‘분명 어떤 현상이 일어났어.’
그녀도 직접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만티코어의 가죽에 들어간 백우진의 기운이 정상의 범주를 아득히 넘었고, 그 힘들 하나로 뭉쳐서 새롭게 변했다는 것을.
“아….”
서인아가 가죽을 든 손을 부르르 떨었다.
가죽을 만진 것만으로 몸에 활력이 일었다. 5일 동안 야영을 하며 생겼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물건이 나올 거 같아요. 아우 손 떨려.”
“이젠 저도 기대가 되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야죠. 꼭 해낼게요.”
서인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 믿으라는 듯 자신감이 흐르는 미소였다.
“아, 그런데 옷은 어떤 게 좋으세요?”
“옷이요?”
“네. 일부러 가죽을 크게 베었으니까요.”
“혹시 코트 같은 거 될까요?”
백우진은 가죽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코트요?”
“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이템 빨을 잘 받기 때문에 전투복 위에 코트를 입으면 추가적인 옵션을 얻을 수 있다.
거기다 나중에 최고의 전투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위에 걸칠 코트가 괜찮아 보였다.
“좋네요. 검사님은 키가 크셔서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재료도 충분하구요.”
서인아가 백우진에게 손가락을 데어보고서 미소 지었다.
“예전에 검사님이랑 함께 구했던 검은 가시풀 기억하시나요?”
“물론입니다.”
“그게 바늘이 되어줄 거예요.”
“아….”
“결국 검사님과 제가 같이 흑전호포를 만들게 되는 거죠. 이 가죽도 가시풀도 검사님이 아니었다면 구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서인아는 가죽을 만지작거리며 흥분되는 표정을 지었다. 흑전호포를 만드는 일이 기대되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이 안에 담긴 기운이 생각보다 커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거예요. 그래도 올해 말 안에는 완성 시켜볼게요.”
“알겠습니다.”
다행히 백천화가 내릴 임무 전에는 흑전호포가 완성 될 거 같았다. 흑전호포는 임무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자!”
서인아는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듯 백우진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짝!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그녀의 손바닥을 살짝 쳐주었다.
“저만 믿고 계세요!”
서인아가 활짝 미소를 피워냈다.
**
리젠 구역 앞엔 많은 능력자들과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갑자기 3구역의 결계 하나가 터지면서 그 곳에 진입하려는 능력자들과 상황을 파악하려는 기자들이었다.
“3구역에 도착할 때까지 휴식은 없다. 그럼 바로….”
협회와 각종 길드에서 모인 능력자들의 파티가 리젠 구역으로 진입하려 할 때 백우진이 홀로 걸어 나왔다.
깨진 결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안으로 올까봐 먼저 나온 것이다.
“배, 백우진?”
“왜 저기서 나오는 거지?”
백우진은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고 갔지만, 능력자들은 급히 준비를 하느라 그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호, 혹시 3구역에서 나오시는 겁니까?”
능력자들은 백우진의 찢어지고 더러워진 복장을 보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렇습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3구역을 탐사하고 있을 때 균열이 일어나면서 특별한 만티코어가 나타났습니다.”
“마, 만티코어? 그것도 보통 만티코어가 아니라고?”
“제기랄! 그 놈이 결계를 찢은 거야!”
“특별하다는 만티코어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진입조의 조장인 한석호가 조원들을 뒤로 보내고, 백우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7등급 보스정도는 될 겁니다.”
“허….”
“치, 칠 등급 보스?”
능력자들은 못 들을 말을 들은 듯 완전히 굳어버렸다. 얼이 빠진 것처럼 눈이 멍하니 풀려있었다.
“으윽!”
한석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백우진 정도 되는 인물이 몬스터의 힘을 잘못 파악했을 리는 없으니, 7등급 보스라는 말은 사실이라는 의미였다.
“지랄 났군! 모두 대기! 진입을 중지한다! 이 인원으로는 안 돼! 백가와 대연문에 지원을 요청하고, 다시 상황을….”
한석호는 당연히 백우진이 도망을 쳤다고 생각하고, 그 특별하다는 만티코어를 잡기 위해 다시 계획을 짜기로 했다.
“괜찮습니다.”
한석호가 협회의 직원을 부를 때 백우진이 손을 저었다.
“예?”
“이미 죽었으니까요.”
“그, 그게 무슨 말씀….”
“이걸 봐주세요.”
백우진은 만티코어 렉스의 시체를 찍은 사진을 한석호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게 만티코어….”
“끄허헉!”
한석호와 옆에 있던 능력자들의 눈동자가 기타 줄을 튕기듯 거세게 흔들렸다.
“잠시 후에 나올 제 호위가 찍은 영상이 있으니, 그걸 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겁니다.”
“아….”
한석호가 고개를 저었다.
영상은 필요 없었다. 3구역에서 나왔다는 것과, 이 무지막지한 크기 그리고 만티코어라는 이름만으로 이 괴물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 가능했으니까.
다만 그는 만티코어를 베어버린 백우진에게 더 큰 무서움을 느꼈다.
“그럼 결계는 어떻게….”
“그건 제가 했습니다. 만티코어를 베다가 결계까지 베었더군요. 다행히 6등급 마법사님이 계셔서 그분이 보수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제대로 됐나 확인하기 위해서 소수의 탐사대 정도만 보내시면 될 겁니다.”
“아….”
한석호의 눈동자에서 기어이 혼이 빠져나가버렸다.
그의 뇌리엔 만티코어를 잡다가 결계까지 베었다는 백우진의 말만 휘몰아쳤다.
“저, 정말이십니까?”
“네.”
“어우….”
학석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양손으로 무릎을 잡았다.
3구역의 결계는 루카스의 탑주들이 만든 결계다. 아무리 첫 번째 결계만이라고 해도 그걸 베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짝!
한성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자신의 양 뺨을 두드렸다.
“어쨌든 정말 감사합니다. 몬스터의 처리도, 결계 보수도 저희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죠.”
“허….”
백우진의 미소에 한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무슨 이런 인간이 다 있지?’
협검이라는 이명이 붙을 정도로 훌륭한 인성과 뛰어난 무력을 가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본 백우진은 또 달랐다.
17살이 아니라, 자신보다 나이와 지위, 인성이 훨씬 높은 고위 능력자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검사님!”
“음?”
익숙한 목소리에 백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린 곳에서 예전에 목숨을 구해주었던 기자 이연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취재를 오신 겁니까?”
“리젠 구역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자다 말고 나왔죠.”
그 말이 정말인지 이연우의 바지는 트레이닝 복이었다.
‘잘 됐군.’
어차피 기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었는데, 아는 얼굴이 보여서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내용은 대충 들으셨을 테니, 사진을 드릴게요.”
백우진은 이연우에게 만티코어 렉스의 사진을 전해주고, 그 이름과 설명을 추가로 말해주었다.
“고마워요. 아직 구명의 은도 못 갚았는데 이렇게 까지 해주시고.”
“괜찮아요. 저도 기자님께 받은 게 있으니까.”
이연우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쓴 기사와 영상 덕분에 퀘스트 보상을 정말 알차게 받았었다.
“기자님. 하나 만 더요.”
“네?”
“기사나 방송에 이 이야기를 꼭 내주시겠어요?”
“어떤 이야기요?”
백우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은 고양이 관리를 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
뿌드드득.
대연문주 전수환이 보고 있던 신문을 구겼다. 그의 입가엔 미소가 피워져 있었지만, 그 미소에선 평소와 다리 지독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의 청수한 인상과 어울리지 않아보였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관리를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전수환이 구긴 신문이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그는 이연우의 기사를 읽고, 마지막 줄에 실린 내용이 자신에게 향하는 백우진의 경고라는 걸 알아차렸다.
검은 고양이는 암묘고, 그 주인은 자신을 뜻했다.
백우진. 그 하룻강아지는 대연문의 문주인 자신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백가의 첫째인 백연휘나 부가주인 백천웅도 자신을 마주 볼 수가 없건만 백가의 막내인 백우진에게 도발을 당하니, 화가 솟구치다 못해 머리가 멍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엿을 먹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좋구나. 아주 재미있어.”
전수환의 눈동자가 사냥꾼의 그것처럼 매섭게 번쩍였다.
“네놈 끝은 내가 정해주마.”
**
“어우!”
백우진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자빠졌다.
“허억….”
그는 힘을 다한 것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쯧. 그러니까. 그냥 기절이나 하라니까.
“싫어.”
-고집쟁이 꼬마도 아니고.
흑암이 검날을 저었다.
사실 백우진은 굉장히 무리를 많은 무리를 한 상태였다.
리젠 구역을 빠져나왔을 때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는 모두를 기다린 후 집으로 돌아 올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제 남 앞에서 기절 안 해.”
-웃기고 있네.
“아이고 죽겄다!”
백우진은 그대로 등을 뒤집고 대자로 누웠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발 닦고 침대에서 자라.
‘미안하지만 그럴 힘이 없어…’
백우진은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어휴, 아재라더니, 그냥 애구만.
흑암은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이게 무슨!
그는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백우진 옆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
‘어?’
자연스럽게 눈을 뜨자 거대한 성이 보였다. 한국과 다른, 유럽의 고성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 몸이…아!’
백우진은 투명해진 자신의 몸을 보고 여기가 어디인지 깨달았다.
‘흑암의 기억!’
두 번이나 와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 생생한 감각과 동시에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은 분명 흑암의 기억을 볼 때였다.
‘흑살을 쓰면서 녀석의 기억이 풀린 건가?’
지금까지 일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흑암의 검을 하나 씩 개방할 때마다 그의 기억을 조금씩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럼 그 쪼잔한 고철 자식은 어디 있지?’
백우진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성 앞에 흑암이 나타났다.
정신세계에서 7개월 동안 봤기 때문에 그를 몰라 볼 수가 없었다.
‘어?’
백우진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흑암의 입 주변에 있던 연기가 흩어지면서 그의 날렵한 턱과 입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문에 있던 문지기들이 그를 알아보고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흑암은 문지기들의 인사를 받지 않고 성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가는 불안한 듯 떨리고 있었다.
흑암은 고개를 내리고 바위처럼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성문을 부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