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동경
흑암의 주먹질 한 번으로 성문과 그 위의 성벽마저 내려앉았다.
‘저 미친놈 뭐하는 거야!’
백우진이 놀라건 말건 흑암은 당황하는 오른쪽 문지기의 목을 쳐서 기절시키고, 왼쪽 문지기는 검을 휘둘러 목을 베어버렸다.
‘어?’
흑암은 문지기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입이 우물거리듯 움직였다.
‘미안하다?’
백우진의 그의 입모양이 ‘미안하다.’라고 하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퍼억!
흑암은 성벽을 박차고 올라가 자신에게 화살을 날리려는 병사를 기절시키고, 반응을 하지 못한 병사는 숨을 끊어버렸다.
‘뭐지?’
이상한 일이었다.
흑암은 자신에게 무기를 겨누는 병사를 살렸고, 반응도 하지 못한 병사를 죽였다.
자신이 아는 흑암의 성격이라면 모두 죽이거나, 아예 압도적인 기파로 전부 제압했어야 했다.
아무리 봐도 저건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을…’
흑암은 성 안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사람을 죽이고 제압했다.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역시 이상해.’
흑암은 도망치는 한 무리를 놔둔 채 한 명을 따라가서 죽이기도 했고, 수십 명의 공격을 맞으면서도 노인 한 명만을 죽이기도 했다.
‘이건 전투가 아니야.’
너무도 손실이 크고, 이해 할 수 없는 전투방식이었다. 어떤 비밀이나 사연이 있는 게 분명했다.
‘입술이 떨리고 있어.’
흑암의 입술이 아니, 전신이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죽일 때마다 그의 떨림은 조금씩 심해졌다.
흑암은 평민, 귀족, 무인, 일반인 가릴 거 없이 성안에 있는 사람들의 오분지 일을 죽였다.
가족과 친우를 잃어 악에 받친 사람들이 그를 욕하며 울부짖었지만 흑암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떨리는 입술을 악 다문 채로 그들의 욕을 받았다.
그는 슬퍼보이는 등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사라졌다.
‘음…’
백우진이 흑암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 볼 때 시간이 멈추기 시작했다.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솟아오르며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겼다.
“허억!”
눈을 뜨자, 자신의 방의 천장이 보였다.
“흑암!”
-…여기 있다.
흑암은 힘없이 날아와서 백우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봤어?”
-전부 봤다.
흑암의 목소리는 방금 자고 일어난 것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다.
“그럼 너도 알잖아. 분명 사정이 있었을 거야.”
백우진은 신뢰가 담긴 눈으로 비틀거리는 흑암을 보았다.
흑암이 살행을 벌인 건 확실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죽인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아무 힘도 능력도 없는 민간인이었다.
“그건….”
백우진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흑암이 항상 말했던 것 중 하나는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거였으니까.
-거기다 그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아는 눈치였지. 그들은 내게 실망과 절규를 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음….”
확실히 흑암은 많은 수의 민간인을 죽였고, 사람들은 흑암에게 배신을 당한 눈빛을 보냈었다.
“어휴!”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의 정보와 기억으론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넌 아무 의미도 없이 그런 일을 벌일 악귀는 아니야. 머리가 멍청하긴 하지만.”
-응?
백우진의 마지막 말에 흑암이 그를 돌아보았다.
“쇳소리 나는 고철덩어리지만, 이유 없이 그런 짓을 할 미친놈은 아니라고.”
-한 마디가 계속 많다?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위로를 할 거면 위로를 하고, 놀릴 거면 놀려! 이 또라이 자식아!
“지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쇳덩이가!”
백우진과 흑암은 유치하게 말싸움을 벌였다.
-얌생이 자식이…
흑암은 백우진을 노려보면서도 그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가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철은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날 강하게 만들 생각이나 하셔. 이제 다시 수련을 해야….”
백우진이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 문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노크 소리를 보니, 문주영이었다.
“들어와.”
“헉!”
문을 열고 들어온 문주영은 백우진을 보자마자 헛바람을 삼켰다.
“서, 설마 여기서 주무셨습니까?”
“피곤해서.”
백우진이 민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확인을 했어야했는데!”
“괜찮아. 씻고 다시 자면 되니까.”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아, 그….”
문주영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왜?”
“가주님께서 도련님을 호출하셨습니다.”
“그래?”
백우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놀라지 않은 반응이었다.
-알고 있었냐?
‘물론이지.’
-하여간 눈치는 빨라서.
‘아버지가 대연문에 암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백우진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대연문에서 날 공격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을 거야.’
**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간단하게 세수만 한 뒤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일어나거라.”
백천화는 평소에 보이는 지루한 표정대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수고했다. 네 활약 덕분에 백가의 이름이 또 한 번 울려퍼졌구나.”
“그 정도는 아닙니다.”
“과한 겸손은 교만이다. 강자에겐 강자의 품격이 있다.”
백천화는 턱을 괴던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넌 대연문의 영주 둘을 죽이고, 홀로 씨 서펜트 킹을 처리했다. 어제는 처음으로 나타난 만티코어 렉스도 잡았지. 네가 했던 일은 그만한 칭송을 받아도 모자르지 않다.”
백천화는 평소보다 더 말이 많았다. 약간의 흥미와 흥분이 뒤섞인 느낌이었다.
“꾸중이 아니다.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내라 말하는 것뿐이다. 지금의 네 성취는 누구에게도 부족하지 않아.”
백천화는 더 짙어진 미소로 백우진을 내려 보았다.
버리는 말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막내아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그 성정도 딱 마음에 드니, 기특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번엔 그가 저지른 일은 자신의 상상 그 자체를 뛰어넘어 버렸다.
“전수환이 보낸 암살자를 만났더냐?”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늙은이는 예전부터 그런 잡스러운 짓거리를 했으니까.”
백천화가 고개를 틀어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백우진이 아닌 대연문주에게 향하는 비웃음이다.
“네게 보낸 암살자의 이름은 흑묘나, 암묘였겠지.”
“맞습니다. 암묘라 했습니다.”
“그 나이 쳐 먹고 십이지와 사신이라니. 웃기지도 않아.”
전수환은 그 강대한 무력에 맞지 않게, 제자와 부하들에게 유치한 칭호를 내려왔었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이젠 불쌍해질 지경이다.
“기사의 마지막 줄은 그 늙은이에게 보내는 경고였겠지?”
“그렇습니다. 아무리 대연문주라고 해도 당한 건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혹시 문제를 일으켰다면….”
백우진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이마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문제? 그래. 문제는 문제지. 최고의 실적을 냈으니까.”
“예?”
“그 누가 대연문주 전수환에게 대놓고 엿을 먹일 수 있겠느냐. 나와 같은 사대 길드의 수장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넌 해냈다. 연휘도, 은경이도 하지 못한 걸 해냈단 말이야.”
백천화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멍청한 대중은 모르겠지만, 대형 길드의 수뇌부들은 네가 대연문주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걸 알게 됐을 거다.”
“음….”
“그 늙은이의 성격이라면 분명 널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겠지. 하지만 걱정마라. 움직이지 못하게 해줄 테니.”
백천화에게서 세상을 아우를 패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등 뒤에 오러의 날개가 생성 된 것 같았다.
-왜 저러냐? 안 어울리게?
‘전에도 말했잖아. 아버지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보호해 준다니까. 지금의 난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리지.
-쯧, 가족이 아니라, 계약 관계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 그렇지.’
흑암의 말에 백우진은 혀에서 씁쓸한 맛을 느꼈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강해. 다만 이제 견딜 만 해졌지?
‘그래. 예전과는 달라.’
백천화의 진정한 힘은 지금의 기세와 비교 할 수도 없을 테제만, 1년 전에는 저 정도의 기세만으로 숨이 막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어.’
1년간의 수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백우진은 백천화의 패도적인 기세를 가뿐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그리고 보여.’
-뭐가?
‘아버지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높이 있는지.’
예전엔 산의 입구에도 닿지 못해 백천화가 얼마나 강하지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천화가 얼마나 높은 산인지 조금이지만 가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높아. 하지만 못 닿을 것도 없지.’
자신에겐 흑암이 있고, 성장하는 재능이 있다. 거기다 운도 따라주니, 그에게 닿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우….”
백우진은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백천화는 자신의 성장이 기꺼운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연문주는 발판이고, 진짜는 당신입니다.’
백우진은 처음의 맹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
백우진은 모두가 자러간 밤의 연무장에 섰다.
-뭘 하려는 거냐?
“최근에 기초 능력과 오러를 수련했고, 정령들도 성장 시켰고, 네 힘도 개방시켰잖아.”
-그랬지. 지나고 보니, 많이도 했군.
“이제 새로운 검의 속성을 익힐 때라고 생각해서.”
정신세계에서 흑암에게 오러의 정밀한 운용과 몸에 익은 검술들을 더욱 강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이그니스와 설빙은 매일 같이 음식을 먹으며 알아서 성장하고 있었고, 흑암의 기운에도 차근차근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검의 속성을 수련할 때라고 생각했다.
-손이 있었다면 박수라도 쳐주고 싶군.
“뭐?”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소리다.
흑암의 목소리엔 만족스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자신의 어떤 수련을 하고 무엇을 익혀야 할지 아는 게 고수의 첫걸음인데 백우진이 그곳에 닿은 것이다.
-그래서 뭘 익히려는 거냐?
“예검(銳劍)을 익혀보려고.”
-왜 예검이지?
“너하고 정신세계에서 수련할 때 네가 썼던 검의 속성이 예검이잖아. 눈앞에서 수 없이 본 덕분에 익숙해졌거든.”
-좋구나. 좋아.
흑암이 구름이라도 된 것처럼 둥둥 떠다녔다. 감이 생긴 건지 백우진은 자신이 어떤 검의 속성을 익히는 게 가장 빠를지를 알고 있었다.
-최고의 선택이다. 아주 마음에 들어.
“웬일로 이렇게 칭찬을?”
-난 원래 이렇다니까. 네가 그 지랄 맞은 운으로 무언가를 얻는 게 아니라면 항상 네 편이다.
“쪼잔하기는.”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암인검을 뽑으려 할 때 그의 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당신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검로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새로운 검술 속성이 담긴 검로를 만들어보세요.
조건 : 새로운 검술 속성 2개를 넣어 검로를 완성하기.
퀘스트 수락 혜택 : 퀘스트 진행 기간 동안 검술 능력치와 검술 속성의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보상 : 1000포인트. 만들어진 검로에 특성 추가.
“퀘스트?”
-뭐, 뭘 주려고 갑자기 퀘스트야! 특성 추가는 또 뭔데!
흑암은 보상에 있는 검로에 특성 추가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새로운 검로에 특성 추가라 딱 좋네.”
-시스템 너랑은 같은 하늘에 살 수 없다. 내가 널…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하고, 난동을 부리는 흑암을 잡아끌었다.
“네네. 알겠으니까. 자세나 봐주쇼.”
**
[오늘의 초대 손님은 정령계의 신성으로 이름을 떨치고 계시는 정근호 정령사입니다!]아나운서의 소개에 정근호가 당당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저 자식 더럽게 폼 잡네.
“놔둬. 폼 잡을 때잖아.”
백우진과 흑암은 옆으로 누워서 정근호가 나오는 ‘능력자 소개석’이라는 예능을 보고 있었다.
“미래가 또 바뀌었네.”
-뭐?
“전생에서 정근호가 활약을 하는 건 20살부터야. 나 때문에 어르신의 마음이 변해서 빨리 내보내신 거 같네.”
전생에서 정근호는 20살부터 능력자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정근호는 어린 나이에 더 강해진 상태로 세상에 등장했다. 조금이지만 나비효과가 발생한 거다.
아나운서는 흥분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막상막하였죠.] [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럼 그 이후에도 겨뤄보셨나요?] [10번을 겨뤘고 모두 비슷비슷했습니다. 저희는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주는 라이벌이었죠.] [우와아아아!]정근호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입에 미소를 내걸고 있었다.
-내 기억이 잘못 됐냐? 10번 다 저 놈의 머리가 땅에 박혔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 저놈 머리를 드럼처럼 후린 적도 있었잖아.
“나도 잠깐 헷갈렸는데 그 기억이 맞지?”
-저 놈도 어떤 의미론 대단한 놈이다. 그렇게 쳐 맞고, 굴욕을 당하고서도 저런 자존감이라니 부러울 정도야.
“그러게 대단해. 그렇지만 놔둘 수는 없지.”
백우진은 주먹을 풀었다. 조만간 녀석의 뒤통수를 두드리며 서열정리를 확실히 좀 해줘야겠다.
“보고 싶은 거 있어?”
-9번을 틀어봐라. 거기 나오는 진검명검이 재밌거든.
“누가 고철 아니랄까봐. 취향 참….”
백우진은 한숨을 내쉬고 9번을 틀어주었다.
“속보?”
하지만 9번에선 흑암이 원했던 예능이 아니라,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엉…?”
그 속보의 내용은 백우진을 경악케 만들었다.
[협검 백우진. 5등급 범죄자 길드 체미를 파괴하다.]자막을 본 백우진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이, 이게 무슨!”
자신은 한 달 동안 개인 연무장을 벗어나지 않았건만, 범죄자를 잡았다니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거 너잖아!
“헉!”
속보 자막 위로 자신의 얼굴이 나타났다.
협회 본청에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얼굴과 목소리는 자신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