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동경 (2)
백우진이 자신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기 이틀 전.
타타타탁!
수염이 덥수룩한 청년이 열성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으아아….”
한 시간 동안 타자를 치던 남자가 기지개를 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그분 욕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이정도로 노골적이면 돈 받고 하는 거 같은데? 어! 떴다!”
혀를 차던 남자가‘백우진의 잠재력’이라는 기사를 클릭했다.
“좋네. 맘에 들어.”
기사는 백우진에게 현재의 4강 구도를 뒤엎을 잠재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기사 내용 대부분이 백우진의 능력에 대한 칭찬일색이었다.
“응?”
미소를 지으며 기사의 내용을 음미하던 남자는 댓글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과대평가 된 능력자 1순위가 백우진이지. 사실 씨 서펜트를 잡았을 때도 뇌견이 다잡은 걸 막타 만 쳤다던데.
-백가의 인성을 생각해보면 그거야 뻔하지.
-ㅇㅈ. 솔직히 백우진도 백가치고 착한 거지, 실제로 보면 거만하고 건방지다고 함.
“또 시작이네.”
기사가 뜬지 3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는 악플을 다는 걸 보니 어딘가의 세력이 분명했다.
“니들은 뒤졌다.”
남자는 다시 키보드를 붙잡고, 열심히 타자를 두드렸다.
그가 적는 내용은 모두 백우진의 활약에 대한 팩트였고, 악플을 단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반박이었다.
그가 작성한 댓글들은 백우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적을 수 없는 세밀한 내용들이었다.
“좆도 안 되는 것들이.”
치열한 댓글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남자는 마지막 댓글 추가했다.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제발…
백우진의 기사와 영상마다 출현하여 매번 백우진이 되고 싶다는 댓글을 다는‘하루만좌’가 바로 이 남자 박승수였다.
그는 2등급 능력자였지만, 부상을 입어서 2년째 집에 박혀서 컴퓨터만 하는 히키코모리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라면에 만두를…헉!”
의자에서 일어나서 뒤를 돌아 본 박승수는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갔다.
“으어어….”
그의 앞에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등엔 잠자리 같은 날개가 달려 있었고, 머리엔 2개의 뿔이 솟아 있었으며, 눈동자는 포식자의 그것처럼 세모꼴로 좁혀져 있었다.
“마…마족!”
박승수도 능력자였고, 한때 마족을 잡는다는 꿈을 꿨기 때문에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남자는 인간이 아니라, 중급 이상의 마족이었다.
“네놈이었군.”
마족은 주저앉아서 박승수와 눈을 마주쳤다.
“끊임없이 동경의 욕망을 뿌리는 인간이.”
“어헉!”
마족의 달짝지근한 목소리에 박승수는 등 전체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으….”
마족이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건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최고다. 최고의 동경이야!”
마족 브리즈는 박승수의 눈을 보고 사이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인간은 한 남자를 동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동경은 평범한 동경과 달랐다.
‘그처럼 되고 싶다.’가 아닌 ‘그가 되고 싶다.’의 동경이었다.
너무도 강렬한 마음의 동경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이용해 먹기엔 가장 좋은 종류의 인간이었다.
“너로 정했다.”
“흐읍!”
번쩍이는 마족의 눈을 보자, 박승수는 두개골이 열리는 기이한 기분을 맛봤다
“네 소원이 뭐지?”
“배, 백우진이 되는 것….”
박승수는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혀와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네 소원. 내가 이루어주마.”
마족의 웃음과 함께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그 어둠을 보자, 박승수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으….”
한 시간 뒤 박승수가 눈을 떴다.
“역시 꿈이었나?”
다급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몸이 허해졌나보네. 라면 말고 밥을 먹어야…으아악!”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박승수는 거울을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배, 백우진!”
거울에 비친 얼굴은 그가 가장 동경해왔던 백우진과 똑같았다. 거기다 입은 옷 역시 백우진이 입고 다니는 전투복이었다.
“자, 잠이 덜 깼나?”
남자는 화장실을 박차고 나와서 방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으헉!”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치는 얼굴 역시 꿈에서 바라던 백우진의 얼굴이었다.
“왜 내가 백우진이 된 거지? 거기다….”
박승수는 조금 전부터 자신의 몸 깊은 곳에서 퍼져나가는 거대한 기운을 느꼈다.
자신의 2등급 오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거대하고도 강대한 오러였다.
“정신을 못 차리겠어.”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진 박승수는 의자에 세워진 검을 보고 홀린 듯 다가갔다.
“암인검이잖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백우진의 애검 암인검이었다.
-이제 네가 백우진이다.
마음속에서 들린 목소리에 박승수의 눈이 멍하게 변했다.
-백우진이 해야 할 일을 해라.
“백우진이 할 일….”
풀려 있던 박승수의 눈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는 백우진과 한없이 닮아 있었다.
“내가 할 일….”
**
-너 나 모르게 협객 일을 하고 다닌 거냐?
“무슨 헛소리야. 한 달 동안 예검 수련만 한 거 뻔히 알잖아.”
-흐흠…
흑암은 피식 웃고서 소파로 올라갔다.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
“네 가지?”
-첫 번째는 도플갱어. 너도 들어봤겠지?
“뭐든지 변신하는 보스 몬스터잖아.”
-그 놈이 너로 변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도플갱어가 조만간 나타나는 건 맞지만 아직은 아니야.”
백우진은 도플갱어가 나타나는 던전을 알고 있다. 그 던전은 아직 개방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지. 도플갱어가 저렇게 나대고 다닐 리가 없으니까.
흑암은 멈춘 화면 속 백우진을 보며 웃었다.
-도플갱어는 자신이 변신한 인간이나 몬스터를 먹어서 성격과 기억을 따라 할 수 있다.
“알고 있어.”
-인터뷰를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네 성격이나 행동 방식을 안다는 건데, 넌 여기 살아 있으니, 도플갱어일 리가 없지.
“두 번째는 뭐지?”
-그 있잖아. 네 팬클럽.
“협문?”
백우진이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협문이라는 팬클럽 이름은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팬들이 알아서 정해버렸다.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하는 걸 보면 나쁘진 않아 보였지만 이름이 조금 민망했다.
-그래. 너 같은 얌생이랑 어울리진 않지만, 어쨌든 거기서 했을 수도 있지. 네 모습을 따라하면서.
“아무리 봐도 저건 나야. 거기다 5등급 범죄자 집단을 초토화 시켰다고 하잖아. 그들은 그런 능력이 없어.”
-그렇긴 하지.
흑암이 동의를 하며 백우진에게 소파에서 일어났다.
-너를 싫어하는 집단에서 네 흉내를 내려 할 수도 있겠지.
“음….”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잠시지만 흑암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냐. 말이 되질 않아.”
이것도 제대로 생각해보면 말이 되질 않았다.
-그래. 네가 살아있기 때문에 말이 안 되지. 그런 짓을 하려면 너를 제거하고 해야 말이 되니까. 그럼 마지막이군. 마지막은…
“마족이지?”
흑암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백우진의 입이 열렸다.
-허, 알고 있었나?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비슷한 일?
“마족 중에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브리즈라는 마족이 있어.”
-브리즈?
모르는 이름인지 흑암은 검날을 저었다.
“전생에서 내가 19살일 때 대연문주의 제자인 혼원이 두 명 나타난 적 있었거든. 그게 브리즈의 짓이었지.”
-혼원은 누구냐?
“십이지 중 원숭이.”
-상황은 지금과 똑같았나?
“아니. 그 때 브리즈에 씌인 인간은 혼원의 모습으로 민간인 학살을 벌였어.”
-민간인 학살이면 너랑은 다르군.
“혼원의 재능에 극심한 질투를 가졌던 능력자에게 브리즈가 씌였다고 하더군. 그래서 천원의 모습으로 그가 하지 않았을 일을 한 거야.”
-음…
흑암은 정말 별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있던 세계보다 이곳의 마족이 더 독특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네 모습을 따라한 놈은 왜 범죄자들을 잡고 다니는 거냐?
“감정이 다르겠지.”
-감정이 다르다?
“천원이 된 놈이 질투라는 감정으로 브리즈를 끌어들였다면, 지금 내 모습을 하는 녀석은 아마도 날 동경하는 인간이겠지.”
-아…
“그래서 범죄자를 잡으며 내가 했을 법한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
-확실히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군.
백우진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 자식의 판단력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지?’
흑암은 생각에 잠긴 백우진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누구라도 놀랄 사태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은 놀랍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근데 그 브리즈라는 놈은 정체를 들키는 건 신경 쓰지 않는 거냐?
“그 놈은 감정 먹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성장하거든. 거기다 이미 중급 마족일 테니, 내가 나타나서 싸우기를 바라고 있을걸.”
-역시 마족은 전부 미친놈들이야.
“일단 정보를 좀 모아야겠어.”
백우진은 범죄자 대책 부장인 이영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님!]이영현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체미 놈들은 보통 악독한 놈들이 아닌데, 혼자 상대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이영현이 고개를 숙이는 소리가 들렸다.
“제가 언제부터 범죄자의 시체를 협회에 넘겨왔죠?”
[네? 아, 어제부터 찾아오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뉴스에 나오지 않았지만…]이영현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백우진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제가 잡은 범죄자의 숫자는 얼마나 되죠?”
-어제랑 오늘을 합치면 43명입니다. 이대로라면 이 나라에 있는 범죄자들이 검사님 손에 모두 소탕 될 거 같습니다. 하하!
“음….”
백우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틀 만에 43명이라, 미친 듯이 빠르네. 잠도 안자는 모양이야.’
-그래. 너란 놈을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아시고 악독한 범죄자 놈들에게 쳐들어가시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십니다!]이영현은 기분이 좋았는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2톤은 올라가 있었다.
-마족이 붙어 있으니, 심성이 더러운 인간들을 어렵지 않게 찾는 거겠지.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은 이영현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전화를 끊었다.
-뭐하냐?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왜 전화를 끊어? 그놈 잡아야지!
“괜찮은 생각이 났어.”
-어엉?
“기다려봐.”
이번엔 블랙마켓 성남 지부장 유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티비 봤어요. 더 잘생겨지셨던데요?]스피머에서 유진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거 말인데요. 사실….”
백우진은 유진아에게 자신이 예측하고 있는 사실을 모두 전했다.
[허, 마, 마족이라니…]유진아의 목소리엔 경악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건 마족에 대한 경악이기도 했지만, 백우진의 판단력에 대한 경악이기도 했다.
티비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나온 것만으로 마족이라는 답에 접근하는 그의 능력은 정보처리와 수집을 담당하는 자신조차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였다.
대단하다는 말로는 한없이 부족했다.
“확실할 겁니다.”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움직이셔야 하잖아요!]“그래서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가짜의 위치를 찾아달라는 거죠?]유진아의 대답이 바로 들려왔다.
“그것만이 아니라, 가짜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도 파악해주세요. 이틀 전부터 활동 했으니, 추적하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주세요.”
[알겠어요.]“마지막으로 이 마족의 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유진아는 백우진의 능력을 신뢰하기에 따로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찾는 대로 연락드릴게요.]“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전화를 끊고 문주영을 불렀다.
“이제 의검대랑 문주영의 입만 조심시키면 되겠네.”
-이 얌생이자식…
흑암에게서 허탈함이 담겨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그 마족을 미끼로 쓸 생각이냐?
“눈치 좀 빨라졌네.”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마족에 씌인 그 친구가 범죄자들을 처리하며 시선을 끌면 루카스, 대연문처럼 내게 당했던 놈들의 척살조가 몰려들겠지. 그 녀석은 호위도 없이, 위험한 곳을 돌고 있으니까.”
자신이 만들었던 많은 적들이 분명 그를 노리고 움직이고 있을 거다.
“브리즈는 중급 마족이라, 웬만한 일로는 자신의 숙주를 죽게 하지 않거든.”
-음…
“난 수련이나 하다가 5일 후에 마족과 내 적들이 싸울 때 가서 챙길 것만 챙기면 되겠지.”
-넌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계획을 이렇게 빨리 만들 수가 있지?
“어렵지 않잖아.”
-끄응…
흑암은 ‘그건 너나 쉽지. 미친놈아.’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5일 후냐? 좀 더 시간을 끌어도 되잖아.
“브리즈가 숙주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게 8일째거든.”
백우진은 대답을 해주고 방을 나갔다. 수련을 하러 가는 것이다.
-허어!
흑암은 멍하니 백우진의 등만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마족의 정체에 접근한 것도 대단했지만, 마족을 이용해서 자신의 적을 처리할 계획을 세운 건 놀라서 기겁할 정도였다.
거기다 백우진은 마족에 씌인 인간을 구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저 녀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이해를 벗어나고 있었다.
-진짜 마족은 저 놈일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