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동경 (3)
촤아앙!
백우진이 휘두른 암인검이 대기를 가르고, 땅에 예리하고 미세한 금을 만들어냈다.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휘두른 검엔 오러가 전혀 깃들어있지 않았으니까.
-짜증나지만 훌륭하군.
“칭찬 고맙고.”
-너란 놈의 신경은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전혀 모르겠다.
“왜?”
-네 놈의 얼굴을 가진 놈이 밖을 돌며 난리를 치고 있는데 걱정되지도 않는 거냐?
“내 대신 좋은 일만 하고 있잖아.”
백우진이 암인검을 검집에 넣으며 웃었다.
최근 뉴스와 기사엔 범죄자를 때려잡는 자신의 활약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물론 자신이 직접 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마족에 씌인 인간이 한 일이었다.
마족에 씌인 사람이 범죄자를 잡아주는 덕분에 명성과 현상금이 알아서 쌓이는 중이었다.
-그 인간이 마족에 완전히 먹히게되면 그 때부턴 악행만을 저지르고 다닐 거다.
“걱정 마. 그전에 잡으니까.”
-진짜 그 놈의 자신감은…
“괜찮다니까.”
백우진이 다시 예기를 두른 발검술을 시도하려 할 때 폴더폰에 진동이 일었다.
[검사님.]전화를 건 사람은 당연히 유진아였다. 그녀는 이틀이 되기도 전에 연락을 해왔다.
[찾았어요. 그 마족의 위치도 찾았고, 마족에 씌인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았어요.]“누구죠?”
[이름은 박승수. 25살이고, 2등급 능력자에요. 부상으로 은퇴했지만.]“박승수….”
[근데 이 사람 특이한 점이 있어요.]스피커에서 들리는 유진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들어있었다.
“특이한 점이 뭐죠?”
[혹시 검사님 기사나 영상에‘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제발’이라고 적는 사람을 아시나요?]“물론 알고 있습니다. 설마….”
[네. 그 하루만좌가 바로 박승수에요. 검사님 말대로 검사님을 동경하는 박승수에게 마족이 씌인 거 같아요.]“허….”
백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언젠가는 만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소식을 들은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놈이라고? 그 스토커 같은 놈?
‘그런가봐.’
-컨셉인 줄 알았는데, 정말 너한테 미쳐있었던 건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군. 허…
흑암은 어이가 없다는 듯 검날을 마구 휘저었다.
“확실한가요?”
[cctv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역추적을 했어요. 거기다 박승수는 사라졌구요. 확실해요.]“현재 그는 어디 있죠?”
[울산에 있는 범죄자 길드 온단을 치고 있어요. 근데 정말 검사님이 아닌 거 맞아요?]“그게 무슨 말이죠?”
유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짜 백우진을 보고 있는데, 사용하는 검술이 거의 검사님이랑 똑같아요. 오러의 색 역시 검은색이구요.]-그건 당연한 거지. 너를 동경하는 놈이니, 네 모든 것을 수없이 봤을 테니까.
“혹시 정령을 소환하나요?”
[지금까지는 소환 한 적 없어요.]“그건 다행이네요.”
적으로 이그니스나 설빙, 어스 리노를 상대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브리즈의 힘으로 따라 할 수 있는 건 검술과 오러 뿐인 모양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은밀하게 정보를 뿌릴 수 있을 까요?”
[정보를요?]“네. 루카스와 대연문에요.”
[그거야 저희 특기죠.]“그럼 부탁드릴게요. 뿌릴 정보는 이틀 후 저녁에 제가 범죄자 길드 제논의 숨겨진 지부를 친다는 내용입니다.”
[알겠…예에?]스피커에서 유진아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논 지부의 위치는 서초에 있는 적운빌딩입니다. 박승수에게도 이틀 후 오전에 지부의 위치를 말해주세요.”
전생의 기억 덕분에 백우진은 3년 후에나 밝혀질 제논 지부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제논의 지부라니…]유진아는 백우진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자신들도 모르는 제논의 지부를 백우진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헉!]마족, 제논의 지부, 루카스, 대연문의 이름을 조합하던 유진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서, 설마 검사님은 설마 마족을 이용해서 제논과 검사님을 노리는 적들을 한 번에 해치우려고 하시는 건가요?]유진아는 이제야 백우진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는 마족을 이용해서 자신을 노리는 적들을 한 곳에 모은 뒤 제거하려 하는 것이다.
[아…]수화기 너머에 있는 남자의 심계에 온 몸에 닭살이 돋아 올랐다.
“맞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유진아는 백우진의 지시를 받아들이고 전화를 끊었다.
“하아….”
유진아의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백우진의 계획에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극심한 긴장을 한 상태였다.
그녀는 전화기에 떠 있는 백우진이라는 이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은 이 사람과 거래를 한 걸지도 모르겠어.”
**
백우진의 모습을 한 박승수가 주먹을 말아 쥐고 적운빌딩을 올려보았다.
그는 처음에 자신이 백우진이 아니라고 의심을 해왔다.
하지만 백우진과 같은 얼굴과 무력, 사람들의 환호, 범죄자들에게서 전해지는 공포를 느끼며 박승수는 자신이 백우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음….”
가끔씩 기억과 정신이 끊어질 때가 있었지만 지금의 상태가 너무도 좋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만 부순 후 가문에 돌아가면 되겠군.”
박승수는 자신이 정말 백우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일을 끝낸 뒤 백가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았고, 말이 되지 않았지만 박승수는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 넌 백우진이다. 제논 따위는 네게 아무 것도 아니야. 사람들을 위해 네가 나서야 한다.
마족 브리즈가 박승수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박승수의 눈동자에 비치는 브리즈가 희죽 웃었다. 오늘 밤만 지나면 박승수의 몸과 정신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저 영웅의 모습으로 수천의 인간을 학살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박승수가 동경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암인검을 뽑아들고 적운빌딩으로 들어갔다.
“배, 백우진?”
건물 안을 지키던 경비가 박승수의 얼굴을 알아보고 기겁했다.
“윽!”
그는 경비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제논의 능력자였기 때문에 검을 든 백우진을 보고 긴장으로 인해 오러를 일으켰다.
“경비가 오러를 쓰다니, 정말 제논의 건물이었나?”
박승수는 거리낌 없이 경비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의 어깨위로 오러같은 마기가 흘러내리며 무지막지한 파괴력를 발휘했다.
**
“소식이 진짜였군.”
적운 빌딩 맞은편에서 백우진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어떠한 표식도, 마크도 없이 전신을 검은 로브 가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몸에선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적탑주가 직접 키운 적색탑의 척살부대 화륜 3조였다.
“대장님. 언제 치실 겁니까?”
화륜의 대원인 신성일이 조장 김경훈에게 다가갔다.
“저곳이 정말 제논의 지부라면 분명 대주가 있을 거다. 백우진과 제논의 대주가 전투를 벌이는 순간 마법을 발동한다.”
김경훈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계획대로 마법만 사용하고 빠지면 된다. 다른 건 전부 무시해라.”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백우진이 학살을 벌이는 빌딩만 보고만 있었다.
화륜의 처형인들은 위치와 정보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쯧, 루카스랑 범죄자들만 왔군.’
백우진은 뒤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연문은 오지 않았나?
‘아버지가 막아준다고 해서 그러 건가? 나타나질 않네.’
-도움이 오히려 방해가 되어버렸군.
‘그러게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아버지라니까.’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이제 3층으로 올라가는 박승수를 지켜보았다.
‘그건 그렇고 날 정말 잘 보긴 했네.’
-팬이 아니라, 정말 스토커 아닐까?
백우진과 흑암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었다.
백우진으로 변한 박승수의 검술이 정말 백우진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흑왕탄도 쓰는군.’
-하지만 조잡하다.
‘그건 그렇지.’
박승수는 기본 검만이 아니라, 흑왕탄까지 따라하고 있었다. 물론 오리지널에 비하면 한 없이 조잡했지만 마기 때문인지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놈들의 대주가 움직이네. 나도 준비를 해야겠어.’
백우진이 손가락을 풀며 일어났다.
**
적운대주 오성환은 빌딩 1층에서 전투가 일어난 걸 알고 있었다.
술을 즐기는 시간이라, 알아서 처리하겠거니 하고 놔뒀지만 전투의 소리는 끝없이 들려왔다.
“멍청한 것들이….”
“대주님!”
오성환이 움직이려 할 때 거칠게 문이 열리고 그의 호위이자 비서인 백지헌이 들어왔다.
“배, 백우진이 쳐들어왔습니다!”
“뭐, 뭐?”
“놈이 모든 것을 부수고 있습니다!”
“다른 놈들은!”
“어, 없습니다. 혼자 온 모양입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오성환의 하나 뿐인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이런 상황이 된 이상 백우진이 여길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으음….”
기감을 퍼뜨리면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협회나 백가의 검사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놈이….”
백우진은 정말 혼자 나타나서 쳐들어 온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소음 때문에 곧 협회에서 나올 겁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물러나야겠지. 다만 그냥 갈 수는 없다.”
오성환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지독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은 죽이고 간다.”
오성환은 곧바로 백우진이 있다는 4층으로 내려갔다.
콰아아앙!
백우진은 홀로 제논의 능력자들을 처리하고 5층으로 이동하려 하고 있었다.
“백우진.”
오성환의 말에 백우진의 모습을 한 박승수가 뒤를 돌았다.
“음?”
박승수의 눈을 본 오성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뛰어난 외모와 패도적인 기세는 백우진과 흡사했다.
하지만 눈빛이 이상했다. 자의가 아닌 무언가에 홀린 눈 같았다.
“대주님! 놈이 옵니다!”
박승수가 오성환에게 돌진하며 거짓된 흑왕탄을 터트렸다.
“이 놈!”
오성환의 주먹에서 붉은 오러가 칼날처럼 솟구쳤다. 흡사 고슴도치의 가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콰아아앙!
오성환의 오러와 박승수가 만들어낸 흑왕탄의 위력은 거의 호각을 이루었다.
“….”
박승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폭풍처럼 연계 검술을 펼쳐냈다.
그의 검술은 발검,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로 순서 마저 백우진과 똑같았다.
‘역시 이 놈 이상하군.’
오성환의 눈동자에 의문이 담겼다.
백우진의 오러와 힘 자체는 강대했지만, 오러가 사이했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으며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실 달린 인형을 보는 느낌이었다.
“일단 죽이고 봐야겠군.”
오성환이 전력을 발휘하려 할 때 창밖이 붉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불꽃의 폭발이 건물로 들이닥쳤다.
콰아아아아!
7등급 최고의 화염 마법 블레이즈 템페스트였다.
**
“됐다. 철수할 준비를 하도록.”
연계 마법진으로 누구도 알 수 없게 블레이즈 템페스트를 사용한 김경훈이 일어났다.
“결과를 보지 않으십니까? 백우진이 살아있다면….”
신성일이 붉은 불꽃으로 거칠게 타오르는 건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곧 협회에서 나온다. 살아 있든 죽었든 물러나야 한다. 바로 철수…헉!”
뒤를 돌아본 김경훈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5명의 부대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왜 다들….”
“이게 무슨!”
“어딜 가려고.”
백우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김경훈과 신성일은 등줄기를 스치는 오싹한 소름을 느꼈다.
“아….”
뒤를 돌아보자, 건물 안에 있어야 할 백우진이 사신과 같은 미소를 피워내고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저건 내가 아니거든.”
백우진은 일검으로 두 마법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허…
흑암은 힘없이 백우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이 얌생이 놈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백우진은 모든 상황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고 있었다.
-이제 어쩔 거냐? 이 괴물 자식아?
“가야지.”
백우진이 화염이 솟구치는 건물을 보며 미소 지었다.
“둘 다 살아있어.”
**
“끄으으윽!”
오성환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의 왼쪽 눈의 안대는 벗겨져 있었고, 그 안에서 진한 황금빛 광채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강력한 마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봉인해 두었던 힘을 개방해서 버틴 것이다.
“살아있었나?”
반대편을 보니, 백우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엄청난 마법에 직격을 맞고도 살아 있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다만 놈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안광에서 검은 빛이 뿜어졌고, 등 뒤에서 검게 물든 잠자리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마족! 거기다 폭주인가?”
오성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앞에 있던 놈은 백우진이 아니라, 마족이었고, 지금 놈은 폭주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제기랄!”
오성환은 뒤로 물러났다. 괜히 저런 것과 싸워줄 필요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빠져나가야했다.
“설마 도망치는 건가?”
“허억!”
깨진 창문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오성환은 심장이 내려 앉는 감각을 맛봤다.
“아….”
그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넘어 갔다.
그가 있었다.
살아있는 존재감과 압도적인 패기를 뿜어내는 진짜 백우진이.
“네, 네가 어떻게….”
“그물을 걷어 올릴 때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