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대결 (4)
“늪지 부츠를 말씀하시는 거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문주영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초록색 부츠 두 켤레를 꺼냈다.
늪지 부츠는 늪지에서 이동속도와 균형감각의 저하를 낮춰줘서 늪지나 정글 같은 곳에선 필수적인 물건이다.
“이번엔 저도 준비했습니다. 신으시죠.”
문주영은 활짝 웃으며 백우진에게 늪지 부츠를 내밀었다.
‘본 게 있는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백우진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준비성에 놀랐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구들을 준비해왔다.
“흠….”
백우진은 문주영이 꺼낸 부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 가문의 창고에서 가져온 거지?”
“그렇습니다. 중급 창고에서 가져왔습니다.”
“그거론 안 돼.”
“예?”
백우진은 당황하는 문주영을 놔두고 흑암에게 고개를 돌렸다.
‘입 열어줘.’
-입이 아니라고! 이 망할 놈아! 어휴, 내 입만 아프지.
흑암을 이를 갈면서도 아우라를 퍼뜨려 인벤토리를 열어주었다.
“여기 있군.”
백우진은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검은 전투화 두 켤레를 꺼냈다.
백가에서 지급하는 전투화보다 둥그런 느낌이 드는 전투화였다.
“그건 놔두고 이걸로 신어.”
백우진은 전투화 한 켤레를 문주영에서 넘겨주었다.
“이거 전투화잖아요.”
“늪지 부츠야.”
“예? 이게요?”
“네가 가져온 부츠는 늪지에 덜 빠지게 하는 정도지만, 이건 차원이 달라. 아케인의 신제품이니까.”
백우진이 전투화를 갈아신으며 웃었다.
백선아와 만난 이후 서인아에게 전화를 걸어서 늪지용 신발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그녀는 새로 출시될 제품이라고 하면서 이 전투화를 보내주었다.
“아, 아케인의 신제품이요?”
“신어보면 차이를 알 거야. 빨리 신어.”
“아, 예!”
문주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이 가져온 늪지 부츠를 도로 넣고, 백우진이 건네준 전투화를 신었다.
“헉!”
전투화를 신고 늪지에 들어간 문중영의 눈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이게 어떻게 된….”
가만히 힘을 빼고 있었는데도 몸이 늪지 위로 올라갔다. 이 전투화는 몸을 늪지 위로 뜨게 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건 그게 아니지.”
“예?”
전투화를 착용한 백우진이 문주영의 앞으로 나왔다.
“달려보면 알 거야. 출발하자.”
“네!”
백우진이 먼저 튀어 나갔고, 그 뒤를 문주영이 따랐다.
“와….”
문주영은 늪지 위를 달리자마자 백우진이 말한 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성능이 미쳤는데?’
백우진이 가져온 아케인의 신제품은 늪지에서 속도가 저하되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도련님. 이 전투화 장난 아니네요!”
“그렇지?”
백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늪지용 전투화의 효과는 너무도 뛰어나서 늪지의 질퍽질퍽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덕분에 1층의 숲보다 2층의 늪지에서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후우….”
문주영은 앞서 달리는 백우진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템 준비도 못 따라가다니. 한심하네.’
여러 아이템을 준비해왔건만 또 도움을 받아버렸다. 백우진이 대단하다는 뿌듯함과 함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나도 우연히 얻은 거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늪지 부츠를 준비한 것만으로도 잘한 거야.”
백우진은 문주영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손을 저었다.
“넌 정연운을 어떻게 잡을까나 생각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주영은 오히려 자신을 배려해주는 백우진의 마음 씀씀이에 울컥하여 고개를 숙였다.
-얌생이 주제에 착한 척하기는….
‘난 원래 착해.’
-그럼 나한테는 대체 왜 그러는 거냐?
‘넌 놀리는 맛이 있잖아.’
-너랑 시스템은 언젠가 꼬꾸라질 거다. 그때 미친 듯이 비웃어주마.
‘너랑 같이 꼬꾸라지는 거지. 우린 운명 공동체잖아.’
-망할 놈….
백우진은 흑암과 서로의 장래에 대해 저주를 퍼부으며 2층을 빠르게 돌파했다.
* * *
뿌드득.
백선아는 목이 잘려져 있는 리자드맨 투사의 시체를 보고 거칠게 어금니를 갈았다.
“망할!”
자신의 무력과 검대의 전력을 발휘하며 리자드맨들을 뚫고 왔건만, 백우진보다 늦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령도 쓰지 않았어….’
리자드맨 투사의 시체를 보니, 백우진은 정령을 사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검으로만 저 괴물을 잡았다.
언제 여기에 도착해서 어떻게 잡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은 빠르기였다.
“아가씨.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백선아의 호위인 정연운이 리자드맨 투사의 피를 만지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결국, 싸워야 하는군.”
백선아가 떨리도록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원했던 건 중간보스, 보스를 모두 잡는 완벽한 승리였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짓을 해서든 이겨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위로 갈 수가 없다.
“2층은 늪지대입니다.”
2층을 둘러보고 올라온 검대원이 백선아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모두 부츠를 신어라.”
백선아의 말에 검대원 전원이 늪지용 부츠를 꺼내 신었다. 그들의 부츠는 문주영이 꺼냈던 부츠와 같은 물건이었다.
“지금부터 전력으로 백우진의 뒤를 쫓는다. 놈이 던전의 보스나 리자드맨을 잡고 있다면 바로 쳐야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예!”
검대원과 정연운은 거리낌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아….”
백선아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2층으로 내려갔다.
싸우고 있는 백우진의 뒤를 치는 게 더러운 방법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백우진을 암살하려 한 적도 있었다.
양심의 가책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백우진을 밟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가자.”
백선아의 눈동자가 형형한 욕망으로 빛났다.
* * *
[크아아아아아아!]늪지의 끝에서 몸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으윽!”
“피어인가.”
미노타우르스 때처럼 피어가 스며들어 있는 포효의 울음소리였다.
백우진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포효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달렸다.
“크륵!”
끈적한 늪지의 끝에 도착했을 때 포효를 내지른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자드맨 투사와 덩치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온몸에서 타오르는 투기의 불꽃은 비교가 불허했다.
“리자드맨 킹입니다! 하필이면….”
문주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리자드맨 킹은 리자드맨 던전에서 나오는 보스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강한 몬스터다.
리자드맨 던전의 진정한 보스는 흑색의 시미터를 움켜쥐고, 황금의 방패를 들어 올린 리자드맨들의 왕이었다.
“지형이 늪지인 데다가 리자드맨 킹이니, 다섯째 아가씨가 오기 전에 잡는 건 힘들 거 같습니다.”
“괜찮아.”
백우진은 문주영의 어깨를 툭 치고서 앞으로 나섰다.
-네가 싸웠던 미노타우르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속도가 더 빠르고, 전투 기술이 있다는 점은 좀 더 까다롭겠지만.
‘그럼 내 성장을 확인하기 딱 좋네.’
당시의 미노타우르스의 도끼와 자신의 기본 검술은 비슷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리자드맨 킹이 미노타우르스보다 더 나은 기술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성장을 알아보기에 좋은 기회였다.
“시작해볼까.”
백우진이 라사둠의 오러를 일으키며 리자드맨 킹을 향해 다가갔다.
“카르륵.”
리자드맨 킹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들거렸다.
영역을 침범해 자신의 백성을 죽인 인간에게 죽음의 철퇴를 내리려는 눈빛이었다.
촤아아앙!
리자드맨 킹의 흑색 시미터에 붉은 투기가 타올랐다. 흡사 검에 불이 붙은 형상이었다.
콰아아앙!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시미터가 백우진의 정수리로 쇄도했다.
쩌어엉!
백우진은 발검술을 사용하여 리자드맨 킹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냈다.
콰아아아아!
두 강자에게서 터진 충격의 여파로 늪지대에 거대한 파문이 퍼져나갔다.
“제대로네.”
백우진은 시미터에 실려 있는 묵직한 힘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피워냈다.
리자드맨 킹의 힘은 진짜였다. 제 실력을 발휘해도 아낌없는 상대였다.
촤아악!
리자드맨 킹이 들고 있는 시미터가 갑자기 채찍처럼 출렁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저게 리자드맨 킹의 검술이다. 채찍보다 빠르고 날카로워서 눈에 익는데 고생 좀 할 거다. 문주영 말대로 일단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10분.’
-뭐?
‘백선아가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아마 10분 정도 걸릴 거야. 그 안에 끝낼게.’
백우진은 아케인의 신제품으로 벌어놓은 시간 동안 리자드맨 킹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콰아아아아아!
리자드맨 킹이 휘두르는 시미터로 인해 늪지에 붉은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공간 전체가 붉은 투기로 뒤덮이고 있었다.
“왕이라는 칭호를 쓸 만하네.”
백우진은 눈을 빛내며 리자드맨 킹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슈아앙!
붉은 공간에 한 발 들어가자마자 막대한 투기를 담은 시미터가 날아들었다.
쩌어어엉!
백우진은 암인검을 세워서 시미터의 공격을 막아냈다.
쿠구구구.
리자드맨 킹은 백우진의 방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욱더 강한 투기를 집중했다.
치이이잉!
시미터에 흐르는 리자드맨 킹의 투기가 라이터의 불꽃처럼 얇게 흐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리자드맨 킹은 더욱더 날카로워진 시미터를 더 빠르게 휘둘러 백우진의 전신을 찢으려 했다.
쩌저저정!
백우진은 목과 오른 발목, 왼 팔목을 노리는 리자드맨 킹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흠….”
백우진은 힘과 속도에서 밀린 것처럼 살짝 뒤로 물러났다.
“크륵!”
리자드맨 킹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인다면 저 건방진 인간을 곤죽으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 같았다.
콰아아앙!
리자드맨 킹은 투기를 더 크게 일으켜서 백우진을 몰아쳤다. 붉은 폭풍이 백우진을 덮치는 모습 같았다.
“크륵?”
계속 공격을 퍼붓던 리자드맨 킹의 고개가 틀어졌다. 그의 눈동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힘과 속도를 높였음에도 인간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하기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저 작고 재빠른 인간은 자신의 검이 뻗어나가기 전에 공격과 투기의 선을 끊어버리고 있었다.
“크아아아!”
리자드맨 킹이 포효를 내지르며 다시 한 번 투기를 불태워 공격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암인검에 막혀버렸다.
“볼 건 다 봤군,”
백우진이 웃었다.
리자드맨 킹의 검은 연검의 고수를 보는 듯 화려하면서도 난해했고 살기 넘쳤다.
하지만 눈에 익자, 어렵지 않게 끊어낼 수 있었다. 역시나 흐름을 보는 눈은 사기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거기다 놈의 투기보다 자신이 가진 오러가 더 짙고 강했기 때문에 절검과 예검으로 공격을 끊을 수 있었다.
“크으으….”
리자드맨 킹의 어깨에서 분노가 타올랐다.
“크아아아아!”
리자드맨 킹은 폭발적인 포효를 내지르고 시미터의 날을 늪지에 박아 넣었다.
부그그그.
시미터가 박힌 늪지가 끓어오르며 어마어마한 투기가 시미터의 날에 모여들었다.
콰아아아앙!
리자드맨 킹은 늪지를 터트리며 투기로 범벅이 된 시미터를 올려 쳤다.
“힘이란 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니지.”
백우진이 암인검을 들어 천공을 찔렀다. 그의 검에서 파멸적인 기운이 내려앉았다.
쿠구구구.
리자드맨 킹의 생명을 담은 투기와 백우진의 무령참이 격돌했다.
* * *
‘전투가 시작됐어!’
백선아는 앞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꼈다.
리자드맨 따위가 아니었다. 던전의 보스와 백우진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 분명했다.
“속도를 높여라! 전력으로 달려!”
백선아가 이를 악물고 신법을 운용했다.
백우진이 보스에 닿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등조차 보지 못했다.
불안했지만 지금에 와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우진이 보스와 싸우고 있을 때 그의 뒤를 친다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도착해야 했다.
“내가 백우진을 공격할 때 너희는 놈과 보스를 둘러싸는 검진을 펼쳐라!”
“예!”
백선아와 아검대는 결의를 다지며 전력으로 달렸다.
콰아아아아아!
백선아와 아검대가 던전의 끝에 도착했을 때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늪지가 해일처럼 솟구쳤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진흙의 빗속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백우진이 보였다.
“아….”
그 압도적인 기세에 백우진을 공격하겠다던 백선아도, 진을 펼치겠다던 아검대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어찌….’
백선아는 찌부러진 시체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걸레짝이 되어 있었지만, 저건 이 던전의 보스였던 리자드맨 킹이 분명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중간보스에 이어 던전의 보스마저 이 짧은 순간에 처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악몽을 꾸는 느낌이었다.
“늦었군.”
백우진의 차가운 미소를 보는 순간 백선아는 전신의 피가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저벅.
백우진은 늪지에 파문을 일으키며 백선아에게 다가갔다.
“뭐해? 안 덤벼?”
백우진의 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싸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