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대결 (5)
“죽어!”
백선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검을 휘둘렀다.
이대로 백우진의 페이스에 말린다면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할 것만 같았다.
쩌엉!
백우진의 암인검과 백선아의 강연검이 맞부딪치는 쇳소리에 아검대가 정신을 차렸다.
아검대는 빠르게 보법을 밟으며 백우진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도련님!”
“내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할 일을 해!”
백우진은 다가오려는 문주영에게 손을 저었다.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진에 가세하려는 정연운의 앞을 막았다.
“못 간다.”
“헛짓을 하는군.”
정연운이 코웃음을 쳤다.
“흑검대 대련에서 내게 이긴 적 없다는 걸 벌써 잊은 거냐?”
“옛날 생각 하다간 그 모가지 날아갈 거다.”
문주영이 거침없이 검을 뽑았다.
‘경험이 달라.’
과거에 정연운에게 졌던 건 사실이지만 그는 백우진이라는 전투의 괴물을 가장 가까이서 봐왔다.
백우진의 싸움을 눈앞에서 지켜봤고, 그와 함께 수련해온 덕분에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거기다 그 전투의 괴물이 자신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건방진 놈!”
정연운이 악귀처럼 인상을 쓰며 검을 들어 올렸다.
캬아앙!
주인을 지키기 위한 호위들의 검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부딪쳤다.
* * *
‘이 녀석….’
백선아는 백우진과 검을 겨루며 이상한 점을 느꼈다.
한 번에 끝낼 것 같은 자신감 넘쳤던 모습과 다르게 백우진은 아검대가 만든 검진을 흘깃거리며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검술이 과격해.’
백우진은 강맹한 오러를 뿜어냈지만, 냉정하게 싸우지 못하고 저돌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거기다 검을 잡은 그의 손목의 떨림이 심해지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백선아의 눈빛이 번쩍였다.
‘이미 지친 상태였어!’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백우진과 그의 호위는 자신들보다 빠르게 달리면서 리자드맨 투사와 리자드맨 킹을 때려잡았다.
많은 오러와 체력, 정신력을 소모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 말은 허세를 부린 거였어!’
백선아는 백우진이 자신과의 싸움을 피하려고 허세를 부렸다가 걸렸다고 생각했다.
“진의 강도를 최대로 높여라!”
백선아는 아검대의 검사들에게 지시를 내린 후 전력의 오러를 발휘하며 백우진에게 돌진했다.
콰앙!
백우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반의 반걸음을 물러섰다. 잠깐이지만 그의 손목이 더 크게 흔들렸다.
눈치가 빠르지 않았다면 놓쳤겠지만, 백선아는 확실히 보았다.
백우진의 손목 떨림은 오러의 부족으로 인한 손 떨림 현상이었다.
‘역시!’
백선아는 백우진의 체력과 오러가 대부분 소모됐다고 확신했다.
쿠구구구.
아검대가 운용하는 천중파곤진이 본격적으로 발휘되자, 백우진은 손이 아니라, 팔 전체를 떨기 시작했다.
“허세였군.”
“뭐?”
“리자드맨 투사와 리자드맨 킹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고서 피해가 없을 리가 없지! 멍청한 놈!”
백선아의 입꼬리가 꼬아져 올라갔다. 노골적인 비웃음이었다.
“큭….”
백우진은 이를 악물면서 주변을 살폈다. 진을 깨기 위해서 약점을 찾는 눈빛이었다.
“소용없다. 진의 중앙을 담당하는 검사는 모두 6등급이다. 지금 네 힘으로 못 뚫어!”
“너야말로 착각하는군. 나는 검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백우진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아귀에 광활한 바람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바람의 중급정령 진을 소환하려는 것이다.
“지금이다!”
진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 백선아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을 본 아검대 검사 3명이 착용한 에메랄드 팔찌에서 검은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빠지지직!
검은 스파크는 철조망처럼 이어지며 소환되는 진의 전신을 감싸버렸다.
[크오오오….]“크으윽!”
진은 비명을 지르다가 정령계로 역소환 되었고, 백우진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드디어 걸렸군.”
백선아가 고개를 틀어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 무슨….”
백우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손은 중풍에 걸린 환자처럼 떨리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검을 놓칠 거 같았다.
“설마 내가 정령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 거냐?”
“크으….”
“네 놈의 정령을 막기 위해 준비한 특별한 아이템이다. 정령의 소환을 막고, 네 정신력도 깎아 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내가 말했지? 후회할 거라고!”
백선아가 손가락을 흔들자, 아검대 검사들이 손목을 들어 올렸다. 그들 모두는 색이 다른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이나 어스 리노를 소환해도 소용없다. 그놈들을 위한 팔찌는 더 많으니까.”
백선아는 얼마든지 하라는 듯 턱을 들어 올렸다.
진을 위해서 준비한 팔찌는 3개였고, 어스 리노에겐 7개, 플레임 드래곤을 막을 팔찌는 8개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리지? 너나 나나 멈출 수 없는 열차에 탔다. 내리는 건 죽을 때뿐이야.”
백선아의 눈빛에 담긴 살기가 진해졌다. 그녀는 이 던전에 오기 전부터 백우진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면벽은 헛것이었나? 전혀 변하지 않았군.”
“끝까지 입을 놀리지만, 그 주둥아리도 이제 끝이다.”
백선아가 살기 가득한 오러를 운용하며 다가왔다. 그녀의 검에 짙은 죽음의 기운이 흘러내렸다.
“하, 하나만 묻자. 그 팔찌는 누가 준거지? 그런 물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너와 가까이 있으면서 널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줬으니, 저승에 가서 물어봐.”
백선아가 손을 떠는 백우진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끝났어.’
백우진은 정신력에 피해를 보았고, 지쳐 있었으며, 검진의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이번 대결의 승자가 자신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백선아의 미소는 곧바로 풀려버렸다.
캬앙!
백우진이 떨리는 손으로 가볍게 검을 막아냈다.
“무, 무슨….”
백선아가 눈을 부릅뜨고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너…. 그 손!”
술병 난 환자처럼 떨리던 백우진의 손은 완벽하게 멈춰있었다.
“아, 이거?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놔서.”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손목을 까딱였다.
-완벽하게 속았군.
흑암이 통쾌한 듯 킥킥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나라도 속았을 거다. 얌생아.
‘속이긴 했는데 정보를 못 빼냈네.’
백우진이 작게 웃었다. 백선아에게 연기를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백선아의 뒤에 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그녀가 정말 자신을 죽이려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는 힌트만 얻었지만, 두 번째는 확실히 알았다. 백선아와 아검대는 자신을 정말 죽이려고 마음먹었다.
이제 그녀와 아검대를 죽여도 양심의 가책 따윈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정보 좀 빼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입이 무겁네.”
“여, 연기였다고? 그게!”
백선아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힘 빼면서 싸우는 법을 배웠거든.”
“버러지 놈이!”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데….”
백우진이 진을 유지하는 검사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가 사용하는 팔찌. 너희의 생명력을 소모하고 있다.”
백우진은 진의 소환에 실패했을 때 검사들의 팔찌를 살펴보며 팔찌가 사용하는 힘은 착용자의 생명력이라는 걸 알아챘다.
저 팔찌는 생명력을 사용해서 정령의 소환을 막는 사악한 아이템이었다.
“계속 쓰면 미라가 돼서 죽을 거다.”
“거짓말이다! 팔찌와 진을 끝까지 유지해! 정령의 소환을 막으면 이길 수 있어!”
백선아는 이를 꽉 깨물며 검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뭘 착각하는군.”
“뭐?”
“저딴 저급한 팔찌론 내 정령을 막을 수 없어.”
“개소리! 네 바람의 정령은 이미 역소환 되었다! 팔찌 8개라면 아무리 최상급 정령이라고 해도….”
“거기부터 계산이 잘못됐다고.”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 정령은 최상급이 아니거든.”
백우진의 앞에 홍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허세일 뿐이다! 루비 팔찌를 발동해!”
백선아의 지시에 8명의 검사가 팔찌를 발동시켰다.
빠지지직!
진을 막았던 것처럼 팔찌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어나와 홍염의 벽을 막기 시작했다.
“말했지! 먹히지 않는…. 어?”
백우진을 비웃던 백선아의 입이 멎었다. 그녀는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느낌을 받으며 입술을 떨었다.
화르르륵!
홍염의 불꽃이 붉게 변하며 벽을 막던 검은 스파크를 녹여버렸다.
“어, 어떻게….”
“말했잖아. 계산이 잘못됐다고.”
“루, 루비 팔찌를 더 써!”
백선아의 말에 검사 3명이 더 루비 팔찌를 착용했지만 소용없었다.
화르르륵!
새빨간 불꽃은 팔찌에서 나온 거미줄 같은 스파크들을 집어 삼켜버렸다.
콰아아아!
팔찌의 보석이 터지며 붉은 불꽃이 천공까지 솟아올랐다.
화벽의 대벽이 갈라지며 드래곤 그 자체가 된 이그니스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아!]이그니스의 포효에 아검대 검사들은 완전히 굳어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백우진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아검대 검사들을 가리켰다.
“녹여.”
그 한 마디에 검사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콰아아아아아!
늪지의 진흙조차 녹여버릴 겁화가 아검대 전체를 덮쳤다.
“크아악!”
“끄으윽….”
“꺼허헉!”
이그니스의 겁화는 검사들의 오러를 찢어버리고, 그들의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백선아. 네 뒤에 누가 있는지 말해라.”
“아….”
백선아는 이빨을 부딪치며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
앞에는 건재한 백우진이 있었고, 그 뒤에는 플레임 드래곤이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거 같았지만,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으, 으….”
백선아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검은 구슬을 꺼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구슬을 삼켰다.
“크으!”
다시 싸우려는 듯 백선아가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몸에서 태양처럼 강렬한 기운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힘이라면!”
백선아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전신에서 힘이 넘치고 있었다. 평소의 2배가 아니라, 3배는 되는 힘이 솟구쳤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어!”
백선아가 늪지를 가르며 백우진에게 쇄도했다.
콰아앙!
그녀의 검격에 늪지에 길쭉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빠각!
자신의 힘에 도취해 있던 백선아는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을 느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끄으윽!”
늪지에 머리가 박힌 백선아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어, 어떻게….”
“오러만 강해져 봐야 아무 소용없어.”
“닥쳐!”
백선아가 비대한 오러를 검에 쌓아서 백우진에게 내리쳤다.
쩌엉!
백우진은 훨씬 적은 오러를 사용해서 백선아의 검격을 끊어버렸다. 절검의 묘리가 담긴 완벽한 방어였다.
“그 정도론 안 돼.”
정신세계에서 흑암과 싸우며 많은 것을 배웠다. 검술이 달리는 백선아가 아무리 오러를 많이 사용해도 자신에겐 닿지 못한다.
“닥치라고!”
백선아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오러는 백우진보다 훨씬 컸고, 짙었음에도 그를 꺾지 못하는 게 너무도 분했다.
“으으….”
백우진은 검술의 차이로 상황을 지배하고 있었다. 오러보다 검술의 수준이 달린다는 것에 너무도 자존심이 상했다.
“지랄하지 마! 난 백가의 가주가…. 크헉!”
백우진은 백선아의 검을 밀어낸 뒤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끄으윽!”
백선아는 다시 한 번 늪지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떨었다.
“네 뒤에 누가 있지? 행검부의 간부? 형제인가?”
“흐읍!”
“말을 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백우진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백선아에게 다가갔다.
“결국엔 입을 열 테니까.”
흑암에게 배운 방법을 사용한다면, 백선아가 자존심이 아무리 강해도 그 이름을 뱉게 될 거다.
“네, 네놈은 곱게 죽지 못할…. 커헉!”
뒷걸음질 치던 백선아가 갑자기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무슨!”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백선아의 몸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절대 정상적으로 모이는 힘이 아니었다.
-자폭이다!
“자폭?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백선아의 말과 반응을 보면 그녀는 자폭할 사람이 아니었다.
저주를 뱉고 죽어갈지언정 자살을 할 인간은 절대 아니다.
“설마….”
백선아가 아까 먹은 검은 약이 생각났다. 분명했다. 그 약도 그녀의 뒤에 있는 자가 넘겨줬을 거다.
“그 약을 준 놈이 누구야! 빨리 말해!”
“끄으윽! 15분이라더니, 나, 날 속였구나. 망할 백….”
백선아의 얼굴과 몸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지며 늪지 전체가 뒤집혔다. 백선아의 근처에 있던 나무와 수풀은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쿠구구구.
황색의 단단한 벽이 무너지며, 백우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백우진은 폭발이 일어나는 그 짧은 순간에 어스 리노를 소환해서 단단한 장벽을 세웠다.
자신보다는 뒤에 있는 문주영과 뒤늦게 나타난 다른 능력자들을 위해서였다.
“도련님!”
문주영이 다급한 표정으로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그의 검엔 피가 묻어 있었다. 정연운을 베어버린 피였다.
“괜찮으십니까? 대체 무슨 일이!”
“난 괜찮아.”
백우진이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진 곳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네 누나도 속은 거 같군.
‘확실해. 그 단약이 자폭을 하는 물건인지 모르고 있었어.’
백선아의 말과 행동을 보면 속은 게 분명했다.
-지독한 놈이다. 그 약으로 너와 네 누나를 함께 죽이려 한 거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아를 강화한 뒤 전투를 벌이는 자신을 함께 폭발시켜 죽이려 계획한 게 분명했다.
-누군지 알 수 없다니 아쉽군.
‘수확은 있었어.’
-응?
‘확실히 좁혀졌거든.’
백선아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번 일을 벌인 건 두 명 중 한 명이다.
-좁혀졌다고?
‘조만간 만나게 해줄게.’
-두 명 중 하나라며 어떻게?
‘떠봐야지.’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백선아의 목숨을 떠나서 이런 더러운 수를 쓴 놈은 절대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한다.
“앞으로도 싸울 일 많겠어.”
백우진이 암인검을 검집에 넣을 때 주머니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나온 아이템도 확인 못 했네.’
백우진이 주머니에서 보라색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를 꺼냈다. 리자드맨 킹이 떨어뜨린 목걸이였다.
-부, 불안해. 조금 전 폭발보다 훨씬 불안한데….
‘빨리 감정이나 해.’
-유니크까지는 웃어넘길 수 있다. 제발, 제발!
흑암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아이템 정보가 나타났다.
-끄어억!
물론 흑암이 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