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다짐
[검성의 칼날 목걸이] 검성 레이크가 자신의 첫 번째 검으로 만든 목걸이로 위대한 검의 길을 걷는 자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다.등급 : 레전더리.
착용 가능 조건 : 6등급 이상의 검사.
검술 +40
체력 +20
마나 +20
모든 검술 속성의 성취 + 10%
검기의 위력 +10%
-끄헉!
“미친….”
백우진은 넋이 나간 듯 아이템 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목걸이 하나로 검술이 40이 오르다니, 뭐 이런 미친 아이템이 있나 싶었다.
‘암인검도 25인데, 40이라니!’
같은 레전더리 아이템인 암인검도 검술은 25밖에 올려주지 않는다.
사실 검술 25면 ‘밖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지만, 검성의 칼날 목걸이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그게 다가 아니잖아!
뒤로 넘어갔던 흑암이 바르르 떨며 목걸이 앞으로 다가갔다.
-밑에 있는 옵션을 봐라.
‘모든 검술 속성의 성취와 검기의 위력….’
-그래. 그게 더 정신이 나갔다고!
흑암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저건 네가 지금까지 익혔던 검술들 그리고 앞으로 익힐 모든 검술의 능력을 10% 더 끌어올려 준다는 거다.
‘허….’
-저 10%의 성취를 얻는다면 넌 베지 못할 것을 베고, 꺾지 못할 것을 꺾게 되는 거다. 거기다 검술 능력치가 40이 더 오르니, 이 옵션의 효과는 더욱 커지겠지.
흑암은 흥분했는지 속사포처럼 말을 뱉었다.
-이건 과해! 또라이 시스템아. 대체 무슨 생각이냐!
‘또 광기가 도졌네.’
백우진은 발버둥을 치는 흑암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을 괴물로 만들어서 대체 어디다 써먹으려는 거냐!
‘휴우….’
백우진은 흑암을 뒤로하고 칼날 목걸이를 목에 착용했다.
손끝의 감각이 민감해진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서 수련해보면 단번에 차이를 알 수 있을 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능력자 한 명이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그의 뒤에 있는 다른 능력자들도 의문에 휩싸인 얼굴들이었다.
“저를 죽이기 위해서 자폭을 하려 한 거 같습니다.”
“자폭이요?”
“허억!”
자폭이라는 소리에 능력자들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제가 보스를 잡고 돌아가려 할 때 그녀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마지막 수단으로 자폭을 하려 한 모양입니다.”
“그런….”
“아….”
능력자들은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거짓말을 하는 거냐?
‘백선아 뒤에 있는 놈을 방심시키려고.’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놈이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정보를 모아야지.’
백우진의 눈이 사냥감을 찾는 맹수처럼 퍼렇게 빛났다.
* * *
백우진과 백선아가 같은 던전에 들어갔다가 혼자 나온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세상에 퍼져나갔다.
-진짜 미친 집안이다.
-솔직히 이렇게 될 줄 알았음.
-백선아도 대단하네. 동생을 못 이기겠다고 자폭을 하냐?
-자폭했다는 정보는 확실한 거임?
-확실함. 들어간 모든 능력자의 증언이 일치했음.
-그럼 백우진은 잘못 없네.
-없지. 리자드맨 투사와 리자드맨 킹을 잡고 돌아갈 때 백선아의 습격을 받은 거잖아.
-없는 정도가 아님. 백우진은 어스 리노로 석벽을 세워서 다른 사람들을 지켰음.
-하긴 그분이 그럴 리가 없죠. 칭호가 협검인데.
백우진에 대한 평판이 워낙에 좋았고, 백선아가 홀로 자폭하는 모습을 여러 능력자가 봤기 때문에 백우진을 욕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백가는 진짜 무섭네. 자폭이라니.
-백우진 말고 다 똑같아요. 그나마 셋째인 백성현이 좀 낫고.
-난 백가에서 태어났어도 못 살고 가출했을 거 같다. 어휴!
툭.
기사와 댓글을 읽은 남자가 스마트폰을 끄고 일어났다. 나무의 그림자 때문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뒤로 건장한 체격을 가진 중년 검사가 나타났다. 그의 검집에는 청(靑)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백선아가 자폭으로 죽었다고 하는 걸 보니 그럴 일은 없어. 검은 단약을 먹으면 1분도 되기 전에 터져버리니까. 말할 시간도 없거든.”
남자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살벌한 말과 다르게 부드러웠다.
“아쉽네. 그 폭발력이면 우진이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백선아에게 주었던 금색 단약과 검은색 단약은 처음부터 한 세트였다. 성장을 위한 약이 아니라, 자폭을 위한 약으로.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풍선을 바늘로 터트리듯이 금색 단약으로 오러를 부풀리고 검은색 단약으로 터트리는 방식이었다.
즉, 백선아는 처음부터 이 남자의 손아귀에 놀아난 거다.
“혹시라도 정보가 빠져나갔다면 가주님께서….”
“그 둘을 같은 던전에 넣은 사람이 바로 아버지야. 내가 했다는 걸 알아도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아.”
남자는 손가락을 저으며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백천화가 직접 후계자 후보를 줄이라고 했으니, 그는 백선아의 죽음에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을 거다.
“우진이가 날 좋은 형으로 기억하고 있을 때 다른 방법을 써야겠는데.”
남자가 이마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그림자가 걷히며 붉은 머리를 포마드로 넘긴 백성현의 얼굴이 드러났다.
“가자.”
백성현이 어두운 숲속을 향해 걸었고, 그 뒤를 푸른 망토를 두른 청검대의 검사들이 따랐다.
* * *
가문으로 돌아온 백우진은 가주전을 향했다. 백천화가 부르지 않았지만 스스로 찾아갔다.
“백선아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던전에서….”
“알고 있다.”
백천화는 상황을 설명하려던 백우진의 말을 끊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사정도 듣지 않으시는 겁니까?”
백우진은 백선아를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었다.
죽은 백선아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백천화를 보며 전생의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이번 임무는 그 녀석이 원했던 거다.”
“예?”
“선아가 너와 함께 던전에 갈 기회를 달라고 했다. 목숨을 바쳐서 싸울 테니,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했지.”
“음….”
몰랐던 사실이기에 백우진은 가만히 백천화를 올려보았다.
“기회를 달라한 건 그 아이다. 힘이 모자라서 죽든, 누군가에게 속아서 죽든. 죽은 건 자신의 탓이니,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필요 없다.”
백천화는 그 지루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개를 저었다.
“가 보거라.”
“….”
백우진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그라졌다. 그의 눈에 백천화는 인간의 가죽을 두른 괴물로 보이고 있었다.
‘모두 알고 있었군.’
-그런 모양이다. 휴…
‘확실히 결심하게 해주네.’
-뭐?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일말의 망설임조차 사라졌어.’
백우진은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누구도 믿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져라. 무력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키우도록.”
“그래야죠. 그래서 그 자리에 앉겠습니다.”
백우진은 백천화가 앉아 있는 가주의 검좌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백우진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가보겠습니다.”
백우진은 가주전을 나섰다.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지 않겠어.’
-엉?
‘아버지가 가주로 있을 때 가주의 자리를 뺏겠어. 물론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무력으로.’
백우진은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지 않고, 백천화로부터 뺏기로 마음먹었다.
-허!
흑암에게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네 말을 들으니, 답답하고 짜증 났던 게 조금은 풀리는군. 다만 네 목표는 더럽게 힘들다. 죽기 직전까지 수련해야 할 거다.
‘어떤 수련이라도 해야지. 그전에 그 망할 놈의 정보를 좀 찾고.’
-네가 의심하는 그 인간이 대체 누구냐?
‘백성현.’
백우진은 정원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설마 백선아를 죽인 사람으로 네 셋째 형을 의심하는 거냐?
‘그래.’
-허….
흑암은 검날을 떨며 백우진의 옆으로 내려앉았다.
‘처음 이상을 느낀 건 납검회 때야.
-불안하다고 했을 때?
‘맞아. 잠깐이었지만 형은 나를 보고 불길한 기운을 퍼뜨렸어.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지.’
-난 못 느꼈는데.
‘살기 같은 게 아니었으니까. 그가 쓴 가면이 살짝 벗겨지면서 아주 잠시 드러난 불길한 기운이었어.’
상상 같은 게 아니었다. 당시에 백성현이 어깨를 두드리고 갔을 때 그의 얼굴에 금이 간 느낌을 받았다.
‘다른 형제들이 내게 질투의 감정을 폭발시킬 때 백성현은 웃었어. 하지만 그 웃음은 축하나 뿌듯함의 의미가 아니었지. 살기보다도 싸늘하고도 차가운 웃음이었어.’
-확실히 그땐….
‘백선아는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했어. 그리고 백씨라면 딱 두 명. 백성현과 백천웅. 둘 중 하나지.’
백우진은 긴 한숨을 뱉고 일어났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큰 사람은 백성현이야.’
-어떻게 할 거냐?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 * *
백우진은 곧바로 유진아가 있는 블랙마켓 성남지부로 향했다.
“어?”
유진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일어났다.
“검사님. 지금 바쁘시지 않나요? 그….”
“괜찮습니다.”
백우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
“중요한 일인가 보군요.”
유진아가 표정을 굳히며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 있던 호위들의 기척이 사라졌다.
“네. 중요한 일입니다.”
백우진이 대답을 하며 카운터 앞에 앉았다.
“커피면 되죠?”
“여전히 한 종류인가요?”
“그래도 맛있잖아요.”
유진아는 작게 웃으며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사실 저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유진아는 커피 두 잔을 들고 백우진 옆에 앉았다.
그녀는 백우진에게 한 잔을 건네주고, 남은 한 잔을 자신 앞에 두었다.
“무슨 일이죠?”
“나중에요. 검사님이 오신 이유를 먼저 말씀해주세요.”
유진아가 손을 내저으며 커피를 마셨다.
“조사를 해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죠?”
“백성현입니다.”
커피를 마시던 유진아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고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백가의 셋째 백성현이요?”
“그렇습니다.”
백우진은 말을 마치고 커피를 한입 마셨다. 커피가 잘못된 건지, 자신의 혀에 문제가 생긴 건지 씁쓸한 맛만 느껴졌다.
“그가 지난 한 달 동안 만났던 사람과 했던 일을 모두 조사해주십시오. 여력이 된다면 지금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까지.”
“할 수는 있습니다. 한데….”
유진아가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론 셋째분과는 사이가 좋은 거로 알고 있는데….”
“좋죠. 제일 좋죠.”
“설마 백선아 검사가 죽음에 그가 관련 있는 건가요?”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한 사정을 유진아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성현의 조사를 해주세요. 정보가 적어도 되지만 절대 들키면 안 됩니다.”
“물론이죠.”
“이 팔찌의 출처도 알아봐주세요. 백성현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백우진이 아검대 검사들이 착용했던 보석 팔찌 2개를 건네주었다.
“최선을 다해서 조사하겠습니다.”
유진아가 팔찌를 받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지부장님 차례입니다. 제게 부탁할 일은 뭐죠?”
백우진이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지금 상황에 말씀드리긴 좀 그러네요.”
유진아가 손을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우진에게 부탁하는 말을 꺼내기 망설여졌다.
“지금까지 지부장님에게 도움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편히 말씀하세요.”
-그래. 빚을 상당히 졌지.
‘맞아. 계약관계니까.’
자신과 유진아는 서로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은 관계다.
지금까지 유진아에게 많은 부탁을 했고, 그녀는 모든 일을 실수 없이 해결해주었다. 이제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차례다.
“아….”
백우진의 말에 유진아가 감동한 표정으로 급변했다. 눈물까지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연기하지 마시고요.”
“아하하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던 유진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안 속으시네요.”
“연기가 서툴러서요.”
“검사님은 정말 애늙은이 같다니까요. 서른 밑은 다 걸리는데. 후….”
유진아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보람이 있네요. 신검백가의 협검이 직접 도와주신다고 하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유진아가 이번에 지은 미소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블랙마켓 서울 본부의 부본부장을 선발하는 마지막 시험이 있어요.”
“부본부장이요?”
“한국 블랙마켓에서 서열 5위인 자리죠.”
“그런데 마지막 시험이라는 건….”
“이미 3번의 시험을 치르고 딱 하나 남았어요.”
“대단하네요!”
백우진이 감탄을 내뱉었다.
부본부장의 자리라면 검증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참여했을 텐데 그녀가 마지막까지 남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게 도움을 청하는 걸 보니, 마지막 시험이 대련 같은 건가 보군요.”
“검사님도 저 못지않게 눈치가 빠르시네요.”
유진아가 감탄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마지막 시험은 인맥이에요. 강한 능력자를 데려와서 결투장에 세우는 게 시험 내용이죠.”
“몇 명이나 남았죠?”
“저까지 포함해서 8명이에요.”
“팔강이군요.”
“결투에 참여하는 건 세 명씩이고 한 명씩 나와서 싸우는 서바이벌 방식이라, 검사님은 위험할 때만 나서주시면 될 거 같아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쓰는 일이 가장 편하다.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거기다 블랙마켓의 실력자들이 불러올 능력자들의 무력은 보통이 아닐 테니, 수련에도 도움이 될 거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유진아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우린 한배를 탔잖아요. 서로 도와야죠.”
“고마워요. 제가 부본부장이 되면 정보를 얻는 게 더 수월해질 거예요.”
유진아는 벌써 본부장이 된 상상을 했는지 볼에 홍조가 올라왔다.
“검사님의 정체는 숨기는 게 좋을 거예요. 명성에 흠집이 갈 수도 있고, 비밀무기는 원래 숨기는 거잖아요.”
“알겠습니다.”
만변귀의 가면이 있으니, 정체를 숨기는 건 일도 아니다.
“일정은 어떻게 되죠?”
“일주일 뒤 블랙마켓 본사의 지하에서 열려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백우진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띵!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