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대리 결투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일주일 뒤 진행될 대리 결투에 첫 번째로 출전해서 모든 능력자를 쓰러뜨리세요.
조건 : 첫 번째로 출전해서 모든 결투에 승리하기.
보상 : 1600포인트. 돌발 보상.
‘첫 번째로 나가서 다른 팀 3명을 올킬하라는 거네.’
-그럼 9명을 이겨야 하는군.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백우진은 곧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도 따고, 대련도 하고 딱 좋네.’
강자와의 대련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수련 방법이다. 이런 퀘스트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허약한 놈이 폼 잡긴.
‘너 그 허약한 놈한테 언젠가 뒤통수 얻어맞을걸.’
-100년 뒤에 와라.
‘10년이면 충분해.’
-으음….
흑암은 10년이라는 말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시스템의 가호를 등에 업은 저 운빨 놈이라면 정말 10년 이내에 자신의 위치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지점장님. 대리 결투. 아직 출전 명단 같은 거 안 짰죠?”
“만들긴 했는데 검사님이 참여하시니, 인원을 다시 짜야죠.”
“그러면 저를 첫 번째로 해주세요.”
“예에?”
유진아가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사님을 첫 번째로요?”
“제가 첫 번째로 나서서 전부 끝낼게요.”
“저, 저야 상관없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일할 거면 확실히 해드려야죠. 첫 번째로 나온 무명의 검사가 모든 능력자를 쓰러뜨리면 폼도 나고, 지점장님의 평판도 좋아지지 않겠어요?”
“그야 당연히 그렇죠!”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지, 유진아가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서 또 입을 터는 거냐?
‘이왕 하는 거 잘 보이면 좋잖아.’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백우진은 퀘스트 때문에 첫 번째 결투자로 나서는 사정을 이용해서 유진아에게 점수를 따고 있었다.
자신이 이득을 보는 쪽으론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녀석이었다.
“제가 전부 처리할 테니, 두 번째와 세 번째 결투자의 정체는 철저하게 숨기시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유진아는 글썽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무리하면서까지 백우진을 도왔던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역시 이분을 선택하길 잘했어.’
앞으로 백우진의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도와줘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백우진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쯧! 족제비 같은 놈….
옆에서 본다면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흑암은 짜증이 나는 듯 혀만 찼다.
“검사님. 가명으로 쓰실 이름이나 칭호는 어떤 거로 해드릴까요?”
“통검이라고 해주세요.”
잠시 생각을 하던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아, 검에 통달한 자라는 뜻이군요!”
“아뇨.”
백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뒤통수를 때리는 검사라는 뜻입니다.”
-미친놈….
* * *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백우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을 자신의 방 앞에서 마주쳤다.
“부가주님?”
부가주 백천웅이 씁쓸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금은 검대의 수련시간 아닌가요?”
“오늘은 휴식을 지시했다.”
백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괜찮으냐?”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백우진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녹아 있었다.
“음….”
백천웅의 진심을 느낀 백우진은 코끝이 찡해졌다. 가슴이 찌릿찌릿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잠시 감정을 정리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백천웅과 눈을 마주친 백우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아버지께 다녀오신 겁니까?”
“어떻게 알았느냐?”
“얼굴빛이 좋지 않습니다.”
“그랬나….”
백천웅이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아비와는 아예 말이 통하지 않더구나. 강해지는 무력 이상으로 마음속 괴물이 커져 버렸어.”
“….”
백우진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때 미안하지만, 이런 순간이기 때문에 말을 해야겠다. 네가 해야 한다. 지금의 백가와 다른 가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백천웅이 백우진의 앞에 서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네 뒤를 받쳐주마. 네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거라.”
백우진은 백천웅의 눈에서 순수한 믿음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듯해질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백우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 * *
백우진은 만변귀의 가면을 착용한 채로 유진아와 함께 강남에 있는 고층 빌딩의 지하 7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6층과 7층은 결투를 위한 장소로 결투장과 관객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 대진표를 뽑으러 내려 가야 하니, 여기서 보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좋은 번호를 뽑길 기도해 주세요. 후후.”
유진아는 백우진을 관객석에 안내해준 뒤 결투장으로 내려갔다.
결투장엔 그녀 말고도 마지막 시험을 치르러 온 7명의 블랙 마켓 간부가 있었다.
-상자에서 공 뽑기라 구식이로군.
흑암은 작은 상자에서 숫자가 적힌 공을 뽑는 부본부장 후보자들을 보고 혀를 찼다.
‘원래 옛것이 재밌는 거야.’
-어린놈이 뭘 안다고.
‘꼰대보다는 잘 알지.’
-꼰대라고 하지 말랬지!
‘흐음….’
백우진은 화내는 흑암을 내버려 두고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관객석엔 자신 외에도 결투에 나설 투사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수준이 높네.’
무인이나 마법사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상당했다. 모두가 평범한 수준은 한참 넘어서고 있었다.
-백우진 저길 봐라.
‘보여. 대연문에서 오는 건 흑우였군.’
흑우가 그 큰 덩치로 작은 관객석에 끼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진아가 미리 말해줬던 대로 대전 상대 중엔 대연문도 있었다.
흑우 뒤로 목에 뱀 문신을 한 염사와 채찍을 들고 있는 하얀 피부의 미녀가 앉아 있었다.
-염사 옆은 누구냐? 예쁜데?
‘백계. 십이지 중 닭이야. 응?’
염사 옆으로 더러운 인상의 남자가 나타났다. 더러운 인상보다 더러운 성격을 가진 황호였다.
‘저놈이 책임자였군.’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더 재밌는 결투가 될 거 같았다.
‘오늘 재미 좀 있겠는데.’
-그래. 저놈과 결투하면 구경할 맛 좀 나겠구나.
‘그렇겠지. 어?’
왼쪽 통로로 관객석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백우진의 눈이 번쩍였다.
“너 잘 만났다.”
* * *
“저희는 1번이고, 춘천 지부장과 붙게 됐어요.”
유진아가 1번 구슬을 보여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뒷번호를 뽑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아뇨. 정말 잘하셨어요. 딱 입니다.”
백우진은 흥겨운 듯 활짝 웃고 있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예요? 아는 사람 있어요?”
“한 명 아는 놈이 있어서요.”
“음, 춘천 지부의 첫 번째는 5등급 권사 이준구고, 두 번째는…. 아!”
두 번째 상대를 본 유진아가 손뼉을 쳤다.
“저쪽 두 번째 상대가 인연이 있는 녀석이라.”
“저도 방송 봤어요! 두 분이 많은 대련을 했다고 했죠! 그런데 방송 내용이 정말이라면 상당히 힘든 싸움이….”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우진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유진아를 안심시켰다.
[첫 번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결투에 참여하는 성남 지부와 춘천 지부는 결투장 앞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가죠.”
“아, 네!”
백우진은 유진아와 함께 결투장으로 내려왔다.
현재 그의 외모와 통검이라는 칭호는 무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성남 지부의 첫 번째 투사 통검 백산과 춘천 지부의 첫 번째 투사 표형권 이준구는 결투장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백우진과 이준구가 결투장으로 올라왔다.
“저 통검이라는 자는 완전 무명이잖나. 범죄자가 정체를 감춘 거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지?”
이준구가 인상을 찌푸리며 사회자에게 따졌다.
“성남 지부장이 자신의 인맥으로 여기까지 데려온 이상 그가 범죄자든, 살인자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사회자는 아무 문제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쯧. 괜히 블랙이 아니라니까.”
이준구는 사회자와 백우진을 한 번씩 쳐다본 후 혀를 찼다.
“두 분 가운데로 와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이준구와 백우진이 결투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결투 시엔 살인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허용됩니다. 상대를 죽이면 즉시 패배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알겠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결투장을 내려갔다.
“그럼 첫 번째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손을 올리자, 거대한 징이 울리며 결투가 시작되었다.
“정체를 숨기는 걸 보면 정상적인 놈은 아니겠지. 빠르게 끝내주마.”
이준구가 손목을 돌리며 접근해왔다. 백우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같잖은 여유 부리기는!”
이준구는 백우진에게 돌진해서 오러가 잔뜩 들어있는 주먹을 내뻗었다.
“헉!”
하지만 그가 주먹을 찌른 곳은 빈 허공이었다.
빠각!
뒤를 돌아보려는 이준구는 뒤통수가 부서지는 충격을 받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꾸엑!”
이준구는 결투장 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탁탁.
이준구의 뒤에서 검집의 먼지를 터는 백우진이 나타났다. 그는 검집 채로 이준구의 뒤통수를 후려쳐 버린 것이다.
“스, 승자 통검 백산.”
사회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승자의 이름을 외쳤다.
“두 번째 대결은 10분 후에 진행하겠습니다.”
“그냥 하죠.”
백우진이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예?”
“아직 몸도 안 풀렸거든요. 휴식은 필요 없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상사에게 허락을 구한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춘천 지부의 두 번째 결투자 정령계의 신성 정근호 나와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춘천 지부장 뒤에 있던 정근호가 자부심 가득 찬 표정으로 올라왔다.
-얼씨구? 표정 봐라?
‘자신감 하나는 정말 대단한 놈이야.’
백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를 깜짝 놀라게 한 사람이 바로 정근호였다.
“어렵지 않겠군.”
정근호가 백우진을 보며 픽 웃었다. 그는 윤우민 옆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만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상대의 방심을 잘 이용했지만 내겐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검을 뽑는 게 좋을 거야.”
정근호는 평소에 쓰지도 않는 묵직한 저음을 내며 개똥폼을 잡고 있었다.
-와, 진짜 못 보겠다. 저거 빨리 쥐어패 버려!
흑암은 극도의 짜증이 솟아올라 허공에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결투 시작합니다!”
“핫!”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정근호가 보법을 밟으며 백우진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수련은 꾸준히 했는지, 보법 수준이 꽤 올라 있었다.
“눈으로 좇기도 힘들 거다. 기권한다면…. 꾸헥!”
백우진은 여유를 부리던 정근호의 뒤로 이동해서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이 자식! 감히!”
정근호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양손에서 초록빛과 붉은빛이 일어났다.
화아아악!
그의 오른손에서 나비의 모습을 가진 화염의 중급 정령 번 플라이가 나타났고, 왼손에서 바람의 중급 정령 진이 나타났다.
“가볍게 상대해주려 했는데, 알아서 무덤을 파는구나!”
정근호의 표정이 다시 거만하게 변했다.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결투를 끝낼 수 있다는 얼굴이었다.
“정령사님! 바로 끝내버리세요!”
춘천지부장이 손을 흔들며 정근호를 응원했다.
“중급 둘이라, 나름 성장했네.”
“날 언제 봤다고 그딴 말을 하는 거냐!”
“뒤통수 맞은 곳은 괜찮아?”
“고작 한 대 쳐놓고….”
“방금 말고 예전에 맞은 곳.”
“예전? 무슨 헛소리를 하는…. 헉!”
정근호가 손가락을 덜덜 떨면서 백우진을 가리켰다. 예전에 자신의 뒤통수를 때렸던 인간은 딱 한 명밖에 없다.
“너 설마….”
정근호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백산이라는 남자가 짓는 미소가 예전에 자신을 괴롭혔던 그 괴물과 너무도 흡사했다.
“오랜만이야.”
“끄헉!”
오랜만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앞에 있는 놈은 자신의 뒤통수를 북처럼 두드리던 그 괴물이 확실했다.
“나하고 대련을 했을 때 동수를 이뤘다고 하던데.”
“아아….”
정근호의 윗니와 아랫니가 미친 듯이 부딪쳤다.
첫 방송이라 자신도 모르게 허세를 부린 건데 그걸 백우진이 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동수를 이루나 한번 보자고.”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자, 잠깐만!”
정근호가 손을 들어 올렸다. 백우진이 미소를 보자,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저놈이 저 미소를 지으면 자신이 기절하고 나서야 뒤통수치는 것을 멈춘다.
백우진 검술만으로 7등급을 넘어선 괴물 중의 괴물이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기권해야 했다.
“사, 사회자. 기….”
[기권하면 정말 뒤진다.]기권하려고 손을 들던 정근호는 백우진의 전음을 듣고 바로 손을 내렸다.
“정령사님. 파이팅! 올킬 해버립시다!”
춘천 지부장은 정근호의 속마음도 모르고 주먹을 들어 올리며 그를 격려했다.
“파이팅이고 나발이고, 우리 다 좆된 거 같습니다만….”
정근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