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대리 결투 (3)
-진짜 망할 특성이야….
흑암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호의 무력은 지금까지의 상대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지만, 백우진은 그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는 이 전투 중에 성장하여 황호의 공격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까지 꺾어버리고 있었다.
-아쉽군. 저놈이 꾸준히 수련해왔다면 좋은 싸움이 되었을 텐데.
‘어떻게 알았어?’
-그 정도는 발과 손의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역시 내 스승이네.’
백우진이 흑암을 흘깃 보며 미소지었다.
이전의 황호는 백은경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강한 능력자였다.
중년이 되지 않은 나이에 7등급에 올랐으니,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백은경에게 패배한 이후로 수련에 손을 놓고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나 인간만 노리는 양아치가 되어버렸다.
-조법의 장점인 날카로움, 궤도, 속도가 전부 죽어있다. 저 놈은 무인이 아니다.
‘맞아. 오러만 강할 뿐이야.’
호환조법의 위력은 강하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법에 담겨야 하는 예리함과 세밀함, 기괴한 궤도는 한참 전에 빛을 잃었다.
무의 기본을 잃고, 오러만 강한 상대는 자신의 예검과 절검의 먹잇감일 뿐이었다.
캬앙! 컁!
백우진은 황호의 모든 초식을 낱낱이 파훼하며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크아아아!”
황호의 한쪽 손아귀에서 가공할만한 오러가 솟구쳤다.
비기라도 쓰는지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백우진의 눈에 뻔히 잡히고 있었다.
빠직!
백우진이 황호의 귀호궁을 끊어냈을 때 그의 뇌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여기서 검로가 생긴다고? 이게 무슨….
‘드디어!’
계속된 수련과 리자드맨 투사와 리자드맨 킹, 백선아를 이겼던 경험이 쌓여 새로운 검로가 탄생했다.
“뒤져라!”
황호의 양손에서 폭발적인 오러가 솟구쳐 열 개의 발톱을 만들어냈다. 호환조법의 마지막 초식이자 최후 절기인 호왕극이었다.
콰아아아!
호왕극이 대기를 찢으며 날아들었지만 백우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만큼은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이대로 끝이다!’
황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호황극의 위력과 속도는 호환조법의 어떤 초식과도 궤를 달리한다. 이미 발동한 이상 백우진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빠지지직!
황호가 승리를 자신할 때 암인검에서 우레가 솟구쳤다.
‘광호섬.’
백우진은 뇌기가 줄기줄기 흐르는 암인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예검과 절검의 속성이 완벽하게 조화된 일섬은 호왕극의 공격의 선을 끊어버리고, 황호의 두껍고 단단한 오러를 종잇장처럼 베어버렸다.
“큭!”
그것만이 아니었다. 광호섬의 뇌기가 황호에게 스며들어 그의 움직임을 일순간 마비시켰다.
아주 짧은 순간의 마비였지만, 백우진에겐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아….”
황호가 당황하여 눈동자만 굴리고 있을 때 백우진이 그의 뒤로 이동했다.
부아앙!
백우진은 암인검을 양손으로 잡고 황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뻐어어억!
사이다처럼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황호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고, 그의 뒤통수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쿵!
황호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이 침묵에 잠겼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황호는 7등급이다.
이런 결투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도 않는 남자에게 쓰러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아….”
“심판 겸 사회자.”
사회자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그를 불렀다.
“에, 예?”
“빨리 판정 내려요. 저거 죽을지도 모르니까.”
“스, 승자는 성남지부의 백산! 결투의 최종 승자는 성남지부입니다!”
“빨리 움직여!”
사회자의 선언이 끝나자, 대기하던 회복 능력자들이 결투장 위로 올라가 황호의 머리를 지혈시키기 시작했다.
“음….”
백우진은 그 모습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손을 꼼지락 거렸다.
-광호섬? 무슨 이런 지랄 맞은 기술이 있어!
‘그 정도야?’
-네가 써놓고서도 모르는 거냐! 양심도 없는 놈아!
흑암이 짜증을 내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광호섬은 적이 가진 필사의 공격을 역습하는 정신 나간 검로다. 거기다 마비까지 시키다니! 이게 결투만 아니었다면, 넌 저놈의 뒤통수가 아니라 목을 베었겠지.
광호섬은 상대의 절기나 비기를 베어버리고, 적을 마비를 시켜 무방비로 만들어버리는 개사기 검로였다.
-카운터를 쳐야 하고 상대의 공격을 파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흐름을 보는 눈이 있는 네놈에겐 그건 일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시스템이 그 눈을 괜히 준 게 아니었어! 광호섬과 흐름을 보는 눈이 세트였다니! 놈이 대체 널 어떤 존재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건지…
‘시스템은 다 계획이 있구나.’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개뿔!
* * *
“세상에….”
유진아의 눈이 평소보다 2배는 크게 뜨였고, 입은 쩍하고 벌어져 있었다.
“지, 진짜 이겼어! 이겼다고!”
솔직히 황호가 결승전 상대로 올라왔을 때 반쯤은 포기했었다.
아무리 수련을 그만뒀다고 해도 황호는 한참 전에 7등급에 오른 초인이다.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백우진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격렬한 전투 끝에 황호의 머리를 깨부수고 승리를 만들어냈다.
‘저분을 만난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유진아는 백우진을 만나고 그에게 진심을 다한 게 자신의 인생 최고의 로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짝짝.
VIP석 중앙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일어나서 손뼉을 쳤다.
동그란 안경에 턱수염을 기른 저 남자가 바로 새롭게 본부장이 된 박철민이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훌륭한 결투였습니다.”
박철민은 계속 손뼉을 치며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역시 백가의 신성이자, 협검이라는 칭호를 얻은 백우진 검사님답군요.”
“백우진?”
“백산이 백우진이라고?”
“그, 그럼 백우진이 황호를 잡았다는 거잖아! 미친!”
박철민의 말에 관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넋이 나간 얼굴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밑에 있던 사회자와 능력자들은 염사의 말을 통해 백산이 백우진임을 알았지만, 관객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겼다는 걸 알면서도 밝혀주시는군요.”
“죄송합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입이 가벼워져서 말이죠. 하하하!”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지만, 박성철의 눈빛은 예리하게 반짝였다.
“백우진 검사님과 인맥도 있고, 성남 지부장이 정말 부러운데요. 대단합니다.”
“아, 아닙니다.”
“어쨌든 본부장 자리에 오른 것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유진아는 어쩔 줄을 모르며 고개를 숙였다.
‘능구렁이 같은 아저씨네.’
그 모습을 본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무슨 소리냐?
‘저 아저씨가 내 정체를 밝힌 건 나 때문이 아니야.’
-그럼?
‘유진아는 원래 부본부장이 될 인물이 아니었잖아. 나이나 지위가 한참 모자라서 지금 부본부장이 되면 꽤 텃세가 있을 거야. 그걸 막기 위해서 내 정체를 밝힌 거지.’
-네 이름값으로 보호를 해주려고?
‘그래.’
어차피 알려질 이름이라 스스로 정체를 밝혀서 유진아를 보호해주려 했는데, 저 본부장이 선수를 칠 줄은 전혀 몰랐다.
‘유진아를 도와주려고 내 정체를 밝히다니, 저 아저씨 괜히 본부장이 된 건 아니네.’
-대단하군.
‘그치? 머리를 잘 굴리네.’
-너도 말이다.
‘뭐?’
-그 의도를 바로 알아차린 너도 신기하다고. 이 자식아!
흑암은 본부장이라는 남자만이 아니라, 백우진에게도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짧은 순간에 본부장의 의도를 알아차린 백우진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야 간단하지.’
백우진이 씩 웃고서 결투장을 내려왔다.
“수고하셨어요!”
유진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백우진에게 달려왔다. 카페에서 보여줬던 연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감동한 표정이다.
“정말 부본부장이 되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계속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꾸준히….”
백우진이 손을 저으려 할 때 그의 눈앞으로 홀로그램 창이 주르륵 올라왔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많은 사람이 당신의 검로에 경악한 효과로 800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검로 광호섬에 마비 특성이 추가됩니다.]-끙, 어째 이상하다 했어. 그 마비가 추가 능력이었군.
‘그런가 보네.’
-잠깐! 이거 이상하잖아! 퀘스트 완료를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혜택을 내어 주다니, 이런 벼락 맞은 시스템이!
흑암이 소리를 지르건 말건 퀘스트 보상창은 계속 올라왔다.
[돌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16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돌발보상이 지급됩니다.] [많은 사람에게 경악과 감탄을 안겨주셨습니다.] [돌발보상이 만검의 보상으로 전환됩니다.]-그래. 다 퍼줘라. 이것도 특별 보상 주고, 저것도 특별 보상 주라고. 헤헤헤!
흑암은 다 포기했는지, 반쯤 정신을 놓고 구름처럼 떠다녔다.
‘난리 났네.’
백우진은 활짝 웃으며 유진아를 바라보았다.
“저도 받을 거 다 받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 * *
능력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 사이트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블랙마켓 결투장에서 신검백가의 백우진이 대연문의 황호를 일대일로 꺾음.]워낙에 유명한 능력자들이었기 때문에 글을 본 사람들은 여러 가지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다.
-주작 꺼져. 걔네 둘이 왜 붙음?
-맞아. 붙었으면 난리 났겠지.
-ㄴㄴ. 저거 ㄹㅇ임.
-나도 블랙마켓 지인에게 들었다. 진짜 싸웠음.
-난 직접 봤음. 백우진이 혼자서 능력자 8명 모조리 쓰러뜨림. 그것도 전부 뒤통수만 쳐서 기절시켰음.
직접 결투를 보거나, 지인에게 들은 능력자들이 나타나며 글의 신뢰도가 붙기 시작했다.
-진짜 백우진은 뭐 하는 인간이냐? 어떻게 황호를 이겼지?
-그러게 황호는 예전에 7등급 넘었잖아.
-진짜 같은 하늘에서 못 살겠다. 정령술에, 검술에, 얼굴에, 키에….
-이제 천재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불러야겠네. 협검이라는 칭호도 바꿔야 할 듯.
-근데 왜 뒤통수만 치는 거래요?
-모름. 뭔가 집착처럼 뒤통수만 노렸음.
-뒤통수 성애잔가 보지.
능력자들이 자신의 일로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을 때 백우진은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즐겁네.”
그의 앞엔 자동으로 웃음을 나오게 만드는 상태창이 떠 있었다.
이름 : 백우진.
나이 : 17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12개.
등급 : 6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 연공법(5단계), 라사둠의 오러(염익), 초집중(3단계), 흑왕탄(3단계), 무령참(2단계), 비뢰섬(3단계),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3단계), 관일극(2단계), 낙성위화(2단계), 천독불침, 겁화검형(1단계), 검선지체(1단계), 명경지수, 흐름을 보는 눈, 광호섬(1단계)
신체 : 62/100 (상급) (+22)
검술 : 63/100 (상급) (+99)
마나 : 62/100 (상급) (+57)
오성 : 62/100 (상급) (+7)
체력 : 62/100 (상급) (+48)
정신력 : 72/100 (상급) (+43)
포인트 : 4700포인트.
기술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능력치는 모두 상급이 됐으며, 아이템 능력치도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이번에 메인과 돌발 퀘스트를 동시에 깨서 포인트도 왕창 쌓였으니 웃기 싫어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쳇!
물론 흑암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고 있었다.
“상급에선 능력치 1 올리는데 몇이나 들어?”
-1000이다.
“더럽게 비싸네.”
시험 삼아 검술을 1 올려보았다. 정말 1000포인트가 빠져나가며, 남은 포인트가 3700이 되었다.
-만약 이 수치까지 조절했다면 시스템을 찾아가서 맞짱 떴을 거다.
“포인트 소모까지 조절하는 건 심하지.”
백우진이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보상으로.”
-끄응!
흑암이 앓는 소리를 뱉었다.
저놈의 만검 보상에서 단 한 번도 나쁜 게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촤라락!
백우진이 보상을 받겠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빛나는 카드 열 장이 일렬로 나타났다.
“그렇게 꽁해 있지 말고 오랜만에 골라주는 게 어때?”
-좋다.
“어? 진짜?”
흑암을 놀리기 위해 한 말이지만, 녀석은 진지하게 카드들을 보고 있었다.
-3번째를 뽑아라.
“웬일이래?
-싫으면 말고.
“아니야. 네가 말해줬으니 뽑아야지.”
-휴우….
흑암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분명 시스템은 이런 상황까지 계산에 넣어 자신이 뽑지 않았으면 하는 카드에 대박을 숨겨놨을 거다.
흑암은 역으로 생각해서 이번엔 정말 뽑고 싶은 카드를 백우진에게 말해주었다.
-제발….
평소 자신은 똥손 그 자체였으니,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가장 나쁜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것이다.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네가 알려줬으니, 세 번째로 갈게.”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세 번째 카드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