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변화
뒤집힌 카드에서 선명한 붉은빛이 번쩍였다.
-끄어억!
붉은빛이 솟구치자마자, 흑암은 검날을 접어버리고 뒤로 넘어갔다.
“역시 흑암이라니까.”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카드 뒤로 나타난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았다.
[특성 ‘절제’가 생성됩니다.]“절제?”
-응?
특성의 이름을 본 백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자빠져있던 흑암이 재빨리 다가왔다.
“이게 무슨….”
-절제라고?
흑암의 목소리에 자그마한 희망이 깃들었다.
레전더리로 생성된 특성의 이름이 절제라니, 이름부터 구린 느낌이라 좋은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발!
“너도 정말 징하다.”
-시끄럽고 빨리 정보나 켜!
흑암은 간절한 마음으로 백우진이 절제의 설명을 켜는 것을 지켜보았다.
[절제] 능력치를 올릴 때 사용하는 포인트의 양을 줄여준다.적용 제한 : 모든 능력치 상급 이상.
“와!”
-미친!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 내용은 흑암과 백우진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초대박! 능력치 올릴 때 포인트를 줄여준다고?”
-끄르륵….
백우진은 환희에 휩싸인 웃음을 터트렸고, 흑암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게거품을 물었다.
“얼마나 줄어드는 거지?”
백우진은 다시 상태창을 켜서 신체 능력치 1을 올려보았다. 3700이었던 포인트가 2900이 되었다.
“800이네!”
절제 덕분에 능력치를 올리는데 1,000포인트에서 800포인트로 200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이, 이백?
흑암에게서 있지도 않은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백이라니!
백우진이 상급에서 최상급까지 가는 동안 올려야 할 능력치가 100이 넘는다.
-으으….
능력치 당 200씩 빠진다면 줄어드는 포인트가 20,000이 훌쩍 넘어간다. 혼이 빠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효과였다.
“레전더리 아이템보다 훨씬 좋은데.”
-이젠 못 참는다.
“응?”
흑암은 갑자기 창문 밖으로 나가려고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저 위에 가서 우릴 관음하고 있을 시스템과 맞짱을 뜨고 오겠다. 이제 정말 못 참아!
“그러든가.”
백우진은 말리지 않고, 알아서 하라며 창문을 열어주었다. 흑암은 창문이 열리자마자 하늘로 솟구쳤다.
“저래 봐야 헛수고지.”
흑암과 자신은 혼이 묶여 있어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 없었다.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돌아올 것이다.
-제기랄! 언젠가는 반드시!
일 분 후 자동으로 복귀한 흑암이 푸른 하늘을 보며 울부짖었다.
“거봐 헛수고잖아.”
백우진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미소를 그었다.
* * *
“우, 우진아.”
백우진이 백위전을 나설 때 로비에 앉아 있던 백명훈이 일어났다.
심하게 긴장했는지 그의 입술과 손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웬일이지?’
백명훈은 자신을 보기만 하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도망치기 바빴다. 이름을 불러서 멈춰 세운 건 처음이었다.
“뭐야?”
“아, 그게….”
백명훈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할 말 없으면 간다.”
“잠깐만! 말할 게 있어!”
“그럼 말해.”
긴장한 백명훈과 다르게 백우진은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말을 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는 얼굴이었다.
“다, 다른 곳에서 말하면 안 될까?”
“귀찮은데.”
“제발! 부탁할 게.”
“따라와.”
잠시 백명훈을 쳐다보던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움직였다. 백명훈은 마른 침을 삼키고서 그 뒤를 따랐다.
‘새롭네.’
백우진은 백위전 뒤편에 있는 창고를 보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말이냐?
‘따지고 보면 내 첫 싸움이 여기나 다름없잖아.’
3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백명훈을 쓰러뜨리고 돌발 퀘스트 보상을 얻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 보상과 자신감을 원동력 삼아서 지금은 최상급 정령사에 7등급 검사가 되어버렸으니, 새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해.”
3년 전과 서로의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뀐 상황에서 백우진이 백명훈에게 고갯짓을 했다.
“나, 난 후계자가 되는 거 포기하려고.”
한참을 주저하던 백명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걸 왜 내게 말하는 거지?”
“네 밑으로 들어가게 해줘!”
백명훈은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나서 입을 열었다.
-쟤 뭐라는 거냐?
‘내 밑에 오고 싶다는데?’
-정신이 나간 건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왜?
‘백선아가 죽었으니, 백명훈도 자신이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야.’
백우진은 표정 변화 없이 백명훈을 보았다.
‘다른 형제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나마 좋은 평판이 있는 내게 왔을 테지.’
-아무리 그렇다고 괴롭혔던 동생에게 저런 말을 하나?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겠지.’
-쯧쯧.
몇 년간 봐왔지만, 이 집안에서 이해가 가는 인간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왜 나지?”
“너, 너라면 가주가 되어도 내 목숨을….”
“널 숙청하지 않을 거 같다는 말인가?”
“그, 그래.”
예상대로 백명훈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넌 저 녀석이 저렇게 나올지 어떻게 안 거냐?
‘전에도 말했지만, 백명훈은 겁이 많아. 자신이 살길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를 비교했겠지.’
백우진은 백명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숨에 파악해버렸다.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셋째 형은?”
“서, 성현이 형은 웃고 다니긴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각을 알 수가 없어서.”
“언젠가부터 라니?”
“형을 볼 때 가끔씩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꼭 빙굴에 들어간 듯한….”
-겁이 많아서 그런지 눈치도 빠르군.
‘생존본능인가?’
백명훈은 자신과 똑같이 백성현의 또 다른 얼굴을 느꼈던 모양이다.
“일단 알겠어.”
“응?”
“알겠다고.”
“그럼 받아준다는….”
“그게 아니지.”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널 바로 믿을 수는 없잖아. 생각해보겠다고.”
현재 상황을 지배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이런 대답은 바로 해줄 필요도, 아예 대답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아, 그렇지. 그렇긴 한데….”
“가 봐.”
“으, 응. 잘 부탁해.”
백명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뒷걸음질 쳐서 돌아갔다.
-어쩔 거냐?
“백명훈을 죽일 생각은 없지만, 그를 밑으로 받을 생각도 없어. 다만 내가 가주가 되면 저 녀석은 알아서 가문을 나가게 될걸.”
백우진이 백명훈이 사라진 공간을 보며 웃었다.
“지금까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던 특혜들이 모조리 사라질 테니까.”
* * *
“도련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이 검각에 들어가자, 의검대 검사들이 달려와 예를 취했다.
“잘들 지냈어?”
“똥 빠지게 수련했습니다!”
김우혁이 손을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김우혁!”
“괜찮아. 똥 빠지게 수련했으면 인정해줘야지.”
대주인 홍남기가 김우혁을 말리려 했지만, 백우진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도련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박혜리가 손을 들어 올렸다.
“말해봐.”
“블라인드 이펙트에 올라온 내용이 정말입니까?”
“블라인드 이펙트?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곳에 도련님이 황호를 이겼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질문은 박혜리가 했지만, 모두가 궁금했기 때문에 검사들 전체가 마른침을 삼키고 백우진만을 바라보았다.
“그래. 사실이다.”
백우진은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아아아!”
“내가 진짜라고 했잖아!”
“안 믿은 사람 없거든!”
“대박이다! 그 황호, 7등급을 우리 도련님이 꺾다니!”
검사들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자신들이 따르고, 자신들을 가르치는 백우진이 황호를 이긴 검사라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황호 얘기 잘했어.”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려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검사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백우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너희도 알겠지만, 황호는 한참 전에 7등급에 올라간 강자다. 정상적이라면 지금의 내가 따라잡을 수 없었지. 하지만 그는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포기했어.”
“아….”
“수련을 놓아버리고, 주색잡기에 빠져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만 상대했지. 그래서 산중호걸이 아니라, 길고양이만도 못한 존재가 된 거다. 전혀 자랑할 게 아니야.”
의검대의 모두는 백우진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눈빛을 빛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어.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이겨낼 것이냐다. 무력만이 아니라, 패배에도 좀 먹히지 않을 정신력을 키우도록.”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의검대 검사들이 주먹을 꽉 쥐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럼 다시 수련 시작!”
“예!”
검사들은 연무장에 흩어져 개인 수련을 시작했다.
“좋은 연설이었습니다.”
문주영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좋지도 않았고, 연설도 아니었어.”
백우진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정말 좋았습니다. 전 감동을….”
“객쩍은 소리는 말고, 그건 뭐야.”
백우진이 눈물을 흘리려는 문주영을 막고, 그가 가진 봉투를 가리켰다.
“새로 내려온 임무입니다.”
“진짜 징하게 귀찮게 하네.”
“그런데 도련님 이름이 아니라, 칠 검각의 이름으로 내려왔습니다.”
“칠 검각?”
백우진이 봉투를 받아서 열어보았다. 문주영의 말대로 임무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칠 검각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네가 아니라, 의검대에 임무를 시키려는 모양이군.
‘4등급 균열 방어?’
현재 의검대 검사들의 수준은 4등급 초중반부터 후반이었기 때문에 적당한 임무였다.
‘나쁘지 않군.’
균열이 발생할 지역에 협회의 능력자들과 다른 길드의 능력자들도 오니,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을 거다.
“받겠다고 전해.”
백우진이 문주영에게 봉투를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희가 드디어 임무를 받는 거예요?”
홍아라가 입술을 떨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너희 임무 했었잖아. 왜 처음처럼 그래?”
“그건 정식임무가 아니었잖아요. 아, 갑자기 심장이….”
홍아라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떨었다. 많이 좋아졌지만, 그녀는 아직도 긴장과 수줍음이 심했다.
“임무라고요?”
“임무?”
임무 소리를 들은 의검대 검사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애들도 아니고.
‘그만큼 자신들이 활약한 기회를 원했다는 거지.’
검사들이 달려오는 모습은 아이들이 과자에 몰려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된 거 바로 설명해야겠네. 너희에게 임무가 내려왔다. 임무는 4등급 균열 보호로….”
백우진은 검사들에게 임무서의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이번 임무는 너희들만으로 진행한다.”
“예?”
“저, 정말입니까?”
“부가주님이나, 문 호위님도 없이요?”
“이건 처음부터 너희들에게 내려온 임무다. 난이도도 적당하고, 너희 외에 다른 능력자들도 있을 테니 문제없을 거야.”
“하지만….”
검사들 특히 홍아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백우진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임무까지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 * *
“휴우….”
홍아라가 하늘을 올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백우진이나, 문주영은 오지 않았고, 의검대만 균열이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15분도 안 남았네.”
브리핑도 잘 마쳤지만, 균열이 열리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다른 검대원에게 피해를 줄까 봐 혼자 던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떨렸다.
“그렇게 긴장하다간 제대로 못 움직일 거야.”
박혜리가 다가와서 홍아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지만 제가 잘못했다간 다른 사람이 다칠 거 같아서요.”
“지난번에도 했던 일이잖아.”
“하지만 이번엔 저희가 중심이잖아요. 도련님도 없고.”
“앞으로는 도련님 없이 우리만으로 임무를 해야 하는 일도 많을 거야. 그리고 네가 실수해도 우리가 맞춰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옆으로 다가온 홍남기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난 안 맞춰준다. 너 실수하면 훈련 2배야.”
“윽….”
박혜리와 홍남기의 덕분에 긴장이 풀리려던 홍아라는 김우혁의 말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어쭈! 인상을 써?”
“선배님에겐 말 안 했거든요.”
“그만하고, 준비해. 얼마 안 남았다.”
홍남기가 두 사람 사이를 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행동은 백우진 도련님의 평판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안에서는 상관없지만, 외부에서는 주의해.”
“알겠어.”
“죄송해요.”
“진형대로 서도록.”
홍남기의 지시에 의검대 검사들이 검진의 배치대로 섰다. 그들의 눈은 흥분과 긴장,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온다!”
* * *
“잘하네.”
백우진은 한 건물의 옥상에서 팝콘을 씹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선 의검대와 다른 능력자들이 4등급 몬스터 홉고블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 제일 잘 싸우네!”
백우진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아들의 재롱을 보는 아버지의 얼굴과도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 이 팔불출 자식아!
“내가 직접 수련을 시키다 보니, 정이 들어서.”
-정 2번 들면 나중에 신혼여행도 쫓아가겠네. 쯧!
흑암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도 홍아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너도 아라는 걱정하잖아. 같이 키운 제자니까.”
-뭐, 뭔 소리래? 그냥 본 건데?
“아이고, 그러셔요?”
-지, 진짜라고!
“그래. 그래.”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다시 아래를 보았다.
협회와 다른 길드들도 있지만, 가장 돋보이는 건 자신의 검사들이었다.
“아, 맛있네.”
뿌듯한 마음 때문인지 팝콘과 콜라가 끝내주게 달았다.
-오늘은 특별한 일 없냐?
“특별한 일?”
-네 녀석에 관계된 일은 전부 뭔가 터지잖아.
“오늘은 딱히 없어.”
모든 일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특별하거나 처음 생긴 일은 모두 기억에 있다.
오늘은 저 균열만 막으면 모든 일이 끝난다.
“균열이 거의 닫혀가네. 먼저 돌아가 볼까.”
백우진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켤 때였다.
이이이잉!
도시 전체에서 긴급 대피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