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변화 (2)
“왜 싸이렌이?”
홉고블린은 전부 처리했고, 다른 몬스터들도 없었다.
열린 균열도 거의 닫히고 있었건만, 싸이렌은 멈추지 않았다.
-기계가 고장 난 거 아니냐? 특별한 일은 없었다며.
“모르겠어.”
기계 고장이라면 다행이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얼음 동굴에 들어 온 것처럼 등줄기가 싸늘했다.
뚝!
싸이렌이 그치고, 마이크를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급 안전 안내입니다! 현재 분당구 4곳에서 추가 균열 반응이 관측되었습니다. 분당구 주민 분들은 최대한 빨리 지정된 대피소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균열 발생 예측 지점은….]지이이잉!
안내가 나오고 있을 때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능력자 협회에서 나온 지원요청 문자와 대피를 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였다.
“추가 균열이라고?”
-모르는 일이냐?
“말했잖아.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어!”
관측되지 않은 4개의 균열이 동시에 열리는데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이 사건은 전생에 없었던 일이었다.
[협회와 길드의 능력자들이 바로 지원이 갈 것이니, 균열 보호 임무를 맡은 능력자분들은 그 장소에서 균열을 막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저 말은 지금 의검대가 있는 장소에서도 새로운 균열이 열린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미래가 바뀐 건가?
“저기서 말하는 균열이 정말로 발생한다면….”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닫혀가는 균열 위로 새로운 금이 하나 생겨났다.
빠지지직!
얇은 볼펜으로 직선을 그은 것 같았던 작은 실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큼지막한 균열로 바뀌었다.
“왜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미래가 바뀌었다면 분명 자신의 영향이다.
하지만 이 지구가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균열에 문제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쪽도 열리는 건가?”
백우진의 고개가 뒤쪽으로 돌아갔다.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하늘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른쪽도 있다. 왼쪽도 있고. 정말 네 곳이로군.
“젠장!”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생각하기보다는 움직일 때였다.
“생각은 나중이겠지.”
-그래. 일단 움직여라.
백우진이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암인검을 꺼내며 의검대 앞의 균열을 노려보았다.
캬아앙!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기괴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 안에서 수백 개의 푸른빛이 번쩍였다.
푸른빛에서 느껴진 건 시체에서나 느낄법한 음습한 기운이었다.
트드드득.
균열이 뜯어지며, 몬스터들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뭐야 저건!”
-언데드!
흑암의 말대로 균열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은 평범한 몬스터의 생기와 반대로 죽음의 기운을 뿌리는 언데드들이었다.
허여멀건 피부에 피를 덕지덕지 바른 좀비류와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든 해골들, 그림자 같은 로브를 뒤집어쓴 호브스도 있었다.
“으아아아악!”
“저게 뭐야!”
“어, 언데드다! 언데드야!”
균열 앞에서 대기하던 능력자들과 협회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왜 저리 놀라는 거냐?
“이 세계에 언데드가 나타난 적이 없었으니까.”
-뭐? 그러고 보니 너희 세계에서 언데드를 본 적이 없었군.
“맞아. 전생에서도 내가 23살 때 처음 나타났어.”
시체술사라는 능력자들이 있지만, 언데드가 몬스터로 나타난 건 자신이 23살이 되었을 때였다.
역시 지금의 균열은 전생에 없었던 일이다.
-그래도 지금 나온 언데드들의 수준은 낮은 편이다. 대부분이 좀비와 해골 병사들이니,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겠어. 로브를 뒤집어쓴 호브스와 좀비 사이에 낀 구울, 특수 해골정도만 잘 처리하면 될 거다.
“알겠어. 그럼….”
백우진이 양손을 펼쳤다. 그의 오른손에서 불꽃이 피어났고, 왼손에서 흙이 떨어져 내렸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의 구슬에서 이그니스가 튀어나왔고, 건물의 바닥에서 어스 리노가 솟아올랐다.
“이그니스는 오른쪽, 어스 리노는 왼쪽 균열로 가서 나오는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해!”
[크르르!]이그니스는 나중에 보자는 듯 앞발을 까딱거리고서, 오른쪽 균열로 날아갔다.
[크흥!]어스 리노는 콧김을 길게 내뿜고서 땅으로 스며들었다.
“진! 저 녀석들을 도와서 몬스터들을 막아!”
백우진은 진까지 소환해서 의검대가 있는 균열을 가리켰다.
[크르릉!]진은 갈기를 길게 펼치고서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콰앙!
백우진은 건물을 박차고 뒤쪽에서 발생한 균열로 향했다. 뒤쪽은 아파트 단지였기 때문에 그가 직접 움직인 것이다.
“저 정도 언데드라면 막을 수 있겠지?”
-정령들은 걱정할 거 없다. 의검대 애들도 겁만 먹지 않는다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어.
“다행이네.”
모든 균열을 별 피해 없이 막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백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네 팔불출이 도움이 되다니 신기하군.
“그래. 오길 잘했어.”
백우진은 쾌의 기운을 두른 보법을 최대한 발휘하여 균열이 열리기 전에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
“어? 배, 백우진? 백우진 검사님입니까?”
균열 앞에서 덜덜 떨고 있던 남자가 백우진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당신은?”
“2, 2등급 능력자 한성훈입니다. 협회에서 무, 문자가 날아와서 시간이라도 끌어보려고….”
“그렇군요.”
뒤를 돌아보자 아파트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성훈은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모양이다.
“대단하네요.”
백우진이 한성훈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균열을 막을 수 없다는 건 그가 가장 잘 알 텐데도 목숨을 걸고 나온 게 대견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긴 제가 막을 테니, 성훈 씨는 대피하는 분들을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한성훈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달려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곳에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좋군. 저런 녀석들이 있으니 아직은 살만하다고 하는 거겠지.
“그래.”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자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기에 많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에 자신의 의무를 벗어 던지고, 이득만 챙기려는 자들이 많았다.
“훌륭하지.”
오랜만에 능력자의 책임감을 아는 사람을 만나 기분이 고조되었다.
찌지지직!
균열이 열리며 언데드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백우진은 언데드가 내려올 때 검제군림을 밟아 땅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놈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거냐?
“무덤에서 벗어난 것들을 다시 묻어줘야지.”
언데드들은 단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백우진이 만들어버린 구덩이로 떨어졌다.
“너흰 여기서 못 벗어난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꺼내 들어 좀비를 찢고, 해골을 깨부쉈다.
-그렇게 부숴야 재생이 멈춘다. 어중간하게 부수면 다시 뼈와 살이 이어 붙는다.
“나도 알아.”
백우진이 검면으로 해골의 골통을 부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골의 뼈나 좀비의 살을 어중간하게 공격하면 몸을 재생시키기 때문에 아예 잘근잘근 부숴야 했다.
“끝을 내자.”
균열에서 더 이상 몬스터가 내려오지 않을 때 백우진의 검에서 새빨간 불꽃이 타올랐다.
화르르!
백우진은 겁화의 힘을 빌려온 관일극으로 걸레짝이 된 언데드들을 찔렀다.
화아아악!
겁화는 순식간에 퍼져나가 구덩이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백우진을 제외한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응?”
백우진이 나가려 할 때 균열에서 마지막 몬스터가 떨어졌다.
기기긱.
황색 갑옷을 두르고,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으며, 크기가 3m에 가까운 대형 좀비였다.
체구가 컸음에도 좀비의 움직임은 일반 좀비들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풍기는 사기가 지독하기 그지없었다.
-좀비 로드다! 저녀석이 마지막이겠군!
“로드라고? 그럼 그나마 싸울 맛이…. 엉?”
-엥?
“끄으으!”
좀비 로드 떨어져 내리는 곳은 겁화가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구덩이의 중심이었다.
놈은 구덩이에 들어오자마자, 겁화가 붙어 그대로 녹아내렸다.
-진짜 네놈의 운이란….
“허무하네.”
백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구덩이 밖으로 나왔다.
정령들의 기운을 느껴보니, 둘은 열심히 몬스터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겠어.”
백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가려 할 때였다. 의검대가 있는 중앙의 균열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 무언가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은 지금까지의 언데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방금 죽은 좀비 로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젠장!”
백우진이 그 자리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 *
“저, 저게 뭐야!”
“언데드! 언데드야!”
균열 앞에 있던 결무 길드의 능력자들이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겁니까! 빨리 전열을 갖춰요!”
“언데드는 처음이잖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저런 걸 어떻게 상대 하냐고!”
“거기다 두 번째 균열은 우리 계약 사항이 아니야!”
“맞아. 저 정도 양을 어떻게 막을 거냐고! 우린 고작 3등급, 4등급이라고!”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언데드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에 결무 길드는 이대로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조금씩 뒷걸음치던 능력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개자식들이!”
“저런 새끼들이 무슨 능력자라고!”
“일단 우리끼리 막아봅시다!”
협회의 능력자들이 이를 갈 때 홍남기가 다가왔다.
“우리가 진을 짜서 앞을 막을 테니, 그 틈을 이용해서 언데드들을 공격하세요.”
“감사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협회 능력자들의 얼굴이 조금이지만 환해졌다.
도망친 결무와 다르게 미지의 언데드들과 싸울 의지를 가진 의검대에게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잡아!”
홍남기의 지시에 의검대 18명이 전열을 갖췄다.
“저 쓰레기들 얼굴 다 기억했다. 나중에 내가 죽여도 말리지 마.”
김우혁이 주먹을 꽉 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땐 나도 같이 패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앞에 집중해.”
“그거 좋군.”
홍남기와 김우혁이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후우….”
“제길!”
“모두 긴장 풀어. 훈련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어! 곧 지원이 올 거야.”
의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홍남기 역시 상대해 본 적 없는 언데드에 심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응?”
홍아라는 의검대 모두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빌었다. 기도를 마쳤을 때 그녀는 머리 위에서 따스한 바람을 느꼈다.
“진!”
머리 위에 떠 있는 녹색 늑대 진을 보고 홍아라가 활짝 웃었다. 진은 홍아라를 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진이다! 도련님의 진이야!”
“도련님이 오셨다!”
진이 나타난 것만으로 의검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만큼 솟구쳤다.
“도련님이 계신다! 그분은 다른 균열을 막으러 가셨을 테니, 우리는 이곳을 끝까지 사수한다!”
“알겠어!”
“네!”
의검대 전체가 우렁찬 함성를 내지르고 천천히 다가오는 언데드들에게 검을 세웠다.
“끄어어어!”
“기기긱.”
“개진!”
언데드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검진이 발동되었다. 창끝처럼 날카로운 오러가 검진 전체에서 휘몰아쳤다.
“진검(進劍)!”
의검대의 검진이 하나의 검처럼 언데드 군세를 내찔렀다. 백우진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의검대의 사기가 충천한 것이다.
그들은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균열에서 쏟아진 좀비와 해골들을 처리했다.
좀비와 비슷하지만, 더 강하고 빠른 구울과 호브스가 있었지만, 진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끝났어! 이겼다고!”
“다행이야.”
“휴우….”
“의검대가 이걸 해내내요.”
“하하!”
협회의 능력자들과 의검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고 있을 때였다.
빠직!
닫혀야 하는 균열이 다시 한 번 갈라지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해골이 떨어져 내렸다.
해골이었지만, 해골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는 안구, 피처럼 붉은빛의 갑옷 그리고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는 장검을 든 해골이었다.
해골과는 종족 자체가 다른 이 언데드가 바로 지옥의 기사라 불리는 데스나이트였다.
“아….”
그 압도적인 존재감과 파멸적인 사기에 데스 나이트를 앞에 둔 인간들은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후아아앙!
데스 나이트가 검을 들어 올려 가장 앞에 있었던 박혜리를 향해 내리쳤다.
“아….”
박혜리의 머릿속에 자신의 죽음이 그려졌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꿈과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죽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게 아니었다.
‘제발!’
하지만 팔과 다리는 납을 달아놓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윽!”
박혜리가 떨어져 내리는 불검을 보고 눈을 감았다.
캬앙!
거친 쇳소리에 그녀의 눈이 다시 뜨였다.
“아, 아라야!”
데스 나이트의 앞을 막은 건 항상 자신이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던 홍아라였다.
그녀는 입과 손에서 피를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으윽….”
홍아라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진의 도움으로 검을 막을 수 있었지만, 단 일검을 막은 것으로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아라가 앞에 있잖아! 혀를 깨물어서라도 움직여!”
“아라를 도와!”
“끄으윽!”
홍아라를 의검대 검사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박혜리 역시 정신을 차리고 홍아라의 앞으로 나섰다.
“다시 진을 짜! 버틸 수….”
“그륵.”
데스 나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틀자, 그의 검에서 파멸적인 화염이 솟구쳤다.
콰아아아아!
방금 공격은 애들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절망적인 화력의 불꽃이었다.
“으윽….”
“아….”
“제, 젠장!”
모두가 깨달았다. 저 불검은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으아아아!”
“이익!”
홍남기와 김우혁이 함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몸을 방패로 삼으려 할 때 누군가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콰아아아앙!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데스 나이트의 불검이 막히고,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끼기기긱!
불검을 밀어내는 검날은 수없이 봐왔던 암인검의 검날이었다.
“수고했다.”
백우진이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맡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