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변화 (3)
박혜리는 숨죽인 채 백우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불검을 저렇게 막다니….’
가로등보다 높게 솟아오른 불검이 작은 암인검에 막혀 뒤로 밀려나는 모습은 등줄기에 전율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저 검이야.’
백혜리는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이 목표로 해야 할 무인이 바로 앞에 있는 백우진이라는 것을.
콰아앙!
백우진이 데스 나이트의 거체를 힘으로 밀어내 버렸다.
암인검에 담겨 있는 폭발적인 괴력에 능력자들의 얼굴은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게 변했다.
‘이런 놈까지 나오다니.’
백우진이 암인검을 휘돌리며, 데스 나이트의 금안을 노려보았다.
-상위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다.
‘나도 알아.’
-그럼 놈들의 등급도 알고 있나?
‘등급?’
-데스 나이트에도 등급이 있다. 놈들의 등급은 세 가지로 룬, 쿤, 칸이다. 불검의 색으로 구별 할 수 있지.
흑암은 데스 나이트 손아귀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검을 가리켰다.
-룬은 저렇게 빨간 불꽃, 쿤은 파란 불꽃 그리고 칸은….
‘뭔데?’
-너처럼 검은 불꽃이다. 쿤과 칸급은 확실히 강하지.
‘그럼 저 놈은 가장 약한 룬급이라는 거네.’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내 싸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라.”
백우진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다음엔 도움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검사들에게 조언을 한 뒤 데스 나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쩌어엉!
불검과 암인검의 격돌로 땅이 뒤흔들리는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기기긱!
데스 나이트의 해골이 왼쪽으로 틀어졌다. 입이 벌어지며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웃고 있는 모습 같았다.
“웃어?”
-데스 나이트의 재료가 되는 시체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던 기사나 검사다. 너 같은 강자와 싸우니 즐겁다는 거겠지.
“뭘 좀 아는 놈이네. 하지만 봐줄 생각은 없어!”
오러를 더욱더 날카롭고 단단하게 세웠다.
쩡! 쩌정!
백우진과 데스 나이트는 패도적인 오러와 사기의 불꽃을 내뿜으며 서로의 목과 심장을 노렸다.
데스 나이트는 언데드라고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검술을 선보였지만, 백우진의 검을 뚫어낼 순 없었다.
-못해도 근위 기사쯤은 됐겠군. 검술이 예리해.
‘힘도 기교도 나쁘지 않지만 어렵진 않군.’
백우진이 데스 나이트의 사기와 불꽃을 갈라버리고, 앞으로 전진했다.
그륵!
당황한 데스 나이트가 다시 힘을 집중하려 했지만, 백우진이 더 빨랐다.
암인검을 사선으로 쳐올려 데스 나이트의 중심을 흔들었다.
크릭!
힘에서 밀린 데스 나이트가 술 취한 사람처럼 뒷걸음질 쳤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턱을 돌리기 시작했다.
콰아아!
데스 나이트는 불검을 대지에 박아넣고, 음습한 기운을 퍼뜨렸다.
골통이 부서진 해골과 살이 뜯겨진 좀비들이 데스 나이트의 기운을 받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게 다라면 실망인데.”
기이익!
“응?”
백우진이 조소를 지을 때 살아난 좀비와 해골들이 데스 나이트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놈들의 몸에서 솟구친 죽음의 기운이 데스 나이트에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잡졸을 이용해서 힘을 모으는 거다.
‘힘?’
-망자의 기운을 모아, 자신을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네 수준엔 미치지 못 할 거다.
“오랜만에 그거나 써 볼까.”
백우진이 암인검을 검집에 넣었다.
크어어어어!
데스 나이트가 포효를 터트리고 양손으로 장검을 잡았다. 웅장한 화염의 폭풍이 그의 장검에서 솟구쳤다.
“와라.”
백우진은 자세를 낮추고 검 손잡이에 오른손을 올렸다.
콰아아아아!
불검이 대기를 태우며 떨어지는 순간 백우진이 검을 뽑았다. 암인검에서 화염을 씹어 먹을 검은 기운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극한의 힘과 속도를 담은 흑왕탄과 데스 나이트의 화염 검기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쿠구구구.
대지가 갈려 나가고, 주변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능력자들은 거대한 힘의 충돌에 눈조차 뜨지 못했다.
뿌드드득!
호각이었던 균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흑왕탄의 오러는 더더욱 타올랐지만, 데스 나이트의 불꽃은 점차 꺼져가고 있었다.
찌지직!
백우진이 암인검에 예검의 기운을 둘러 화염을 갈라버린 것이다.
캬앙!
데스 나이트의 장검이 유리처럼 깨졌다.
기으윽!
데스 나이트가 당황하며 몸을 빼내려 했지만, 흑왕탄엔 아직도 폭발적인 기운이 남아 있었다.
콰아아아앙!
흑왕탄은 데스 나이트와 그 뒤에 있는 언데드 무리마저 단숨에 휩쓸었다.
대지에 거인의 발자국 같은 상흔이 생겼고, 데스 나이트를 포함한 모든 언데드들이 지워졌다.
“후….”
백우진이 탁기를 뱉어버리고, 검을 집어넣었다.
-힘을 너무 줬군.
“그런가?”
백우진이 수영장으로 써도 될 정도로 파인 구덩이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전력으로 흑왕탄을 사용했는데, 생각 이상의 위력이었다. 강해졌다는 체감이 들었다.
“음?”
백우진이 구덩이로 들어갔다.
데스 나이트가 있던 장소에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뼈?”
흙 속에 박혀 있는 건 열쇠 같은 형태를 가진 뼈였다.
처음엔 데스 나이트나 해골의 뼈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모양이 특이했다.
‘흑암. 이것 좀 감정해봐.’
-이제 정신을 놓고 사는 거냐? 그냥 뼈잖아.
‘열쇠 같지 않아?’
-쯧쯧,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다른 아이템이나 찾아. 딱 봐도 부러진 갈비뼈구먼.
흑암은 혀를 차면서도 백우진이 든 뼈를 감정해주었다.
[사자(死者)의 성 열쇠] 사자의 성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등급 : 유니크.
사용 가능 조건 : 5등급 이상 마나 보유.
“역시!”
-어? 어어?
백우진은 미소를 지었고, 흑암은 당황하며 아이템 정보를 다시 보았다.
-지, 진짜라고? 이 뼈다귀가 열쇠?
‘유니크 열쇠라니!’
-감정하지 말고 버렸어야 했는데! 으아아악!
흑암이 자신의 검날을 꼬며 버둥거렸다. 그냥 버리라고 해야 했는데 혹시나 해서 감정을 해준 게 너무도 억울했다.
‘근데 이 열쇠 말이야.’
백우진이 흑암에게 질문을 하려 할 때 그 눈앞으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좀비를 제거하셨습니다.] [처음으로 해골을 제거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데스 나이트를 제거하셨습니다.]상태창은 별 내용 없이 여러 언데드 몬스터들을 제거했다고만 나오고 있었다.
-또 뭘 퍼 줄까 봐 걱정했는데, 그냥 알림인가 보군. 휴우….
흑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새로운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수많은 언데드를 학살하셨습니다.] [특수 타이틀‘언데드 학살자’를 획득하셨습니다.]“이거 타이틀 색이….”
-부, 붉은색?
타이틀은 시뻘겋게 빛나고 있었다.
레전더리 타이틀이라는 뜻이었다.
[언데드 학살자] 수많은 언데드를 처음으로 학살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언데드를 상대할 때 공격력과 방어력이 60% 상승한다. 언데드의 상태 이상 공격에 걸리지 않는다.-내, 내 눈이 잘못됐겠지? 60%가 아니라, 6%지? 응? 맞다고 말해!
“유, 육십 퍼?”
백우진도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공격력과 방어력 60% 증가라니, 아무리 언데드라는 제한이 있어도 미쳤다고밖에 볼 수밖에 없는 능력이었다.
-유, 육십. 끄르르륵!
흑암이 정신을 잃으며 뒤로 넘어갔다. 그의 고통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 *
홍남기와 의검대 검사들은 석상처럼 서서 백우진과 데스 나이트의 전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데스 나이트의 죽음의 기운은 살이 떨릴 정도로 강해졌지만, 백우진의 기세는 그 이상으로 높고 거대했다.
특히 마지막에 데스 나이트와 언데드들을 날려버린 발검술의 위력은 파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게 도련님의 진정한 힘인가.”
홍남기가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눈앞에서 본 백우진의 전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수련할 때도 강했지만, 적 앞에선 무적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강함을 뿜어냈다.
백우진이 자신들의 주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저런 검기라니! 역시 도련님이야!”
김우혁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백우진의 무력에 큰 감동을 한 상태였다.
“근데 뭐 하시는 거지?”
홍남기와 김우혁은 구덩이에 들어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백우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도 몰라?”
그들의 옆으로 박혜리가 다가왔다.
“언데드는 제대로 죽이지 않으면 되살아나잖아. 그 불꽃 해골을 확실하게 처리했는지 확인하시는 거겠지.”
“아….”
“맞네.”
“도련님은 우리보다 한 번 더 생각하시는 분이야. 저런 점도 배워야 한다고.”
“그래. 저분에게 배워야 할 건 검술만이 아니야.”
박혜리의 생각과 다르게 백우진은 사자의 성 열쇠를 찾고 타이틀을 얻어 좋아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검대와 협회의 능력자들은 백우진이 언데드의 완전한 죽음을 확인하다고 생각하며 그의 조심성에 감탄하고 있었다.
“아라야.”
“언니? 어?”
홍아라가 벽에 기대서 안도의 한숨을 쉴 때 박혜리가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홍아라를 꼭 껴안았다.
“네 덕에 살았어. 고마워.”
박혜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항상 냉정해 보였던 그녀의 눈에 온기가 돌았다.
“맞아. 네 덕에 우리 모두가 살았어.”
“음, 화, 확실히 오늘은 좀 하더구나. 대단했다.”
홍남기만이 아니라, 칭찬하지 않는 김우혁도 어색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니에요. 저 혼자 힘으로 한 게 아니에요.”
홍아라가 진과 백우진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려 할 때 어느새 나타난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진은 계기일 뿐이었어. 데스 나이트의 검을 막다니 훌륭했다.]“아….”
백우진의 전음에 홍아라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똥폼 잡기는….
흑암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검날을 돌렸다.
* * *
아나운서와 협회의 7등급 능력자 박명준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데드들이 나타난 현상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한 번에 네 곳. 그것도 사람들이 많은 곳을 골라서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거기다 나타난 몬스터는 죽음의 기운을 퍼뜨리는 언데드였죠. 이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박명준이 미간을 좁혔다.
“그럼 누군가가 피해를 일으키기 위해 이 일을 노리고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협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차원의 존재든, 마족이든, 특별한 능력자든. 다만 그곳에 협검이 있었다는 건 그 존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협검이라는 말에 아나운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도 백우진 검사님이 싸우는 영상들을 봤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 피해를 보았을 거예요.”
“맞습니다. 저도 초인이라 불리는 7등급이지만, 협검만큼 잘 막을 자신이 없습니다. 정령을 이용해서 2곳의 균열을 막고, 직접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다니,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렇죠. 무력 이상으로 판단력이 뛰어난 분이에요.”
아나운서는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지,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저보다 한참 어린 후배지만, 이번 일로 전 그를 존경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 의검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길드가 도망쳤음에도 남아서 균열을 지켰잖아요.”
“협검을 따르는 자들이니 당연한 일이죠. 도망친 결무 길드의 능력자들은 능력자 자격을 박탈시켰고, 추가적인 징계도 있을 겁니다.”
추가적인 징계는 꽤 심했기에 박명준은 그 내용을 방송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징계라고만 표현했다.
“이어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이번 일은 현재 능력자들의 문제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혜만 바라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이기주의 말입니다. 다만 백우진 검사와 의검대같은 훌륭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박명준의 표정이 다시 진중하게 변했다.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능력자분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에 임하셨으면 합니다.”
뚝.
화면이 꺼지고, 백우진이 리모컨을 소파에 던졌다.
“내가 어떤 영향을 끼쳐서 균열이 생겼을까 생각해봤어.”
-그런데?
“죽음이야.”
-죽음?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한 이후 많은 사람을 살렸잖아. 서인아 같은 소수를 살린 건 말할 것도 없고, 가고일 던전의 브레이크를 막았고, 미노타우르스와 섬의 몬스터, 마족까지.”
-확실히 숫자가 좀 되는군.
“적게 잡아도 수백, 내가 살린 사람들의 영향력까지 생각하면 수천 이상을 살렸을 거야.”
전생에서 가고일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을 때 죽은 사람이 500이 넘었고, 미노타우르스는 말할 것도 없다.
회귀하며 수천의 사람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생에 비하면 사람들의 죽음이 줄었잖아. 그래서 그 죽음을 맞추기 위해서 이번 균열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균열을 만들어내는 쪽에 의도가 있다는 건가.
아무 증거도 없는 예측이지만, 흑암은 백우진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추측일 뿐이지만.”
백우진이 해골 열쇠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피식 웃었다.
“근데 이건 어떻게 쓰는 걸까.”
-그나마 다행이군.
“뭐가?”
-그 열쇠는 아마도 다른 차원에서 써야 하는 걸 테니까. 네놈이 그 열쇠를 쓸 일은 없을 거다.
흑암이 킥킥거리며 백우진을 비웃었다.
-예전에 구한 호랑이 반지처럼 말이지.
처음엔 유니크 열쇠에 당황했지만, 호랑이 반지처럼 쓸 수 없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사자의 성이라는 이름만 봐도 언데드가 나오는 장소라는 건 뻔하지만 그곳에 갈 수 없다면 그 칭호도 아무 소용도 없지. 크하하하!
흑암이 광소를 터트렸다.
언데드 학살자라는 칭호가 있는 백우진에게 언데드는 말 그대로 개밥일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 갈 수가 없으면 저 유니크 열쇠나 칭호는 아무 소용이 없다.
“하긴 열쇠라는 물건은 문을 열 때나 사용하는….”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자의 성 열쇠에서 검은빛이 솟구쳤다.
우우웅!
사자의 성 열쇠는 백우진의 오러를 빨아들이며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열쇠에서 뼈가 튀어나오고 나오고, 그 뼈가 이어지며 뼈로 이루어진 새하얀 문이 만들어졌다.
“문?”
-이, 이게 무슨! 왜 문이!
“문을 연다고 말해서 이렇게 된 건가?”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뼈로 이루어진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안 돼!
백우진은 열리는 문과 비명을 지르는 흑암을 보며 웃었다.
“흑암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