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만변귀의 가면
드르르륵.
카지노 딜러가 카드를 섞는 소리가 들리면서 백우진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여전히 색과 모양이 똑같은 카드들이다.
-이번에도 좋은 거 나오나 한 번 보자. 빨리 뽑아.
“아무 생각 없이 뽑을 거니까. 부담주지 마.”
카드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카드를 두 번 뽑아서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건 모르는 일 아니냐. 잘 골라 봐.
“나도 양심은 있는 놈이야. 이번엔 꽝이겠지.”
백우진은 바로 앞에 있는 카드를 뒤집었다.
파아앗!
피를 뿌린 것 같은 선명한 붉은빛이 방을 뒤덮었다.
-이런 미친!
당황한 흑암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녀석의 놀란 목소리와 반응을 보니, 좋은 걸 뽑은 게 확실했다.
“어?”
붉은빛과 함께 카드가 사라졌고, 백우진의 가슴 언저리에 회색 가면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가면?”
가면은 꼭 만들다 만 것처럼 무미건조했다. 색은 회색이었고, 눈과 입 구멍만 뚫려 있어 기괴한 느낌을 들게 했다. 공장에서 만든 미완성 가면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무슨 불꽃놀이도 아니고, 색만 화려했지. 뭐 이렇게 허무한 게 나왔냐.”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그 가면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와?
“만들다 만 싸구려처럼 생겼는데.”
-하아, 이래서 우물 안 개구리는 쯧쯧.
“입만 털지 말고, 설명을 해주시지?
-후우, 어떻게 너 같은 놈에게 저런 물건이 나오지? 양심? 넌 양심 없어. 이 자식아.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가면이길래 저런 반응을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네 눈으로 직접 봐라.
카인 제국 희대의 암살자였던 만변귀가 사용했던 가면이다. 얼굴만이 아니라, 신체나 특유의 기질, 마나의 색까지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급 : 레전더리.
착용가능 조건 : 마나 사용 가능.
특수 능력 : 만변.
“아….”
흑암이 보여준 가면의 능력은 백우진의 상상이상이었다. 능력치가 오르지는 않았지만, 변신이라는 하나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씹어 먹는다.
-이제 알겠냐? 이게 어떤 물건인지?
“정신 나갔네. 단순히 얼굴만이 아니라, 신체도 바꿀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 키를 20cm 올린다던가 하는 급격한 변화는 할 수 없을 테지만, 적당한 수치는 가능할 거다.
“거기다 기질과 마나의 색까지 바꾸다니, 이 능력이 미쳤는데?”
고수들은 단순히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질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척마저 바꿔준다는 거다.
“오러의 색까지 바꾸면 누구라도 속일 수 있겠는데.”
-맞다. 네 오러는 특별하니, 누구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라사둠의 오러는 희귀하다 못해 아예 존재하질 않는다. 오러의 색을 바꾼다면 정체를 들키지 않을 거다.
-한 번 시험해 봐라.
“그래야지.”
백우진이 앞에 떠 있는 만변귀의 가면을 얼굴에 섰다.
[변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세요.]누구로 할지 생각하다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문주영의 얼굴과 신체를 생각했다.
[기질과 마나의 색을 선택하세요.]기질은 존재감을 옅게, 마나의 색은 푸른색을 선택했다.
[완료되었습니다.]‘완료되었습니다.’란 창이 사라지며, 회색빛이 백우진의 몸을 감쌌다. 5초정도가 지난 후 백우진은 문주영과 완벽하게 똑같은 외모가 되어있었다.
“미친….”
전신 거울을 보자, 얼굴과 키, 체형만큼은 완벽한 문주영이 되어 있었다.
-백우진, 그거.
“맞아. 가장 중요하지.”
백우진이 오러를 운용했다. 평소처럼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빛의 오러가 살며시 나오고 있었다.
“허, 진짜 사기템이네.”
-어떠냐. 이래도 싸구려 가면이냐?
“아니,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것 같아.”
-태세전환은 항상 빠르군.
“오러도 변신할 때만 들어가서 오러 소모량도 적어. 미쳤는데.”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오러가 아예 비어버리면 변신이 풀릴 거다.
흑암의 말을 들어보니,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은 오러를 전부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근데 흑암. 가면의 설명에서….”
-뭐?
“카인 제국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거 내 연공법 이름이잖아. 연관 있는 거야?”
-…몰라도 된다. 어차피 거기 갈일도 없으니.
“흠….”
입 털기 좋아하는 평소와 달리 흑암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나 싶어서 딱히 캐묻지는 않았다.
-좋은 물건이 나오긴 했다만, 너는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군. 잘난 집안 아들이 정체를 숨겨서 뭐해. 도둑질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야.”
변신을 푼 백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가면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났어.”
**
다음 날 백우진이 오전 수련을 끝내자, 전준혁이 수건과 물을 건네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다.”
다른 형제들에게 집사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백우진에겐 처음 있는 일이라, 조금 어색했다.
“식사 준비를 할까요?”
“그래야지.”
“식사 종류는 어떤….”
전준혁이 식사의 종류를 물어보려고 할 때 문주영이 다가왔다.
“도련님.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뭐? 지금?”
“네. 바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본지 얼마나 됐다고 부른단 말인가.
‘아, 설마…’
-무슨 일이냐.
‘들킨 것 같네.’
백우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제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아니고서야 갑자기 부를 리가 없다.
-네 형을 패서 그런 거 아닐까?
‘그건 절대 아냐.’
백명훈을 기절시킨 일은 백천화에겐 정말 별 일이 아니다. 그 일이 부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 될 수는 없다.
-던전을 다녀온 걸 벌써 파악했다고? 어젠 추적도 없었는데…
‘아버지의 귀와 눈은 여기저기 많아. 추적 같은 건 필요 없어. 협회 본부에서 연락했을 수도 있고.’
백우진은 백천화가 자신이 던전에 다녀온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버지의 영향력과 정보력이라면 알아서 연락이 왔을 거다.
“알겠다. 바로 가지.”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씻고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괜찮아.”
씻고 깔끔한 옷을 입든, 땀으로 범벅이 된 수련복을 입든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백천화는 그런 사람이다.
“음?”
백우진은 문주영을 따라 가주전으로 가는 길에 새로운 변화를 느꼈다. 항상 자신을 못 본 척하던 가문의 검사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흐음, 무슨 바람이 분 거지?
흑암 역시 처음 보는 광경이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쟤들도 네가 던전을 갔다 왔다는 걸 아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냐. 쟤들은 백명훈을 한 번 더 쓰러뜨린 걸 들은 거겠지.’
신검백가의 검사들은 직계를 보게 되면 살짝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한다. 하지만 백우진은 전생과 현생 어떤 때도 그 인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 네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저 정도에 신경 쓸 필요 없어. 앞으로 한참 남았으니까.’
-좋은 태도다. 칭찬해주마.
‘그 칭찬 필요 없거든.’
백우진은 흑암과 대화를 하며 오연한 표정을 지었다. 검사들의 인사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시 이분은…’
백우진의 앞에서 걷는 문주영은 검사들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감정변화가 없는 백우진에게 감탄했다. 다른 사람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정한 무인을 보는 것 같았다.
“들어가시지요.”
문주영은 가주전 외문을 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준혁이랑 먼저 밥 먹고 있어.”
문주영은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올 때마다 답답하군.
‘익숙해져.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거다.’
가주전 안에 들어오자마자 공기가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백우진은 가주전의 중앙까지 걸어온 뒤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일어나라.”
동상이라도 된 듯 같은 자세를 하고 있는 백천화가 손을 들어올렸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던전에 갔더냐?”
“그렇습니다.”
백천화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당황할 줄 알았건만 당당히 대답하는 백우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실전을 경험할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받아들였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이곳에 오며 예상했던 질문 중 하나였다. 바로 준비해놓은 대답을 뱉었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게 전부냐?”
“자신의 몫은 자신이 챙겨야 하고, 믿어야 할 건 자기가 쌓아온 무력과 지식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맞다. 믿어야 할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너는 한 번의 던전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군. 훌륭하다.”
백천화의 입에서 ‘맞다.’와 ‘훌륭하다’라는 말이 나온 것을 듣게 된다면 다른 직계들은 기절할 지도 모른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던전에 들어갔을 때 보스가 있는 던전이어서….”
백우진은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은 백천화에게 말해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백천화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너는 너와 내기를 한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패력적가의 막내딸 적연화입니다.”
“그걸 알면서 내기를 한 것이냐?”
“그래서 내기를 한 겁니다. 적가에게 신검백가가 어떤 가문인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큭큭….”
백천화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백우진의 대답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는 뜻이다.
‘역시 이게 답이었군.’
사실 백우진은 적가나 적연화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가 말한 건 전부 백천화의 믿음을 사기 위한 거짓 대답이었다.
“그럼 백가가 아니라고 속인 이유는 무엇이냐.”
“속인 적 없습니다. 알아서 착각을 했을 뿐입니다. 나중에 제가 백가의 직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더 분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크큭, 크하하하! 걸작이군. 아주 걸작이야!”
백천화는 박수까지 치며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가 저렇게 웃는 모습은 전생 현생을 포함해서 처음 보았다.
‘이거 난 놈이군.’
백천화가 백우진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움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최근 적가가 세력을 확장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는데, 어제 자신의 막내아들이 적가의 막내딸에게 한 방 먹이면서 상황이 아예 바뀌어버렸다.
쉬쉬하고 있지만 이 소문은 금방 퍼져나갈 것이다.
“하나 만 더 묻지. 네 형은 왜 쓰러뜨린 거냐.”
예상외의 질문이었지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아니, 이 질문 덕분에 백천화에게 더 큰 점수를 딸 수 있을 거다.
“형님을 처음 쓰러뜨렸을 땐 방심을 유도했었습니다. 정당하게 이긴 게 아니죠. 저도 오러 사용자가 되었으니, 정면에서 쓰러뜨리고 싶었습니다.”
“허….”
백천화의 입에서 조용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동생에게 겁을 먹은 멍청이 백명훈과 달리 백우진은 자신이 뭘 해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무능력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건만, 백우진은 백천화의 생각 이상으로 빛을 낼 수 있는 원석이었다.
“좋다. 너도 오러를 발현했으니, 앞으로 대연무장의 수련에 참여하도록 해라.”
오러 능력자가 된 검사는 대 연무장에서 검술 수련을 받고, 강의실에서 이론 수업을 받게 된다.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알겠….”
백우진이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 할 때였다.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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