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사자의 성
“역시 흑암이야.”
백우진이 열리는 문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열쇠를 쓸 일이 없을 거 같아서 네 인벤토리에 넣어두려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됐네.”
열쇠란 건 문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사자의 성으로 가는 문을 찾을 때까지 열쇠를 넣어두려 했건만 흑암과 대화를 나눈 덕분에 문이 알아서 열려버렸다.
“다 네 덕분이다. 진짜 고마워.”
백우진이 흑암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흑암이 자신을 놀리지 않았다면 문을 연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 테고, 저 문은 평생 열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흑암에게 고마웠다.
-닥쳐! 놀리는 거냐!
흑암은 진동이 온 핸드폰처럼 검날을 떨었다.
만약 얼굴이 보였다면 그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거다.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야. 네가 열쇠나 문 이야기로 날 놀리지 않았다면 저 문이 열릴 일은 평생 없었을걸.”
-끄으윽….
“그러고 보니 네가 입만 열면 좋은 일이 터지네. 앞으로 말 좀 많이 해줘. 다 들어 줄 테니까.”
-이런 얌생이 놈! 넌 못 들어간다!
분노를 참지 못한 흑암이 자신의 검날로 뼈로 이루어진 문을 베어버리려 했지만, 당연히 아무런 흔적도 생기지 않았다.
-몸만, 내 몸만 있었다면!
“그만하고 나와 봐.”
백우진은 난동을 부리는 흑암을 뒤로 보내고, 백골로 세워진 문 앞에 섰다.
“안이 보이진 않네.”
문의 안쪽은 검은빛으로 일렁거리고 있어서 내부가 보이진 않았다.
다만 언데드들에게서 느껴졌던 죽음의 기운이 문 전체에서 흐르고 있었다.
치이잉.
백우진은 수련용 검을 꺼내서 문에 집어넣었다가 뺐다. 검에 특별한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스으윽.
백골 문에 왼손을 넣어보았다. 피부가 커튼을 스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별문제는 없네.”
-그래도 준비는 하고 들어가라. 이 얌생이 놈아.
흑암은 분노하는 와중에도 백우진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생각해줘서 고맙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백우진.
나이 : 17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13개.
등급 : 6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 연공법(5단계), 라사둠의 오러(염익), 초집중(3단계), 흑왕탄(3단계), 무령참(2단계), 비뢰섬(3단계),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3단계), 관일극(2단계), 낙성위화(2단계), 천독불침, 겁화검형(1단계), 검선지체(1단계), 명경지수, 흐름을 보는 눈, 광호섬(1단계).
신체 : 63/100 (상급) (+22)
검술 : 63/100 (상급) (+99)
마나 : 62/100 (상급) (+57)
오성 : 62/100 (상급) (+7)
체력 : 62/100 (상급) (+48)
정신력 : 72/100 (상급) (+43)
포인트 : 2900포인트.
“검술하고 마나, 체력이면 되겠지?”
-그게 최선이겠지.
백우진은 2400포인트를 이용해서 검술, 마나, 체력을 1씩 상승시켰다.
“전에 네 인벤토리에 넣어둔 최상급 포션 몇 개나 남았어?
-쓸 일이 없으니, 99개 그대로 있다.
“그럼 됐네. 그거 전부 신성이 들어간 거니까.”
흑암의 인벤토리에 넣어둔 최상급 포션엔 신성의 기운이 담겨 있다.
언데드에게 입은 부상에 사용하든, 언데드에게 직접 뿌리든 저 안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유사시엔 이것도 있으니까.”
백우진이 왼손의 팔찌를 돌렸다. 시르콘의 성령 팔찌의 힘은 마족만이 아니라, 언데드에게도 통할 테니, 이미 준비는 만반이었다.
-쯧, 하필 언데드라니….
흑암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문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으로 보나, 이름으로 보나 저곳은 언데드들이 넘치는 장소가 분명했다.
‘언데드 학살자’ 칭호가 있는 백우진에게 사자의 성은 애들 놀이터와 별다를 게 없을 거다.
“들어가자.”
백우진은 흑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넘었다.
얇고 부드러운 천이 전신을 스치는 감각과 함께 새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여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흑암까지 사라져 있었다.
“흑암!”
흑암을 불러보았지만, 대답도 들리지 않았고, 녀석의 기운을 찾을 수도 없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이 공간에선 백골 문에서 느꼈던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어?”
백우진이 주변을 돌아보려 할 때 공간이 출렁였다.
눈앞의 공간이 커튼처럼 흐느적거리며 긴 머리를 가진 여성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여자?”
여성에게 다가가려 하자, 실루엣이 어두워지며 자동으로 눈이 감겼다.
“헉!”
다시 눈을 뜨자, 코앞까지 다가온 흑암이 보였다.
-이제 정신을 차린 거냐?
흑암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두드렸다.
“하얀 공간은? 여자는?”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
“어?”
백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실루엣의 여자만이 아니라, 새하얀 공간 자체가 없어졌다.
“무슨!”
백우진의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전혀 다른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땅은 저주를 받은 것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고, 나무는 비쩍 말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고성은 갈색과 검은색으로 지어져 지독할 정도의 음울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외에 공간은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나갈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너 못 봤어?”
-계속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하얀 공간에 있던 여자 말이야.”
-하얀 공간? 여자? 정말 미쳤냐?
“문을 넘었을 때….”
백우진은 흑암에게 봤던 것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음, 난 못 봤다. 문을 넘자마자 이 지저분한 장소였고, 넌 넋 놓으며 저 성을 보고 있었지.
“정말?”
-내가 거짓말해서 뭐하겠냐. 피곤해서 꿈이라도 꾼 거 아니냐?
“다시 시험해보고 싶은데….”
-미안하다만 백골로 만들어진 문은 닫혔다. 저 성을 정복해야 다시 문이 열리겠지. 네 할 일부터 해라.
“알겠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저 성을 정복하는 일이다.
“가자.”
백우진은 흑암을 툭 건드리며 사자의 성으로 들어갔다. 흑암은 콧방귀를 끼며 그 뒤를 따라갔다.
“전체적으로 음울하네.”
성 내부는 공기 이상으로 죽음의 기운이 퍼져 있었다. 호흡만 해도 폐에 사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성 전체가 죽음의 기운으로 덮여 있어서 그렇다. 그야말로 언데드들의 소굴이군.
“이 정도면 데스 나이트 쿤급은 있겠지?”
-그거야 모르지. 리치 같은 마법사형 언데드가 있을 수도 있다.
“리치? 그것도 괜찮겠네.”
백우진은 입구부터 이어진 레드카펫을 밟으며 1층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기기긱!”
“으으….”
레드카펫이 깔린 입구를 넘자마자, 바닥에서 해골과 좀비들이 솟아올랐다.
“환영식이 초라하고도 진부하네.”
백우진이 암인검의 검집으로 가장 앞에 있던 해골을 골통을 부쉈다.
빠사삭!
검집에 머리를 맞은 해골은 전신의 뼈가 바스러져 흰색 가루로 변해버렸다.
-허?
“별로 힘 안 줬는데?”
오러도 넣지 않고, 그저 검집을 휘둘렀을 뿐인데 해골은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촤아아악!
다가온 좀비를 향해 가볍게 검을 그었다. 좀비의 몸 절반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뭔 위력이….
“칭호 덕분인가?”
백우진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미소 지었다. 힘을 뺀 공격이건만 칭호 덕분에 상상 이상의 파괴력이 터지고 있었다.
-역시 사기 중에 개사기 칭호야. 쯧.
“내 칭호지만 동의.”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60% 증가한다는 건 그저 대단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언데드 학살자’ 칭호가 있다면 상대가 어떤 언데드라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콰아앙!
백우진은 검을 세 번 휘두르는 것으로 언데드 수십 마리를 쓸어버렸다.
치이이익!
언데드들이 녹아내리고, 그들이 있던 장소에 푸른색 돌이 나타났다.
“이게 뭐지?”
-마나석이잖아!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흑암이 깜짝 놀라서 백우진 옆으로 날아왔다.
“마나석?”
-내가 있던 대륙에서 구할 수 있는 광석이다. 너희 세계의 마석과 비슷하게 마나가 담긴 돌이지. 웬만한 마석보다 순수하고 많은 양의 마나가 담겨 있을 거다.
“흐음….”
백우진이 마나석을 쥐고, 그 안에 담긴 마나의 기운을 읽었다.
“정말이네. 크기에 비해 양도 많고, 마나도 짙어.”
흑암의 말대로 마나석은 같은 크기 마석보다 더 크고 순수한 마나가 스며들어 있었다.
“비싸게 팔리겠는데.”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마나석을 챙겼다.
마나석들을 경매에 내놓는다면 희소성이 더해져서 비싼 가격을 받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마나석이 나온다는 건 여기가 네가 있던 대륙과 관계있는 장소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럼 그것도 조사해보면 되겠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소가 흑암의 차원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몇 가지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2층으로 가는 길을 찾자.”
백우진은 마나석을 모두 챙긴 뒤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르륵!”
“끄어어어!”
복도를 걷는 와중에 좀비와 해골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백우진은 언데드들을 먼지처럼 쓸어버리며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냈다.
“길이 어렵진 않네.”
-몬스터를 처리하면 알아서 도착할 수 있게 되어 있군.
“2층은 뭐가 나올까.”
기대감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그그극.
계단을 넘어 2층을 밟는 순간 바닥이 갈라지며 언데드들이 일어났다.
“기기긱!”
“카아아아….”
“구울하고, 해골 특수병인가?”
2층에서 올라오는 언데드는 좀비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훨씬 빠르고 시독을 가진 구울과 특수 무기를 갖춘 해골 병사들이었다.
“여기도 빠르게 치우자.”
1층보다 강한 언데드였지만, 오러 조차 두르지 않은 암인검을 견디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백우진은 10분이 채 걸리기도 전에 3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3층의 기운이 더 강하네. 위로 갈수록 강한 언데드가 나오는 방식인가 봐.”
-대신 몬스터의 숫자는 줄어든다. 1층에 비해 2층의 몬스터가 반 정도 줄었어.
“그게 덜 귀찮지. 지금부터 속도를 낼게.”
-지금도 꽤 빠르다만….
백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안광을 예리하게 빛냈다.
“언데드 학살자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속도를 보여줄게.”
* * *
“이, 이런 미친….”
사자의 성의 총 관리를 맡은 리치 페스가 이를 딱딱 부딪쳤다.
“이게 말이 돼?”
페스는 오랜만에 발생한 침입자가 반가워서 그가 입구에 들어왔을 때부터 관찰을 시작했다.
어린 인간이 홀로 왔기 때문에 금방 죽어서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정착 걱정해야 할 건 그게 아니었다.
“저거 인간 맞아?”
어린 인간은 오러 조차 두르지 않은 검으로 3층의 언데드들을 가볍게 파괴했고, 4층에선 고작 3등급 수준의 오러로 스펙터와 고스트를 찢어발겼다.
5층의 네임드 언데드들 마저 인간의 검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곤죽이 되어버렸으니 기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입구부터 육층까지 하,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어….”
저 미친 인간이 입구에서부터 6층에 도착한 시간은 50분 정도에 불과했다.
이 성의 진정한 주인이 있을 때도 저런 속도와 여유로 6층에 도달했던 종족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파티단위도 오던 놈들과 달리 저 인간은 단 한 명이었다. 혼자서 이 성을 깨부수고 있는 것이다.
“저놈이라면 6층도 돌파하겠지.”
페스는 인간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놈이 실력을 드러낸다면 6층에 있는 특별한 언데드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르륵!
페스가 로브를 펼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아귀에서 검은 마력이 타올랐다.
“오랜만에 용골을 꺼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