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사자의 성 (2)
6층에 도착한 백우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언데드 세 마리를 보고 빙긋 웃었다.
“저 놈들은 나도 잘 알지.”
-듀라한이로군.
살점이 붙은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왼손에 자신의 머리를 들고 있는 상급 언데드 듀라한이 귀화를 태우며 백우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듀라한이 사용하는 최고의 공격은 돌진이다. 빠르고 강력하니 주의해야 할 거다.
“머리가 약점 맞지?”
-약점은 맞지만 놈들의 가장 단단한 부위도 머리다. 보통은 다른 곳을 노린다.
“머리가 제일 단단하단 말이지.”
백우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듀라한에게 달려들었다. 듀라한이 반응하기 놈의 머리에 발검술을 날렸다.
퍼엉!
흑왕탄이 아니라, 5등급 수준의 오러를 두른 발검술이건만, 그 단단하다는 듀라한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그어어….”
머리가 터진 듀라한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재로 변해 사라졌다.
“크어어어!”
“크아아!”
양옆에 있던 듀라한들이 백우진에게 돌진을 준비하는 순간 암인검이 선회하며 두 번의 빛을 내뿜었다.
촤아악!
빛살처럼 날아간 두 개의 검기에 듀라한들은 발을 굴러보지도 못하고, 머리가 터져나갔다.
“크으으….”
“크윽….”
두 듀라한 역시 재로 변해 바닥에 녹아내렸다.
“6층이 듀라한이면 7층은 데스 나이트겠네?”
백우진은 듀라한 세 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하고도 덤덤한 표정이었다.
“다음 층으로 가자.”
-언데드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칭호가 사기가 되어가는구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많은 오러를 썼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백우진은 5등급 수준의 오러만으로 듀라한의 머리를 깨부쉈다.
5등급 능력자도 듀라한을 잡을 수는 있지만 5등급 오러로 듀라한의 머리를 깨부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행운의 화신 놈만 가능했다.
“이건 또 뭐야.”
불도저처럼 전진하던 백우진의 걸음이 7층 계단 앞에서 멈췄다.
“뼈?”
7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이 황금색 뼈로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두꺼운 뼈는 세밀하게 교차되어 있어서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했다. 뼈로 이루어진 벽을 세워놓은 것 같았다.
-통로를 막아 놓은 건가? 돌아가라고?
“그럴 수는 없지.”
백우진이 세로 베기를 사용해서 뼈의 벽을 내리쳤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진동이 일어났지만, 황금의 뼈엔 흠집 하나 가지 않았다.
-단단하군. 일반 뼈가 아니다.
“여기부터 진짜라는 건가?”
뼈의 벽이 파괴되지 않았건만 백우진은 웃었다. 이제야 이 성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이것도 견디나 보자고.”
백우진이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검에 태산 같은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
쿠구구궁!
성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에 천장까지 솟아 있던 뼈의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툭.
탑에 올릴 마지막 조각을 들고 있던 새하얀 손가락이 부르르 떨렸다.
“….”
비어있는 안구에 새파란 불꽃을 피워내는 이 리치가 바로 사자의 성의 현 주인인 카르덴이었다.
“페스!”
카르덴의 부름에 문이 열리고, 성의 총 관리자 페스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치,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쯧, 그렇게 깊게 박아 넣었는데 열쇠를 찾은 건가?”
카르덴은 짜증을 내며 혀를 찼다.
사자의 성에 오는 놈들이 귀찮아서 깊은 곳에 숨겨놨건만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왜 처리를 안 하고 놔두는 거지? 이 난리는 뭐야!”
“그, 그게….”
“답답하게 굴지 말고, 빨리 말해.”
“치, 칠층까지 올라오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괴물 그 자체입니다.”
“어디 제국의 기사단이나, 영웅 파티라도 온 거냐?”
“아닙니다. 한 명입니다.”
“뭐? 한 명?”
한 명이라는 말에 카르덴의 안구 속 불꽃이 터질 것처럼 타올랐다.
“저, 정말 한 명입니다. 그 놈이 6층의 용골을 깨고 7층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바, 방금 진동이 그 놈이 용골을 깬 소리였습니다.”
“미친!”
카르덴이 기겁을 하며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7층 계단을 막는 용골은 자신의 주인이 넘겨준 드래곤 본이다.
단순히 단단한 것만이 아니라, 황금의 뼈가 창과 칼로 변해 반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침입자들 대부분이 용골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용골이 이렇게 쉽고 빠르게 부서졌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허억!”
수정 구슬을 본 카르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드래곤 본이 아예 가루가 되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 어찌….”
“그 놈은 요, 용골의 방어능력이 발동하기도 전에 부숴버렸습니다.”
“이 놈 맞아? 이 어린놈이 용골을 부쉈다고?”
“그렇습니다.”
“이게 무슨….”
얼굴이 좀 특이했지만, 가진 외모만 봐도 놈이 어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놈이 용골을 부수고, 1시간 만에 7층에 도달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데스 나이트를 준비해!”
“이미 7층에 배치했습니다. 그, 그런데 데스 나이트도 당한다면….”
“8층에 뭐가 있는지 벌써 잊은 게냐?”
“아!”
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7층의 데스 나이트가 뚫리더라도 8층은 절대로 통과할 수 없다.
“8층은 인간인 이상 뚫을 수 없다.”
8층엔 어떠한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을 빠져나와 9층에 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 있는 건 9클래스의 저주니까.”
8층에 설치된 마법진은 자신이 수십 년간 설치해 놓은 저주 마법 사신의 초대다.
사신의 초대에 걸리게 되면 텅 빈 공간이 인간의 정신과 생기를 빨아먹는 죽음의 늪으로 바뀐다.
저주에 걸린 인간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어 미라처럼 변하게 된다.
“데스 나이트에게 죽는 게 훨씬 편하게 느껴질 거다. 허억!”
카르덴이 수정 구슬을 떨어뜨렸다. 그는 넋이 나간 듯 떨어진 수정 구슬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말도 안 돼….”
카르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수정 구슬을 다시 보았다. 하지만 좀 전에 봤던 광경은 변하질 않았다.
“데, 데스 나이트가 파괴됐다.”
“예? 그게 무슨….”
“데스 나이트가 전부 죽었다고! 이 자식 뭐야!”
카르덴의 턱뼈가 바르르 떨렸다.
침입자는 데스 나이트 2기를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파괴했다. 믿기지가 않는 속도였다.
빠드득
카르덴이 부러져라 이를 갈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주의 발동을 준비해!”
**
“쯧.”
백우진은 무너져 내리는 데스 나이트의 시체를 보고 혀를 찼다.
“기대했는데 룬급이었네.”
7층에 나타난 데스 나이트 2마리를 보고 큰 기대를 했지만, 놈들의 불은 붉은색이었다.
실제 검을 맞대보니, 균열에서 나온 놈보다도 못한 수준의 데스 나이트였다.
놈들은 겁화를 소환한 관일극 1초를 버티지 못하고 둘 다 재로 변해 사라졌다.
-말했잖아. 네놈이 너무 강해졌다고. 특히 그 칭호는 악마나 다름없다.
“흐음….”
-이 위에 칸급의 데스나이트나 아크 리치 정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네 검을 버틸 수 있는 놈은 건 아무 것도 없을 거다.
“그럼 그 둘이 있기를 바라야겠네.”
백우진은 기대감을 가지고 8층의 계단을 올라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8층은 텅텅 비어 있었다.
“비었는데?”
-마지막 층으로 가는 계단이 바로 보이는군.
흑암의 말대로 9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냥 걸어가면 바로 9층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8층에 보이는 언데드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함정이 있을 지도 모른다. 주의해라.
“그래.”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파아앗!
백우진이 8층에 한 발을 들인 순간 바닥 전체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바닥이 늪지처럼 가라앉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음….”
백우진이 다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발이 빠지지 않았다.
“다리가 안 움직이는데.”
-진짜가 아니다. 환상이다! 정신 차려!
바닥이 먹물처럼 검은 늪으로 변해갔다. 늪 속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쳐 백우진을 덮었다.
-이 자식아! 내가 함정이라고 했잖아!
“괜찮아.”
-괜찮기는 무슨!
“정말 괜찮아. 기다려봐.”
검은 늪에 담긴 죽음의 기운은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했지만 백우진은 여유롭게 눈을 감고 있었다.
-백우진!
검은 기운이 그의 전신을 감싸기 직전 청아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띵!
[타이틀‘언데드 학살자’가 저주마법 ‘사신의 초대’를 무효화했습니다.]홀로그램 창이 저주를 해제했다고 나옴과 동시에 백우진을 감싸던 죽음의 기운과 검은 늪이 사라졌다.
-이, 이게 뭐야? 저주는 알겠는데 그게 왜 풀리는 거야? 여기서 언데드 학살자가 왜 나와?
“너 몰랐어?”
-뭘?
“기절해서 제대로 못 봤냐? 언데드 학살자의 옵션은 공격력과 방어력증가만이 아니야.”
-어엉?
“아래까지 제대로 봐.”
백우진이 언데드 학살자의 옵션을 다시 보여주었다.
-어, 언데드가 사용하는 상태이상 공격에 걸리지 않는다고?
“나한테는 언데드가 사용하는 저주나 혼란, 정신지배 같은 흑마법이 듣지 않는 다는 말이지.”
-그래서 괜찮다고 한 거냐?
“그래.”
-이게 말이야 방구야! 끄어억!
흑암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리치가 사용하는 공격마법의 상당수가 저주나 혼란, 지배 같은 정신계열 공격이다.
그런 마법과 저주들을 타이틀 하나로 무시해버리다니, 이게 정말 인간의 운인가 싶었다.
공격력, 방어력 60% 증가보다, 저 상태이상 무효화가 더 사기 같이 느껴졌다.
“8층은 이게 전부인가 보네.”
백우진이 8층 이곳저곳을 밟아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이 성의 주인은 8층의 저주만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층으로 가자.”
-너나 가라. 난 힘이 빠져서 못 움직이겠다.
“같이 가야지.”
백우진은 종이처럼 너풀거리는 흑암을 잡고, 마지막 층의 계단을 올랐다.
**
“됐다. 발동됐어.”
카르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그 망할 인간이 8층에 올라오기 전에 저주의 발동을 완성했다.
이제 안심할 수 있었다. 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죽음의 늪지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될 것이다.
“이제 끝이군요.”
“넌 돌아가서 뒷정리를…허억!”
카르덴의 턱관절이 쩌억 벌어졌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의자 뒤로 자빠졌다.
“왜 그러십니까?”
“저, 저 놈 뭐야! 정말 인간 맞아?”
사신의 초대에 걸려 꼼짝도 못해야 하는 침입자 놈이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죽음으로 덮어져야 할 놈의 눈동자는 푸른 하늘을 보는 것처럼 맑았다.
“내가 정말 꿈이라도 꾸는 건가?”
사신의 초대는 8클래스 마법이지만, 자신의 주인이 준 아이템과 설치해놓은 마법진 덕분에 9클래스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전설의 성자나 성녀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어야 하건만, 신성도 없는 인간이 사신의 초대를 통과하는 건 자신의 이해를 벗어나 있었다.
“오, 온다!”
뭔지 모른 침입자 놈이 팔층을 넘어 구층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예?”
“놈이 사신의 초대를 뚫었어. 여기 들이 닥칠 거라고!”
“헉! 제,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다른 마법을 준비하십시오!”
콰아앙!
페스가 문밖으로 나가려 할 때 문이 터져나갔다.
“꾸엑!”
페스는 터져나가는 문에 휩쓸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으….”
어처구니없는 광경이었지만, 카르덴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만일 인간이었다면 전신이 식은땀으로 젖었을 거다.
“여기가 마지막 층인가?”
먼지가 가시며 침입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정 구슬로 봤을 때보다 더 어려보이는 인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인간이 맞아. 그런데 어떻게….”
드래곤이나 다른 차원의 마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었다. 앞의 남자는 광활한 생기를 지닌 인간이었다.
“네놈은 뭐냐! 인간 따위가 어떻게 9클래스 저주를 이겨낸 거냐고!”
카르덴이 비명을 지르며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리치가 된 이후 처음으로 꿈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뭐긴 뭐야.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모자라서 레전더리 칭호를 쳐 먹는 운빨의 화신님이지. 아, 말하니까 또 열 받네.
흑암이 악에 받힌 것처럼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