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사자의 성 (4)
“이게 네 혼의 비늘인가?”
유리병 내부엔 어류의 비늘을 확대해놓은 것 같은 붉은 비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 아니다! 그건 내 부하의….]“그러면 여기에 네가 아니라, 네 부하의 혼이 떠 있었겠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아아….]카르덴은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게 저놈의 영혼을 담고 있는 혼의 비늘이다.
“비늘에 혼을 넣다니, 이상한 놈들이네.”
-그 붉은 비늘이 특별한 물건이라 들었다. 거대한 혼이라고 해도 넣을 수 있다더군.
“흠….”
백우진은 손가락으로 유리병을 톡톡 두드렸다.
[컥! 크흑!]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영체 상태인 카르덴이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렸다.
“몸을 깨부숴도 비명 하나 없더니, 정말 혼이 담기긴 했나 보네.”
-그건 네가 저놈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육체를 부숴서 그런 거고.
“그런가?”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드럼을 치듯 리듬을 타며 유리병을 두드렸다.
[엑! 켁! 끅!]카르덴은 수백 년 만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을 느꼈다.
고통에 대한 면역이 떨어졌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그만해!]“그만해? 그게 아니지.”
백우진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병을 공중에 던졌다가 받았다.
[뭐 하는 거냐!]카르덴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유리병이 공중에 뜰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름은?”
[….]“귀찮은데 이거 그냥 깨버릴까?”
[카, 카르덴! 카르덴이다!]카르덴이 다급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하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카르덴이다? 너 아직도 네 상황이 어떤지 파악 못 하는 건가?”
[카르덴 입니다….]“더 크게.”
[카르덴 입니다!]카르덴은 울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영체 상태임에도 그가 떨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고 있었다.
-이게 양아치랑 뭐가 다르냐? 넌 진짜….
흑암은 대단하다는 뒷말을 삼켰다.
협박을 할 수 있거나, 상대를 이용할 수단이 생기면 이 녀석은 정말 양아치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 성은 뭐지?”
[예?]“이 성의 목적이 뭐냐고. 대체 뭐를 위해서 존재하는 거야.”
[아, 그게….]“뚜껑 좀 열어볼까나?”
[사, 사실 이 성은 제 것이 아닙니다!]백우진이 유리병의 뚜껑을 열려는 순간 카르덴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다.
“주인?”
[그렇습니다.]“혹시 빅터라는 이름이야?”
백우진은 조금 전에 얻었던 아이템들의 이름에 빅터가 붙어 있던 것이 생각났다.
[아닙니다. 그 이름은 그분의 이전 유희의….]“유희?”
-아! 생각났다!
흑암이 백우진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빠르게 두드렸다.
-빅터가 그놈이었어!
‘네 세계에 있던 사람이야?’
-그 이름을 쓸 때 만난 적이 없지만, 누군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놈은 사람이 아니야.
‘뭐?’
-드래곤이다.
“드래곤?”
[허억!]백우진의 중얼거림에 카르덴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자신의 주인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밝히려 할 때에 앞의 인간이 그 이름을 먼저 말해버렸으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기억이나, 마음을 읽는 건가?’
저주에도 면역이고, 마법에도 저항이 있으며, 검술도 뛰어나다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헉!’
카르덴은 백우진의 예리한 눈을 보는 순간, 그가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 생각도 조심해야겠어.’
속으로 욕을 하던 카르덴은 마음을 닫고, 머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야.”
[옙!]카르덴은 백우진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우렁찬 대답을 내뱉었다.
“드래곤이 왜 여길 만든 거야?”
[이 성은 유희를 위해 만든 성입니다.]“뭔 유희를 하려고, 이런 커다란 성을 만들어?”
[언데드의 왕입니다.]“어엉?”
[요, 용사 파티나, 기사단, 마법사들의 침략을 방어하는 언데드의 왕이란 컨셉을 위해 만들었습니다.]자신이 말하면서도 창피한지 카르덴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네 주인이라는 드래곤의 이름은?”
[세르빅 마르카렉터입니다.]-역시, 그놈이야. 어이없겠지만, 저 해골의 말이 맞을 거다.
흑암이 카르덴의 말에 동의했다.
‘넌 어떻게 알아본 거야?’
-세르빅과 만난 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도마뱀 놈은 자신의 진명을 이용해서 유희용 이름을 짓는다. 진명에 빅과 터가 들어가 있잖아.
‘아!’
-그놈은 특이한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으로 유명했다. 나와 만났을 때도 이상한 영웅놀이를 했지. 이 사자의 성은 그보다도 전에 만들었던 모양이군.
“특이한 유희들이라.”
[허억!]카르덴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백우진이 믿지 못할까 봐 자신의 주인이 행했던 특이한 유희들을 말해주려 했는데, 또 그가 먼저 특이한 유희라고 말을 해버렸다.
‘역시 이 인간은 마음을 읽어!’
카르덴은 백우진이 자신의 생각을 읽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근데 왜 네가 이 성을 맡은 거지?”
[그, 그게 질려서 떠나셨습니다.]“질려?”
[주인님이 여기 계실 때는 저와 페스가 7층에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았죠. 여러 강자가 왔지만, 8층에 있는 칸급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뚫고 주인님께 도착하는 종족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아, 그러면….”
[예. 주인님은 재미없다고 하시면서 제게 혼의 비늘을 돌려주고 떠나셨습니다.]카르덴은 옛 생각이 나는지 허공을 올려보았다.
‘그래도 혼의 비늘을 돌려주었다니, 꽤 착하네.’
-그게 아니다. 그놈은 저 리치를 이 성에 묶어버렸을 거다.
‘뭐?’
-드래곤은 그리 착한 종족이 아니야. 자신의 흥미 외엔 관심이 없다. 이 성의 변화를 알았어도 오지 않을 거다.
‘흠….’
백우진이 카르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이 성을 못 벗어나는 거냐?”
[그, 그렇습니다.]“그럼 대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네?”
[이곳은 대륙과 완전 별개의 공간입니다. 외부의 소식은 전혀 알 수 없죠. 저희는 천 년 가까이 이 성안에서만 살고 있었습니다.]“그럼 내가 여기 온 열쇠는?”
[주인님이 한참 전에 뿌려놓은 걸 겁니다.]“그랬군.”
카르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백우진이 정리를 끝냈다.
‘결국, 여긴 드래곤의 유희용 공간이었다고, 이 언데드들은 그 드래곤에게 버림받은 거네. 열쇠는 그 드래곤이 옛날에 뿌렸던 거고.’
-왜 도마뱀한테 놀아난 거 같아서 열 받냐?
‘그럴 리가. 지금 굉장히 기분 좋아.’
-엉?
‘레전더리 장갑에 유니크 영약을 구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백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카르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템 좀 뱉어봐.”
[예?]-허! 이게 무슨….
“네 주인이 남긴 아이템 좀 가져오라고.”
백우진은 카르덴의 상전이라도 된 것처럼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게 양아치랑 뭐가 달라! 인마!
* * *
“한 개가 정말 다야?”
[그, 그렇습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속이겠습니까.]카르덴이 영체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끄덕였다.
“쯧.”
백우진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장비템은 딱히 쓸 만한 게 없었고, 유니크 단환 한 개와 마나석들만 남아 있었다.
-그 정도면 됐지. 뭘 더 챙기려고 하는 거냐. 이 양아치야!
‘아쉽잖아.’
이 영약은 특성이나 검로의 등급을 올려줄 테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당연했다.
‘한 번 먹어볼까.’
백우진은 황색 영약을 한입에 꿀떡 삼켰다.
단환은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열기를 가진 액체처럼 녹아내려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전능자 빅터의 단환을 흡수하셨습니다.] [등급이 오를 특성이 임의로 선택됩니다.] [광호섬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 [광호섬의 발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광호섬의 마비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진짜 올랐어!’
상태창을 본 백우진이 쾌재를 불렀다.
혹시나 했지만, 이 단환의 효과는 진짜였다.
-가뜩이나 잘 처먹는 놈에게 이런 물건이 떨어지다니….
‘이런 과식은 얼마든지 환영이지.’
“카르덴.”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카르덴을 불렀다.
[예!]“이 단환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
[주인님만 알고 계십니다. 재료도 특별해서 만들기는 힘들 겁니다.]“쩝.”
백우진이 아쉬움을 담은 입맛을 다시고, 두 번째 단환을 삼켰다.
[초집중이 4단계로 상승합니다.] [초집중 발동 시 적의 움직임이 더 느리게 보입니다.] [초집중 발동 시 모든 능력치가 3% 증가합니다.] [초집중의 오러 소모량이 증가합니다.]“터졌다!”
홀로그램 창을 본 백우진이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초집중은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뛰어난 특성에 모든 능력치가 추가된다니, 엄청난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오러 소모가 커진다고 해도 이건 초대박이지.’
-끄응, 3%라니! 뭐 이런 능력이 생겨! 개똥같은 세상!
‘아, 행복하네.’
-시꺼. 다 챙겼으면 빨리 가자. 여기 있기 싫으니까.
“흠….”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카르덴을 보고 있었다.
“야.”
[예.]“여기로 올 수 있는 열쇠 있지?”
[그, 그게….]“빨리 말해.”
[있습니다! 사, 사실 제가 만들 수도 있습니다.]카르덴은 백우진의 잔잔한 눈빛을 바라보고 사실을 밝혔다.
‘이 인간은 속일 수가 없으니까.’
카르덴은 백우진이 속마음을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좋네. 내놔봐.”
[예?]“열쇠 달라고.”
백우진은 열쇠를 맡겨놓은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아, 알겠습니다!]카르덴은 창고를 뒤져서 2개의 열쇠를 백우진에게 건네주었다.
[근데 여기서 볼일은 다 보신 거 아닌가요? 더 이상 나올 게 없습니다.]-그래. 왜 안 나가려는 거냐? 삥도 뜯고, 할 거 다 했잖아.
“아니, 아직 아니야.”
백우진을 고개를 젓고, 카르덴을 쳐다보았다.
“1층에서 3층 정도에 있는 하급 언데드들은 금방 부활시킬 수 있지?”
[예? 그렇습니다.]“그럼 준비해놔.”
-얌생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글쎄.”
백우진은 그저 웃었다.
* * *
“발검!”
홍남기의 지시에 앞에 자리를 잡은 6명의 의검대가 발검술을 사용했다.
촤아아악!
그들의 검에서 시퍼런 검기가 흘러나와 구울 5마리를 동시에 베어버렸다.
“전환!”
후방의 6명을 제외한 12명의 검사가 차례로 자리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구울을 공격했다.
“후방에 해골 돌격병 3마리입니다!”
“박혜리! 홍아라!”
“알겠어!”
박혜리와 홍아라가 후방으로 몸을 돌렸다.
쩡! 쩌엉!
두 검사는 검에 강렬한 회전을 걸어 해골 돌격병 세 마리의 돌진을 막아냈다.
기긱.
해골 돌격병이 다시 무기를 휘두르려 할 때 뒤에 있던 검사들이 나서서 돌격병의 다리와 팔을 깨부쉈다.
의검대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막아냈다.
그들의 움직임은 시계 속 톱니바퀴를 보는 것처럼 체계적이었다.
“드디어 3층을 정복했다!”
마지막 해골 전투병을 처리한 김우혁이 만세를 불렀다.
“실수만 없었다면 어제 끝낼 수 있었는데.”
박혜리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오늘 공략한 것만 해도 충분해. 전부 수고 많았어.”
홍남기는 검사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모두를 격려했다.
“맞아. 좋아할 때 좀 좋아해라. 오늘은 전부 대단했어.”
“정말 대단한 사람은 따로 있잖아.”
박혜리가 천장 위를 올려보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은 어떻게 이런 장소를 구하신 거지?”
“그러게 말이야. 그분은 항상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시니.”
홍남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은 3주 전 의검대를 그의 개인 연공실에 모이게 한 뒤 이 성으로 데리고 왔다.
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성은 끊임없이 언데드가 나오는 최고의 훈련 장소였다.
“그분은 항상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으시니까.”
“맞아요. 도련님은 처음 뵈었을 때부터 다른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셨어요.”
뒷정리를 끝낸 홍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끝났군.”
백우진은 카르덴의 방에서 의검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3주면 예상보다 조금 빨랐네.”
백우진은 의검대의 활약이 마음에 들었는지 씩 웃었다.
-넌 진짜 대단한 놈이다.
‘갑자기?’
-네가 여길 수련장으로 쓸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이번엔 정말 깜짝 놀랐다.
흑암은 백우진의 열린 사고에 크게 감탄했다.
사자의 성을 정복한 뒤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리치를 죽이고 나가느냐, 리치를 놔두고 나가느냐 2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사자의 성을 이용해서 허약하기 그지없는 의검대 검사들을 수련시킬 계획을 짰다.
덕분에 의검대의 실력은 3주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거기다 그의 개인 수련실에 통로를 열었기 때문에 검각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이곳을 알지 못했다.
‘정말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녀석이라니까.’
백우진의 행동은 항상 놀라웠지만, 이번엔 특히 감탄하게 되었다.
‘앞으로 놀랄 일 많이 남았으니까. 벌써 그럴 필요 없어.’
-이래서 너에겐 칭찬할 수가 없다니까. 쯧.
‘농담이야.’
백우진은 흑암을 툭 치고 일어났다.
“오늘 수고했다. 다음엔 언데드의 양을 늘리고, 다른 전략을 사용해봐.”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육체를 되찾은 카르덴이 황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충성스러운 하인이라도 된 것처럼 극상의 예의를 차렸다.
백우진이 혼의 비늘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가 외부의 물건들을 가져다준 것도 컸다.
“그래.”
백우진은 손을 휘젓고 성을 나갔다.
-근데 저놈에게 왜 너희 세계의 물건들을 가져다준 거냐?
“그냥.”
백우진이 카르덴에게 몇 가지 장난감을 건네준 건 사실 흑암 때문이다.
주인의 변덕 때문에 수백 년을 이 성에 갇혀 있는 건 왠지 흑암을 생각나게 만들어서 몇 가지 물건들을 가져다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성의 아래로 내려왔을 때 문주영이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문 호위도 한 번 올라가 봐야지.”
“기회를 주신다면 당연히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할까?”
“그러고 싶지만, 도련님이 말씀하셨던 그 던전이 열렸습니다.”
문주영의 말에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