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던전 웨이브
-뭘 꾸미려는 거냐?
‘꾸미다니, 누가 들으면 내가 악의 축인 줄 알겠네.’
-악의 축 맞지. 세상의 운이란 운은 전부 가져다 쓰는 악의 축!
‘행운이 알아서 따르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아, 재수 없어.
백우진은 헛구역질하려는 흑암을 뒤로하고, 문주영을 보았다.
“던전 등록은?”
“했습니다.”
문주영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련님이 의검대를 데리고 던전에 가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 녀석들이 여기서 훈련한 것들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를 봐야, 앞으로 어떤 훈련을 시켜야 할지 알 수 있잖아.”
“역시! 도련님은 항상 계획이 있으시군요!”
의문이 담겨 있던 문주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감탄으로 물들었다.
-그게 아니라, 그 던전에 중요한 아이템이 나오거나 무슨 일이 터지겠지. 너 같은 얌생이가 그냥 움직일 리 없잖아.
흑암의 추궁에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오래 지내다 보니, 생각 정돈 쉽게 파악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날 잘 안다니까.’
-이번엔 무슨 일이 터지는 거냐.
‘내가 갈 던전에서 던전 웨이브라는 현상이 일어나.’
-던전 웨이브? 그게 뭐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기 때문에 흑암은 백우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던전 2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야. 나머지는 가서 보셔.’
-또 시작이네. 시원하게 좀 말해봐!
‘한 가지만 말해주자면 내가 그곳에 가서 얻어야 할 물건은 2개야.’
-던전이 합쳐지니 보스가 2마리가 되는 건가? 그래서 2개?
‘아니, 두 개 중 하나는 사람한테 뺏을 거고, 보스는 총 3마리가 나올 거야.’
-사람한테 뺏어? 보스는 세 마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냐? 아, 답답!
‘기대하고 있으라고.’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뼈로 이루어진 사자의 문을 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연공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사들이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3층 공략 축하한다.”
“3층 정도는 가뿐하죠! 곧 9층에서 뵙겠습니다.”
김우혁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9층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늙어 죽을 거 같은데.”
“윽, 팩트를….”
백우진의 농담에 김우혁이 쭈그러들었고, 다른 검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고. 3주 만에 3층을 공략한 건 내 예상보다 빨랐어. 전부 고생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의 칭찬에 검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존경하는 무인의 칭찬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것이다.
“훈련도 적당히 했으니, 너희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리겠다.”
“임무요?”
“어떤 임무입니까?”
의검대 검사들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임무를 통해 자신들의 성장을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5등급 오우거 던전의 공략이다.”
“오우거!”
“드디어 던전 공략이군요!”
검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홍아라도 걱정보다 기대가 앞선 표정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으론 위험한 던전이지만, 너희가 여태까지 수련해온 검진과 유대감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다.”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물론이죠!”
김우혁이 손을 들어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다른 검사들도 동의하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엔 나도 함께 간다.”
“도련님과 함께 싸우는 겁니까?”
“던전 공략을 함께하다니 영광입니다!”
“아니.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난 나서지 않는다.”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같이 가는 이유는 너희들이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것들을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말해서 시험이지.”
“아….”
“음!”
백우진의 말을 들은 의검대 검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우진이 뒤에서 지켜본다는 말에 긴장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던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창고 관리관에게 미리 말해놓을 테니,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예!”
의검대와 문주영은 준비를 위해 떠났다.
“흠….”
백우진은 홀로 남은 연공실에서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냐?
“안 나오네.”
-흰색 방하고, 실루엣의 여자 말이냐?
“그래.”
하얀 방과 그 뒤에 있는 실루엣 여성은 처음 문을 넘을 때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거 개꿈이라니까.
“아니, 진짜야.”
감각만큼은 검 상태인 흑암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방과 여자는 실제로 존재했다. 절대 꿈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날 도와주는 시스템의 관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차원을 넘어가며 우연히 만난 거지.”
-시스템을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겠냐? 그거 다 외로워서 그런 거다. 혈기왕성한 나이니까 여자나 만나라.
“진짜라니까! 그리고 나 살기 바쁜데 여자는 무슨!”
* * *
적연화가 수련장 중앙에서 눈을 감고 심상 수련을 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수련이 궤도에 올랐는지 그녀의 전신에서 패도적인 기세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연화야!”
적연화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오빠인 적경훈이었다.
“아, 오빠! 집중하고 있는데!”
눈을 뜬 적연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굴렀다.
“어, 그래? 우진이에 대한 소식을 가져왔는데, 도로 가져가야겠다.”
“아, 아니야!”
적연화는 순속의 보법을 사용해서 적경훈의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인데?”
“그게 아니지. 다시 말해봐.”
“오, 오라버니. 무슨 일인가요?”
웃는 얼굴이었지만, 적연화의 입술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하하!”
“아, 빨리 말해줘!”
“진짜 그 녀석 이름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네.”
적경훈은 적연화에게 던전 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우진이가 자신의 검대 수련을 위해서 5등급 던전을 가더라고. 그래서 너랑 풍신단의 이름도 넣어뒀어.”
풍신단은 적연화가 맡게 된 패력적가의 무력단체였다.
현재 그녀는 풍신단주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아, 뭐, 나쁘진 않네. 흠흠, 이번엔 이겨야지.”
적연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귀와 볼이 빨개진 것을 숨기지는 못했다.
‘귀엽네.’
적경훈은 적연화의 반응을 보며 히죽 웃었다.
자신의 동생은 백우진에게 라이벌 감정과 호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백우진을 따라 풍신단의 장도 맡았고, 밤낮없이 수련만 하고 있는 중이다.
‘우진이라면 믿어도 괜찮지.’
직접 보고, 함께 싸웠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백우진은 백성현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 아니었다.
무력으로나, 인성으로나 충분히 믿을 수 있는 남자였다.
지이잉!
적경훈이 행복해하는 적연화를 보고 돌아가려 할 때 그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일었다.
“응? 이 녀석이 웬일로.”
문자 내용을 본 적경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화야. 장각이 너랑 연락하고 싶다고 하는데.”
“뭐? 누구?”
적연화의 붉어진 얼굴은 백우진을 제외한 다른 일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됐다. 던전이나 잘 다녀와.”
적경훈은 피식 웃으며 적연화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경기도 광주의 버려진 공원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던전은 5등급이었지만, 들어가는 능력자들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보나 마나 백우진이 던전을 공략하겠지.”
“아니지. 지금 적연화는 풍신단주라고. 4등급인 의검대에 비하면 풍신단은 모두 5등급이야.”
“멍청하긴 그 정도는 백우진이 나설 필요도 없이 플레임 드래곤으로 다 쓸어버릴 수 있어.”
“너 바보냐? 백우진이 5등급 던전에서 힘을 쓸 거 같아? 의검대만 나설 게 뻔하지!”
구경꾼들은 이번 던전을 누가 먼저 공략할지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나누었다.
“누가 이기면 어때. 우린 구경이나 하자고. 어? 왔다!”
한 구경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공원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선 백우진과 의검대, 적연화와 풍신단이 동시에 걸어오고 있었다.
“오, 오랜만이에요.”
적연화는 이상하리만큼 떨리는 손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연화의 오러 흐름을 읽어보았다.
‘결국, 5등급에 올랐군. 거기다 초반은 벗어났어.’
-저 아이도 천재는 천재다. 매번 말하지만, 너희 집안 이상이야.
‘전생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앞서가는 너를 따라잡기 위해서 밤낮없이 많은 노력을 했을 거다.
‘그랬겠지.’
현재 적연화의 무려 수준은 5등급 초중반이었다.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성장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수련 좀 빡쎄게 했나 보네.”
“알아보신 건가요?”
“확연히 달라졌으니까. 대단해.”
“아….”
백우진의 칭찬에 적연화의 뺨이 붉어졌다.
그가 자신의 변화를 알아준 것이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 이번엔 저희가 던전을 공략할 거예요. 지지 않아요.”
“난 나서지 않을 테니, 열심히 해봐.”
백우진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서지 않는다고요?”
“오늘은 검대원들의 수련을 위해서 온 거니까.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 그렇죠! 풍신단 훈련 때문에 왔어요.”
적연화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따가 보자.”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의검대를 데리고 던전 입구로 향했다.
‘아주 잘 됐어.’
-뭐가 말이냐?
‘적연화가 와준 덕분에 그 물건을 뺏기 훨씬 쉬워질 거 같아.’
-뭘 뺏는다는 거냐? 이제 얘기 좀 해봐.
‘조금만 기다리면 알 수 있을 거야.’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던전 입구 앞에 섰다.
“이번 던전의 책임을 맡은 협회의 김성준입니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성준은 백우진이 자신의 상사라도 된 것처럼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의 관리자가 저렇게 고개를 숙이네.”
“다 도련님이니까 가능한 거야. 우린 쳐다보지도 않잖아.”
“내가 다 자랑스럽네.”
검사들은 협회 직원들이 백우진에게 진중한 예를 취하는 것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잡담 그만하고. 집중.”
백우진이 몸을 돌려 의검대을 보았다.
“미리 말했듯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나와 문 호위는 움직이지 않는다. 너희들끼리 던전을 공략해야 할 거야.”
“예!”
“패력적가가 아주 의욕적이다. 절대 지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의검대는 공원이 떠내려갈 정도로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긴장감과 흥분이 적절히 섞인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촤아아앙!
잠시 뒤 공원의 낡은 농구대 옆에서 던전 입구가 개방됐다.
“입구가 개방되었습니다! 능력자분들을 입장해주십시오!”
김성준의 말에 백우진과 의검대, 적연화와 풍신단이 던전으로 들어갔다.
“이번 던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모두가 들어갔을 때 김성준의 직속 후배인 박철화가 웃으며 다가왔다.
“뭐?”
“백우진하고 적연화, 풍신단이 들어갔으니, 이 던전이 공략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던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어. 가서 대기나 해.”
“윽, 네.”
박철화가 찔끔한 표정을 지으며 입구 옆으로 이동했다.
“응? 지진인가?”
물을 마시려던 김성준은 대지에서 일어나는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빠지지직!
가벼운 지진이라고 생각할 때 던전 입구에서 보라색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했다.
“뭐, 뭐야!”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스파크가!”
김성준이 입구로 달려갔지만, 스파크가 너무 심해 입구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입구 전체가 보라색 번개로 뒤덮여 있었다.
콰아앙!
강한 폭발이 일어나며 던전 입구에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더, 던전 웨이브!”
“미친!”
박철화의 외침에 김성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던전 웨이브는 2개의 던전이 하나로 합쳐지는 희귀한 현상이다.
극히 드물게 일어나며 합쳐지는 던전의 위치나, 등급도 완전히 랜덤이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빠, 빨리 던전의 등급을 확인해! 몇이야!”
김성준의 다급한 말에 박철화가 던전의 입구를 향해 장비를 가져다 대고 마법을 사용했다.
“6등급입니다!”
“휴우, 6등급이면 그나마 다행이군.”
김성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우진이 있기 때문에 합쳐진 던전의 등급이 6등급 정도라면 안심할 수 있었다.
거기다 6등급 던전을 공략하는 능력자들도 있을 테니,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자, 잠깐!”
등급 측정을 끝내려던 박철화가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뭐야! 왜 그래!”
“7, 7등급입니다. 갑자기 던전의 등급이 7등급으로 변했습니다!”
“허억!”
“7등급이라고?”
7등급이라는 소리에 입구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넋이 나간 채로 던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제기랄! 보스가 끼어들었어!”
김성준이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던전의 등급이 마지막에 7등급으로 변했다는 건 딱 하나다.
두 가지 던전이 합쳐질 때 7등급 보스가 끼어들었다는 뜻이다.
“어, 어떻게 하죠.”
“망할….”
김성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미 던전은 닫혔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었다.
“그 남자를, 백우진을 믿는 수밖에….”
* * *
던전으로 내려온 백우진은 의검대와 적연화, 풍신단이 준비를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던전 웨이브라는 거 진짜 일어나는 거냐? 조용한데?
흑암이 숲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들어온 지 3분도 안 지났거든. 좀 기다려봐.’
-근데 저 녀석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
‘자신보다 강한 놈들하고 싸워야 실전훈련이 되는 거지.’
-그거야 그렇지만.
‘왔다!’
백우진은 땅이 흔들리는 진동을 느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진동?”
“땅이 흔들리는데?”
“지진이다!”
가벼웠던 진동은 점점 심해져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것처럼 격렬한 흔들림을 만들었다.
“끄으윽!”
“머, 머리가….”
“모두 엎드려!”
백우진의 지시에 의검대와 적연화, 풍신단이 모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쿠구구구.
서 있기도 힘든 거대한 진동이 일어난 뒤 모두의 눈에 환상이 나타났다.
눈 앞에 있는 숲 지형에 함박눈이 날리는 광활한 설원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두 배경은 원을 그리며 꼬꾸라지더니, 하나의 지형으로 합쳐졌다.
녹색 숲과 나무가 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좁았던 지형이 몇 배로 넓어졌다.
지금도 하늘에선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이 현상은….”
“던전 웨이브! 던전 웨이브야!”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아….”
의검대, 풍신단 할 거 없이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우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시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