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던전 웨이브 (2)
-이게 던전 웨이브?
‘말했듯이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2개의 던전이 합쳐지는 현상이야.
-합쳐진 곳은 어디지?
‘중국에 있는 6등급 예티 던전이야.
-예티! 그래서 설원이 나타난 거였군!
숲 지형은 오우거 던전, 설원은 예티 던전이었다.
두 던전이 합쳐지며 숲이 한순간에 눈으로 뒤덮인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후우웅.
눈발이 점점 거세지며 온도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백우진은 수 속성에 높은 저항력이 있어서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추위를 느끼는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모두 꺼내.”
홍남기의 지시에 검사들은 하얀색 전투복을 꺼내 들었다.
방한 기능이 있는 특수 전투복이었다.
“허, 이게 무슨 일이래?”
백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사들 모두가 방한 전투복을 준비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기록을 찾아봤을 때 오우거 던전에서 눈이 내릴 때가 딱 세 번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방한 전투복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홍남기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도련님을 본받아서 딴딴하게 준비를 했는데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여기 도련님 전투복도 있습니다.”
“이번 건 정말 놀랐어. 훌륭해.”
“감사합니다!”
백우진의 칭찬에 의검대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좀 하네. 얻어 걸린 느낌도 있지만.
‘내가 잘 키운 덕분이지.’
-웃기고 있네!
‘날 본받았다고 하잖아.’
백우진은 뿌듯한 마음으로 방한복을 입는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녀석들이야.’
자신이 미래의 정보를 알고 대처를 한 것과 달리, 검사들은 여러 상황을 조사한 뒤 필요할지도 모르는 장비를 챙겨왔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와….”
적연화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검대 전체가 저런 준비를 해오다니, 대체 저들은 뭐지?’
백우진이 준비를 잘해오는 건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검대마저 저런 완벽한 준비를 해왔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왜 그런 말을 해서….’
적연화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방한복도 준비하지 못해놓고, 오늘은 이길 거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 너무도 부끄러웠다.
‘아냐, 지난 일은 지난 일. 지금을 생각해야 해.’
적연화는 자신의 뺨을 두드리고, 풍신단을 돌아보았다.
“방한복을 준비한 사람 없죠?”
“죄송합니다. 단주님.”
풍신단 전원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벌써부터 의검대에 패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에요. 제대로 지시를 내리지 못한 저부터가 문제였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에요.”
적연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추위는 점점 심해질 테니, 오러를 태워서 막을 수밖에 없어요. 오러 소모가 심하겠지만, 잘 버텨 봐요.”
“알겠습니다.”
풍신단 모두의 얼굴에 단호함이 들어섰다.
사실 이들에게 적연화는 믿음직한 단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먼저 정신을 차리고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선 패력적가의 직계다운 면모가 보이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받아.”
적연화가 몇 가지 지시사항을 내리려 할 때 백우진이 홍남기에게 받은 방한 전투복을 내밀었다.
“어? 이건….”
“나도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애들이 워낙 잘나서 필요 없게 됐네.”
“정말 주셔도 되는 거예요?”
“던전이 꽤 커졌을 테니, 오러로 버티긴 힘들어. 그리고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고.”
백우진은 풍신단의 숫자와 같은 방한복을 인벤토리에서 꺼내주었다.
“나도 경훈 선배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까.”
“정말 고마워요.”
“빌려주는 거라니까. 나중에 갚아.”
“물론이죠. 꼭 갚을게요.”
고개를 숙이는 적연화의 눈동자가 글썽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받으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이 설원은 대체 어떤 던전일까요?”
적연화가 방한복을 걸치며 입을 열었다.
“6등급 예티야.”
“예?”
“예티!”
백우진의 대답에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하필 예티라니!”
예티는 6등급 몬스터 중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몬스터다.
강한 힘과 뛰어난 민첩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능도 높아 함정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가죽이 두꺼워 웬만한 오러로는 벨 수도 없고, 흰색 눈을 통해 위장 효과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필 예티라니….”
적연화의 눈동자가 떨렸다.
풍신단이 있다고 해도 예티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이곳에서 살아날 방법은 백우진의 도움을 받을 것뿐이었다.
“죄송하지만 함께 다녀도 될까요?”
“우리 애들을 방해하지 않고, 너희도 싸운다면.”
“싸운다고요? 설마 의검대를 앞에서 싸우게 하실 거예요?”
“물론이지.”
백우진이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의검대를 앞에 두다니….”
“물론 위험하지.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네 말대로 지금 상황을 최악이라고 여길 수도 있어.”
백우진은 덤덤한 눈빛으로 당황하는 적연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이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을 달리한다?”
“이 상황을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와 싸울 기회로 여기는 거지. 내가 뒤에서 버티고 있으니, 죽을 일도 없어. 즉, 지금은 검사들의 실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거야.”
“아….”
적연화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백우진과 그 뒤의 의검대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 진짜야!’
백우진의 말대로 의검대 검사들의 얼굴은 기대감과 긴장이 고루 섞여 있었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표정이었다.
“모두 방한복을 입으세요.”
적연화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지시를 내렸다.
백우진을 만날 때마다 무력이든, 정신론이든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저희도 저들처럼 지금 상황을 이겨내야 할 역경이라고 생각하며 싸워요. 분명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적연화와 풍신단이 방한복을 걸치고 있을 때 백우진은 좌측을 보고 있었다.
-너 뭔가 이상한데?
‘뭐가?’
-저 여자한테 너무 잘해주잖아. 평소답지 않게.
‘난 원래 이러는데. 그리고 적경훈에게 도움도 받았잖아. 그냥 보답이지.’
-아냐. 이상해. 너무 이상해….
흑암은 백우진을 추궁하듯 눈동자를 노려봤지만, 백우진은 그저 어깨만 으쓱였다.
“오는군.”
“몬스턴가요?”
“아니, 개방된 6등급 던전이 합쳐졌잖아. 그곳에 있는 능력자들이 여기로 오고 있다.”
“아!”
적연화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친 눈발 사이로 30명 정도의 인영이 보이고 있었다.
“어?”
그 가운데에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남자가 적연화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달려왔다.
“연화야!”
더벅머리를 한 젊은 남자는 적연화와 인연이 있는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다만 그의 발음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장각?”
적연화가 눈을 부릅뜨고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 역시 젊은 남자를 알아보고 있었다.
“설마 네가 있던 던전하고 합쳐진 거야?”
“예티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웨이브가 일어나더라고. 나도 깜짝 놀랐어.”
장각이라 불린 남자는 활짝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아, 이 사람은 천무맹에서 묵권대주를 맡고 있는 장각이에요. 어렸을 때 한국에서 수련해서 어느 정도의 한국말은 할 수 있어요.”
적연화는 백우진에게 장각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장각. 이분은 신검백가의 백우진 검사님이야.”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장각입니다.”
백우진과 장각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장각은 백우진도 잘 모르고, 관심 없는 듯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는 놈이냐? 저 녀석 6등급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저 뒤에 있는 놈들도 6등급 넘는 놈들이 많아.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천무맹의 후계자 후보 중 하나니까.’
장각은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후기지수 중 한 명이니, 전생에서나 지금이나 모를 수가 없었다.
“연화야. 우리랑 함께 가자. 너희끼리 예티를 상대하긴 힘들 거야. 보호해줄게.”
장각은 다정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적연화에게 손을 뻗었다.
“음….”
적연화는 장각의 손을 보다가 백우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백우진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니야.”
적연화는 백우진이 건네준 옷을 꼭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상황을 달리 생각하라는 말이 아직도 머리에 맴도는데 저들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었다.
“우린 우리끼리 싸우며 갈게.”
“무슨 소리야! 너희가 어떻게 예티를 잡아!”
“나와 풍신단도 많은 수련을 했어. 한 마리씩 상대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설마 이놈 때문이야?”
장각이 백우진에게 삿대질을 했다.
적연화가 백우진의 허락을 구하듯 그를 바라봤을 때부터 장각의 표정은 구겨진 상태였다.
“우릴 놔두고 고작 오우거 던전에 오는 이놈을 믿고 움직이겠다고?”
“아니야. 우리가 강해지기 위해서 싸우려는 거야! 그리고 이 사람은….”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기나 할까?”
백우진이 적연화의 말을 막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표정은 짜증이 난 것처럼 입꼬리를 비틀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기나 하자고.”
“내가 말할 때 끼어들지 마라. 주제도 모르는 놈이!”
장각의 얼굴이 발로 밟은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쫄리면 말고.”
“이 자식!”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빨리 꺼져. 우린 바쁘거든.”
백우진은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저었다.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거냐!”
장각은 비웃음을 짓고 있는 백우진을 죽을 듯이 노려보았다.
“당연히 이곳의 보스를 누가 잡느냐 하는 내기지. 던전에서 내기를 해본 적도 없나 보네?”
백우진은 더 진한 비웃음을 지으며 장각을 도발했다.
“좋다. 받아주마!”
장각은 전신에서 거친 살기가 피어났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무시를 당하니, 머리에 피가 쏠리고 있었다.
“대신 내기에 걸 물건은 내가 정하겠다. 내가 이긴다면 네놈의 오른팔과 그 검을 가져가마. 내가 진다면 네가 말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들어주겠다.”
장각은 백우진의 오른팔을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던전 공략이 끝난 뒤 저 건방진 놈의 팔을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좋아.”
백우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하게 될 거다. 버러지 같은 놈.”
장각은 백우진을 노려보다가 북서쪽으로 움직였다.
묵권대는 백우진과 의검대들을 째려보고 장각의 뒤를 따라갔다.
“갑자기 왜 내기를 하신 거예요? 그것도 팔을 걸다니! 묵권대엔 6등급 권사만 10명이….”
“말을 열 받게 하잖아.”
“예? 전혀 열 받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적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전과 달리 백우진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됐고. 빨리 준비나 해. 우리도 출발할 거니까.”
백우진은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알겠다! 뺏겠다는 보물이 저놈의 물건이지?
흑암이 백우진의 눈앞을 버둥거리며 떠다녔다.
‘계속해봐.’
-저놈이 적연화를 좋아하는 걸 알고, 미리 적연화의 호감도를 올려서 질투를 유발한 거잖아! 그래서 내기를 이뤄낸 거고!
‘90점! 대단하네.’
-10점은 어디 갔냐?
‘내 무력을 일부러 낮춘 건 관심 없었지?’
백우진은 장각을 만나기 전에 일부러 자신의 무력을 6등급 후반 정도로 낮춰 놓았다.
장각과 묵권대는 그의 무력을 착각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그놈을 도발할 여러 방법을 생각해뒀는데, 적연화가 와줘서 정말 편해졌어.’
장각이 적연화를 좋아했다는 건 전생의 기억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와준 덕분에 장각과의 내기가 너무도 쉽게 풀려버렸다.
‘거기다 알아서 내기 보상도 결정해주니 정말 고맙더라고.’
-적연화에게 잘해준 이유가 이거였다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네놈의 머리는 기름칠한 것처럼 비상하게 돌아가는구나.
‘칭찬 감사.’
-그래서 저놈에게 얻을 보물은 뭐냐?
‘영약이야.’
백우진은 장각이 떠난 방향을 보며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중국에도 몇 개 없는 굉장히 유명한 영약.’
* * *
“건방진 새끼!”
장각은 바위에 앉은 채로 이를 악물었다.
백우진의 그 능글맞은 표정과 짜증 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생각하니,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팔만으로는 모자라, 그 얼굴도 벗겨 내주마.”
적연화가 백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그놈을 죽이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내기를 이긴 뒤 실수인 척하며 그놈의 얼굴도 망가뜨릴 생각이었다.
“정찰대가 돌아왔습니다.”
부하의 말에 장각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찰을 보낸 3명의 묵권대 권사가 돌아오고 있었다.
“전방에 예티 30마리와 오우거 20마리가 있었습니다. 다만 둘이 싸우고 있더군요.”
“그렇겠지.”
장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티나 오우거나 서로 다른 종족이고, 영역이 너무 바뀌어서 서로 싸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가자. 전부 쓸어버리고 보스를 잡는다!”
“예!”
정찰대 중 가장 선임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장각과 묵권대가 그 뒤를 쫓았다.
돌아온 정찰대 2명은 권사들의 맨 뒤로 이동했다.
우웅.
가장 뒤에 있는 권사가 앞에 있는 묵권대 권사들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그의 얼굴과 양손이 물처럼 반투명하게 변했다가 돌아왔지만, 그걸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예티의 약점은 털이 없는 곳이야! 기회를 노려!”
“그 기회가 나야 말이지!”
“헛소리 말고 집중해!
의검대 검사들은 예티 한 마리를 상대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금이에요! 모두 권격을 날려요!”
“알겠습니다!”
그 반대편에는 적연화와 풍신단이 예티 2마리와 오우거 3마리의 싸움에 끼어들어 3파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름 잘하네.”
백우진은 팔짱을 낀 채로 능력자들과 예티의 전투를 여유롭게 관전하고 있었다.
-야.
‘응?’
-안 바쁘냐? 중국 영약인가 뭔가 뺏어야 한다며.
‘괜찮아.’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그놈들 6등급이 넘는 놈만 10명이었고, 그 장각이라는 놈은 6등급 후반이었는데 괜찮다고?
‘괜찮다니까. 여유를 가져.’
-뭘 믿는 거냐? 예티 로드라도 그놈들에게 잡힐 텐데.
‘보스 3마리라고 했던 거 기억나?
-어?
‘이곳의 진짜 보스는 7등급이야. 그리고 놈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지.’
백우진은 북서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활동을 시작했다고?
‘그놈은 침입자야. 이 던전의 규칙에 묶여 있지 않아.
-아!
‘전생에서 장각을 제외한 모두가 그놈에게 죽었어. 그 보스를 잡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 천천히 가도 상관없어.’
-대체 그 보스가 누구냐? 이제 좀 말해봐!
백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