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던전 웨이브 (3)
-네가 다 때려잡으려고? 드디어 인간의 길을 벗어나기로 한 거냐?
‘뭔 헛소리야.’
백우진이 한심한 표정으로 흑암을 밀어냈다.
‘던전 웨이브에 끼어든 보스는 도플갱어야.’
-도플갱어! 그래서 너 자신을 지목한 거였나?
‘나로 변신한 도플갱어와 싸워야 할 테니까.’
-도플갱어라면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알고 있어.’
도플갱어는 자신이 변신한 존재의 힘, 능력, 기술을 더 강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몬스터다.
트롤 이상의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넘어서는 지능을 보유해서 공략 난이도가 극히 높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상황에서 도플갱어는 가장 약한 사람을 한 명씩 처리하는 사냥방식을 사용할 거다.
‘이미 묵권대의 권사 중 한 명으로 변신해서 숨어들었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여유를 부렸던 거로군.
‘어차피 그놈들은 도플갱어를 못 이기니까.’
전생에서 묵권대는 전멸하고, 장각 홀로 살아남았었다.
장각이 동료를 버리고. 귀식대법을 펼쳐서 죽은 척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천무맹이 망신을 당했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징한 녀석. 네게 이 던전은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사조쯤은 되겠군.
‘흠, 그 정도 되겠네.’
백우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의검대의 성장, 도플갱어와의 전투, 그 이후에 얻을 아이템을 생각하면 4가지에서 5가지의 이득은 챙길 것 같다.
-근데 너 도플갱어를 이길 수는 있겠냐? 그놈은 지난번의 마족과는 달라. 네 기술을 더 강해진 상태로 돌려준다고.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백우진은 기대감이 담긴 눈빛으로 광활한 설원을 바라보았다.
* * *
“후….”
김성준은 피폐해진 안색으로 소용돌이치는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국의 예티 던전과 던전 웨이브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다행이었지만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
내부에 끼어 들어간 7등급 보스 몬스터가 도플갱어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던전 앞엔 신검백가의 부가주와 패력적가의 적경훈에 중국의 천무맹까지 와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적경훈이라고 합니다.”
적경훈이 담담한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는 백천웅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백천웅일세.”
“우진이가 도플갱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적경훈의 입술이 떨렸다.
던전에 장각, 묵권대, 풍신단이 있었지만, 자신이 생각하기로 도플갱어를 상대 할 수 있는 사람은 백우진뿐이었다.
‘제발!’
백우진이 도플갱어를 이기지 못하면 적연화도 죽을 게 뻔했기에 그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 다만….”
백천웅은 표정의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네. 믿어 봐도 좋을 게야.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아….”
백천웅의 담백한 대답에 적경훈은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백우진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불꽃의 벽 속에 갇힌 적이 있었다.
모두가 죽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그 불꽃을 버텨내고 역으로 화염 거인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러네요. 그 친구라면 믿을 수 있죠.”
“그거 잘못된 믿음인 거 같은데요.”
적경훈이 고개를 끄덕일 때 뒤에서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자, 장각의 사형이라는 천무맹의 왕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왕전?”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당신들이 믿어야 할 대상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왕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장각과 묵권대는 리자드맨 던전과 예티 던전을 사상자 없이 공략해냈습니다. 그 녀석들이라면 도플갱어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습니다. 차라리 그 녀석을 믿으시죠.”
“6등급과 7등급은 천지 차이입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요.”
“우리 천무맹의 훈련과 교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당신네와는 다릅니다.”
예의가 있어 보이는 말투였지만, 담겨 있는 말은 노골적인 무시였다. 왕전은 코웃음까지 치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건방져 졌구나. 지금 여기서…. 부가주님?”
적경훈이 나서려 할 때 백천웅이 손을 저어 막았다.
“누구의 믿음이 맞았는지는 던전을 열고 나오는 게 누구인가에 따라 결정되겠지.”
백천웅은 웬 개가 짖냐는 듯 왕전의 말을 무시하고 던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엔 백우진에 대한 신뢰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 *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뭐가?”
다급한 얼굴의 적연화와 달리 백우진은 여유롭게 식량을 씹어 먹고 있었다.
“장각이 저희보다 한참 앞서갔잖아요! 말씀드렸지만, 그 녀석 6등급 던전을 몇 번이나 공략했어요. 방심할 상대가 아니에요!”
“생각보다 잘 아네? 친해?”
“친하기는 무슨! 오빠를 통해 연락해와서 알기 싫어도 알게 된 거예요.”
“흠, 그래?”
“지, 진짜예요! 전 번호도 몰라요.”
적연화는 장각과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듯 양손을 마구 흔들었다.
“아니, 이게 아니지! 장각이 던전을 클리어하면 당신 팔이 잘리잖아요! 왜 이렇게 여유로운 거예요!”
“맞습니다. 도련님. 이제 속도를 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연화만이 아니라, 문주영과 검사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우진이 너무 여유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가 되긴 했나.”
백우진이 에너지 바와 육포를 꿀떡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검대 녀석들도 경험을 쌓을 만큼 쌓았으니, 움직여도 될 거다. 이 이상으로 경험을 쌓게 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해.
‘하긴 장각이랑 몇 명은 살려야 하니까.’
-전부 죽게 놔둘 줄 알았는데?
‘그놈은 쓸데가 있어. 나중에 천무맹에서 얻을 게 있거든.’
-또 이용하려고? 너를 보면 악마가 울고 가겠다!
백우진은 이번 일만이 아니라, 후에 장각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귀신도 이놈만큼은 아닐 것 같았다.
“지금부터 보스를 만날 때까지 휴식은 없다.”
백우진이 뒤를 돌아보고, 지시를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의검대만이 아니라, 풍신단도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
풍신단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백우진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게 큰 호감이 생긴 상태였다.
“가자.”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향해 달렸다.
* * *
“끄헉!”
“아아악!”
“대, 대주님!”
“아….”
부하들의 간절한 부름에도 장각은 통째로 부러진 오른팔을 부여잡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가 권사들을 학살하는데도 어떠한 행동과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예티 로드와 오우거 로드가 싸우는 모습을 발견해서 둘을 한 번에 친 건 좋았다. 최고의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보스들을 잡았을 때 남은 권사는 10명밖에 없었다.
모두가 보스전에 정신이 팔린 틈에 권사로 변신한 도플갱어가 부하들의 심장을 뒤에서 찔렀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많은 균열과 던전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6등급 던전들을 공략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영약을 먹고, 체계화 된 무공수련으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괴물은 차원이 달랐다.
절기를 사용했지만, 도플갱어는 더 강한 힘을 담은 절기로 반격을 해왔다.
결국, 오른팔 전체와 왼 주먹이 분질러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저 괴물은 기습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들을 전멸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대주님!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5명 남은 부하들의 비명에도 장각은 움직이질 못했다. 팔과 주먹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꺾여 버린 것이다.
“전부 죽을 거야. 모두가 저 악마에게 죽을 거라고.”
도플갱어는 7등급 보스 몬스터.
자신이 당한 이상, 이 던전에 있는 누구도 잡을 수 없다.
이 던전은 브레이크 되고 외부에 있는 인간들도 죽을 것이다.
“다 끝났어.”
“그건 네 인생이겠지.”
뒤에서 들린 나지막한 목소리에 장각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 넌!”
백우진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 어딜 가는 거냐! 저건 도플갱어다! 너 따위론….”
“패자는 닥치고 있어.”
“끄헉!”
백우진은 주둥아리를 터는 장각의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쳤다.
“진짜 똑같네.”
흰 바닥에 머리를 박은 장각과 권사들을 놀면서 죽여대는 도플갱어는 완전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저거 도플갱어예요? 예티 로드가 아니라, 도플갱어?”
“그런 거 같은데.”
“안 돼요! 도망쳐야 해요! 도플갱어는 7등급 던전의 보스라고요!”
“나도 알아.”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싸우려는 거예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말했잖아. 이게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지만….”
“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제 잘 아네. 거기서 보고들 있어.”
백우진은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짓고서 도플갱어에게 다가갔다.
“끄?”
백우진을 보자마자 도플갱어가 외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장각보다 백우진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변신을 하는 것이다.
저벅.
백우진과 도플갱어는 어떠한 말도 없이 서로를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네 걸음이 된 순간 순간 둘은 동시에 검을 뽑았다.
쩌어어엉!
흑왕탄과 흑왕탄의 격돌에 어마어마한 오러의 폭풍이 설원을 덮쳤다.
“크윽!”
백우진이 이를 악물고 도플갱어의 흑왕탄을 버텨냈다.
마족 때와는 달랐다.
도플갱어가 사용하는 기술은 자신의 기술과 같았지만, 위력은 오히려 더 강했다.
공격을 견디는 것만으로 속이 거북해질 지경이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이 연속으로 무령참을 사용하자마자, 도플갱어도 무령참을 사용했다.
뿌드드득!
두 무령참의 충격에 대지가 갈가리 찢겼다.
백우진은 떨리는 손에 힘을 주고, 도플갱어가 사용하는 무령참의 압도적인 무게를 견뎌냈다.
[초집중이 발동됩니다.] [흐름을 보는 눈이 발동됩니다.]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이 발동됩니다.]백우진은 특수능력까지 발동시키며 전력으로 오러를 불태웠다.
“계속해봐!”
백우진은 비뢰섬을 연속으로 날리며 미소를 지었고, 도플갱어 역시 같은 숫자의 비뢰섬을 날리며 미소를 따라 했다.
“이럴 수가….”
장각이 혼이 빠져나간 눈빛으로 백우진과 도플갱어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두 검에서 터지는 막강한 오러와 완벽에 이른 기예는 자신의 무력을 한참이나 뛰어넘고 있었다.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점점 강해지는 백우진의 투기에 피부가 따끔할 지경이었다.
저자에게 저 정도의 무력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저, 저놈 뭐야! 저놈은 뭐냐고!”
아깐 분명 자신보다 약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무력은 처음 봤을 때와 달랐다.
고작 10합 만에 뼈가 부러진 자신과 달리, 도플갱어와 수십 합을 겨뤄내고 있었다.
“백우진.”
“뭐? 그건 나도….”
“아니. 넌 몰라. 그는 너랑 달리 진정한 무인의 길을 걷는 사람이니까.”
적연화는 장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백우진만을 지켜보았다.
실핏줄이 터지면서도 우레처럼 검을 내려치는 백우진의 모습에 심장이 떨려왔다.
콰아앙!
도플갱어와 낙성위화를 겨뤄낸 백우진이 뒤로 밀려났다.
어찌나 입술을 깨물었는지 그의 입주변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계속 밀리잖아! 얌생아! 계획은 어디 간 거냐!
“아주 잘 되고 있어.”
-웃기고 있네!
“진짜라니까.”
백우진이 검을 휘돌리며 웃었다.
수십 번의 경합으로 확실히 알았다.
도플갱어는 자신의 모든 특성과 기술을 더 강한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싸울수록 네 손해다. 같이 상처를 입어도 저놈은 재생이 가능해! 이그니스나 설빙이를 꺼내라!
“아니. 이제 다 됐어.”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도플갱어를 향해 돌진했다.
“끄!”
도플갱어 백우진을 비웃으며 흑왕탄을 준비했다.
쩌어어엉!
벌써 다섯 번째로 부딪치는 흑왕탄의 격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결과가 천지 차이로 달랐다.
퍼어어억!
백우진의 흑왕탄에서 퍼져나온 검은 파도가 도플갱어의 흑왕탄을 집어 삼켜버리고, 놈의 오른팔을 찢어발긴 것이다.
“끄…?”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간 도플갱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틀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새로운 단계에 올랐어.”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뜬 창을 보았다.
[흑왕탄이 4단계로 상승합니다.] [흑왕탄의 속도가 상승합니다.] [흑왕탄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4단계에 오른 흑왕탄이 도플갱어의 흑왕탄과 놈의 팔을 날려버린 것이다.
-네, 네가 노렸던 건 검로의 경험치였던 거냐?
흑암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초집중과 눈을 발동시킨 뒤 도플갱어와 같은 기술을 계속 부딪쳐서 검로의 경험치를 비정상적으로 올린 거였어!
“정답.”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왕탄을 시작으로 다른 검로들도 단계가 오르기 시작할 거야. 이미 경험치가 미친 듯이 쌓였거든.”
-괴물 같은 놈! 어떻게 이런 생각을….
도플갱어의 강점을 이용해서 자신을 성장시키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백우진은 암인검을 들어 올려 네 번째 무령참을 사용했다.
“끄!”
도플갱어가 오른팔을 재생해서 무령참을 사용했지만, 이번 결과 역시 이전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무령참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무령참의 발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무령참의 중압이 강해집니다.]중압이 강해지고 속도가 빨라진 무령참이 도플갱어의 무령참을 으스러뜨렸다.
콰아아아앙!
무령참에 적중한 도플갱어의 오른쪽 상반신이 박살났다.
“끄으….”
살인의 희열만이 담겨 있던 도플갱어의 눈빛에 당황과 고통이 깃들기 시작했다.
“뭘 놀래. 지금부터가 진짠데.”
백우진이 입술의 피를 닦으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