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던전 웨이브 (4)
“끄….”
도플갱어가 몸을 재생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어딜 가. 계속해야지.”
백우진은 손목을 돌리며 도플갱어에게 다가갔다.
실핏줄이 터지고, 내상도 입었지만, 그의 기세는 끝없이 비상하고 있었다.
“끄으으!”
도플갱어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휘두르자, 여섯 줄기의 비뢰섬이 솟구쳤다.
“여섯 개라….”
백우진이 암인검을 벼락처럼 내리쳐 비뢰섬을 날렸다.
콰아아앙!
허공에서 여섯 번의 뇌광이 번쩍이며 양쪽의 비뢰섬이 부딪쳤다.
“끄….”
도플갱어가 한숨을 돌리려 할 때 백우진이 날린 일곱 번째 비뢰섬이 폭발을 가르고 도플갱어의 오른팔을 베어냈다.
“끄아아!”
도플갱어의 눈알이 경악과 고통으로 번들거렸다.
수백이 넘는 인간과 몬스터들을 죽여 왔다.
모든 생명체는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죽이는 자신의 장난감일 뿐이었다.
인간 따위에게 이리 당할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오래 살다 보니 도플갱어가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다 보는군.
흑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너란 놈은 내 상상을 끊임없이 뛰어넘는구나.
백우진이 도플갱어를 잡을 때 당연히 정령을 소환하리라 생각했었다.
아무리 도플갱어라고 해도 정령을 소환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백우진은 그를 비웃듯 끝까지 검으로 싸웠다.
‘정말 강함에 미친놈이야.’
내상을 입고, 근육이 파열되고, 핏줄이 터진 상태에서도 검을 놓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이뤄냈다.
이번만큼은 백우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콰아아아!
도플갱어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과 검은 기운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가지고 있던 모든 투기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리링.
백우진이 들어 올린 암인검에서 새빨간 불꽃이 뱀의 혀처럼 타올랐다.
-마지막은 그거로군.
‘지금 상황에 딱 이니까.’
백우진이 타오르는 겁화를 보며 돌진했다.
“끄아아!”
도플갱어도 살기를 태우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
도플갱어는 흑왕탄으로 백우진의 상반신을 가르려 했지만, 백우진의 검로는 흑왕탄이 아니었다.
화르륵!
겁화검형의 첫 번째 작화련이 눈꽃을 태우며 도플갱어의 목을 노렸다.
콰아아앙!
흑왕탄과 작화련이 격돌하며 검은 오러와 붉은 불꽃이 신룡처럼 솟구쳤다.
쿠구구.
격한 충돌로 도플갱어는 아주 잠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백우진은 이미 겁화검형의 두 번째 화경상성을 운용하고 있었다.
콰아아아!
겁화검형의 두 번째 화경상성이 도플갱어의 왼팔을 찢어발겼다.
“끄어어!”
도플갱어에게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겁화 때문에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도 없을 고통이 엄습한 것이다.
콰콰콰!
도플갱어가 이를 갈며 사용한 낙성위화와 겁화검형의 세 번째 일원이 서로의 숨통을 노렸다.
화르륵!
낙성위화의 꽃이 피어지기 직전 암인검에서 겁화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겁화검형의 네 번째 염일경이었다.
염일경의 불꽃이 낙성위화의 꽃을 태워버리고 도플갱어의 오른팔을 마저 베어버렸다.
“끄아아아!”
도플갱어는 핏발이 선 눈으로 고통에 녹아내린 소리를 지르며 뒤로 도망치려 했지만 백우진의 검이 더욱 빨랐다.
“못 간다니까.”
백우진은 남은 겁화검형을 연계하며 도플갱어의 전신을 베어냈다.
화아아악!
마지막 겁화천화가 열십자로 타올랐을 때 도플갱어는 더 이상 재생을 하지 못하고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쿠구구구.
도플갱어의 잔재가 녹아내리자, 던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던전이 공략된 것이다.
-마무리론 겁화검형이 딱이었군.
‘많이 당했으니까.’
백우진이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겁화검형은 고통과 분노로 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특별한 검로다.
도플갱어와 전투를 하며 느낀 고통과 분노 덕분에 겁화검형의 불꽃의 위력은 그 어떤 검로보다도 뛰어났다.
‘단계도 오른 덕도 있었고.’
[겁화검형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 [겁화검형의 연계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겁화의 화력이 상승합니다.]백우진은 홀로그램 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억….”
장각이 견디지 못하고 뒤로 주저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핏줄이 가득 서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소문이 진짜였다고?’
백우진이 제논의 지부를 홀로 무너뜨렸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지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가문의 도움을 받고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소문은 오히려 모자랐다.
저건 괴물을 넘어섰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연화….”
적연화를 부르려던 장각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법한 감정을 품고 백우진을 보고 있었다.
“크윽….”
장각이 고개를 숙였다.
도플갱어에게 졌을 때 이상으로 무기력한 패배감이 전신을 적셨다.
“우와아아아!”
“도련님! 믿고 있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넋이 나가 있던 의검대와 풍신단이 정신을 차리고 함성을 질렀다.
백우진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도플갱어가 떨어뜨린 마석과 은색 반지를 챙겼다.
-이거였냐? 네가 노린다고 했던 물건이?
“감정 좀 해봐.”
-유니크겠지? 등급이 오른 검로가 4개인데, 여기서 레전더리를 주면 그건 아니지. 정신을 놓고 사는 거지.
흑암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반지의 감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 * *
자정이 갓 넘은 시간.
던전이 열린 낡은 농구대 앞에 수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내부에선 어떻게 됐을지….”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 걸 보면 싸우고 있다는 뜻이지. 더 기다려 볼 수밖에.”
백천웅과 적경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던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틀째 밤을 새우고 있었음에도 둘의 눈빛은 전혀 죽지 않았다.
쿠구구구.
갑자기 던전 입구에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소용돌이치던 던전 입구가 갈라지며 원래의 검은색으로 변했다.
“벼, 변했다! 던전 웨이브가 깨졌어!”
“던전이 공략됐다!”
“도플갱어를 잡다니! 이거 진짜야?”
던전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경악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부가주님!”
“녀석이 해낸 모양이야.”
백천웅과 적경훈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백우진이 도플갱어를 잡았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치이잉!
던전 입구가 개방되며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장각과 4명만 남은 묵권대였다.
“우와아아아!”
“장각님이 해내셨다!”
“천무맹! 묵권대!”
장각이 도플갱어를 잡았다고 확신한 천무맹의 능력자들은 장각과 묵권대를 향해 우렁찬 환호를 보냈다.
“장각! 잘했다!”
왕전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사제를 불렀다.
부상을 당했고, 묵룡대의 피해도 커 보였지만 도플갱어를 잡은 활약에 비하면 저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잘했다. 역시 내 기대를…. 어?”
장각에게 다가간 왕전이 입을 쩍 벌렸다.
장각의 얼굴은 승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패자, 그것도 배를 뒤집어 까서 굴복한 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왕전이 장각에게 상황을 물어보려 할 때 던전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백우진과 의검대, 적연화와 풍신단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장각과 묵권대와 달리 태양처럼 활짝 피어 있었다.
“너 설마!”
“…죄송합니다.”
장각이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자, 장각 님과 묵룡대가 잡은 게 아니야?”
“그럼 저들이 도플갱어를 잡았다고?”
“말도 안 돼!”
왕전의 부하들이 장각과 백우진을 번갈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차라리 다 죽었다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장각과 묵룡대가 패하고, 한국의 능력자들이 도플갱어를 공략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백우진이 혼자서 도플갱어를 잡았다는데?”
“구라 좀 치지 마! 어떻게 도플갱어를 혼자 잡아!”
“지금 백우진의 호위가 협회 책임자에게 보고했잖아. 네 눈으로 직접 봐라!”
“백우진이 해낼 줄 알았다니까! 저 사람은 우릴 실망하게 한 적이 없다고!”
한국의 능력자들은 백우진이 홀로 도플갱어를 홀로 잡았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기세등등했던 천무맹의 능력자들은 쥐 죽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우진아! 해냈구나!”
“연화야!”
백천웅이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백우진에게 다가갔고, 적경훈이 울컥한 표정으로 적연화에게 달려들었다.
“걱정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네가 모두를 무사히 데리고 올 거라 생각했다. 정말 잘했다.”
백천웅은 중상자도 없는 의검대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들 수고했다. 잘 돌아왔어.”
“아닙니다!”
의검대 검사들은 진심이 담긴 백천웅의 말에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연화야. 내가 너를 사지로 보냈다. 크흑!”
“아, 오빠! 그만해!”
적경훈은 적연화의 손을 잡고,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내가….”
“아냐. 집에선 알 수 없는 많은 걸 보고 배웠어.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뭐?”
“내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됐거든.”
적연화는 백우진의 등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 많았다. 돌아가자.”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
“받아야 할 게 있거든요.”
백우진은 슬금슬금 도망가려는 장각에게 다가갔다.
“어딜 가려고?”
“허억!”
백우진을 본 장각이 이빨을 부딪치며 뒤로 자빠졌다.
“무, 무슨 일로….”
“용무는 나중에 해라. 지금 사제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왕전은 나무껍질처럼 인상을 쓴 채로 백우진을 노려봤다.
“아니, 지금 해야겠는데.”
“지금 뭐라고 한 거냐?”
“귓구멍이 막혔어? 지금 해야겠다고.”
백우진은 턱을 살짝 틀어 올려 흑암이 재수 없다고 말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시건방진 놈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딴 건 관심 없고, 저놈에게 받을 게 있다.”
백우진은 왕전의 말을 끊어버리고,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받을 거?”
“댁의 사제와 누가 던전의 보스를 잡느냐는 내기를 했다. 난 내 팔과 검을, 저놈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었지. 내기는 보다시피 내 승리니, 받을 건 받아야지.”
백우진은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해서 이곳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했다.
“거짓말하지 마라! 무슨 그따위 내기를!”
왕전이 고개를 돌려서 장각을 보았다.
장각과 묵권대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땅만 쳐다보았다.
‘진짜였다고? 이 망할 놈이!’
왕전이 이를 갈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던전을 공략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저런 머저리 같은 내기로 천무맹의 이름을 땅에 떨어뜨린 장각의 머리를 당장 깨버리고 싶었다.
“크으, 그래서 뭘 원하는 거냐? 설마 목숨을 달라는 것은….”
“그딴 건 필요 없어.”
백우진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장각을 가리켰다.
“서, 설마 이 녀석을 네 밑으로 데려간다는 거냐?”
“성질 더럽게 급하네. 말 좀 끝까지 들어라.”
“음….”
“네놈이 품에 고이 모셔둔 영약을 내놔.”
백우진은 손을 휘휘 젓고 다시 장각을 가리켰다.
“허억!”
“어억!”
장각과 왕전 둘 다 꽥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영약 같은 건….”
“천무맹의 후계자급들은 최상급 영약을 소지하고 다니잖아. 유리병에 담겨 있는 네 영약을 달라고.”
왕전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했지만, 정보가 있는 백우진에겐 통하지 않았다.
“어, 어떻게! 그걸!”
“흐윽!”
장각이 기겁하고, 왕전이 눈을 부릅떴다.
저 정보를 백우진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기와 영약에 관한 내용이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무조건 줄 수밖에 없는 외통수였다.
“사, 사형!”
“…꺼내라.”
왕전이 살벌할 정도로 이빨을 갈며 장각을 돌아보았다.
장각은 병에 걸린 사람처럼 전신을 바르르 떨며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속엔 맑은 회색 액체가 들어있었다.
“내기에 이겨서 받는 거니, 고맙단 말은 할 필요 없겠지.”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
“너 말버릇을 배우는 게 좋을 거다.”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네 멍청한 사제나 관리해.”
“크으윽!”
왕전은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살기를 띄웠지만, 백우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영약이 든 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맞는지 확인 좀 해줘.’
-이게 대체 뭔데?
‘일단 감정부터 해봐.’
-네가 먹던 음료수랑 색이 비슷한데….
흑암은 꿍얼거리면서 유리병 속 액체를 감정했다.
[공청석유] 자연의 순수한 기운이 한 방울씩 쌓인 최상급 영약이다. 내상 회복, 노폐물 제거, 오러 상승에 극히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등급 : 레전더리
사용 가능 조건 : 없음
-고, 공청석유? 이게 뭐야! 내가 처음 듣는데 레전더리라고?
‘굉장히 유명한 영약이지.’
백우진인 방긋 웃으며 공청석유를 흔들어보았다.
적은 양이지만 다른 영약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엔 내 힘으로 얻은 거니, 난리 안 칠 거지?’
-그, 그렇긴 한데. 어?
공청석유병과 왕전의 살벌한 눈빛을 번갈아 보던 흑암이 소리를 질렀다.
-알았다!
‘뭘?’
-너 장각의 사형이라는 놈을 도발해서 놈이 가진 영약도 뺏으려는 거지!
‘눈치 정말 빨라졌는데?’
백우진이 흑암을 보고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천무맹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집단이거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대놓고 도발을 했으니, 왕전은 조만간 자신의 영약을 걸고 도전을 해오겠지.’
흑암의 말대로 왕전을 도발해서 그가 가진 영약도 뺏을 생각이었다.
‘내가 알기론 저 녀석이 가진 영약이 더 귀할걸.’
-네놈은 괴물이 아니라, 귀신이다.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