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공청석유
“영약에 정보를 어디서 얻은 거냐!”
왕전이 입술을 비틀며 소리를 질렀다.
천무맹의 후계자급에게 최상급 영약이 지급 된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일이 아니다.
중국도 아니고, 한국의 능력자가 알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뭐?”
“네가 예의를 차렸다면 알려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처음부터 반말을 쳐하는 놈에게 줄 정보는 없다. 귀찮으니까. 그만 가라.”
백우진은 차게 비웃으며 손을 저었다.
“끄으!”
왕전이 입술을 깨물었다.
백우진의 말대로 만나자마자 반말을 하고, 시비를 걸었던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젠장! 하필 공청석유를!’
왕전은 백우진의 손에 잡혀 있는 공청석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건 절대 넘어가선 안 돼!’
던전이나 균열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영약들은 얼마든지 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공청석유급의 최상급 영약은 절대로 넘겨줘선 안 된다.
특히나 타국의 능력자에게, 그것도 신검백가에 넘어가다니, 절대 안 될 일이다.
저게 저대로 넘어간다면 장각만이 아니라, 자신과 천무맹 전체가 망신을 당하고 욕을 볼 게 뻔했다.
“자, 잠시만 시간을….”
“난 할 말 없으니까. 가라고.”
백우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로 대꾸했다.
“미, 미안하다. 좀 전의 일은 사과하겠다. 일단 말이라도 들어다오. 부탁한다.”
“자네 왜 이렇게 저자세가 된 건가? 아까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지?”
백천웅이 백우진의 옆으로 다가오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설마 이 자가 부가주님에게도 건방지게 굴었던 겁니까?”
“건방졌다기보다는 자신감이 과하게 흘러넘치는 친구였지.”
“으윽….”
왕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여기서 백가의 부가주가 나설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아, 아까 건방을 떨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왕전이 백천웅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보단, 백천웅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훨씬 나았다.
“자신감은 좋지만, 어느 정도의 예는 알아두는 게 좋을 걸세.”
“물론입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흠….”
백천웅은 다시 뒤로 빠지면서 백우진에게 눈을 깜박였고, 백우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자네에게도 미안하네. 진심으로 사과하겠네.”
“이제 와서 나한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 부가님께 사과를 했으니 그건 받아들이지.”
“고, 고맙다.”
“빨리 하고 싶은 말이나 하도록.”
백우진은 마음엔 안 들지만, 참아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완전히 그의 주도하에 있었다.
“나하고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나.”
“내기?”
백우진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말했듯이 천무맹의 후계자들에겐 최상급 영약이 지급 된다. 여벌의 목숨이란 의미로.”
“알고 있어.”
“내게도 그 물건과 비슷한 영약이 있으니, 두 영약을 가지고 내기를 하자는 거다.”
“영약을 둔 내기라….”
백우진이 왕전의 말을 들으며 유리병을 흔들었다.
공청석유가 출렁이는 만큼, 왕전의 눈동자도 출렁거렸다.
“네가 내기에 내놓을 물건은?”
“으음….”
왕전은 백우진의 눈동자를 보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의 눈빛은 한밤의 호수처럼 완벽하게 정지되어 있었다.
욕심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진의를 판단하는 전능자의 눈빛이었다.
‘이, 이놈에게 속임수는 통하지 않아.’
왕전은 백우진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히 거짓말을 했다간 그 무엇도 얻지 못할 것이다.
“말하기 싫으면 말고.”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다는 모습이었다.
“직접 보여주마.”
왕전이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품에 손을 집어넣어서 회색 목갑을 꺼냈다.
“자네도 들어는 봤겠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최고의 영약. 대환단을.”
왕전이 목갑을 열자, 골프공만한 황금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풍겨지고 있었다.
“대, 대환단?”
“저게 대환단이라고?”
백우진이 입을 열기 전에 벌써부터 주변이 난리가 났다.
“그럼 저 유리병 안에 든 게 고, 공청석유였어?”
“미친! 공청석유에 대환단이라니! 최고의 영약이 모였어!”
능력자들은 백우진과 왕전의 손에 들린 두 영약을 번갈아 보며 경악했다.
평생 구경 한 번 힘든 최상급 영약이 한 자리에 있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흐음….”
백우진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눈으로 대환단을 보았다.
-너 검술보다 연기에 재능이 있는데? 배우나 하지 그랬냐?
‘그러게 말이야.’
-정말 날로 연기가 늘어나는 구나.
흑암은 속마음과 정반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백우진 연기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별로 안 끌리는데.”
“뭐, 뭐라고? 이건 대환단이다!”
“내겐 이미 공청석유가 있는데 딱히 대환단까지 필요할까?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지.”
백우진은 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 비해 왕전의 표정은 죽상이 되어 있었다.
“공청석유는 신체를 깨끗이 만드는데 최고의 효과를 내지만, 대환단은 마나의 질을 높이고, 양을 늘리는 최고의 효과를 내는 영약이다. 둘은 서로 쓰임새가 달라!”
“흐음….”
“넌 검사이니, 공청석유보다 대환단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장담하지!”
왕전은 다급한 표정으로 두 영약의 효과를 알아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대환단이라….”
백우진은 약간의 흥미를 담은 시선으로 왕전의 손에 들린 대환단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당기면 되겠는데.’
왕전은 백우진의 얼굴을 보고, 지금이 확실히 당겨야 할 때임을 확신했다.
“이것도 내어주겠다.”
왕전은 품에서 목갑 하나를 더 꺼냈다.
“대환단은 어마어마한 마나를 담고 있는 만큼 몸에 약간의 노폐물이 남게 된다. 그때 이것을 먹는다면 노폐물조차 네 오러로 바꿔서 훨씬 깨끗한 몸 상태를 가질 수 있게 될 거다.”
“그거 이름이 뭐지?”
“청명환이다.”
‘제대로네.’
백우진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공청석유에 대환단과 청명환이라니!
자신이 원했던 영약이 모두 모였다.
“내기는 뭘로 할 건데?”
“당연히 너 나의 대결로 해야겠지.”
“그건 너무 재미없지 않나?”
백우진은 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나 나나 능력자니까. 던전에서 승부를 겨뤄야지.”
“던전이라고?”
“6등급이나 7등급 던전이 나오면 그곳에서 승부를 가리는 게 어때?”
“그 정도 등급의 던전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한 달 정도 기다려보고 나타나지 않으면 네 말대로 일대일로 승부를 내면 되잖아.”
“음….”
백우진의 말에 왕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던전이 대련보다 낫겠는데.’
대련과 달리, 던전 내부라면 저 건방진 놈을 죽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던전에서 싸우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그렇게 하자.”
“잘 생각했어. 그때까지 이 영약은 잘 보관해두지.”
백우진은 공청석유가 담긴 유리병을 살짝 흔들고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야.
‘왜?’
-너 던전 얘기 그냥 꺼낸 거 아니지? 또 생각이 있는 거지? 이 얌샘아!
‘글쎄.’
백우진은 그저 웃었다.
**
백우진이 의검대, 적연화와 풍신단을 이끌고 던전 웨이브를 깨부쉈다는 기사는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특히나 중국에서 손꼽히는 길드 천무맹을 꺾은 것, 도플갱어를 잡은 사실 덕분에 넷상이나 현실이나 아주 난리가 났다.
-백우진은 정체가 뭐냐? 리자드맨 킹을 잡은 지 얼마나 됐다고 도플갱어를 잡는 거야? 진짜 미친놈 같음.
-소환 할 수 있는 정령이 3마리잖아.
-아, 난독 또 나왔네. 검으로 잡았다고 하잖아! 기사 좀 제대로 읽자.
-성장력에 모터 달았냐? 저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인간은 ㄹㅇ 처음 봄. 지금 저 나이에 저 수준이면 와…
-왕전이랑 천무맹 간부들 인터뷰 할 때 백우진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개 쪽팔리겠네. ㅋㅋㅋㅋㅋ첫 번째 기사나 올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내용이 담긴 두 번째 기사가 떴다.
백우진과 왕전이 최고급 영약을 놓고 내기를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두 번째 기사의 파장은 첫 번째보다 더욱더 컸다.
-공청석유? 백우진 또 미친 듯이 강해지겠네.
-아니지. 일단 내기까진 못 먹잖아.
-남들은 평생가도 구경 할 수 없는 최상급 영약 2개라니, 스케일이 하늘을 찌르네.
-근데 공청석유랑 대환단이랑 뭐가 더 좋음?
-대환단이 오러나 마나 양을 더 많이 올려주기 때문에 보통은 대환단을 더 높게 치는데. 밸런스랑 회복력이 좋은 건 공청석유임.
-공청석유와 대환단을 두고 내기를 하다니 진짜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네.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꿈 말고 현실에서. 제발…
-어? 하루만 좌다! 어디 갔다 옴?
**
백우진은 의검대에게 휴식을 지시하고, 자신의 개인 연공실로 들어왔다.
“아이고 이뻐라!”
백우진이 유리병을 돌려보며 히죽 웃었다.
이렇게 계획대로 쉽게 풀릴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그래. 나도 크게 성장했고, 의검대 녀석들도 많은 경험을 쌓았지.”
-그거 말고! 그 반지 말이다!
“아, 이거.”
백우진이 왼손에 낀 회색 반지를 만졌다.
“이것도 대박이긴 하지.”
[도플갱어의 강흔 반지.]강화된 능력치로 상대를 압도하는 도플갱어의 특성이 담겨 있는 반지다. 능력치 강화와 재생 능력에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등급 : 레전더리.
착용 가능 조건 : 없음.
모든 능력치 +25
체력 회복력 +200%
마나 회복력 +200%
상처 회복력 +300%
상태 이상 저항력 +300%
-끙, 아예 도플갱어를 만들어버리지.
모든 능력치 25에 체력과 마나, 상처 회복력을 무지막지하게 쳐 올려놨다.
어중간한 상처는 자연 치유로 낫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득이나 마비나 출혈은 걸리지도 않는 놈인데…
거기다 상태 이상 저항이 300%나 올라가서 출혈이나 마비, 석화 같은 상태이상은 아예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이제 시작해 볼까나.”
-뭘 시작한다는 거냐?
“이거 먹어야지.”
백우진이 공청석유가 든 유리병을 흔들었다.
-미, 미쳤냐?
흑암에게서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청석유는 내기에 써야 하는 물건이다.
저걸 지금 먹겠다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봐. 나 그 놈이랑 싸워야 하잖아.”
-그런데?
“싸우려면 더 강해진 상태에서 싸우는 게 좋지?
-그, 그야 당연하지.
“그럼 지금 이걸 먹어야지.”
-아, 그렇군. 네 말이 맞…이 아니지! 그거 내기 물품이잖아! 이 미친놈아!
“이거 어떻게 보여?”
흑암이 소리를 지를 때 백우진이 음료수병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가 자주 마시는 푸카리스라는 옅은 회색 음료수였다.
“어때? 색 똑같지?”
-또, 똑같긴 한데…
“네 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면 됐네. 이걸로 바꿔치기 할 거야.”
-진짜 하려고? 너 정말 간땡이를 강철로 만든 거냐?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청석유를 처먹고, 그곳에 음료수를 부울 생각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미친 짓을 많이 봐왔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한 거잖아.”
-연기?
“왕전 앞에서 욕심은 별로 없고, 예의를 중시하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줬잖아. 그거 그냥 보여준 거 아니야.”
단순히 영약을 더 챙기려고 그런 모습을 보인 게 다가 아니었다.
공청석유를 먹은 뒤 왕전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예를 중시하는 진중한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확인이라도 하자고 하면…
“왕전을 포함한 천무맹 애들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했잖아. 그걸 이용할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넌 그냥 하는 일은 없는 거냐? 모두 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네.”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공청석유와 같은 양의 푸카리스를 다른 병에 담아 놓았다.
“좋아. 괜찮겠어.”
혹시 몰라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양과 색을 확실히 본 뒤 공청석유 병의 뚜껑을 열었다.
시원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이 방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제 보니, 향도 약간은 푸카리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뚜껑을 연 이상 이제 못 돌리지.”
공청석유 같은 경우 특수 제작한 유리병에서 열었을 때부터 영약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난 이제 모르겠다. 너랑 있다간 정말 미친지도…
“마신다.”
백우진은 공청석유를 단숨에 털어넣었다.
한여름의 계곡물을 마신 것처럼 청아하고 시원한 감각이 입안 전체를 녹였다. 다음은 단맛이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기분을 자연스럽게 고조시켜주는 단맛이었다.
꿀꺽.
공청석유는 입안을 최고로 만족시켜 준 뒤 목구멍으로 넘어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혈관 전체에 작은 얼음 알갱이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백우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카인의 오러연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먹은 영약 중 최고수준의 영약이었기에 처음부터 단전에 있는 모든 오러를 끌어올렸다.
쿠구구.
살이 떨릴 정도로 거대한 마나가 전신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백우진은 고통을 견디고, 희열을 즐기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끊임없이 오러를 운용했다.
낮이 밤이 되고, 그 밤이 다시 낮이 되는 시간이 네 번 반복되었을 때 백우진이 눈을 떴다.
4일 만에 눈을 뜬 백우진의 눈빛엔 노을빛 서기가 담겨 있었다.
-끙, 또 괴물이 됐군.
“잘 된 거 같아.”
백우진이 자신의 단전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가득이나 좋은 기감이 더욱 높아졌다.
연공실 밖에 누가 있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나와 체력이 많이 올라간 거 같은데.”
-그런 좋은 걸 혼자 처먹었으니, 그럴 수밖에.
흑암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띵!
[카인의 오러연공법의 단계가 상승합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신체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정신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능력치 4개가 모두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거기다 가장 큰 건 카인의 오러연공법이 드디어 6단계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벌써 6단계라고? 미친!
“능력치만이 아니라, 오러연공법도 올라갔네!”
백우진이 기분 좋게 웃으며 상태창을 켜려 할 때였다.
알림음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띵!
[새로운 특성이 주어집니다.]-또 줘? 아예 숨 쉬는 것도 퍼주지 그러냐! 이 미친 시스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