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백우진의 흑전호포 (2)
[검사님! 저기….]백우진이 핸드폰을 귀에 대기도 전에 서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아, 그렇죠. 인사도 안 했네요. 죄송해요.]서인아의 목소리는 당황과 답답함으로 꽉 막혀있었다.
“아닙니다. 급하신 거 같은데 말씀하세요.”
-목소리가 이상한데, 흑전호포 만드는 거 실패한 거 아니냐?
흑암은 흑전호포 제작이 실패하길 바랐는지 목소리가 구름처럼 들떠 있었다.
[문제가 생겼어요.]“문제요?”
-저, 정말 실패한 건가? 그럼 레전더리도 안 나오겠네. 크흐흐!
‘아, 조용히 좀 해봐.’
백우진은 핸드폰에 엉겨 붙으려는 흑암을 옆으로 떼어냈다.
[문제인지 아니면 흑전호포를 만들 때 겪는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이런 일을 말씀하시지 않아서….]“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흑전호포가 제작을 거부하고 있어요.]“예에?”
상상도하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에 백우진은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실 흑전호포는 거의 완성된 상태에요. 95% 이상 완성했고, 마무리 단계인데, 말을 듣질 않아요.]“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이죠?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흑전호포를 제작할 땐 특수제작 한 화진의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바늘이 들어가질 않아요.]“아….”
[거기다 검사님이랑 같이 구했던 검은 가시 풀을 녹인 물을 발라야 하는데, 그것도 발라지지 않구요. 제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진짜예요!]-망할….
서인아의 말을 들은 흑암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힘없이 바닥에 내려앉아 쓰러졌다.
‘넌 또 왜 그래?’
-저건 시험이다.
‘시험? 무슨 시험?’
-신화급 아이템이 내는 시험이라고! 그 흑전호포인가 뭔가가 너를 부르고 있다는 거다! 이런 좆같은 세상!
흑암은 여태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큰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정말 기절한 모양이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검사님이 직접 보시면 이해하실 거예요. 지금 흑전호포는….]“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저, 정말요?]“어디로 가면 되죠?”
[아케인 본사로 와주시면 돼요.]“알겠습니다. 내일 오후 2시쯤 가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아닙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백우진은 전화를 끊고, 기절한 듯 조용해진 흑암을 깨웠다.
“흑암. 일어나봐. 아까 하던 말은 계속해야지.”
-흐윽….
“우냐?”
-너 진짜 뭐 하는 놈이냐? 뭐 하는 놈인데, 모든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는 거냐고!
흑암이 울분을 토해냈다.
만티코어의 가죽이 레전더리급이 되었을 때 혹시나 신화급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 가능성이 극히 낮기에 잊고 있었는데, 정말 신화급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레전더리를 밥 먹듯이 처먹더니, 이젠 신화까지 꿀꺽 삼키려는 백우진이 얄밉기 그지없었다.
부러움을 넘어 미칠 지경이었다.
“신화급 아이템이라는 거 확실한 거야?”
-신화등급의 물건이나 소환수는 스스로 자신의 주인을 선택한다. 흑전호포가 제작 파업을 벌이는 건 널 불러 달라는 의사 표현이겠지.“
“음….”
-다만 완성도 되지 않은 물건이 주인을 부르는 경우는 나도 처음 본다.
“신화급 아이템의 시험이라….”
백우진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그는 서늘하게 웃으며 어깨를 풀었다.
“건방지네.”
-뭐?
“아이템 주제에 어디서 주인을 불러? 교육 좀 해줘야겠어.”
-진짜 네 멘탈은 내가 본 인간 중에 최고다….
* * *
천무맹 본부 맹주전.
붉은색 의자엔 눈만 찍으면 승천할 것 같은 황금의 용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산만 한 덩치를 가진 중년인은 의자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 무릎을 꿇고 있는 왕전과 장각을 굽어보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 다듬지 않은 수염, 야생적인 분위기는 산적을 방불케 했지만, 이 남자가 중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천무맹의 맹주 팽지후였다.
“멍청한 내기를 했더구나.”
팽지후의 목소리에 담긴 묵직한 패기에 왕전과 장각의 팔다리가 자신들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쯧, 멍청한 놈들!”
천무맹주는 화주를 병째로 마신 뒤 혀를 찼다.
“너희 둘 다 백우진이라는 꼬마에게 당했다는 거다.”
“예?”
왕전이 눈을 부릅떴다.
내기로 공청석유를 묶어두어서 칭찬은 아니어도, 꾸중은 뜯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영악한 꼬마는 일부러 던전 안이 아니라, 던전 밖에서 공청석유를 뺏은 거다. 너를 도발해서 내기에 대환단을 걸게 한 것도 모두 계획이었을 테지.”
천무맹주는 끌끌 웃으며 화주를 들이켰다.
“그, 그럼 제가 놈을 잡은 게 아니라, 놈이 저를 잡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너희 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꼬마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그 나이에 그런 무력과 심계라니, 백천화가 아예 자식 농사를 망친 건 아닌 모양이군. 그 미친놈 대신 그런 영악한 놈을 만들다니.”
천무맹주는 그저 상황을 듣는 것만으로 백우진의 계획을 모두 파악해냈다.
일자무식해 보이는 외모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전과 장각은 대리석 바닥에 연속으로 머리를 찍었다.
오러를 두르지 않았기에 바닥에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딴 짓은 할 필요 없다.”
“아….”
천무맹주가 입을 열 때마다 왕전과 장각은 겁에 질린 토끼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희가 생각해야 할 일은 다음에 열릴 던전에서 그 녀석을 어떻게 꺾느냐니까.”
“무슨 짓을 해서든 놈을 죽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왕전과 장각은 다시 한 번 머리를 땅에 박았다.
“공청석유, 대환단은 중요하지. 하지만 이번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무맹의 명예다. 목숨을 걸고, 이겨야 할 거다.”
“물론입니다!”
왕전과 장각은 맹주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가져가거라.”
천무맹주는 둘에게 검은 환약을 던져 주었다.
“이, 이건….”
“걱정 마라. 너희도 알다시피 금단을 먹지 않는 이상 흑단이 폭발할 일은 없으니까. 다만 10분이다. 그걸 먹고 10분 안에 백우진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 보거라.”
장각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일어났지만, 왕전은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가지 않고, 뭐 하는 거냐.”
“그, 그놈이 처음부터 영약들을 노렸다면 혹시 공청석유를 마시지 않았을까요?”
천무맹주는 클클 웃고서 화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
* * *
“검사님!”
백우진이 아케인 본사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있던 서인아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어?”
백우진은 서인아를 보고, 깜짝 놀라서 멈춰 섰다.
-왜, 왜 저렇게 변했냐? 고생 좀 했나 본데.
‘얼굴이 반쪽이 됐어.’
흑전호포 제작이 힘들었는지, 서인아의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왔고, 얼굴도 삐쩍 말라있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어, 얼굴이 많이 상했죠?”
서인아는 백우진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화장을 해도 감춰지지 않네요.”
“그게 아니라, 죄송해서 그렇습니다.”
“네?”
“제 아이템을 만들어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신 거 같아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아!”
백우진의 진심이 담겨있는 말에 서인아의 뺨이 붉어졌다.
그녀는 백우진의 눈을 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일단 들어가요.”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서인아를 따라 본사의 지하로 내려갔다.
그녀가 그를 안내한 곳은 백우진이 골렘들을 잡았던 지하의 섬이었다.
-오! 많이 변했는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만들다니, 역시 아케인이네.’
골렘들을 잡았던 장소는 많이 변해있었다.
장인의 섬처럼 공방이나, 대장간도 들어서 마을이 생겼고, 중앙에 여러 가지 편의 시설도 만들어져 있었다.
“왔느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하장인 김장훈이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백우진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김장훈에게 고개를 숙였다.
“또 대단한 일을 벌였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거 같아.”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긴. 이제 한국을 넘어서 중국의 길드와도 부딪치지 않았느냐?”
“중국이요? 할아버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서인아가 김장훈의 소매를 잡았다.
“역시 모를 줄 알았다. 얼굴 보면 알겠지만, 이 녀석 자기 공방에 처박혀 있다가 3달 만에 나왔거든.”
김장훈은 서인아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을 이었다.
“좀 쉬엄쉬엄했으면 좋겠다만 이 녀석도 한 명의 장인이라, 말이 통하질 않아.”
“뭔가 죄송하네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지가 좋아서 하는걸.”
“맞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근데 중국은 무슨 말이에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백우진은 여태까지의 사정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죄송해요! 대결을 준비하느라 바쁘실 텐데, 제가 괜히 불렀네요. 이런….”
“괜찮습니다. 저도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어요.”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암인검을 꺼내 보거라.”
김장훈이 클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 채로 김장훈에게 건네주었다.
스르릉.
김장훈은 암인검의 검날을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를 잘했다만 조금 상했구나. 도플갱어와의 싸움이 격렬했던 모양이야.”
“제 검술을 따라 하는 놈이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인아의 공방에 가 보거라. 난 그동안 네 검을 손봐놓겠다.”
“매번 감사합니다.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됐다. 전에도 말했다만, 내 검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족하다. 넌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손님이야. 돈을 안내긴 하지만.”
“아, 지금이라도….”
“농이다.”
김장훈은 허허롭게 웃고서 자신의 공방으로 향했다.
백우진은 그의 등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도플갱어를 잡으셨다니, 엄청나네요. 와….”
“운이 좋았습니다. 일단 인아씨의 공방으로 가죠. 빨리 해결해야하니까.”
“아, 이쪽이에요.”
서인아는 백우진을 자신으로 공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공방은 섬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누가 장인 아니랄까 봐. 지저분하네.
‘그만큼 열심히 했겠지.’
흑암의 말대로 서인아의 공방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정리정돈은커녕 앉을 곳도 없어 보였다.
“조금 더럽죠? 약간 치운 건데….”
서인아는 민망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 조금 더럽다고? 거기다 치운 거라고? 정말 네 주위에 평범한 인간은 없는 거냐?
흑암은 서인아의 공방을 돌아다니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기한 것들이 많군요.”
백우진은 거짓을 말하기보다 화제를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흑전호포를 만들려면 많은 재료가 필요하거든요. 그 재료를 손질하기 위한 재료도 필요하고,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어요.”
“그렇겠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인아의 피곤한 얼굴과 주변에 널린 재료들의 흔적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검은 돌은 뭐죠? 치워놓을까요?”
백우진은 테이블의 중앙에 놓여 있는 검은 돌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거 돌이 아니에요.”
“네?”
“그게 흑전호포에요.”
“예에?”
-허억!
“믿기시지 않을 테지만, 정말이에요.”
서인아는 시꺼먼 바위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가시풀의 액을 녹여 바르고, 몇 군데 바느질과 마무리 작업만 남았는데, 갑자기 저렇게 굳어버렸어요. 얼어붙은 것처럼 아예 움직이질 않아요.”
“허….”
백우진이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검은 바위 아니, 굳어버린 흑전호포를 만져보았다.
단단하게 굳어있는 건 확실했지만, 촉감은 확실히 돌이 아니었다.
“뭐, 뭐야!”
백우진이 뭉쳐진 흑전호포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뭔 헛짓이야! 진짜 못 드는 거냐?
‘안 들려.’
-네 근력이라면 이 집도 들어야 할 텐데….
백우진의 신체 능력이라면 저런 돌이 아니라, 이 집을 통째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저 크기의 옷을 들어 올리지 못하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역시 시험인가 보군.
흑암은 꼼짝도 하지 않는 흑전호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 들리죠?”
“그러네요.”
“가위나 바늘은커녕 칼도 들어가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검사님께 연락한 거예요.”
“잘 부르셨습니다.”
백우진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서인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는 건가요?”
“알 것 같습니다.”
-알긴 뭘 알아. 여자 앞이라고 잘난 척하는 거냐?
‘아니, 정말 알 것 같아. 이 옷의 시작은 내 오러였으니까.’
백우진은 굳어버린 흑전호포에 손을 얹고, 오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백우진의 단전에서 솟아오른 검은 불꽃이 흑전호포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천년 묵은 나무뿌리처럼 굳어있던 흑전호포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파아앙!
완전히 펼쳐진 흑전호포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백우진의 눈앞에 검은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