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백우진의 흑전호포 (3)
“여긴 또 뭐지?”
천지가 먹물처럼 검게 물들어 출렁이고 있었다.
하늘에는 4개의 태양이 떠 있었는데 붉은색 태양이 가장 컸고, 초록색 태양이 가장 작았다.
처음 보는 장소였지만 어둠에서도,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서도 익숙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흑암 그리고 정령들의 힘인가?”
-맞는 거 같군.
등 뒤에서 흑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검 상태인 흑암이 둥둥 떠 있었다.
“네가 그 모습이라면 여긴 내 정신세계가 아니라는 거네.”
-흑전호포가 우릴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인 모양이다.
“잘 알고 있네.”
“응?”
처음 듣는 아이의 목소리에 백우진과 흑암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없었던 장소에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에 또렷한 흑안을 가진 아이에게선 귀티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저 모습은….”
-아는 놈이냐?
“내가 어렸을 때와 똑같아.”
남자아이의 외모는 자신이 어렸을 때와 흡사했다.
“그렇겠지. 난 너로 인해 태어났으니까.”
“그럼 네가 흑전호포인가?”
“밖의 여자가 날 매번 그렇게 불렀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너희에게 편할 테니,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불러.”
“어찌 됐건 흑전호포를 굳어버리게 만들어서 제작을 중지시킨 건 너인가?”
“그럼 나 말고 누가 했겠어?”
아이 아니, 흑전호포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런 짓을 벌인 거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흑전호포가 주먹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외침에 바닥이 검은 안개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난 너로 인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 덕분에 어떠한 선택권 없이 널 주인으로 모셔야 하지. 그게 짜증 난다는 거다.”
“그게 무슨….”
“내 근원은 너의 오러와 옆에 떠 있는 고철 덩어리, 그리고 정령들의 기운이다.”
-누가 고철 덩어리야! 저 망할 놈이!
“잠시만 기다려봐.”
백우진은 발작을 일으키려는 흑암을 자제시켰다.
“내 몸을 이루는 가장 큰 재료도 네가 잡은 만티코어에서 나왔고, 내 안에 담긴 힘들도 전부 네 것이니, 난 처음부터 널 주인으로 모실 수밖에 없다.”
“음….”
“그게 죽을 만큼 짜증이 난다는 거야!”
-저놈은 흑전호포가 완성된 순간 너를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을 알고, 완성 직전에 멈춰서 너를 시험하려 하는 거다.
“그래. 나도 알아들었어.”
백우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방진 자세와 말투를 보면 네 성격도 섞여 들어간 모양이다. 보기만 해도 화가 폭발하는군!
“난 저 정도는 아니야.”
-웃기고 있네. 넌 더 심해 인마!
“쯧, 어찌 됐건 저 상태는 그거로군.”
백우진이 혀를 차며 흑전호포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춘기의 반항.”
-어엉?
“뭐? 그딴 게 아니다! 나는….”
“그거 알아? 사춘기의 반항은 맞으면 감쪽같이 사라져.”
“무슨 개소리냐!”
-역시 저 어린놈하고는 비교 불가야. 네가 최고의 진짜 미친놈이다.
흑암은 백우진을 보고 검날을 절레절레 저었다.
“구질구질한 사연은 필요 없으니, 네가 날 시험할 방법이나 말해. 그 반항 받아주지.”
“좋다. 피차 시간을 끌 필요는 없으니까.”
흑전호포는 이를 갈며 백우진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알아? 날 만드는 여자는 네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 그녀는 무슨 일이 터져도 네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옷을 만들려 했다.”
“대충은 알고 있다.”
“그 덕분에 내게 특별한 능력이 생겨났지.”
흑전호포는 말을 마치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변에 반투명한 검은 막이 생겨났다.
검은 막의 형태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했고, 크기는 버스정도였다.
“내가 임의로 흑찬석이라 부르는 막이다.”
“흑찬석?”
“이 벽을 깨고 나에게 닿는 것이 시험이다. 시간은 얼마든지 주지.”
“간단해서 좋네.”
“네가 내게 닿는다면 즉시 패배를 인정하고, 평생 너를 주인으로 모시겠다.”
흑전호포의 눈빛은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너 혹시 완성되면 흑암처럼 말하는 거야?”
“이 장소로 널 부르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없다. 거기다 난 저 고철 덩어리처럼 말이 많지 않아.”
-망할 꼬맹이 자식이! 누구더러 고철 덩어리래!
“잘됐네. 나도 시끄러운 건 이 녀석 하나로 충분하니까.”
“이 검을 써라.”
흑전호포는 백우진에게 암인검을 만들어서 던져주었다.
“흑찬석인지, 뭔지 금방 부수고 네 녀석의 뒤통수와 볼기짝을 두들겨 주마. 기다리고 있어.”
“네가 이긴다면 마음대로 해라. 그 고철 덩어리와 정령을 써도 상관없다.”
-저, 저 망할 놈이 계속 고철 덩어리라고!
“여기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고?”
이곳은 정신세계와 비슷한 곳이다.
정령 소환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잊었나? 넌 내게 정령들의 기운도 집어넣었다. 이곳에선 당연히 소환할 수 있다.”
흑전호포가 하늘에 떠 있는 4개의 태양을 가리켰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
백우진은 이그니스와 설빙, 어스 리노와 진을 동시에 소환했다.
[크아아아!] [카오오오!]네 정령은 오래간만에 자신들의 본체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그니스는 거의 빌딩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크기였고, 어스 리노 역시 2층 건물과 비슷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카오오!]가장 놀라운 건 본체로 현신한 설빙이 어스 리노에 밀리지 않는 크기가 된 것이다.
오음(五音)을 터트리고, 은빛의 깃털과 아홉 갈래의 꼬리를 휘날리는 설빙은 진정한 봉황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크르르!]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진은 귀엽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럼 시작하자.”
백우진은 암인검을 허리에 착용하고, 흑전호포를 향해 걸어갔다. 거침없이 검을 뽑아, 흑왕탄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6단계에 이른 오러에, 성장한 능력치로 사용한 흑왕탄은 역대급 파괴력을 발휘했지만, 흑찬석엔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콰아아앙!
샤아아악!
이그니스와 설빙이 겁화와 백빙을 이어서 사용했지만 흑찬석은 건재했다.
“난 네게 절대 질 생각이 없다. 이 흑찬석은 지금의 네 수준으론 부수지 못해.”
“그래. 이래야 재밌지.”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자신의 전투 특성을 모두 개방했다.
[초집중을 발동합니다.] [흐름을 보는 눈을 발동합니다.]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을 발동합니다.] [검선지체의 특성 검운을 개방합니다.]백우진은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힘을 암인검에 집중시켰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백우진은 숨 쉴 틈도 없이 자신의 모든 검로를 연계했다.
그의 연계 검로는 대지를 찢어발길 듯 폭발적이었고, 정령들이 전력은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흑찬석엔 작은 실금정도만 생겼을 뿐이었다.
“후욱!”
백우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흑암에게 손을 뻗었다.
쿠구구구!
흑암에게서 이 공간보다 더 짙은 어둠이 솟구쳤다.
“끝까지 가 보자.”
* * *
“아….”
서인아는 공중에 뜬 흑전호포와 멈춰버린 백우진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거, 검사님?”
“안 된다.”
서인아가 백우진에게 손을 뻗으려 할 때 뒤에서 그녀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아, 아빠?”
“지금 그를 건드리지 말거라.”
서공명은 서인아를 끌어서 백우진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와 저 물건이 공명하고 있다.”
서공명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백우진과 허공에 뜬 검은 코트를 보고 있었다.
“공명이요?”
“네 말대로 저 물건에 백우진 검사의 힘이 들어갔다면 지금 그는 시험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물건이 주인을 시험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
“일반적으로는 없지.”
“그럼….”
“다만 아주 가끔 이치에 벗어난 물건들은 자신이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흑전호포를 보는 서공명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정말 대단하구나.”
“그렇죠? 검사님은….”
“그도 대단하지만, 내가 말하는 사람은 너다.”
“네?”
서인아가 깜짝 놀라서 서공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백우진 검사의 힘이 들어갔다고 해도 네가 있었기에 저런 물건이 만들어진 거야. 이제 정말 장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겠어.”
“아….”
“난 장사꾼의 길을 걸었지만, 네가 장인의 길을 걸어준 덕분에 안심이 되는구나.”
“아, 아니에요.”
서인아는 감동하였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 그런데 검사님은 괜찮으실까요? 계속 움직이질 않으시는데….”
“뭘 걱정하는 거냐.”
서공명은 벽 쪽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저 사람은 백우진이다. 우린 그가 성공하고 오는 것을 축하해주면 그만이야.”
* * *
“허억! 허억!”
-후우….
백우진은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거친 숨을 헐떡였다.
네 마리의 정령들은 정신력 소모로 인해 이미 역소환된 상태였다.
“네 성장이 내 예상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는 했지만, 역시 못 깨는군.”
흑전호포는 다리를 꼰 채로 백우진을 비웃었다.
그를 둘러싼 흑찬석엔 수많은 균열이 생겨있었지만, 깨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네가 회복하는 만큼, 흑찬석도 회복한다. 즉, 지금의 넌 평생 가도 이 벽을 깰 수 없다는 거야.”
“후욱!”
“그만 포기해라. 다시 성장해서 오도록.”
흑전호포는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저었다.
백우진이 자주 사용하는 손동작이었다.
“그럴 순 없지.”
백우진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허리를 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네가 흑찬석을 깨려면 훨씬 강해지거나….”
“주절주절 말 많네.”
“뭐?”
“내가 깬다면 깨는 거야.”
“멍청한 놈! 네게 남은 힘이 어디 있다고, 그따위 말을….”
“닥치고 기다려.”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말을 무시하고, 회복의 호흡이 가지고 있는 스킬 ‘초회복’을 발동시켰다.
화아악!
선명한 푸른빛이 백우진의 전신을 감쌌다.
가을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이 그의 땀을 식혔고, 체력, 오러, 정신력 모두를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뭐, 뭐야! 그건 뭐냐고!”
흑전호포는 백우진의 모든 기운이 회복된 것을 느끼고, 기겁하며 의자에서 자빠졌다.
“오러와 체력, 정신력을 모두 회복시키는 스킬이다.”
“무, 무슨 개소리야! 그런 개사기 스킬이 세상에 어디 있어!”
흑전호포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저런 미친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동의한다. 개사기 중에서도 개사기지. 치사한 놈….
“다들 나와라.”
[크르르.] [카오오.]백우진은 다시 한 번 사대정령을 소환했다.
소환된 정령들은 강렬한 눈빛으로 흑전호포와 흑찬석을 쏘아봤다.
쿠구구구!
백우진이 오른손에 암인검, 왼손에 흑암을 들고 전력의 오러를 개방했다.
“열심히 버텨봐.”
* * *
빠지지직!
캬앙!
수천 개의 균열 갈라지며, 흑찬석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뿌드득.
백우진은 바닥에 쌓인 흑찬석 조각들을 밟으며 흑전호포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흑전호포는 윗니와 아랫니를 피아노처럼 부딪치며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이런 게 어디 있어! 이런 사기꾼 새끼!”
흑찬석은 모든 공격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극강의 방패다.
거기다 자신의 세계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현실에선 불가능한 방어력과 지속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능력을 회복하는 그 개사기 스킬만 없었어도 절대 깨지지 않았을 거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저 회복 능력을 만든 건지 때려죽이고 싶었다.
“시끄러.”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뒤로 이동한 뒤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꾸엑!”
흑전호포가 재밌는 비명을 터트리며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한참 멀었다.”
백우진은 흑전호포를 뽑아 든 뒤 손바닥을 들어 올려 그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빠아악!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흑전호포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으아아악!”
“애들은 역시 엉덩이를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미, 미친놈! 진짜 엉덩이를 치다니! 난 인간이 아니라고!”
“닥쳐. 아직 198대 남았으니까.”
백우진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려서 흑전호포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빠아악!
흑천호포는 다시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으어억!”
“뒤통수 98대, 볼기짝 99대 남았다. 잘 세.”
“미, 미친놈!”
흑전호포가 비명을 지르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든 백우진의 손바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남은 197대를 모조리 친 뒤 반쯤 기절한 흑전호포를 내려놓았다.
“흐으윽….”
“울음 그치고, 자세 똑바로.”
“흡!”
흑전호포는 눈물을 그치고,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맞았다간 존재가 사라질지도 몰랐다.
“어디서 건방지게 아이템이 주인한테 오라 가라야.”
“죄송합니다!”
“더 까불 거 없냐?”
“어, 없습니다!”
흑전호포는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앞의 인간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네 시험은 끝난 건가? 싱거운데?”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이제 제작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그렇군.”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흑전호포와 눈을 맞췄다.
“근데 말이야.”
“예!”
“너 내 생각보다 옵션이 구리면 뒤진다.”
“예?”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최고의 옵션을 만들라고 알겠어?”
“아….”
백우진은 인상을 팍 쓰며 흑전호포를 노려봤고, 흑전호포는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무조건 네라고 대답해야 해.’
흑전호포는 이미 백우진이 말이 통하지 않는 미친놈이라는 것을 깨달은 상태였다.
“알겠냐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다.”
-허, 내가 살다 살다 아이템을 협박하는 미친놈을 다보네….
흑암은 질렸다는 듯 깊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