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백우진의 흑전호포 (4)
“정신이 드셨어요?”
서인아는 백우진의 눈에 빛이 돌아온 것을 보고, 테이블로 달려갔다.
“제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죠?”
“3시간쯤 지났어요.”
“3시간….”
-시간의 흐름에 차이는 없었나본데?
‘그러네.’
백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흑전호포가 만들었던 세계와 현실의 시간흐름이 같아서 다행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정말 시험을 치르신 건가요?”
“시험은 아니고, 대화를 좀 나눴습니다.”
“대, 대화요?”
“잘 타일렀으니, 이제 말 잘 들을 겁니다.”
백우진이 싸늘한 미소를 짓자, 흑전호포가 움찔하고서 테이블로 떨어졌다.
“말을 잘 듣다니, 어? 지, 진짜네요! 가죽을 몽둥이로 두들긴 느낌이에요.”
서인아는 흑전호포를 만져보고, 입을 쩍 벌렸다.
나무껍질 같았던 흑전호포는 원래보다 훨씬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신나게 두들겨 패기만 하고서 무슨 대화를 했다는 거냐? 이 악마 자식아!
‘그 정도면 친절한 대화지. 시간만 많았다면 10배는 더 팼을 텐데 조금 아쉽네.’
-으….
흑전호포의 뒤통수와 엉덩이를 쉬지 않고 때려놓고서 아쉽다? 진짜 마족은 이놈인 것 같았다.
“어쨌든 이제 문제없을 겁니다.”
“매번 검사님의 도움을 받네요. 고마워요.”
“도움이라뇨. 제 물건을 만들어주시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백우진은 서인아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화색이 돈 얼굴로 마주 웃었다.
“원래보다 가죽의 질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에요. 이대로라면 정말 대작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준비는 다 되어 있고 마무리만 하면 되니까. 금방 돼요. 오늘 안에 완성할 수 있어요!”
-마, 망할! 오늘이라고? 오늘 신화가 나온다고? 안 된다! 그 꼴은 못 봐!
“전 괜찮으니, 천천히 하세요.”
백우진은 발버둥 치는 흑암을 밀어내며 방긋 웃었다.
“알겠어요!”
서인아는 작은 주먹을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의 토끼 같은 모습이 조금은 돌아온 것 같았다.
“정겨운 대화가 끝났으면 시간 좀 내주겠습니까?”
뒤에서 서공명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셔서 마네킹인 줄 알았습니다.”
“흠, 끼어들 타이밍이 없어서 말이죠.”
서공명은 헛기침을 하며 일어났다.
“인아는 흑전호포의 제작을 시작해라. 난 검사님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아빠! 검사님께 이상한 소리 하면….”
“걱정하지 말고 너는 제작에 집중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슨 잡생각을 하는 거냐!”
“그건 그렇지…. 검사님. 확실하게 완성시킬 테니, 기다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은 서인아의 말을 잘 들으라는 듯 흑전호포에게 강렬한 기세를 쏘아냈다.
흑전호포는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덜덜 떨었다.
“전 준비됐습니다. 가시죠.”
백우진은 서공명을 따라 공방 밖으로 나갔다.
“여기도 많이 변했죠?”
“네. 제가 골렘을 잡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네요. 아예 다른 곳이 됐습니다.”
“꽤 공을 들였으니까요.”
서공명이 미소를 머금으며 장인들의 마을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검사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풍경은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서공명이 눈을 내리감았다.
단순히 백우진을 띄워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연구자들의 분석으로 화염 거인의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백우진이 화염 거인의 숨통을 단번에 끊지 못했다면 이 섬 전체가 터져버렸을 거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의뢰를 받았으니,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뇨. 검사님은 정말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보답을 드리려 합니다.”
“전 추가보수까지 받았습니다. 더 이상은….”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흔한 정보를 알려드리려 하는 거니까요.”
“흔한 정보요?”
“천무맹에 대한 정보입니다.”
“아….”
백우진은 서공명이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서공명은 조만간 싸워야 할 천무맹의 정보를 알려주려 하는 것이다.
“천무맹주 팽지후는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심계가 깊은 사람입니다. 이미 왕전과 장각에게 지시를 내려놓았을 겁니다.”
“절 이길 방법 말이군요.”
“네. 천무맹주는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서공명은 백우진 옆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천무맹엔 단이라는 게 있습니다.”
“단?”
“먹게 되면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약입니다. 약의 색에 따라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음….”
“왕전과 장각은 분명 그 단을 먹고 승부를 걸려 할 겁니다.”
“그렇겠네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자신도 썼을 것이다.
“다만 단에는 시간제한이 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오러를 사용하는 데 제한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시간제한이라….”
“혹시라도 왕전이 갑자기 강해진다면 방어하시면서 시간을 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귀중한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서공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공명은 흔한 정보라고 했지만, 회귀자인 자신도 몰랐던 정보였다.
그는 흔하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천금이 되는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준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전 장인이 아니라, 장사꾼입니다. 이해득실을 따져서 검사님께 보수를 지급한 것뿐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서공명이 안경을 올리며 미소 지었다.
장사꾼이라고 했지만, 그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계산적인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다만 오늘 보니, 제 딸은 저와 달리 천생 장인이더군요. 그것도 아주 훌륭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아는 항상 흑전호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았죠. 재료도 그렇고 제작 과정도 험난하니까요. 저 아이의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공명이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길드 마스터로서가 아닌, 한 딸의 아버지로서 건네는 감사 인사였다.
“물론 그 예쁜 얼굴이 반쪽이 된 건 아쉽지만 말이죠.”
고개를 들어 올린 서공명은 씨익 웃고 있었다.
* * *
벌건 대낮 그림자로 가득한 골목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끄으윽….”
5등급 능력자 김대훈은 전신을 바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복부에선 살벌한 양의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째서….”
오러를 이용해서 상처를 멎게 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었고, 극심한 출혈로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러 따윈 소용없어. 출혈독과 마비독을 섞었으니까.”
김대훈의 앞에 선 마른 체형의 남자가 빙글거리며 웃었다.
“대, 대체 왜 이딴 짓을 하는 거냐!”
“초대하는 손님이 오질 않아서 말이야.”
“손님?”
“알아줄 때가 됐는데, 영 나타나질 않네.”
남자는 어깨에 걸친 녹색 검을 들어 올려 김대훈의 오른쪽 허벅지를 내려찍었다.
“끄아아악!”
김대훈이 비명은 남자의 기막으로 인해 골목에서만 맴돌았다.
“크아악!”
남자는 균형을 맞추듯 김대훈의 왼쪽 허벅지도 찔렀다.
“이제 비명소리도 지루하네. 하나씩 죽이는 것도 감질 맛나고.”
“끄으으!”
“좋아! 결정했어!”
남자가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웃었다.
“내일 저녁까지 그놈이 나타나지 않으면 저 아파트에 있는 인간들의 피로 메시지를 전해야겠어. 그럼 그 놈도 알아먹겠지!”
남자의 눈동자는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
김대훈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딱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미친놈이 방금 한 말을 지킨다는 것을.
* * *
-아무래도 서공명은 서인아의 꿈을 이루게 해준 것이 고마워서 네게 천무맹의 정보를 알려준 거 같군.
‘….’
백우진은 흑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그러는 거냐? 몇 시간째 왜 이리 조용한 건데?
‘천무맹에 있다는 단이라는 약 말이야. 그거 백선아가 먹었던 것과 비슷한 거 같아서.
-뭐?
‘백선아가 던전에서 검은 약을 먹었잖아. 기억 안 나?’
-어? 그러고 보니!
흑암이 펄쩍 뛰며 백우진의 눈앞으로 날아갔다.
기억이 났다.
백선아는 백우진에게 밀릴 때 검은 약을 먹고, 잠시 동안 무지막지한 오러를 뿜어냈었다.
‘거기다 백선아는 속았다고 말하며 15분이라는 말도 했었지.’
-맞아. 시간을 말하고, 속았다고 했었다.
‘내 생각이지만, 백성현은 천무맹에 있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능력을 강화하는 약은 흔해. 우리 대륙에도 있었다.
‘그러니 확실하게 조사를 해봐야겠지.’
백우진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이잉!
전화를 걸려 할 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일었다.
액정에 뜬 사람은 협회에서 범죄자 처리를 담당하는 이영현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저야 잘 지냈죠. 부장님은 어떠세요?”
[검사님이 제논과 범죄 능력자들을 처리해주신 덕분에 한동안은 편했습니다. 범죄자들이 몸을 사렸으니까요.]“그거 다행이네요.”
백우진과 이영현은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오늘은 왜 갑자기 전화를….”
[검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살인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알고 있습니다. 저희 구역이니까요.”
[그 사건에서 언론에 나오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이틀 전부터 범죄자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네?”
백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능력자를 죽일 때도 평범한 검술만 썼다는 살인마가 정체를 드러냈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인마가 정체를 밝혔다고? 미친놈이군.
“누구죠?”
[이름은 박민우. 뛰어난 검술과 은신 실력을 가진 6등급 범죄자입니다. 검에 독을 바르는 기행으로 독귀검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죠.]“독귀검 박민우….”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백우진이 다시 질문하려 할 때 이영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놈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제논의 범죄자입니다.]“제논이요? 그럼 놈은….”
[네. 박민우의 목표는 검사님인 것 같습니다. 검사님은 범죄자를 놔두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처음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검사님을 부르려 했을 겁니다.]이영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검사님이 나타나질 않으니, 자신의 소속과 정체를 드러내어 검사님을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제 생각도 마찬가집니다.”
백우진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가의 지척에서 제논의 범죄자가 무차별 살인을 하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혹시 그놈의 위치를 알고 계십니까?”
[죄송합니다. 워낙에 신출귀몰한 은신능력을 가진 놈이라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알겠습니다.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아니에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백우진이 이영현의 전화를 끊었을 때 그의 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의 최종목적은 당신입니다. 살인마를 처치해 당신과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세요.
조건 : 박민우 처치.
퀘스트 수락 혜택 : 퀘스트 진행 기간 동안 기감이 크게 상승합니다.
보상 : 1800포인트.
“퀘스트 없어도 놈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걸 주네?”
-곧 신화 급 아이템이 완성되거늘! 또 퍼준다고?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주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지.”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하고, 유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실 텐데 전화를 다 주셨네요?]“급하니 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무차별 살인에 대해….”
백우진은 이영현에게 들었던 것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죄송해요.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그럴 거 같았습니다.”
유진아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았기에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도 조사하고 있지만, 박민우가 나타나는 시간과 위치는 너무 변칙적이에요. 처음엔 정말 검사님을 부르고 있는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요.]“음….”
[범죄자가 되기 전에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를 부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어요.]“제가 모습을 보이는 것 말인가요?”
백우진은 유진아가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맞아요.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어요. 박민우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놈이 인질을 잡을 수도 있고, 독으로 대규모 공격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저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박민우의 능력은 검술과 은신, 독이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상대하기엔 까다로운 능력들이었다.
-은신에 독이라, 귀찮은 놈이로군.
‘아! 그걸 써볼까?’
좋은 생각이 났는지,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게 뭔데?
‘나중에 직접 봐.’
-또 시작이네. 아주 혼자만 잘났지!
흑암은 너 잘났다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혹시 놈이 나타날 장소를 예측할 수 있나요?”
[넓은 범위의 예측은 가능해요. 한 가지 알아낸 게 있거든요.]“알아낸 거요?”
[강박증상이 있는지, 박민우는 한 번 살인을 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요. 신검백가를 축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죠. 문제는 그가 가지 않은 장소가 너무 많다는 거지만….]“그럼 놈이 나타날 수 있는 장소를 조사해주세요. 많아도 상관없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나타나지 않을 곳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그건 어렵지 않지만, 계획이 있으신가요?]“네. 그리고…. 아닙니다. 이건 나중에 직접 가서 말하는 게 좋겠네요.”
[알겠어요. 조사를 마친 뒤 바로 문자를 보낼게요!]“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백성현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뭔 생각을 하는 거냐?
“미친놈을 잡으려면 미친 짓을 해야지.”
백우진이 차가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풀었다.
* * *
3시간 뒤.
백우진의 핸드폰으로 유진아의 문자가 전송되었다.
문자 내용은 박민우의 능력과 인상착의 그리고 그가 나타나지 않았던 장소들이었다.
“아쉽게도 오늘 흑전호포를 입을 순 없겠네.”
백우진이 서인아의 공방을 흘낏 보고서 산에서 내려가려 할 때였다.
공방이 활짝 열리며, 서인아가 손을 흔들었다.
“검사님! 완성됐어요!”